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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Author: 눈빛 속의 약속
“네가 가서 포섭하거라.”

조원철은 손가락 끝으로 그녀의 이마를 톡하고 건드리며 말했다.

“제가요?”

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사방이 어두워 그의 날카로운 옆얼굴 윤곽만 겨우 보일 뿐이었다.

“내가 너를 위해 몸소 위험을 무릅쓰는데, 정작 너는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게냐?”

조원철은 다시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쥐어박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의 손길을 피하며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애초에 그녀를 위한 일이었으니, 직접 나서서 판을 짜는 것이 도리였다.

조원철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어서 가세요.”

강유영은 다시 그를 재촉했다.

이야기도 다 끝났는데 대체 왜 아직도 안 가고 버티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원하는 걸 이루었다고 사람을 내쫓다니, 성미가 너무 급하구나.”

조원철은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강유영은 그의 품에 얌전히 안긴 채 입을 다물었다.

아직 그에게 기대야 하는 처지였기에 너무 모질게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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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180화

    임소아는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몰라 더 송구스러웠다."바보 같은 소리." 강유영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또 그런 소리 했다간 소만이 내게 눈을 흘길걸. 앞으로 네 몸 잘 챙겨. 시간 나면 꼭 보러 올 테니.""예."임소아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아씨의 호의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사흘 뒤, 소만과 임소아는 혼례를 올렸다.강유영과 조원철은 두 사람의 혼인을 축복해 주었다. 혼례가 끝난 후, 두 사람은 서둘러 짐을 챙겨 경성으로 향했다.마차 안.강유영은 갓 사 온 구련환을 풀려 끙끙댔지만, 이리저리 비틀어도 풀리지 않았다."전병 좀 먹을 테냐?"조원철은 마차 벽에 기댄 채 그녀를 지켜보며 물었다."안 먹어요."강유영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구련환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말했다.조원철은 잠시 그녀를 지켜보다가 다시 물었다."도화음은?""안 마신다니까요. 자꾸 묻지 마세요."강유영은 은근히 짜증이 났다.도무지 풀리지 않는 구련환 때문에 약이 오를 대로 올라 있었다."이리 오거라."조원철은 팔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저 좀 가만히 내버려 두십시오."강유영은 짜증스럽게 그의 손을 밀쳐냈다."내 가르쳐 주마."조원철은 강유영을 품에 안고 그녀의 손에서 구련환을 넘겨받았다."잘 보거라."그는 강유영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가락이 눈 깜짝할 새 구련환을 풀었다."어찌하는지 알겠느냐?""눈도 안 깜빡이고 봤는데 어떻게 푼 겁니까? 다시 끼워 주십시오. 제가 해보겠습니다."강유영은 신이 나서 소리쳤다.하지만 구련환은 그녀의 손에 들어가자마자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조원철은 그녀를 끌어안고 차근차근 푸는 법을 알려주었다."도경진이 병주 지부로 부임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그가 불쑥 물었다.강유영은 멈칫하며 대답했다."그렇지 않아도 묻고 싶었습니다. 방우겸을 그냥 살려두시는 건가 했거든요. 그를 파직할 생각이셨군요."내내 묻고 싶었지만 경황이 없어 잊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179화

    강유영은 은표를 힐끗 보며 소만에게 물었다."저는…… 앞으로 열심히 일해서 다시 모으면 됩니다……."소만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필요 없어. 그 돈은 두 사람 살림 밑천으로 쓰거라. 앞으로 소아에게 잘해주면 돼."강유영은 은자를 소만 쪽으로 밀어냈다."소아를 평생 아끼고 잘 보살피겠습니다. 아씨, 걱정 마십시오."소만은 굳게 다짐하듯 또박또박 대답했다."그래, 난 널 믿어."강유영은 환한 웃음을 지었다.마음속에 잔잔한 감동과 서글픔이 교차했다. 정작 그녀는 조원철 곁에 떳떳이 서지도 못하는 처지였다. 그래도 임소아와 소만이 인연을 맺는 것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훈훈해졌다.저녁 식사를 마친 후였다."소아야, 나랑 같이 바람 좀 쐴까?"강유영이 임소아를 불렀다."예, 아씨."임소아는 다가와 강유영의 팔짱을 꼈다.두 사람은 나란히 의관을 나섰다."아씨, 어디 가시려고요?"임소아가 물었다."포목점에 가서 새옷도 좀 맞추고. 장신구랑 화장품도 사야지. 곧 새색시가 될 텐데 곱게 단장해야지."강유영은 임소아의 옷깃을 다듬어 주며 부드럽게 웃었다."안 그러셔도 돼요, 아씨. 전 이대로도 충분해요."임소아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이럴 때 아니면 언제 꾸미겠어. 내가 널 단장시켜 주고 싶어서 그래."강유영은 임소아를 이끌고 옷가게 안으로 들어갔다.임소아는 분수에 맞게 행동했다. 화려한 화관이나 비싼 비단옷은 한사코 마다하고, 평소에도 입기 좋은 수수한 분홍빛 치마 두 벌만 골랐다.혼례식뿐 아니라 밭일할 때도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강유영은 한참을 설득한 끝에 임소아에게 단정한 모양의 혼례복 한 벌을 겨우 사 입혔다. 내친김에 소만의 옷도 색을 맞춰 함께 골랐다.이어 연지 가게와 장신구 가게를 돌며 신혼살림에 보탤 물건들을 넉넉히 샀다."아씨, 제게 이리 잘해주시니…… 아씨를 뵙게 된 건 제 평생 최고의 행운이에요."의관으로 돌아가는 길, 임소아는 벅차오르는 감격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였다."그런 말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178화

    유씨는 강유영의 말을 듣고 단칼에 거절했다.백육십 냥을 받을 뻔했는데 열여덟 냥이 되었으니 누구라도 수긍할 수 없을 것이다."아씨, 이왕 주시는 거 딱 스무 냥으로 맞춰 주십시오. 그럼 저희도 소아에게 쓸만한 물건이라도 쥐여 주고, 동네 사람들도 불러 번듯하게 잔치라도 열어 주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밖에서 흉을 볼 테니 아씨 체면도 깎이지 않겠습니까."임대산은 유씨를 등 뒤로 숨기며 강유영에게 굽실거렸다.스무 냥도 꽤 많은 액수였다.이제 병주 전체에 영혼 혼례 금지령이 떨어졌다. 누가 임소아에게 스무 냥이나 내놓겠는가.마을 노총각들에게 시집보내 봐야 기껏해야 열 냥 남짓 받는 것이 고작이었다. 여기서 스무 냥을 놓치면 대여섯 냥 건지기도 힘들 것이다."안 돼……."유씨는 임대산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앞으로 나섰다."짝!"임대산은 다짜고짜 유씨의 뺨을 후려쳤다. 찰진 마찰음이 마당에 울려 퍼졌다."입 다물어, 이 멍청한 여편네야! 이 집 가장은 나야, 네가 아니라!"임대산은 험악한 표정으로유씨를 윽박질렀다.유씨는 뺨을 감싸 쥐고 털썩 주저앉아 통곡하며 임대산에게 악담을 퍼부었다.평소 부리던 패악질 그대로였다.강유영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말문이 막혔다. 두 사람이 같은 족속이라는 건 알았지만 임대산이 유씨에게 매질까지 할 줄은 몰랐다.보는 눈이 이리 많은데도 임대산은 처의 체면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씨를 때렸다."계속 징징대면 걷어차 버릴 테다!"임대산은 발을 치켜들고 위협했다.유씨는 비명을 지르며 엉금엉금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뺨을 감싼 채 훌쩍이며 입을 다물었다."아씨, 제 제안이 어떠십니까?"임대산은 잽싸게 돌아서서 강유영에게 비굴한 웃음을 흘렸다. 두 손을 비비며 굽실댔다."좋아, 스무 냥으로 하지. 대신 조건이 있다."강유영은 잠시 생각한 뒤 천천히 입을 뗐다.그녀에게 스무냥 정도는 푼돈에 불과했다. 하지만 임소아의 장래를 위해 확실히 쐐기를 박아둬야 했다."예, 분부만 내리십시오."임대산은 연신 허리를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177화

    "세자, 아씨! 정말 감사합니다!"소만은 감격한 얼굴로 무릎을 꿇고 연신 절을 올렸다.처음부터 그는 이 두 귀인이 그들의 뜻을 이뤄줄 거라 믿고 있었다."정말 고맙습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정 의원도 눈시울을 붉히며 감격해했다.소만은 그가 손자처럼 거두어 키운 아이였다. 살아생전 아이가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보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었다.임대산은 슬그머니 유씨의 등을 떠밀었다.유씨는 그를 매섭게 흘겨보았다. 남의 서방은 무슨 일이든 앞장서서 나서건만, 임대산은 궂은일마다 유씨를 앞세웠다.하지만 두려울 것은 없었다. 이 혼사는 그들이 이치에서 밀릴 일이 아니었다.유씨는 한 걸음 나서며 목소리를 높였다."안 됩니다, 이 혼사는 우리가 허락할 수 없습니다. 아씨와 대인이 경성에서 오신 귀한 분들이라 해도, 소아의 혼사는 엄연한 우리 집안일입니다. 어찌 권력을 앞세워 함부로 이래라저래라 하십니까…….""원하는 은자를 말해."강유영은 유씨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끊었다."우리는 소아를 집에 데려가서 의논을……."유씨는 강유영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제 할 말만 이어가다, 뒤늦게 은자라는 말에 정신을 차렸다."아씨, 방금 뭐라 하셨습니까?"그녀의 말투는 금세 살갑게 바뀌었다."소아의 예물로 얼마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소만 대신 내가 치러주마."강유영은 차분히 했던 말을 되풀이하며 유씨를 내려다보았다.유씨는 웃음이 터질 뻔한 것을 꾹 참았지만 눈빛에 서린 기쁨은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손가락 다섯 개를 쫙 펴 보이며 당당하게 외쳤다."오십 냥이요!""당신……!"임대산은 화들짝 놀라 유씨의 팔을 끌어당겼다."가만있어요. 오십 냥은 받아야 해요."유씨는 임대산의 손을 뿌리치고 고집을 부렸다.경성에서 온 귀인들이니 이 정도는 푼돈일 것이다.강유영이 흔쾌히 돈을 내겠다는데 굳이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본래 영혼 혼례로 백육십 냥을 받을 참이었으니, 오십 냥을 받아도 밑지는 장사였다. 소만만 운 좋게 헐값에 장가를 드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176화

    그래서 소만은 용기를 내어 정 의원과 함께 찾아온 것이다."소아는 우리 가족이야. 우리는 이 혼사 절대 허락 못 하니 꿈 깨."유씨가 소만을 흘겨보며 딱 잘라 말했다.임대산 역시 못마땅한 얼굴로 소만을 쏘아보았다.강유영은 속으로 헛웃음을 쳤다.두 사람의 속물근성은 어찌 저리 똑같은지 참으로 부창부수였다."네 부모도 이 사실을 아느냐."조원철은 담담한 어투로 소만에게 물었다."소인은 고아입니다. 정 의원님께서 약초를 캐러 가셨다가 산기슭에 버려진 저를 거두어 주셨습니다."소만은 고개를 들고 제 처지를 담담히 밝혔다.강유영은 연민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부모 없는 고아로 자랐음에도 꼬인 데 없이 밝고 선량하게 자라준 것이 참으로 대견했다."일어나거라."조원철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소만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품속에서 은표 몇 장과 은자 몇 조각, 엽전 꾸러미, 그리고 동전 몇 닢을 모조리 꺼냈다."이게 제가 평생 모은 전 재산입니다. 모두 소아에게 맡기겠습니다."그는 임소아를 힐끗 보았다. 수줍음에 두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강유영은 참지 못하고 풋, 웃음을 터뜨렸다.소만의 진심이 훤히 보였다. 그녀는 임소아를 돌아보았다.임소아도 부끄러운지 아예 몸을 홱 돌려 강유영에게 등만 보여주었다.강유영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깟 푼돈은 당장 집어넣어라."유씨가 다시금 날을 세우며 쏘아붙였다.그들 부부야말로 임소아의 가족이거늘, 소만은 시종일관 강유영과 조원철만 바라보고 있었다.무시 당했다는 생각에 더욱 더 이 혼사를 허락하고 싶지 않았다.조원철은 강유영에게 눈짓을 보냈다."소아야, 넌 어떻게 생각해?"강유영은 임소아에게 다가가 손을 꼭 잡아주며 나직이 물었다."아씨……."임소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불렀다.처녀가 제 입으로 혼사 얘기를 선뜻 꺼내기는 부끄러웠다."따라오렴."강유영은 임소아의 손을 이끌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2화

    “문을 열고 들어가 보자꾸나.”한씨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강유영은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머리털이 곤두서고 정신은 아찔해져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오직 문이 열리면 둘 다 끝장이라는 생각만 맴돌 뿐이었다. 온몸은 얼어붙은 듯, 꼼짝할 수 없었다. 그녀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손을 뻗어 조원철의 어깨를 밀었다.그녀는 안간힘을 쓴 것이었지만, 조원철에게는 그저 간지러울 정도였다.투명한 두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히고 길게 말린 속눈썹에는 눈물방울이 맺혀 처연하기 그지없었다. 축 처진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화

    초여름의 이른 아침.경성 진국공부의 사당 주변은 아침부터 자옥한 안개로 휩싸였다.조용한 사당 안에서는 승려가 경을 읊는 소리가 이따금씩 흘러나오고, 정원 내 청동로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당을 지키는 시녀와 하인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하루를 준비하고 있었다.강유영은 치맛자락을 들고서 처마 길을 따라 뒤뜰을 나오고 있었다. 온몸에 퍼진 근육통 때문에 걸음걸이가 다소 어색했다.좌측 쪽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커다란 손이 뻗어 나와 가늘고 여린 그녀의 허리를 가로챘다. 상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녀를 끌고 뒤뜰에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7화

    강유영은 그가 왜 여기에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뒤돌아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다리가 바닥에 꽁꽁 얼어붙은 듯, 움직여지지 않았다.“들어오거라.”조원철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명령했다.강유영은 누가 보기라도 할까 두려워,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내실로 들어갔다.“언제 오셨나요?”잠깐 오씨 어멈의 저녁을 챙기러 나갔다 온 사이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지금쯤이면 밖에서 왕 소저와 저녁 식사를 해야 하지 않나?’조원철이 다가오더니 문을 닫았다.강유영은 뒤로 두 걸음 물러서서 그와 거리를 벌리고 고개를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6화

    “기특하기도 하지. 어서 이리 와서 앉으렴.”한씨는 웃으며 강유영을 향해 손짓하더니 자신의 옆자리를 가볍게 두드렸다.밖에서 강유영에게 잘해주는 것은 인자한 진국공 부인의 명성을 위해서였다.강유영은 약상자를 장 의원에게 건네고는 고분고분 그쪽으로 다가갔다.장 의원은 그녀와 시선을 교환하고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유영의 처지를 잘 알기에, 그녀의 거짓말을 까발리지 않았다. 장 의원은 손을 뻗어 한씨의 손목에 대고 진맥을 시작했다.한씨의 옆에 앉은 강유영은 불안하게 병풍 뒤쪽을 힐끔거렸다.조원철은 탁자 앞에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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