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Capítulo 431 - Capítulo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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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화

황제는 태후의 친아들이 아니었고, 조정의 일부 원로 대신들 역시 태후의 세력에 속해 있었다.오늘 황제가 자신을 친왕에 봉하고 혼인까지 정해준 일을 곰곰이 따져보면, 결국 자신을 태후와 맞붙게 할 패로 삼았다는 뜻일 뿐이었다.추영우의 눈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막 자리를 뜨려던 그때, 갑자기 어린 태감 하나가 요광전 문 앞에 나타났다.“어디서 온 것이냐? 무슨 일이냐?”어린 태감이 허리를 깊이 숙였다.“구황자 전하, 방금 내각에서 전갈이 왔습니다. 서북 지방에 지룡이 일어나 피해가 막심하니, 이 사실을 서둘러 폐하께 아뢰어야 한다고 합니다.”“지룡?”소명주의 말이 정말로 들어맞았다!그렇다면 소명주의 예언대로라면, 설씨 가문의 규수가 혼인을 하사받은 뒤 머지않아 뜻밖의 변고를 당해 목숨을 잃게 될 터였다…어린 태감이 안으로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황제도 뒤따라 모습을 드러냈다.그런데 황제가 막 요광전을 나서려는 순간, 양비의 처소에서 온 태감 하나가 어디선가 급히 달려와 황제 앞에 무릎을 꿇었다.“폐하, 유 귀인께서 새로 시 한 수를 지으셨는데, 폐하께 한번 봐주시기를 청하고 계십니다.”황제는 문득 지룡에 관한 일이 본래 유 귀인이 미리 예고했던 일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우선 유 귀인의 처소로 가보자구나.”황제가 유 귀인의 처소로 향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요광전 안에서는 곧장 청자가 산산이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위원후부.안성주와 연 어멈이 죽은 뒤로 며칠 동안 민씨는 잠잠했다.단이가 웃으며 말했다.“큰 아가씨, 둘째 아가씨께서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시는데요. 후작님께서 이미 시집간 몸이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함부로 친정에 드나들지 못하게 하라고 하셨대요. 그래서 사람을 시켜 대문까지 막아두셨답니다. 둘째 아가씨께서 몇 번이나 찾아오셨는데도 끝내 후부 안에 들어오지 못하셨고요. 세자 저하와 둘째 도련님 쪽은 별다른 일 없으신데, 요즘은 오히려 명지 아가씨가 자꾸 밖으로 나다니신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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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소설아는 몸을 돌려 화초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끝내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았다.소명지는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결국 주모운의 뒤를 쫓아갔다.버드나무 골목까지 따라간 그녀는 주모운의 집 앞에서 마침내 그를 붙잡았다.“대체 왜 저를 피하시는 거예요?”처음만 해도 주모운은 소명지에게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두 사람은 서신을 주고받았고, 이따금 만나 차를 마시기도 했다.주모운은 늘 한껏 몸을 낮추며 말끝마다 소명지를 치켜세웠다. 그녀의 제멋대로인 성정은 진솔함으로, 다소 속 좁은 면모는 오히려 강직함으로 보아주었다.명색이 선비인 만큼 주모운도 제법 학식이 깊었다. 이따금 경서의 구절까지 인용해가며 소명지를 추켜세우니, 소명지는 그야말로 입이 귀에 걸릴 만큼 홀딱 빠져들고 말았다.소명지는 주모운만큼은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지기라고 여겼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요즘은 답장조차 보내지 않고, 얼굴을 보러 오지도 않았다. 마주칠 때마다 사사건건 자신을 피하기까지 했다.갑작스레 달라진 태도에 소명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결국 앞뒤 가리지 않고 길거리에서 그와 실랑이를 벌이고 만 것이었다.주모운은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아 읍을 하며, 넓은 소매로 얼굴을 가렸다.“부, 부디 저를 찾아오지 마십시오. 이 근처 이웃들이 모두 낭자를 알아보지 않습니까. 저야 사내이니 괜찮지만, 자꾸 이러시면 낭자의 명성에 누가 될까 염려됩니다.”하지만 사실 주모운은 소명지의 명성 따위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히려 그녀의 명성이 더럽혀지면 소명지도 다른 선택지가 없어져 결국 자신에게 시집올 수밖에 없을 테니,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생각했었다.어쨌든 가난한 선비의 처지로 위원후부의 적녀를 아내로 맞이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었다. 소명지에게 흠이라도 생기지 않는 한, 애초에 자신 같은 사람이 그녀와 혼인할 가능성은 희박했다.그런데 원씨 가문이 하루아침에 가산을 몰수당하자 주모운은 덜컥 겁이 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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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소명지는 규연의 손에서 소매를 홱 잡아 당겼다.“규연아, 감히 내 말에 거역할 셈이니?”규연은 그제야 마지못해 손을 놓았다. 그러고도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세 번씩 뒤를 돌아보며 방을 나섰다.문밖으로 나가기 직전, 규연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아가씨, 부디 신중하게 생각하세요.”규연이 나가고 나자 소명지는 고개를 숙인 채 손수건만 만지작거리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주 도련님, 딱 한 가지만 물을게요. 대답만 들으면 바로 돌아갈게요.”주모운이 대답했다.“낭자, 물어보시지요.”소명지는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곰팡이가 군데군데 핀 벽과 낡아빠진 침상, 시커멓게 때가 탄 책상을 차례로 훑어보았다…소명지는 이를 악물고 마음을 다잡은 뒤 입을 열었다.“그동안 지내면서, 주 도련님께선 저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생기신 적이 있나요?”“없습니다.”주모운의 대답은 단호했다. 망설임이라곤 조금도 없었다.예상과 너무나 다른 대답이었다.소명지는 주모운도 자신에게 어느 정도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다. 설령 그가 아직 자신의 마음을 깨닫지 못했다 해도, 적어도 한 번쯤은 망설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한 치의 주저도 없이 딱 잘라 말할 줄은 몰랐다.순간 소명지의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믿을 수 없어요.”주모운이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 “낭자, 듣자 하니 요즘 댁에 이런저런 일이 많다더군요. 원씨 가문 사람들도 아직 대리사에 갇혀 있다던데… 낭자께서 시간이 나신다면 가족의 일부터 좀 더 살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규연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주모운이 왜 이토록 단호하게 소명지를 밀어내는지 단번에 알아차렸을 것이다.하지만 소명지는 끝내 그 뜻을 눈치채지 못했다. 주모운의 말이 자신을 돌려보내려는 뜻이라는 것도 모른 채, 엉뚱하게 원씨 가문의 일부터 해명했다.“둘째 언니 일은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언니 말로는 형부도 곧 풀려날 거고, 원씨 가문도 머지않아 누명을 벗을 거래요.”주모운이 고개를 들었다.“정말입니까?”소명지가 고개를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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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밤이 깊어지자 지친 새들도 하나둘 둥지로 돌아갔다.추영우는 이끼가 짙게 내려앉은 담장 위에 홀로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마치 물속 깊이 가라앉은 사람처럼 고요했고, 온몸은 서늘하게 식어 있었다.그가 화친왕에 봉해졌다는 소식이 퍼지자 축하 선물이 끊임없이 들어왔다.하지만 추영우는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오히려 가슴 깊은 곳은 산골짜기 깊숙한 곳에 버려진 마른 우물처럼 텅 비고 차가웠다.생일을 이틀 앞둔 이맘때가 되면 늘 그랬다. 마치 눈앞에 거대한 적을 마주한 것처럼, 설명하기 힘든 불안과 초조함이 온몸을 짓눌렀다.황제의 아낌은 결국 형제들 사이의 권력 다툼에 자신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었고, 모친이 겉으로 보여주는 다정함 역시 황제의 총애를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부친은 무정했고, 모친은 정이 없었다.그가 태어나면서부터 의지할 곳이라곤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추영우는 종종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했다.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그의 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누구 하나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준 사람은 없었다.대체 왜일까?추영우는 진흙이 잔뜩 묻은 축축한 나뭇잎 하나를 집어 들었다. 손가락에 힘을 주자 나뭇잎은 이내 으스러져 손바닥 안에서 진흙과 뒤섞였다.그런 뒤 그는 검을 뽑았다.서늘한 검광이 번뜩이는 순간, 담장의 절반이 굉음과 함께 잘려 나갔다.하지만 부족했다.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가슴 깊은 곳에 미쳐 날뛰는 짐승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을 잠재우려면, 피를 보고 마음껏 날뛰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그때였다. 오원산은 이미 진무사 감옥에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구황자 전하의 성정이 유독 사나워졌다.감옥에서 죄인 몇 명이 목숨을 잃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문제는 이번에는 그 광기가 어디까지 번질지, 그리고 그 불똥이 어느 집안으로 튈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오원산은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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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소설아가 웃으며 말했다.“전하, 저도 알고 있답니다. 낮에는 검은 관복을 입고 계셨잖아요.”그런데 추영우는 옷만 갈아입은 게 아니었다. 목욕까지 하고 향까지 피운 모양이었다.추영우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이 여자가 감히 몰래 자신을 훔쳐보고 있었던 모양이다.소설아가 등잔에 불을 붙이자 방 안이 환해졌다. 따스한 불빛이 추영우의 수려한 얼굴을 고스란히 비추었다.붉은 옷감은 희고 매끈한 피부와 어우러져 그의 훤칠한 자태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마치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풍경도 그의 앞에서는 빛을 잃을 것만 같았다.소설아는 순간 넋을 놓고 그를 바라보았다.“전하, 붉은 옷을 입으시니 정말 잘 어울리세요.”추영우의 표정은 여전히 무덤덤했다.“네 눈에는 붉은 옷만 입으면 사내가 다 늠름해 보이나 보구나.”소설아가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그러다 문득 깨달았다.아까 자신이 둘째 오라버니에게 붉은 관복이 잘 어울린다고 칭찬했던 것을, 전하가 들었던 모양이었다.“그래도 전하가 훨씬 잘 어울리세요. 둘째 오라버니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요.”그제야 추영우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흥.”소설아가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물었다.“전하, 오늘 생신이시잖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보이세요?”기분이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그는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추영우가 애써 감정을 누르며 물었다.“내 생일을 알고는 있었느냐?”“당연히 알고 있었죠. 지난번에 전하께서 말씀해주신 뒤로 잊지 않고 있었답니다. 평생 잊지 않을 거예요.”추영우가 순간 멈칫했다.“말은 그럴듯하게 하는구나. 그런데 생일 선물을 준비한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던데.”“선물은 당연히 준비했죠.”소설아가 웃으며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으려 했다.추영우는 슬쩍 손을 피했다.“뭘 하려는 것이냐?”그는 눈꺼풀을 살짝 내리깔고, 애써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설마 네가 준비했다는 생일 선물이, 또 나를 놀리는 것이었다고 말할 셈은 아니겠지.”소설아가 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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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소설아는 미역국을 끓이고 계란도 하나 부쳤다.난생처음 해보는 요리라 그녀의 손놀림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미역국을 끓여 내긴 했지만, 모양새는 영 볼품없었다. 용비가 준비했던 소고기 고명이 잔뜩 올라간 미역국에 비하면 그야말로 천지 차이였다.하지만 추영우는 소설아가 끓인 이 미역국이 필시 아주 맛있을 거라 생각했다.음식이 완성되자 소설아는 두 손으로 그릇을 받쳐 들고 추영우 앞으로 다가갔다. “전하, 미역국의 첫 입은 제가 먹여 드릴게요.”풍습에 따르면 생일 당일 아침에 먹는 미역국의 첫 입은 보통 어른들이 먹여주곤 했다. 하지만 추영우가 미역국조차 먹지 않은 것을 보면, 그에게 음식을 먹여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음이 틀림없었다.그녀는 숟가락으로 한 숟갈 들어 올려 호호 분 다음, 추영우의 입가로 가져갔다. 추영우는 입술을 축이더니 얌전히 입을 벌려 조심스레 음식을 먹었다.그는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먹었는데, 그 모습이 제법 보기 좋았다. 소설아는 그의 입술에 시선을 둔 채 물었다. “전하, 용비 마마께서는 왜 전하께 미역국을 먹여주지 않으신 겁니까?”추영우는 음식을 삼킨 뒤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그러고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마마마께서는 병을 앓고 계신다.”소설아가 눈을 깜빡였다.“네, 무슨 병이요?”첫 입을 받아먹었으니 나머지는 스스로 먹을 수 있었다. 추영우는 그릇을 건네받아 숟가락으로 휘휘 저었다. “너는 어찌하여 내 일에 이토록 관심이 많은 것이냐?”“전하는 저와 평생 손을 맞잡고 살아갈 분이시니까요. 그래서 전 전하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소설아는 아주 자연스럽게 애정을 표현했다. “전하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요.”국을 휘휘 젓던 추영우의 손이 멈칫하더니, 그의 얼굴이 조금 더 붉어졌다.“황제에 대한 그분의 사랑은, 일종의 병적인 집착이다.”그가 보기에 용비는 마치 영혼 없는 껍데기 같았다. 그녀가 살아가는 목적은 오로지 황제의 사랑을 얻기 위함뿐이었다. 황제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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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소설아는 온몸이 날아갈 듯 상쾌했다.어젯밤, 추영우는 황제께서 직접 혼처를 정해주실 거라 알려주었다. 그는 그녀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자신이 해결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두 사람이 혼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이었고, 용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구황자 전하가 그녀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엄청난 발전이었다.구황자 전하는 깊은 설산 속에 오랜 세월 묻혀 있던 얼음덩어리 같았다. 차갑고 단단해서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동상에 걸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 그 얼음이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소설아는 그 어느 때보다 상쾌한 기분으로 말했다. “옷을 갈아입혀 다오. 부인께 가야겠다.”민씨는 아침 일찍부터 작은 법당에 무릎을 꿇고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연 어멈이 죽고 소명주도 들어오지 못하니, 바깥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 민씨는 속으로 불안하고 두려웠다.그녀는 방석 위에 꿇어앉아 작은 소리로 불경을 외웠다. 처음 배운 경전을 다 외우고 나자, 이번에는 좀 더 어려운 경전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해서 읊조린 후 눈을 뜨자, 곁에 서서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소설아가 보였다.민씨는 알 수 없는 긴장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소설아, 너, 네가 여기서 뭣 하는 게냐?”소설아는 다소곳한 걸음걸이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부인, 저도 불공을 드리러 왔습니다.”불상 앞으로 다가간 소설아는 왼손으로 향 세 개를 뽑아 부시로 불을 붙인 뒤, 두 손으로 향을 쥐고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녀는 장엄한 모습의 불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부인, 안성주가 후부에서 죽었으니 안 태감이 부인께 복수하려 한다고 합니다.”민씨는 하마터면 방석에서 굴러떨어질 만큼 크게 놀랐다.“너,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안성주는 분명 네가 죽였지 않느냐!”민씨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이 살인마 같은 년! 사람을 죽여놓고 부처님 앞에서 감히 거짓말을 해? 천벌이 두렵지도 않으냐!”민씨는 두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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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민씨는 소명주의 손을 꼭 붙잡은 채,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명주야,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소설아에게 제 몸에 상처까지 내 가며 약을 달이게 하는 건 꽤 괜찮은 방법이었다. 설령 그것만으로 소설아의 목숨을 빼앗을 수는 없더라도, 녀석의 마음을 더럽히고 한동안 꽤나 괴롭게 만들 수 있을 터였다.제 몸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약을 마련하는 일이 어디 쉬운가.민씨는 벌써 그 뒤에 벌어질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소설아가 제 몸을 상하게 해가며 정성껏 달여 온 약을 눈앞에서 모조리 쏟아버리고, 그걸 개에게 먹여버리는 것이다.사람을 죽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번에는 그 정성까지 철저히 짓밟아버릴 작정이었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민씨는 밀려드는 흥분을 좀처럼 가라앉힐 수 없었다.소명주는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우선 명지부터 불러오는 게 좋겠습니다.”어머니의 병을 낫게 하려면 자식들 모두가 제 몸을 희생해야 했다. 큰 오라버니와 둘째 오라버니 쪽은 설득하기 어렵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집안에서 유독 소명지만 조금 둔하고 어리숙한 편이었으니, 훗날 제 속내가 드러나지 않도록 미리 일러둘 필요가 있었다.민씨가 사람을 보내 소명지를 불러오게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소명지의 처소에는 아무도 없다는 보고가 돌아왔다.“명지는 또 어디로 갔느냐?”“소인은 알지 못합니다. 셋째 아가씨께서 요 며칠 자주 외출하셨는데, 늘 규연이만 데리고 나가셨습니다. 어디로 가시는지는 저희에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민씨의 마음 한구석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그동안 집안에 크고 작은 일이 끊이지 않았던 탓에, 민씨는 제 앞가림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그러니 소명지에게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곰곰이 떠올려보니, 전생에도 바로 이맘때쯤 소명지는 어느 가난한 선비와 인연을 맺고는 그에게 시집가겠다며 한바탕 소동을 벌였었다.그때 소설아가 나서서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고, 훗날에는 소명지에게 더 나은 혼처를 마련해 주었다.그제야 민씨는 다급하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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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소명주가 말을 이었다.“어머니, 우리 위원후부는 반드시 다시 일어설 거예요. 가문을 다시 일으키는 데 명지의 혼사까지 희생할 필요는 없어요. 명지는 그저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시집가서 평범하고 편안하게 한평생을 살면 돼요. 지체 높은 명문가에 시집가면 겉으로야 화려하고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겠지요. 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다툼을 명지처럼 순진한 아이가 어떻게 견뎌내겠어요?”전생에 소명지는 보국공부로 시집갔다.그곳에서는 위로 손윗동서 넷에게 눌려 지냈고, 남편의 마음 한구석에는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첫사랑까지 있었다.눈치 빠르고 싹싹한 성격도 아니었던 탓에 남편의 총애를 얻기는커녕 시어머니의 사랑도 받지 못했다. 매일같이 눈물로 세월을 보내며 속절없이 시들어갔다.그럴 바에는 차라리 자신보다 격이 낮은 집안에 시집가는 편이 나았다.적어도 그랬다면, 평생의 행복까지 내어주지는 않았을 테니까.겉으로 보기에는 그리 번듯한 집안이 아니더라도, 위원후부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는 이상 그 가난한 선비가 감히 동생을 업신여기지는 못할 터였다. 게다가 동생의 혼수도 넉넉하게 마련될 테니, 시어머니라고 해서 함부로 트집을 잡거나 억지를 부리기는 어려울 것이다.집안 살림 역시 동생 뜻대로 꾸려갈 수 있을 테니, 하루하루가 편안하고 순탄할 터였다.그러니 이번 생에는 명지가 조금 용기를 내어, 자기 행복을 스스로 좇게 해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어머니, 명지를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곰곰이 생각해보시면 제 말도 틀리지 않잖아요? 명지야, 언니는 네가 행복해지길 바랄게.”소명지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더니, 금세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명주 언니… 언니는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거예요… 흐윽.”사실 소명지도 주모운의 집안 형편이 내세울 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그저 그가 진사에 급제하리라는 기대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었을 뿐이었다.그런데 명주 언니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두둔하고 나서줄 줄이야.명주 언니의 말에는 무게가 있었다. 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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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원통 대사가 소설아를 바라보며 엄숙하게 물었다.“부인의 병을 고치려면 자식이 제 몸을 내어야 합니다. 큰 아가씨께서는 그리하실 수 있겠습니까?”침상에 누운 민씨의 얼굴에는 핏기 하나 없었다. 일부러 머리도 빗지 않은 채 흐트러뜨려 놓아, 병색이 짙은 모습이 몹시 초췌해 보였다.방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소설아에게 쏠렸다.소설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연주가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냈다.“설아는 그저 수양딸일 뿐인데, 설아의 몸을 상하게 한다고 해서 부인의 병을 고칠 수 있겠습니까? 듣기로 이런 방법은 친자식이 해야 효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원통 대사는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이 염불을 외웠다.“나무아미타불.”그는 손에 쥔 염주를 천천히 굴렸다. 구슬이 하나씩 맞부딪히며 일정한 소리를 냈다.“부모의 은혜는 아무리 큰 보답을 한다 해도 다 갚기 어려운 법이지요. 하물며 직접 낳은 자식도 아닌 수양 자식이라면, 길러주신 은혜가 얼마나 깊겠습니까. 낳아준 은혜만큼이나 길러준 은혜 또한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법입니다.”원통 대사는 이름난 고승답게 경전에 담긴 이치를 몇 마디 풀어내는 것만으로 이연주의 입을 단번에 막아버렸다.소씨 가문 가주는 수염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원통 대사께서는 경전에 밝으신 분이니, 과연 말씀이 지당하십니다.”채 부인도 얼른 거들었다.“대사님의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후작 부인이 아니셨다면 설아가 어찌 되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자유국에서는 여자아이들이 자라면 노비로 팔려가거나 기방으로 흘러가는 일이 허다하니, 심지어는…”뒷말이 너무나 잔인했던 탓에, 채 부인은 운만 떼어놓고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심한 경우에는 어린 나이에 고관대작의 노리개로 팔려가, 지금껏 살아남지도 못했을 터였다.원통 대사를 모셔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채 부인이었다. 서북 지방의 지진 사태를 계기로 채여진이 다시 황제의 총애를 얻자, 채씨 가문은 지금 온 힘을 다해 소명주를 밀어주고 있었다.채 부인은 잠시 말을 고르다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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