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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Author: 청연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소설아는 온몸이 날아갈 듯 상쾌했다.

어젯밤, 추영우는 황제께서 직접 혼처를 정해주실 거라 알려주었다. 그는 그녀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자신이 해결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두 사람이 혼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이었고, 용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구황자 전하가 그녀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엄청난 발전이었다.

구황자 전하는 깊은 설산 속에 오랜 세월 묻혀 있던 얼음덩어리 같았다. 차갑고 단단해서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동상에 걸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 그 얼음이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소설아는 그 어느 때보다 상쾌한 기분으로 말했다.

“옷을 갈아입혀 다오. 부인께 가야겠다.”

민씨는 아침 일찍부터 작은 법당에 무릎을 꿇고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연 어멈이 죽고 소명주도 들어오지 못하니, 바깥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 민씨는 속으로 불안하고 두려웠다.

그녀는 방석 위에 꿇어앉아 작은 소리로 불경을 외웠다. 처음 배운 경전을 다 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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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752화

    민씨가 시집가기 전, 그녀의 어머니는 거금을 들여 당대에 이름을 떨치던 화공을 불러 가족사진이나 다름없는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화공의 솜씨는 실로 뛰어나 그림 속 인물들이 금방이라도 걸어 나올 듯 생생했다. 민씨는 그림 위를 손으로 천천히 쓸어내리며,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이 그림은 어쩌자고 가져온 것이냐?”조 어멈은 갑자기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마님, 이 몸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마님의 허락도 없이 감히 명주 아가씨의 출생에 대해 알아보고 다녔나이다.”민씨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소명주의 출생에 대해서는 오직 방 어멈만이 얼마간 알고 있을 뿐이었다.조 어멈은 나중에 발탁된 이였으니, 민씨와 안호연의 관계는 혹시 알지 몰라도 명주가 자신과 안호연 사이의 애정의 결실이라는 사실까지는 알지 못할 터였다.민씨는 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 일이라면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조 어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마님…”마님께서 알고 계신다고? 알고 계시면서 어째서 소명주에게 그토록 잘해주신단 말인가?소명주는 저 여씨의 친딸이 아닌가!필시 무슨 오해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조 어멈은 이대로 물러설 수 없어 입을 더 열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꽃병 하나가 머리 뒤통수로 날아들었다. 조 어멈은 단 한 마디도 내뱉지 못한 채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조 어멈을 기절시킨 사람은 다름 아닌 소명주였다.소명주는 위원후부로 돌아가지 않고 민씨의 방 안쪽에 마련된 사창 뒤 병풍 방에 누워 자고 있었던 것이다.조 어멈과 민씨가 나누는 대화를 소명주는 하나도 빠짐없이 듣고 있었다.손에 꽃병을 든 소명주는 눈꺼풀을 경련하듯 파르르 떨었다.“명주야, 네가 어째서…?”민씨가 놀라움에 찬 눈으로 소명주를 바라보았다.소명주의 눈가가 실룩였고, 심장은 방망이질하듯 거세게 뛰었다.“어머니, 이 년이 우리의 비밀을 알고 있어요. 절대로 살려 둬서는 안 돼요.”소명주의 몸이 심하게 떨렸다. 얼굴에는 두려움과 불안이 뒤섞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751화

    조 어멈은 그림을 들고 곧장 안정후부로 돌아가는 대신, 먼저 윤녕을 찾아갔다.윤녕은 아직 상복을 입고 있었다. 거친 베옷에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이었지만, 그림 속 민씨의 젊은 시절 모습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윤녕은 조 어멈을 반기지 않았다. 조 어멈이 민씨의 곁을 지키던 사람이었으며, 예전에 자신을 때린 적도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여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저는 이미 위원후부를 나왔으니, 위원후부와는 이제 아무런 연고도 없습니다.”조 어멈은 품에서 초상화를 꺼내 윤녕 앞에 펼쳐 보였다.“보십시오. 젊은 시절 우리 마님과 어쩌면 이리도 똑같이 생기셨습니까?”윤녕은 얼굴빛이 확 변하더니 조 어멈을 밖으로 밀쳐내고는 ‘쾅’ 소리가 나도록 문을 닫아걸었다.조 어멈은 속으로 윤녕이 무언가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확신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뜻밖의 말을 들었을 때 의아해하며 몇 마디쯤 물어보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윤녕의 반응은 지나치게 예민했고, 노골적인 거부감마저 드러내고 있었다.“문 좀 열어보세요! 아가씨도 모든 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왕 부인이 사실은 그 시절 아이를 안고 도망쳤던 유모라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조 어멈은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아가씨가 마님의 친딸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째서 친부모를 알아보지 않으시는 겁니까? 어째서 친정을 찾으려 하지 않는 거냐고요!”문 너머에서 윤녕의 차가운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오해하지 마십시오. 제가 문을 닫은 건 그저 위원후부와 더는 어떤 인연도 맺고 싶지 않아서일 뿐입니다. 조 어멈, 그만 돌아가십시오. 제 문 앞에서 헛소리하지 마세요. 저는 절대 문을 열어드리지 않을 겁니다.”조 어멈은 한참 동안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더 이상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씁쓸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조 어멈의 머릿속은 온통 의문으로 가득 찼다. 윤녕은 어째서 자신의 출생에 얽힌 비밀을 알고 있으면서도 친정을 찾지 않는 것일까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750화

    주백가와 평국공은 원수지간이었다.주 어사와 평국공 부인 최씨는 본래 소꿉친구였다. 원래 주씨 가문에서는 주 어사가 과거에 급제하면 최씨 가문에 혼인을 청하기로 약속했으나, 평국공이 한발 앞서 그녀를 채어갔던 것이다. 아내를 빼앗긴 원한이었으니, 주 어사가 평생토록 잊지 못할 만도 했다.설씨 가문의 추태를 알게 된 주 어사는 곧바로 조정에서 탄핵 상소를 올렸다.평국공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이 일은 분명 눌러두었을 텐데, 대체 누가 소문을 퍼뜨린 거지?'서경수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몸을 돌려 곁에 서 있던 추영우를 바라보았다.추영우의 눈동자는 어둡게 침착할 뿐,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배율승은 두 사람을 힐끗 흘겨보더니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평국공이 앞으로 나서며 아뢰었다. “폐하, 이번 일은 오해입니다. 현정이가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으니 곧 나을 것입니다.”하지만 주 어사는 끈질기게 물러서지 않았다. “평국공, 도대체 어떤 오해를 해야 불임약을 잘못 먹을 수 있단 말입니까?!”평국공이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주 대인, 이는 우리 평국공부의 집안일입니다! 어찌 국공부의 집안일마저 참견하려 하십니까?”주 어사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평국공, 이것이 어찌 황실과 관련된 일이자 설씨 가문의 집안일뿐이겠습니까? 이미 설씨 가문에서 태자빈을 배출해 놓고, 또다시 화친왕비의 자리까지 독차지하려 하다니… 대인 눈에는 폐하가 우습게 보이십니까!”평국공이 쏘아붙였다. “현정이가 화친왕 전하와 혼인하는 것은 태후 마마와 폐하의 뜻이십니다.”주 어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태후 마마 역시 설씨 가문 사람이 아닙니까! 설씨 가문은 화친왕께서 대가 끊기기를 바라는 모양입니다. 보낼 거라면 차라리 몸이 멀쩡한 규수를 보낼 것이지, 품덕에 흠이 있고 아이마저 낳지 못하는 여자를 보내다니… 대인의 속내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평국공이 콧방귀를 뀌었다. “화친왕 전하와 폐하께서도 아무 말씀이 없으신데, 주 대인이 왜 나서서 이렇듯 흥분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749화

    민씨는 소명지가 정말 구제불능이라고 생각했다. 화친왕의 측비 자리는 마다하면서 기껏해야 가난한 유생에 불과한 사내에게 시집을 가겠다니. 게다가 그 유생과는 혼인 예물인 사주단자조차 교환하지 않고 말로만 혼약을 맺었을 뿐이었다.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 혼인을 깨더라도 파혼이라 부를 수조차 없는, 허울뿐인 약속이었다.“그 주 유생이 네게 무슨 몹쓸 홀림수라도 쓴 게냐! 친왕의 측비 자리까지 마다하다니! 그걸 또 소설아에게 양보해?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냐?!”깜짝 놀란 소명지는 소명주의 뒤로 숨어 덜덜 떨었다.민씨는 속이 타들어 가다 못해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위원후의 피를 이어받아서 그런가. 결함투성이에다 어떻게 가르쳐도 바로잡을 수가 없구나.’옆에서 지켜보던 소명주가 민씨를 달랬다.“어머니, 이미 벌어진 일이니 이만 진정하세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어요.”지난 생에서 화친왕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그런 사내의 측비가 된들 무슨 영화를 누리겠는가? 어쩌면 명지가 저지른 일이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몰랐다.“어머니, 가급적이면 성인이 된 황자들과는 깊이 얽히지 않는 게 좋아요. 다음 황제가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잖아요.”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민씨가 소명주를 바라보며 말했다.“명주야, 역시 네가 영리하구나. 내가 잠시 눈이 멀었었어. 측비라는 말에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구나.”역시 자신의 깊은 뜻을 헤아려 주는 건 딸 명주뿐이었다. 과연 안호연의 자식다웠다.민씨는 소명주를 품에 꼭 끌어안고 다독였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명주가 딸이라는 사실이었다. 명주가 사내아이로 태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내아이였다면 어떻게든 손을 써서 안정후부의 작위를 물려받게 했을 텐데, 참으로 애석한 일이었다.잠시 후, 소설아가 보낸 향료가 도착했다.민씨는 향료를 집어 들어 허공에 가볍게 뿌려 보았다. 안개처럼 흩어진 향료에서 은은하고 상쾌한 향기가 퍼져 나왔다.“향이 정말 좋구나!”소설아가 정말로 사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748화

    “현정아, 그래도 여전히 화친왕에게 시집가겠느냐?”설현정이 단호하게 대답했다.“태후 마마, 시집갈 것입니다. 반드시 시집가서 궁에서 돌아가신 설비 고모님의 죽음에 얽힌 진상을 밝혀내고, 고모님의 원수를 갚을 것입니다!”태후가 대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널 헛되이 키우지 않았구나.”설현정이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태후 마마, 아까 용비 마마께서 소씨 가문 큰 아가씨를 화친왕의 측비로 삼으려 했습니다만…”태후가 무심한 눈빛으로 설현정을 바라보았다.“측비란 그저 신분이 조금 더 높은 첩일 뿐이다. 네가 충분히 휘어잡을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설현정이 무언가 더 말하려 하자, 태후가 말을 끊었다.“현정아, 설씨 가문에서 네게 가르친 법도를 설마 잊은 것이냐?”황가에는 진정한 정이란 없었다. 남녀 간의 정을 결코 최우선으로 여겨서는 안 되며, 설씨 가문의 여인이라면 마땅히 가문의 이익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했다. 가문이 번성해야 개인도 평안할 수 있는 법이었다.“소씨 가문 측비가 물러난다 한들 설씨 가문이나 왕씨 가문에서 측비가 또 들어오기 마련이다. 설마 화친왕이 너 하나만 바라보고 살기를 바란 것이냐? 더군다나 소설아는 신분도 배경도 없는데, 감히 네 위로 기어오를 수 있겠느냐!”설현정은 억울함을 삼키며 입을 꾹 다물었다.가랑비가 실처럼 내려 궁궐의 기와 위로 소리 없이 스며들었다. 그사이 소씨 가문의 세 자매는 가마에 올라 궁을 나섰다.“설아 언니, 용비 마마께서 무슨 말씀을 그리 오래 하셨어요?”소명지가 물었다.소설아는 고개를 숙이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용비 마마께서 나를 화친왕 전하의 측비로 삼고 싶다고 하셨단다.”소명지는 손에 감긴 붕대를 만지작거리며 짓궂게 웃었다.“설아 언니, 내가 정혼만 하지 않았어도 그 측비 자리가 누구 차지가 되었을지 모를 일이네요.”소설아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소명지를 힐끗 보았다.“고맙다, 명지야.”오늘만큼은 정말 소명지에게 고마워해야 마땅했다. 소명지가 태자빈과 설현정의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747화

    전각 밖으로 나온 뒤에야 소명주는 비로소 소명지와 단둘이 이야기할 기회를 얻었다.“명지야, 언행을 좀 신중히 하거라. 되도록이면 입을 다물고 있으란 말이야.”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던 소명주는 마음 같아서는 바늘과 실로 소명지의 입을 꿰매 버리고 싶었다.“너 이번에 태자빈 마마를 제대로 노엽게 만들었어.”소명지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태자빈이 용비 마마보다 신분이 높은 것도 아닌데 언니는 뭐가 그리 두려우세요? 용비 마마께서 저를 예뻐해 주시니 분명 절 도와주실 거예요.”소명주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태자빈 마마의 신분이 용비 마마보다 훨씬 더 높아!”소명지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예? 태자빈 마마의 신분이 용비 마마보다 높단 말이에요?! 어머나, 그럼 이제 어쩌면 좋아요?”소명주는 이마를 짚었다. 이 어리숙한 아이는 상황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이미 일을 저질렀으니, 이제 우리는 꼼짝없이 용비 마마쪽 사람이 된 셈이야.”소명주는 이제 설현정에게 의지하려던 마음을 완전히 접었다. 먼저 다가간다 한들 설현정이 자신을 믿어 줄 리 만무했다.태자빈이 트집을 잡더라도 그저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삼황자가 즉위할 때까지만 버티면 될 일이었다…*태자빈은 설현정을 데리고 태후의 처소로 돌아왔다.“어찌 이리 일찍 돌아왔느냐?”태후가 설현정에게 손짓했다.“이번에는 용비가 너를 괴롭히지 않더냐?”설현정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태후 마마께서 보살펴 주신 덕분에 용비 마마께서 제게 무척 잘 대해 주셨습니다. 다만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들고양이 한 마리가 용비 마마의 얼굴을 할퀴고 말았습니다.”태후가 눈을 가늘게 떴다.“오, 후궁에 들고양이가 돌아다닌단 말이냐? 상처는 얼마나 심하더냐?”설현정은 아쉽다는 듯 턱 아래에 손가락 하나 길이만큼의 거리를 가늠해 보이며 웃었다.“이쯤에 손가락 하나 길이 정도의 상처가 났습니다.”태후가 말했다.“상처가 그리 깊지 않다니 다행이구나. 참, 원 상궁은 어디 있느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6화

    민씨는 소명주의 명예를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원태준과의 혼사는 소설아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춘경원에서 나오자, 소명주가 소설아를 불러 세웠다."언니."소명주가 한 걸음 다가서며 탐색하는 눈빛으로 소설아를 바라보았다."언니, 태준 오라버니를 마음에 들어 하더니, 어찌 그리 쉽게 포기하시는 겁니까? 설마 화가 나서 하는 말은 아니겠지요?"그녀는 소설아 역시 회귀한 것이 아닐까 의심했다.지난 생에서 소설아는 이 혼담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겼었다. 원태준의 어머니가 소설아를 극도로 싫어함에도 소설아는 기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5화

    소명준은 왕 태의 댁에서 한 시진 넘게 기다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너희 하인들은 대체 어떻게 된 거냐? 감히 본 세자를 이렇게 홀대하다니!"어린 하녀가 깍듯하게 대꾸했다."세자 저하, 저희 주인님께서는 오늘 시간이 없으셔서 손님을 받지 않으십니다."소명준이 욕설을 내뱉었다."정말 예의라곤 없구나. 본 세자 앞에서 감히 '노비'라 자칭하지도 않고 예의를 밥 말아 먹었느냐!"하녀가 코웃음을 쳤다."공자님이 대체 누구신데요?"소명준은 모욕감을 느꼈다."나는 위원후부 세자 소명준이다!"하녀가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화

    대청에서 나온 소설아는 거처를 새로 옮겼다.그 연놈이 더럽힌 곳에는 단 한 발자국도 들여놓고 싶지 않았다.이 후부도 이제는 더는 머물 곳이 못 되었다. 하지만 조정의 법도상 여인은 홀로 호적을 가질 수 없으니, 혼인도 하지 않은 몸으로 그녀가 갈 수 있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후부를 떠나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야 했다.소설아가 하녀들을 시켜 이삿짐을 옮기게 하고, 거처를 옮긴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 소명주의 시녀가 찾아왔다. "큰 아가씨, 둘째 아가씨께서 노비를 보내 물어보라 하셨습니다. 아가씨께서 이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3화

    "소명주,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나 있느냐?!"민씨는 염주를 쥔 손끝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주었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소명주는 민씨의 표정에 겁을 먹었다."어머니, 제 설명을 들어보십시오…"민씨는 무의식적으로 소설아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으나 허공만을 휘저었다.미간을 살짝 찌푸린 민씨는 소설아가 오늘따라 왜 저러나 싶었다.'후부의 세자가 기녀를 아내로 맞겠다는데, 이토록 큰일 앞에서 소설아가 이토록 침착하다니?''가장 격렬하게 반대해야 할 사람은 바로 소설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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