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561 - チャプター 570

748 チャプター

제561화

“그럼요, 틀림없이 그럴 겁니다.”명동이는 둘째 집안의 장남이었기에, 둘째 집안사람들이 가장 먼저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노부인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애초에 그녀가 선대 후작을 힘겹게 설득하여 작위를 둘째 집안에 물려주도록 판을 짜놓았건만, 안호연 그 괘씸한 놈이 뒤통수를 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남몰래 연화 군주에게 줄을 대어 그녀의 입에 들어온 고기를 쏙 빼앗아 가버린 것이다. 하지만 돌고 돌아 이렇게 연화 군주를 역이용해 다시 작위를 되찾아 올 줄은 그놈도 짐작조차 못 했으리라.셋째 부인이 나섰다. “어머니, 둘째 도련님 댁만 너무 챙기지 마세요. 우리 윤이도 이제 혼인할 나이가 되지 않았습니까.”노부인이 대답했다. “다 같이 나서면 될 일 아니냐. 수양딸이 둘이나 있지 않으냐?”“월하 그 계집애는 매번 우리를 경계해서 통 곁을 내주지 않습니다.”“그럼 먼저 소설아에게 접근해 보거라. 소설아는 장사에 능하다고 들었다. 온몸에 돈 냄새를 풍기는 천한 장사치 신분이니, 적당히 겁을 주고 재물로 구슬리면 넘어오지 않겠느냐.”*소명주는 억울하고 분해서 미칠 지경이었다.대청에서 나오자마자 그녀는 민씨의 소매를 끌어당기며 불만을 토로했다. “어머니, 군주 마마께서 어째 사람 보는 눈이 그리 없으신지 모르겠어요! 저처럼 살갑고 싹싹한 딸은 놔두고, 하필 소설아 그 천박한 년을 수양딸로 거두시다니요!”민씨는 그녀를 다독이며 말했다. “괜찮다.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몰라. 양아버지를 모시게 되었으니 앞으로 은밀히 소식을 주고받기도 훨씬 수월할 테고, 네 양아버지가 널 섭섭하게 대하진 않을 게다.”소명주는 코를 훌쩍였다. “어쩔 수 없지요.”그러고는 억울한 듯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워 죽겠어요. 군주 마마께는 보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텐데, 저는 구경조차 못 하게 생겼잖아요.”“걱정 마라. 군주 마마처럼 정에 약한 여인은 네 양아버지 말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법이란다. 네 양아버지가 몇 마디 달콤한 말로 구슬리기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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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아, 그런 거였군.”더는 볼 만한 일이 없자, 구경하던 사람들도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명씨가 물었다. “네 말은, 안 대인만 양아버지로 모시게 되었다는 거냐?”소명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머님.”명씨는 대놓고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연화 군주는 황실의 군주였다. 듣자 하니 황제 폐하 앞에서도 발언권이 있는 분이라고 했다. 안 대인도 나쁘지는 않지만, 연화 군주에 비하면 아무래도 격이 떨어졌다.“네 아버님 일은 군주 마마께서 도와주신다더냐, 아니더냐?”소명주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어머님, 아버님 일은 돌아가서 다시 말씀드릴게요.”진채린이 한숨을 내쉬며 거들었다. “부인, 보아하니 군주 마마께서는 도와줄 맘이 없으신가 봅니다. 우리 같은 두부 장수들도 두부를 많이 사면 한 모 더 얹어주기 마련인데, 군주 마마께서는 이렇게 거창하게 수양딸 들이는 연회를 여시고 소씨 가문 큰 아가씨만 수양딸로 들이셨지 않습니까. 부인은 끼워주지도 않았단 말이죠. 발가락으로 생각해 봐도 군주 마마께서 소 부인을 얼마나 꺼리시는지 알 수 있겠습니다.”소명주는 미간을 찌푸렸다.“수양딸을 들이는 일을 어떻게 두부 파는 것에 비유해?!”명심은 슬그머니 다가와 소명주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언니, 계속 집에 안 가시면 채린이가 오라버니를 침상까지 모실지도 몰라요.”소명주는 명심을 흘겨보았다. 이간질을 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진채린이 더 꼴 보기 싫은 건 사실이었다.“여기 서 있지 말고 빨리 화청으로 가요. 내로라하는 가문의 부인들과 아가씨들이 다 모였어요.”*화청 안에는 명문가의 부인과 규수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오늘 연회의 주인공은 소설아와 소명주였고, 연화 군주는 두 사람을 사람들에게 소개했다.물론 사람들의 관심은 대부분 소설아에게 쏠렸고, 소명주는 그저 덤처럼 따라붙는 정도였다.이런 연회에 참석할 수 있는 부인과 규수들은 하나같이 눈치가 빠른 이들이었다.호칭만 들어도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지 금세 알아차렸다. 소설아는 연화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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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소설아는 평국공 부인이 민씨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자 무슨 일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단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큰 아가씨, 평국공 부인과 민씨가 아주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계세요. 틀림없이 아가씨의 혼사 이야기일 거예요.”소설아는 단정한 미소를 띤 채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했다.단이는 점점 조급해졌다.“큰 아가씨, 정말 아무렇지도 않으세요? 민씨가 혼사를 받아들이면 후작님께서도 반대하지 않으실 텐데요. 연준 도련님이 어떤 사람인지는 아가씨도 아시잖아요. 설씨 가문도 겉보기와는 달라요. 명문가라고는 하지만, 한번 들어가면 온갖 고생을 다 겪게 될 텐데… 잘못 시집갔다가는 평생 빠져나오지도 못할 거예요.”소설아는 단이를 데리고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와 매화가 잔뜩 피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걱정 말거라. 부인은 절대 동의하지 않을 테니까. 부인은 내가 잘되는 꼴을 죽어도 못 보는 사람이잖니.”단이가 말했다. “평국공 부인도 딱 보아하니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한데, 부인께서 오히려 반길까 봐 겁나요.”소설아는 매화 몇 송이를 꺾었다. 손끝에는 이내 은은한 매화 향이 배어들었다.“부인은 평국공 부인이 무슨 속셈으로 그러는지 모르잖아.”민씨는 눈앞의 이익만 좇는 얕은 사람이라, 국공부에서 혼담이 들어왔다는 말만 들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 것이 분명했다. 설령 그곳이 불구덩이라고 일러준들, 민씨의 눈에는 온갖 장식으로 치장하고 금테까지 두른 화려한 곳으로 보일 터였다.그러니 민씨가 소설아를 그 안으로 밀어 넣기는커녕, 기를 쓰고 막아설 것은 뻔한 일이었다.단이는 손뼉을 쳤다. “아, 그렇군요! 그럼 평국공 부인이 어떻게 되는지 구경하러 가시죠.”소설아가 미소를 지었다.“가는 김에 불씨도 하나 던져주고. 부인이 마음을 바꾸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아둬야지.”“큰아가씨는 정말 머리가 좋으세요!”그때까지도 평국공 부인은 민씨를 붙잡고 열심히 설득하고 있었지만, 민씨는 좀처럼 마음을 돌릴 기색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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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하지만 민씨는 여전히 확답을 주지 않았다.평국공 부인은 소설아를 담담하게 바라보았다.이목구비가 참으로 출중하고, 피부도 눈으로 빚어낸 듯 매끄럽고 하얬다. 그녀가 다가오자 처마 밑에 피어 있던 수선화마저 빛을 잃을 정도였다.그러나 평국공 부인은 그녀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보잘것없는 집안 출신이라 그런지 말하는 데 법도가 전혀 없었다.하지만 차라리 잘 된 일일지도 몰랐다. 예의범절을 모를수록 휘두르기 쉬운 법이니까. 효도라는 거창한 명분을 씌워 누르면 평생 기 한번 못 펴고 살게 만들 수 있었다.“부인과 평국공 부인,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누시길래 분위기가 이리 험악한가요?”소설아는 걱정이라도 되는 듯 얌전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이 오히려 설현정의 속을 더 뒤집어 놓았다.민씨는 입꼬리를 경련하듯 떨며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소설아가 이렇듯 단도직입적으로 나오자, 평국공 부인 역시 더는 숨기지 않았다. 그녀는 오만한 눈빛으로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큰 아가씨의 혼사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이었답니다.”보통 자신의 혼사가 주제로 올라오면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을 붉히며 자리를 피하기 마련이었지만, 소설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바짝 다가가 물었다.“어느 집안 이야기인가요?”평국공 부인이 답했다.“설씨 가문의 세자 연준이의 혼사를 논하고 있었습니다.”“그럼 제가 시집가면 평국공 세자빈이 되는 거네요.”소설아는 적당히 기뻐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고는 곧장 민씨를 바라보며 물었다.“부인, 정말 좋은 혼사네요! 받아들이셨나요?”민씨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어색하게 웃었다.“아, 아직 승낙하지 않았다.”소설아는 기다렸다는 듯 다시 물었다.“부인, 어째서 승낙하지 않으세요? 어서 승낙하세요. 평국공 부인께서 마음을 바꾸실까 무섭네요.”소설아가 이렇게 난리를 치자, 민씨는 더더욱 승낙할 수 없게 되었다.“너의 혼사는 부군께서 결정하실 일이다. 게다가 군주 마마께도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 나 혼자 어찌 이 중대한 일을 결정하겠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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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소설아는 말을 마치고 단이를 데리고 뒤돌아섰다.몇 걸음쯤 옮긴 뒤 단이가 뒤를 돌아보니, 설현정은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머리에 꽂은 금비녀도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이리저리 흔들렸다.단이가 입을 가리고 킥킥 웃으며 말했다.“큰아가씨, 설 아가씨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에요. 평국공부의 규수들이 하나같이 얌전하고 침착하다더니, 그 말은 누가 지어낸 건지 모르겠어요. 저는 설 아가씨를 볼 때마다 어딘가 좀 허술해 보이던데요.”소설아도 그 말이 우스워 고개를 돌렸다가, 마침 길길이 날뛰고 있는 설현정의 모습을 발견했다.소설아의 시선이 닿자 설현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곧바로 자세를 가다듬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순간, 허공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잠시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은 이내 시선을 거두고 각자의 길을 갔다.*바깥은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고 있었기에 소설아는 다시 화청으로 돌아왔다.화청 안에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친분이 있는 부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고, 규수들은 투호를 즐기거나 꽃점을 치고,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는 등 저마다 흥겹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소설아가 화청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누군가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설아 언니, 이쪽이에요.”그녀를 부른 사람은 민영하였다. 오늘따라 유난히 화사하게 차려입은 민영하는 두 볼이 발그레했고, 눈망울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고마워요, 설아 언니. 혼사가 거의 성사됐어요.”민영하는 한 걸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소설아가 보국공 부인을 찾아가 민씨 가문에서 보국공부와 혼인을 맺고 싶어 한다는 뜻을 전했던 것이다.민씨 가문은 비록 대대로 이름난 명문가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번듯한 관료 집안이었다. 민영하 역시 관료 집안의 규수였으니, 보국공부와 혼인을 맺는다 해도 체면이 깎일 일은 없었다.더구나 보국공은 병부상서였고, 민영하의 아버지 역시 병부에서 벼슬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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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소명주는 매섭게 진채린을 노려보더니, 그녀를 확 밀쳐냈다. “너처럼 두부나 파는 사람이 왜 이렇게 툭하면 남의 품에 파고들어? 체면 좀 지킬 줄 모르니?”소명지도 덩달아 비웃으며 한마디 거들었다.“정말 뻔뻔하기도 하네! 형부가 목숨까지 구해줬으면 고마워할 줄 알아야지. 그런데 은혜를 빌미로 형부 집에 눌러앉아서 나가지도 않겠다니? 두부나 파는 천것 주제에 정말 염치도 없구나!”“저희 집이 두부를 팔긴 해도 엄연한 양민인데, 소 부인께 이런 모욕까지 당할 이유는 없지요. 제 결백을 잃느니 차라리 두부판에 머리를 박고 죽는 게 낫겠어요.”진채린은 손가락을 가지런히 오므려 가슴께에 가져다 대고는, 소명지의 팔을 붙잡은 채 훌쩍훌쩍 울먹였다. 금방이라도 소명지와 함께 목숨을 끊을 기세였다.“차라리 절 죽이세요…!”“이거 놔!”두 사람이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어느새 주변의 시선이 하나둘 그쪽으로 쏠렸다.오늘 연회에 모인 이들은 하나같이 명문가의 규수들이었다. 그런 자리에서 소명지와 진채린이 서로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은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볼썽사나웠다.그런데 하필 민영서가 옆에서 슬쩍 부채질을 했다.“명주 언니네 첩실이랑 동생이 장난을 치나 봐요. 호호호.”한 규수가 의아한 듯 물었다.“소 부인은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 어째서 집안 첩실까지 데리고 오신 거예요?”“그러니 군주 마마께서 수양딸로 들이지 않으신 것도 당연하지. 예의범절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잖아.”“역시 설아 아가씨가 훨씬 단정하고 점잖아.”“그러게. 저 붉은 보석도 설아 아가씨처럼 기품 있는 사람이 하고 있으니 훨씬 빛나잖아.”민영하가 소명주 쪽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명주 언니, 저기 있는 아가씨들이 언니더러 온통 흰옷을 차려입은 꼴이 꼭 목매달아 죽은 귀신 같대요.”소명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진채린과 소명지의 실랑이가 점점 거칠어지자, 소설아가 무심한 듯 입을 열었다.“명주야, 네 첩실 단속 좀 잘하거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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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자리를 바꾼 소명지는 오윤녕과 마주 보고 앉게 되었다.소명지는 줄곧 원망 섞인 눈빛으로 오윤녕을 노려보았다. 그 가시 돋친 시선에 좌불안석이던 오윤녕은 아예 바람이나 쐴 겸 혼자 밖으로 빠져나왔다.화원을 거닐던 그녀는 문득 등 뒤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따라붙는 것을 느꼈다. 기둥 뒤에 숨어 살짝 고개를 내밀어 보니, 멀지 않은 곳에 주모운이 서서 이쪽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깜짝 놀란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무작정 앞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주모운이 기어코 그 뒤를 따라올 줄이야. 당황한 오윤녕의 걸음이 더욱 빨라졌다.주모운은 보면 볼수록 저 뒷모습이 꼭 오윤녕 같다고 생각했다. 특히 고개를 푹 숙이고 발끝만 바라보며 빠르게 걸을 때 언뜻 드러나는 새하얀 목덜미가 영락없이 그녀였다. 주모운은 곧장 발걸음을 떼어 그 뒤를 쫓았다.하지만 여인은 걸음이 무척 빨랐다. 회랑을 지나 언덕 너머로 모습을 감추자 뒷모습조차 제대로 볼 수 없게 되었다. 주모운은 마음이 다급해져 저도 모르게 걸음을 재촉했다.그가 막 회랑을 지났을 때, 누군가 그를 불러 세웠다.“주 도련님.”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보니, 등 뒤에 소명지가 서서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소 아가씨.”주모운은 몸을 돌려 소명지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소명지는 오늘 참으로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오윤녕의 뒤를 밟아 나온 참이었다. 혼자 있는 틈을 타 그 버릇없는 천것에게 본때를 보여줄 작정이었는데, 뜻밖에도 정혼자와 마주치게 된 것이다.“모운, 누굴 찾고 계셨나요?”소명지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나직하게 물었다.“소 아가씨, 세자 저하와 둘째 형님을 찾고 있었습니다.”밖에서 나누는 대화라 두 사람 모두 깍듯이 예의를 차리며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그런데 소 아가씨, 혹시 길을 잘못 드신 게 아닙니까? 이쪽은 남성 빈객들이 머무는 곳입니다만.”소명지가 작고 고운 뺨을 붉혔다.“어머나, 제가 길을 잘 몰라서요.”“그럼 제가 여성 빈객들이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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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하지만 오윤녕은 오히려 신경이 한껏 곤두섰다.“저, 저는 그분의 동생입니다.”“설아의 여동생이시군.”안호연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그리 긴장할 것 없습니다. 하녀를 불러 길을 안내하게 하겠습니다.”마침 앞쪽으로 하녀 하나가 지나가자, 안호연이 손짓해 그녀를 불렀다.“이 아가씨께서 길을 잃으셨다. 잘 모시며 분부를 따르거라.”하녀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네, 대인.”안호연이 오윤녕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 보십시오.”“감사합니다, 대인.”오윤녕은 하녀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아까 그가 소설아를 찾을 때만 해도 무척이나 매섭고 차가워 보였건만, 지금 보니 무척 기품 있고 온화한 사내였다. 절로 기대고 싶어질 만큼 듬직한 인상이었다.앞을 향해 걷던 오윤녕이 문득 고개를 돌려보았을 때, 안호연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그녀를 향해 잔잔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한편, 설현정은 줄곧 딴생각에 잠겨 있었다.소설아가 어찌나 얄미운지, 얼굴만 봐도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어쩜 저리도 꼴 보기가 싫을까. 가장 화가 나는 건, 몰락한 귀족 가문의 수양딸 주제에 하루아침에 연화 군주의 수양딸로 신분 상승을 했다는 점이었다.평소엔 자신에게 알랑거리던 규수들도 이제는 하나같이 소설아에게 들러붙어 비위를 맞추고 있지 않은가.홀로 앉아 씩씩대던 설현정은 곧장 월하를 찾아갔다.그런데 월하는 설현정보다도 더 우울해 보였다.“월하 아가씨, 왜 그러고 있나요? 자매가 둘이나 생겼는데 기쁘지 않은 모양이네요?”월하는 손톱으로 수선화 한 송이를 툭 꺾더니, 꽃잎을 한 장 한 장 신경질적으로 뜯어냈다.어머니가 수양딸을 들이지 않으실 줄 알았건만, 한꺼번에 둘이나 거둘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아버지는 가보나 다름없는 목걸이를 소명주에게 내어주었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소명주를 바라보던 그 눈빛! 진심으로 애지중지하는 그 다정한 눈빛은 친딸인 월하 자신조차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것이었다.“언니, 저 이제 찬밥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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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설아 아가씨, 군주 마마께서 불러오라 하셨습니다.”소설아 역시 등을 띄우러 오라는 서신을 받았다. 원래 예정에 없던 행사라기에 무슨 일인지 알아보러 가려던 참이었다.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다리를 덥석 끌어안았다.소설아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지난번에 마주쳤던 아기자기하고 곱상한 어린 남자 아이가 서 있었다.그 어린 아이는 그녀의 다리를 꼭 끌어안은 채 고개를 빤히 들고 있었다. 둥그렇고 커다란 두 눈은 보석처럼 맑고 반짝였다.어찌나 귀여운지 영락없이 강아지나 고양이 같았다.소설아는 순간 당황했지만 차마 아이를 떼어낼 수 없어 다정하게 물었다.“도련님, 길을 잃으셨나요?”아이는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듯, 그저 길고 짙은 속눈썹을 몇 번 깜빡이며 소설아를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참으로 곱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지난번 수희에게 듣기로는 부원대장군 집안의 어린 도령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라고 했다.소설아는 아이의 머리를 살며시 쓸어 넘겨주며 부드럽게 물었다.“소리가 들리지 않으십니까?”아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럼 들리기는 하는군요. 말도 할 수 있으신가요?”소설아가 아이의 보호자를 찾아주려면 누구와 함께 왔는지 물어보려던 순간이었다.아이가 갑자기 또렷하고 앳된 목소리로 힘차게 외쳤다.“어머니.”이번에는 소설아도 그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말랑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닿자, 절로 마음이 누그러질 만큼 사랑스러웠다.“도련님, 저는 도련님의 어머니가 아니랍니다. 어머니를 찾아드릴 테니 저와 함께 가시죠.”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그녀의 다리를 놓아주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소설아가 아이를 안아 들자, 아이는 품에 안긴 뒤에도 그녀를 꼭 끌어안은 팔을 풀지 않았다. 마치 손을 놓는 순간 어머니가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이 댁 도련님께서 길을 잃으신 모양입니다.”소설아는 아이를 안은 채 화청으로 들어서며 주변에 물었다.그러자 누군가 대답했다.“부원대장군이신 배 장군 댁의 도련님이십니다.”소설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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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소설아, 정말 얄미워 죽겠네.’설현정은 속으로 이를 갈면서도 겉으로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배 도련님, 저한테 오지 않을래요? 제가 예쁜 꽃도 꺾어주고, 달콤한 다과도 줄게요.”그녀는 한껏 콧소리를 섞어 다정하게 달래며 다시 아이에게 두 손을 내밀었다.그러자 배 도령은 동그란 볼을 잔뜩 찌푸리더니, 설현정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목구멍 깊은 곳에서 낮게 으르렁거렸다.“하악!”이번에는 소리가 제법 커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들을 정도였다.그럼에도 설현정은 오기가 생겨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아이에게 손을 뻗으려 했다.보다 못한 누군가가 결국 한마디 거들었다.“설 아가씨, 도련님이 싫어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이쯤 하시지요.”“맞아요. 이러다 아이가 울겠어요.”“배 도련님은 말을 못 한다면서요. 그러니 울고 싶어도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겠지요.”그 말을 들은 소설아는 재빨리 아이의 두 귀를 감싸 막고, ‘말을 못 한다’는 말을 꺼낸 규수를 서늘하게 바라보았다.“말을 함부로 하지 마세요.”그런데도 설현정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옥패를 풀어 아이의 눈앞에서 살랑살랑 흔들어 보였다.“도련님, 이 옥패는 어떠세요?”아이는 다시 목구멍 깊은 곳에서 “하악!” 하고 날카롭게 소리를 냈다. 제 영역을 침범한 상대를 쫓아내려는 새끼고양이처럼 잔뜩 날을 세운 모습이었다.소설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설 아가씨, 괜한 고집으로 망신을 자초하지 마세요. 여기서 더 억지를 부리셨다가는 다들 아가씨더러 참 낯도 두껍다고 뒤에서 흉볼 겁니다.”설현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퍼렇게 굳었다. 그녀는 애써 미소를 유지하려 이를 악물었지만, 그 순간 ‘빠직!’ 하는 소리와 함께 어금니 하나가 깨지고 말았다.잠시 후, 유모 차림의 여인이 소설아 앞에 불려왔다.“배 도련님을 모시는 유모입니다. 도련님을 돌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가씨. 장군님께서 도련님을 데리고 나가 바람도 쐬고 오라고 하셨는데, 잠깐 한눈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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