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Chapter 41 - Chapter 50

100 Chapters

제41화

소명준의 분노 섞인 얼굴을 본 소명주는 일단 안도한 뒤, 입을 벌리며 과장되게 탄성을 내뱉었다."아! 스승님을 모시는 건 큰일인데 언니는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이어 그녀가 말했다."오라버니께서 언니를 오해하신 건 아닙니까? 언니가 그렇게 몰상식한 사람은 아니잖습니까."소명준은 이를 갈며 말했다."소설아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그렇게 굴수록 난 절대 고마워하지 않을 것이다. 소설아가 네 반만큼이라도 속이 깊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저 운이 좋아 우연히 사람을 구했을 뿐이지."소명주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나도 이연주를 만났다면 구할 수 있었을 텐데, 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계기로 인맥까지 쌓았을 텐데.'이연주의 남편은 폐하의 신임을 듬뿍 받고 있었고, 이연주도 경성 귀부인들 사이에 인맥이 상당했으니, 그녀를 구했다면 반드시 좋은 관계를 맺어 두었을 것이다."오라버니는 재능이 넘치시니 명성을 얻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오라버니가 무능했다면 언니가 이 대유님의 목숨을 열 번 구했어도 제자로 받아주지 않으셨을 겁니다!"소명주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이렇게 하지요. 제가 오라버니가 스승님을 모시게 된 축하 잔치를 열어 친한 가문들을 다 초대하겠습니다.""잔치를 열어 모두가 알게 되면 언니도 더는 미루지 못하고 서둘러 오라버니를 이 대유님의 댁으로 데려갈 겁니다."소명준은 아무 말이 없었다.소설아와 화해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스승을 모시는 일이 지체되는 것에 짜증이 나던 참이었기에 소명주의 생각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했다.소설아가 자신을 빨리 데려가게 만들면서도, 자신은 소설아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명주야, 역시 네가 나를 가장 아끼는구나. 내가 나중에 진사가 되어 벼슬길에 오르면 반드시 평생 너를 지켜주마."스승을 모시게 되더라도 소설아에게는 절대 고마워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소명준에게 소설아는 그럴 가치가 없는 사람이었고, 소명주가 최고였다.소명주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서둘러 축하 잔치를 준
Read more

제42화

이른 아침부터 후부 전체가 등불을 달고 장식하며 축제 분위기로 들썩였다.소명주는 후부와 왕래가 잦은 가문들뿐만 아니라 소명준의 친구들까지 초대했다.민씨는 새 옷을 갈아입고 머리에는 온갖 장신구를 꽂아 화려하게 꾸민 채 상석에 앉아 사람들의 아부를 인자한 얼굴로 받아내고 있었다."소 세자께서 이 대유님을 스승으로 모시게 되었으니 세자 저하와 동문이 되시는 것 아닙니까? 앞날이 창창하시겠습니다!""내일이라도 소 세자께서 진사에 급제하시면 바로 관직에 오르실 테니, 부인님께서는 참으로 복도 많으십니다.""당씨 가문의 아가씨는 복도 없지, 소 세자와 파혼을 하다니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 겁니다!"민씨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별말씀을요, 운 좋게 대유님의 눈에 들어 가르침을 좀 받게 된 것뿐입니다.""부인님, 겸손해하지 마십시오. 대유님의 눈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만 명 중 하나가 나올까 말까 한 인물이라는 증거니까요." "이 잔치를 명주가 준비했다고 들었습니다. 솜씨가 대단하군요."소명주는 천배취에서 거액을 들여 잔치 음식을 주문했는데, 상 위에는 물고기 요리, 제비집, 전복은 물론이고 그야말로 산해진미가 가득 차려져 있었다.귀부인들의 칭찬을 들으며 소명주가 겸손하게 말했다."아닙니다, 다 언니에게서 배운 겁니다."그중 한 부인님이 말했다."소씨네 큰아가씨가 안살림을 맡았을 때는 이렇게 훌륭한 상차림이 없었지요.""명주가 참 야무지군요."소명주는 수줍게 미소 지었고, 머지않아 자신의 현숙함이 명문가들 사이에 널리 퍼질 것이라 확신했다.잔치는 대청에 마련되었는데 중간에 병풍을 쳐서 왼쪽은 남자, 오른쪽은 여자가 앉도록 했다.소설아가 도착했을 때 손님들은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자리는 미리 마련되어 있었는데, 상석의 왼쪽에는 민씨가, 오른쪽에는 소명주가 앉아 있었다.그녀의 자리가 하필이면 상석이었고, 누가 봐도 뻔한 속셈이었다.소명주가 먼저 다가와 맞이했다."언니, 드디어 오셨군요. 안 오시는 줄 알았습니다."
Read more

제43화

소명준은 소설아가 나중에 자신을 이 대유에게 추천해 줄 것이라 믿었고, 그는 꿀이라도 마신 듯 기분이 좋아져 겸손하게 웃었다."과찬이십니다!"누군가 물었다."소 세자, 왜 큰아가씨의 호의를 거절하신 겁니까?"소명준이 점잖게 대답했다."사람마다 뜻이 있는 법이지요. 저는 그저 지름길을 택하고 싶지 않았을 뿐입니다.""스스로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데 굳이 편법을 쓸 필요가 있겠습니까?""저는 모든 일은 사람 하기에 달렸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군자라면 마땅히 벼랑 끝의 소나무처럼 굳은 기개가 있어야지요."누군가 먼저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대청 안은 박수갈채와 온갖 찬사로 가득 찼다.소설아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그제야 유유히 자리에 앉았고, 마치 바둑판 위에 돌을 놓듯 여유로운 모습이었다.사람들의 관심이 분산되자 그녀가 상석에 앉은 것에 대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때 갑자기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런데 제가 듣기로는 이 대유님께서 최근 한 학자의 문장을 지도하고 계신다는데, 그분이 소 세자는 아니던데요?""네? 그럼 이 대유님께서 두 명을 가르치신다는 겁니까?"소명준이 고개를 들어 보니 말을 한 사람은 동안백(東安伯) 세자 고윤석이었다.소명준은 후부의 세자라는 자부심에 백부의 세자인 고윤석을 무시했고, 고윤석 또한 만만한 인물이 아니라서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히는 사이였다.고윤석이 잔치에 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소명준은 처음엔 기분이 좋지 않았으나, 그 앞에서 자랑할 생각을 하니 오히려 즐거워졌다.고윤석은 고작 국자감(國子監)에서 공부하는 주제에 마치 대단한 사람인 양 거드름을 피우는 녀석이었다. 그런 그가 직접 자신이 이 대유의 제자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다면, 분명 속이 뒤집힐 게 뻔했다."이 대유님께서는 단 한 명의 제자만 두실 겁니다."소명준이 큰 소리로 말했다.이 대유의 유일한 제자여야만 가치가 있는 법이다. 제자가 많아지면 희소성이 떨어지지 않겠는가.소명준은 전생에 이 대유의 제자는 오직 그뿐이었기
Read more

제44화

소명준은 사람들 한가운데에 서 있었고, 깨진 술잔 조각에 손이 베여 피가 흘렀다.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전생에 자신은 이 대유의 유일한 제자였을 뿐만 아니라 새 황제가 가장 신임하는 신하였고, 나중에는 이품 상서에 올라 만인의 존경을 받았다고 해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전생의 일일 뿐, 지금의 그는 과거 시험조차 합격하지 못한 상태였기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핏발 선 눈으로 소설아를 뚫어지게 노려볼 뿐이었고, 마치 그녀의 살점이라도 뜯어먹을 기세였다.'다 소설아 저 년 때문이야. 저 년이 모든 것을 망쳐버렸어!'"어떻게 된 겁니까? 스승 모시는 것에 실패해 놓고 축하 잔치라니, 제정신이 아니군요.""제정신이 아닌 게 아니라 큰아가씨를 압박하려 한 거겠지요. 상석까지 마련해 놓고 억지로 데려가게 만들려고 말입니다!""입으로는 편법을 쓰지 않는다더니, 편법이 생기니까 누구보다 빨리 쓰려 하시는군요!""정말 가증스럽군!""어이쿠, 오늘 참 볼만하네!"인성이란 그런 법이다. 잘나갈 때는 모두가 떠받들고 비위를 맞추며 주변에 좋은 사람만 가득하고 달콤한 말만 들린다.하지만 한 번 나락으로 떨어지면 아부하던 자들이 앞다투어 짓밟으며 죽이려 든다.처음에 진심으로 아부하던 만큼 지금의 비아냥은 더욱 날카로웠다.고윤석이 앞장서서 판을 흔들었다."소 세자, 스승을 모시는 것에 실패했다면 우리가 보낸 선물은 돌려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설마 위원후부가 축의금으로 연명할 만큼 몰락한 건 아니겠지요?!"소명준은 이를 악물며 필사적으로 참았고, 갑자기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더니 입에서 시뻘건 피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세상에, 피를 토하잖아!""얼마나 화가 났으면 저럴까!"그때 쩌렁쩌렁한 호통 소리가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끊었다."모두 조용히 하십시오!"위원후가 나서서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허리를 숙였다."오해가 있었습니다. 이 대유님께서는 제자를 받지 않겠다고 하셨고 제 아들 또
Read more

제45화

'소설아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건가, 아니면 연기를 하는 걸까?'민씨는 물어보고 싶었지만 자칫 질문을 잘못했다간 일을 그르칠까 두려웠다.이 양녀가 언제부턴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됐어, 꾸짖더라도 손님들이 다 가고 난 뒤에 해야지.'"부인님, 왜 저를 그렇게 보십니까?"소설아가 살짝 몸을 돌려 담담하게 묻자 민씨는 인자하게 웃으며 연근 찹쌀떡 한 점을 그녀의 그릇에 놓아주었다."먹어보렴. 네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잖니."소설아는 연근을 좋아했지만 연근 찹쌀떡은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 달아서 연근 본연의 향을 가리기 때문이었다.민씨는 그녀의 취향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그러면서도 남들 앞에서는 자애로운 어머니 흉내를 내야 했다."고맙습니다, 부인님."소설아는 인사를 마친 뒤 그 연근 찹쌀떡을 그릇에 그대로 두었고, 하녀가 그릇을 치울 때까지 그녀는 손도 대지 않았다.소명준이 실려 나가는 것을 보며 소명주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망했어, 완전히 망쳐버렸어.'"어머니, 제가 큰 오라버니를 보러 가보겠습니다."이 잔치를 제안한 것이 소명주였으니 손님들이 가고 나면 온 가족이 그녀를 원망할 것이 뻔했다.빨리 소명준의 마음을 붙들고 모든 원망의 화살을 소설아에게 돌려야만 했다.소설아는 소명주가 도망가려는 것을 보고 차분하게 말했다."오늘 잔치는 네가 준비한 것인데, 네가 가버리면 손님들은 누가 모시느냐?"민씨 또한 소명주에게 화가 나 있었다. 확실하지도 않은 일로 무슨 축하 잔치를 연단 말인가?!한 상에 수천 냥 하는 음식을 차려놓고 결국 축의금 한 푼 못 받고 망신만 톡톡히 당했다."앉거라. 잔치가 끝나고 이야기하자꾸나."민씨의 목소리는 엄했고 불쾌함이 서려 있었다.소설아는 담담히 미소 지었다.친딸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오직 친아들뿐이었다.고윤석이 소설아에게 눈길을 보내며 큰 소리로 외쳤다."이 잔치는 소 세자의 과거 급제를 미리 축하하는 자리로 생각합시다!"조롱 섞인 어조가 가득했다."소 세
Read more

제46화

소명천은 그 말을 듣자마자 욕설을 내뱉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체면이 깎이다니, 우리 위원후부는 멀쩡하다!"그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긁적였다.그 역시 가문의 영광도 치욕도 함께한다는 도리를 잘 알고 있었다.큰형님이 망신을 당하면 자신도 함께 망신을 당하는 법이었다.소명천은 잔치에서 손님들이 비아냥거리는 것이 눈꼴시려 참을 수 없었기에 핑계를 대고 자리를 뜨려는 것이었다."소설아, 우리 후부가 망신당한 건 전적으로 네 책임이다!"그는 소설아가 억지로라도 제자 자리를 소명준에게 양보했다면 오늘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소설아가 담담하게 쳐다보았다."제가 이렇게 한 건 전적으로 둘째 오라버니를 위해서였습니다."소명천이 의아해했다."나를 위해서라고?"소설아가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전 둘째 오라버니가 너무 아까워서 그럽니다. 분명 오라버니가 훨씬 뛰어나고 침착하신데, 큰 오라버니는 요즘 기녀와 혼인하겠다고 소동을 피우고 이 대유님의 댁에 가서 난동을 부리셨잖습니까. 이 대유님 댁의 문지기가 말하길 큰 오라버니의 문장은 형편없다더군요...""그런데도 다들 큰 오라버니만 위하고, 명주조차 큰 오라버니 편만 드니..."말을 하던 소설아가 입을 가렸다."오라버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과일주를 몇 잔 마셨더니 말실수를 했네요. 머리가 어지러워 이만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녀는 소명천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몸을 돌려 떠났다.세상에 영원한 적은 없으나 영원한 이익은 있는 법이다.후부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셈법이 있으니, 그녀는 그들의 셈법을 잘 이용하기만 하면 되었다.소명천은 소설아의 뒷모습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그와 소명준의 관계는 겉으로만 원만할 뿐 사실 그는 늘 불만을 품고 있었다.소명준은 장남이라는 이유로 일찌감치 세자로 봉해졌고 가문의 모든 자원이 소명준에게만 쏠렸다.심지어 민씨조차 사적으로 소명준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주었다.위원후는 말할 것도 없고 소명주와 소명지도 소명준과 더 친했다.
Read more

제47화

소명준이 욕을 퍼부었다."노비 주제에 주인이 말하는데 어디서 참견이냐?! 당장 끌어내서 입을 때려라!"소설아는 단이를 등 뒤로 끌어당기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한 번 쓰다듬었다."됐다, 때린 셈 치마."그러고는 후부 식구들을 쳐다보았다."제가 들어오자마자 앞뒤 가리지 않고 매질부터 하려 하시다니, 세자께서 저에게 화를 내시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소명준은 잔뜩 성이 난 수탉마냥 고개를 치켜들고 연신 흔들어대며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오늘 후부의 체면을 네가 다 깎아 먹었다!! 소설아, 다 네 탓이다!"소설아는 정자세로 앉아 지극히 평온하게 물었다."세자, 그럼 제가 무엇을 해서 후부의 체면을 깎았는지 말씀해 보시지요."소명준은 하루 종일 벼르고 있던 죄목을 쏟아냈다."너는 오자마자 사람을 구해서 대유님의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네 도움 따위는 필요 없으며 스스로의 힘으로 스승을 모시겠다고 했다는 말까지 했지. 먼저 나를 한껏 치켜세워 놓고 그 다음에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이런 수법을 감히 나에게 쓰다니!""소설아, 난 네가 그저 이기적인 줄만 알았는데 이토록 악독할 줄은 몰랐구나!"소설아는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세자, 그럼 제가 한 말 중에 틀린 것이 하나라도 있습니까?"소명준은 이를 악물었다.'소설아가 틀린 말을 한 게 없다면 내가 틀린 말을 했단 말인가? 난 잘못한 게 없어!'소설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민씨와 위원후를 바라보았다."부인님, 후작님, 제가 연주 언니를 구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 대유님께서 무엇을 원하냐고 물으시기에 집에 과거 시험을 앞둔 오라버니가 있으니 문장을 좀 지도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허나 세자께 말씀드릴 겨를도 없이 세자께서는 어디서 소문을 들으셨는지 먼저 찾아와 저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으셨습니다."그녀는 침상에 누워 있는 소명준을 맑은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세자, 본인 입으로 죽어도 제 도움은 받지 않겠다고 말하시지 않으셨습니까?"소명준은 멍해졌다.
Read more

제48화

소명준은 스승 모시기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얼굴이 화끈거려 민씨와 위원후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눈을 질끈 감고는 기절한 척했다.소명천은 속으로 비웃었다.'형님은 정말 구제 불능이구나!'"어서 사람을 불러 의원을 모셔 와라!"소명준이 쓰러지자 대청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민씨는 염주를 굴리며 천천히 일어나 미간을 찌푸리며 비통한 척했다."소설아, 명준이가 저렇게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왜 자꾸 자극하는 것이냐!"소명주도 거들었다."언니, 말이 좀 심하긴 했습니다."소설아는 굴하지 않고 대답했다."부인님, 전 그저 일어난 일을 담담히 설명했을 뿐입니다. 이것이 자극이 된다면 세자께서는 매일 피를 토하셔야 할 겁니다."민씨는 말문이 막히자 꾸짖었다."스승을 모시는 큰일을 왜 어른들에게 알리지 않았느냐?! 명준이가 철없이 구는 걸 방관하다니!"소설아가 담담히 대꾸했다."원래는 후작님과 부인님께 말씀드리려 했으나 세자께서 목숨으로 협박하며 말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어차피 소명준은 '기절'했으니 그녀가 하는 말이 곧 사실이 되었다."세자께서 저를 이토록 싫어하시는데, 제가 사실대로 말했다가 후작님과 부인님께서 억지로 제 도움을 받으라고 강요하시면, 세자께서 치욕을 견디지 못하고 정말 목숨을 끊으시면 어쩌나 걱정되었습니다."결국 소설아도 고작 열여섯 소녀일 뿐이니 세자의 협박에 겁을 먹는 것은 당연했다.민씨는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조금이라도 이상한 기색을 찾으려 했으나,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확고하여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민씨는 한숨을 내쉬었다."명준이가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구나."자식은 어머니가 가장 잘 아는 법이기에 민씨는 소명준의 속내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소설아의 도움은 받고 싶지만 고마워하기는 싫었던 것이다.생각지도 못한 변수는 소설아가 그 기회를 소명리에게 넘겨버린 것이었다."그렇다 해도 그렇게 말도 없이 기회를 남에게 넘기면 안 되지. 명준이가 싫다고 하
Read more

제49화

"아악—"소명준이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고, 소명천이 반색하며 말했다."어머니, 형님이 깨어나셨습니다!"소명준은 이를 갈며 말했다."명천아, 발 좀 치우거라.""아?"소명천은 발밑을 보고서야 소명준의 손가락을 밟은 것을 알았다는 듯 말했다."형님, 죄송합니다."소설아가 말했다."후작님, 세자께서 깨어나셨으니 이제 물어보시지요."위원후는 뒷짐을 지고 다가가 위엄 있는 얼굴로 물었다."명준아, 말해보거라. 누가 너를 부추겨 이 축하 잔치를 열게 했느냐?!"소명준은 잠시 머뭇거렸다.그는 '기절'해 있는 동안 그들의 대화를 다 들었다.축하 잔치를 열자고 한 것은 소명주의 생각이었다.오늘 일은 후부의 명예에 큰 타격을 주었으니 소명주를 지목하기만 하면, 위원후는 세자인 그를 크게 꾸짖지 않을 터였다.하지만 소명주가 자신에게 그토록 잘해주었는데, 직접 그녀를 지목했다가는 소명주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도 있었다.그렇다고 말하지 않으면 자신이 후부의 명예를 실추시킨 장본인이 될 판이었다.'다 소설아 저 년 때문이야. 저 년이 이 모든 화근이야!'소명주에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고, 나중에 반드시 그녀에게 보답하리라 다짐했다.소명준은 몸을 일으키며 먼저 소명주를 향해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뒤 말했다."누가 부추긴 것이 아니라 제 생각이었습니다."그의 군더더기 같은 행동 탓에 사람들의 시선이 단번에 소명주에게 쏠렸고, 민씨가 고개를 돌려 소명주를 바라보았다. "명주야, 너였느냐? 네가 명준이를 부추긴 것이냐? 어찌 이리 앞뒤 분간 못 하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른 것이냐!"소명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어머니, 다 제 생각입니다. 명주를 탓하지 마십시오."소명준의 해명은 너무나도 궁색했고, 그 말이 오히려 소명주의 생각이었음을 확신시켜 주었다.위원후가 소명주를 바라보는 눈빛에도 불쾌함이 서렸다.'잘됐다. 드디어 오늘의 화를 뒤집어쓸 희생양을 찾았어.'소설아는 속으로 비웃었다.저마다 속셈이 있는 이 집안 사람들이 너
Read more

제50화

"부인님, 세자께서 또 무릎 꿇고 벌을 받고 계십니다!"춘경원에서 오 어멈이 민씨에게 보고했다."명주 아가씨 쪽도 호된 꾸지람을 들으셨답니다.""후작님께서 명주 아가씨의 석 달 치 용돈을 깎으셨고, 원래는 금족령을 내리려 하셨으나, 아가씨께서 안살림을 맡고 계시다 보니 가법을 500번 베껴 쓰게 하셨답니다.""가법이라고?"민씨는 방석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염주를 굴렸다."우리 후부에 가법이랄 게 어디 있다고."'소설아를 벌주기로 해놓고 어찌 하룻밤 사이에 마음이 바뀐 것일까?'"어제 후작께서는 누구의 처소에서 주무셨느냐?""새로 온 조 이낭의 처소입니다."오 어멈이 민씨 곁으로 다가와 나직이 말했다."부인님, 듣기로는 조 이낭이 어디서 아들 낳는 비법을 얻어 매일 쓰고 있다는데, 부인님께서 한 번 따끔하게 경고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민씨는 옅게 웃었다."마음대로 하게 두어라.""부인님은 참으로 마음이 넓으십니다."오 어멈이 웃으며 맞장구쳤다."제 생각엔 저리 요란을 떨어봤자 아들을 낳으면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요! 부인님처럼 마음씨 고운 분이라야 자식 복을 많이 누리시는 법입니다."그 세월 동안 민씨는 자식을 줄줄이 낳았는데, 첩들은 자식을 하나도 낳지 못했다.민씨는 이 모든 것이 불심으로 얻은 복이라 믿었다.마음이 자비로워야 자식 복이 많은 법이기에 조연희 같은 여우 같은 첩년은 평생 자식 구경도 못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참, 후작님께 드릴 탕약을 잊지 말고 보내거라."민씨가 분부했다."걱정 마십시오, 부인님. 후작님께 드릴 탕약은 노비가 매일 제시간에 가져다드리고, 드시는 것까지 확인하고 물러납니다."다음 날 아침 일찍 민씨는 사람을 보내 소설아를 불렀다."오늘이 보름이니 나와 함께 대자사(大慈寺)에 가서 향이나 올리자꾸나."소설아는 고개를 끄덕여 응했다.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불공은 핑계일 뿐 민씨의 목적은 여전히 소명준이 이 대유의 제자가 되도록 돕게 하려는 것임을.날이 더워 마차 두 대를 준비하여
Read more
PREV
1
...
34567
...
1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