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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Author: 인가연
신시아는 집으로 돌아가 짐 몇 가지를 챙긴 뒤, 곧바로 보육원으로 향했다.

며칠간 보육원에 머물며 아이들을 돌볼 생각이었다.

보육원은 크지 않았다.

방 대여섯 개에 아이는 열 명 남짓했다.

대부분 아이가 각종 질병을 앓고 있어 치료비가 큰 부담이었다.

후원금으로는 생활비만 겨우 충당되고, 약값은 대부분 신시아와 김지원이 부담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한채은이 수공예 일을 하며 조금씩 보탰지만 수입은 미미했다.

신시아는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한채은을 도와 할 수 있는 일을 거들었다.

“시아야, 지원이가 그러는데... 너희 설 지나고 지방으로 갈 거라며?”

한채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신시아는 보육원을 떠난 뒤 자신의 사정을 거의 말하지 않았다.

정우진과 결혼한 것도, 지금 임신한 것도 전혀 알리지 않았다.

“네, 더 나은 기회가 있어서요. 지원이랑 같이 경원을 떠나려고 해요.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매달 돈은 계속 보내드리고 명절마다 찾아올게요.”

한채은은 안도하며 말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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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212화

    실타래처럼 엉망으로 엉켜있던 신시아의 마음이 일순간 굳어버리더니 심장이 나락으로 떨어지듯 덜컥 내려앉았다.“운도 지지리 없지. 대체 어딜 가도 저 인간이 버티고 있는 거야.”김지원은 입술을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목구멍 깊은 곳에서 거친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신시아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지만, 그녀는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안색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정말 우연이네요. 또 박 선생님을 만나러 오셨나 봐요.”“그러게, 꽤나 기막힌 우연이야.”정우진의 어조에는 묘한 의미심장함이 묻어났다.“이번에도 친구 일 때문에 온 거야?”그 말에 신시아의 온몸을 팽팽하게 죄고 있던 긴장의 끈이 그제야 스르륵 풀리기 시작했다.“아.”김지원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네, 맞아요. 저 따라온 거예요. 정 대표님, 오랜만에 뵙네요.”신시아가 정우진과 결혼해 살던 2년 동안, 김지원이 그를 직접 대면한 것은 단 한 번뿐이었다.당시 김지원은 막 시험관 아기 시술에 성공한 직후였다. 기쁜 마음에 신시아를 불러내 밤새도록 광란의 축하 파티를 벌이려던 참이었는데, 뜬금없이 정우진이 한밤중에 데리러 오겠다며 아파트 밑에 롤스로이스를 대기시켜 놓은 것이었다.그녀가 살던 아파트 단지 전체를 통째로 사고도 남을 만큼 비싼 명품 차였다. 단 5분 동안 정차해 있었을 뿐인데도, 그 짧은 새 찍힌 차 사진이 입주민 단톡방에 올라가며 온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대체 어떤 거물이 온 거냐며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던 그 만남이, 김지원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억이었다.“김지원 씨, 오랜만이에요.”정우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인사를 건넸다.그의 범접하기 힘든 기세 앞에서, 평소 기가 세기로 유명한 김지원마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얌전해질 수밖에 없었다.속으로는 '눈이 삐어서 신시아 같은 보석을 몰라보고 은유라 같은 싸구려를 좋아한다'며 온갖 흉을 다 보았지만, 정우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지배자 특유의 강렬한 아우라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211화

    그는 영리한 사람이었다.지난번 신시아가 진료 차트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 기를 썼을 때, 이미 그녀의 속내를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을 터였다.그 후 채 선생님에게로 옮겨갔던 차트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박도영 본인의 책상 위에 놓이게 된 과정까지 전부 말이다.신시아는 박도영이 이미 자신의 임신 사실을 정우진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까지 눈치챘으리라 짐작했다.“감사합니다, 박 선생님.”“별말씀을요, 의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입니다.”박도영이 온화하게 웃어 보였다.신시아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필요한 검사들을 받았다. 검사를 마친 뒤 복도에서 한두 시간쯤 대기한 끝에 마침내 결과지가 나왔고, 그녀는 서류를 들고 다시 진료실로 향했다.그 무렵 박도영은 거의 퇴근을 눈앞에 두고 있었고 마침 마지막 환자의 진찰에 집중하고 있던 참이었다.신시아는 문가에서 잠시 호흡을 고르며 기다리다, 앞선 진료가 끝난 후에야 안으로 발을 디뎠다.“박 선생님.”그녀는 검사 결과지를 박도영에게 건넸다.다만 결과지를 훑어보던 박도영의 미간이 점차 무겁게 좁혀졌다.“신시아 씨, 검사 수치가 그리 좋지 않네요. 고위험군 소견이 나와서 추가로 정밀 검사를 진행해 보셔야겠습니다.”임신 기간 내내 아기가 주수보다 다소 작다는 것 외에는 늘 가뿐하게 검사를 통과해 왔던 신시아였다.그렇기에 갑자기 찾아온 이 비보에 그녀는 머릿속이 하얗게 마비되는 듯했다.“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박도영은 그녀의 급격한 동요를 알아채고는, 눈빛을 가라앉히며 차분하게 타일렀다.“우선 너무 겁먹지 마세요. 어디까지나 확률상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뜻이라 추가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는 거지, 백 퍼센트 아기에게 이상이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이상이 있다면, 대체 어떤 이상인가요?”신시아는 숨이 턱 막히며 심장이 커다란 손에 꽉 움켜쥔 듯한 통증을 느꼈다.보육원에 머물던 시절, 몸이 불편하거나 선천적으로 지능에 문제가 있던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저미도록 아팠었다. 그런데 제 아이에게 그런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210화

    아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는 오직 신시아와 은유라 두 사람뿐이었다.“시아 씨, 왜 임신한 사실을 사람들한테 숨기는 거예요?”최근 결혼식 준비를 구체화하면서 불안했던 은유라의 마음도 어느 정도 가라앉은 터였다.하지만 은유라는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 신시아와 담판을 짓고 싶었다.신시아의 뱃속에 자리 잡은 그 아이의 존재에 대해 숨김없이 털어놓고 말이다. 신시아는 은유라가 대체 무슨 꿍꿍이로 정우진에게 아직 이 사실을 함구하고 있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다만 한 가지, 은유라가 이미 모든 내막을 쥐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적당한 기회를 찾지 못해서요.”은유라는 엘리베이터 거울 벽면에 비친 신시아의 얼굴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정말 기회가 없었던 거예요, 아니면 일부러 숨기는 거예요? 내가 알기로 시아 씨는 지금 만나는 사람 없는데 그렇다면 그 아이... 아빠가 누군지 물어도 돼요?”신시아는 몇 초간 침묵하다가 고개를 들어 담담한 눈빛으로 은유라를 바라보았다.“유라 씨, 걱정하지 마세요. 이 아이, 정 대표님이랑은 아무 상관없으니까요.”신시아가 이토록 확신에 찬 어조로 쐐기를 박자, 은유라는 내내 조마조마하게 조여왔던 마음을 그제야 통째로 내려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경계를 완전히 늦출 수는 없었다. 만에 하나 신시아가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그래서 몰래 정우진의 아이를 낳아 뒤통수를 칠 속셈이라면 어쩌란 말인가.딩동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문밖에 서 있던 직원 몇 명이 보였다.“어, 은유라 씨. 신 비서님도 같이 계셨네요.”“안녕하세요, 은유라 씨!”은유라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생글거리며 다정하게 손을 흔들었다.은유라가 자신을 손톱만큼도 믿지 않는다는 걸 신시아 역시 모를 리 없었다.신시아의 입가에 씁쓸함이 담긴 허탈한 미소가 스치듯 머물렀다.커피를 사서 돌아온 후, 은유라는 정우진의 곁을 지키기 위해 곧장 대표실로 들어갔고 신시아는 직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209화

    신시아는 장건우에게 불필요한 감정의 빚을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담백한 해명 속 글귀들은 저마다 선명한 경계선을 긋고 있었다.장건우 역시 더는 파고들지 않고 감사의 마음을 표한 뒤 몸조리 잘하라는 무던한 당부로 대화를 매듭지었다.그렇게 대화가 끝나고 신시아는 폰을 내려놓은 뒤 잠을 청했다.일주일 후, 정우진은 은씨 가문 사람들과 만나 결혼식 세부 일정을 조율했다.비록 신시아는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언론 기사를 통해 최종 결정된 소식을 고스란히 접할 수 있었다.식장은 경원 호텔로 정해졌고 해외 명품 디자이너가 맞춤 제작했다는 웨딩드레스의 가격은 무려 수십억 원대에 달했다.“정우진이 저렇게 펑펑 쓰는 놈인 줄 알았으면 너도 결혼할 때 뭐 하나라도 뜯어냈어야 하는 건데.”뉴스를 본 김지원이 곧바로 전화를 걸어와 호들갑을 떨었다.“수십억짜리 드레스에 보석 같은 걸 좀 챙겨 두지 그랬어. 이혼하고 대충 중고로 처분했어도 평생 떵떵거리며 살았을 텐데 말이야.”신시아는 따뜻한 배즙을 호호 불어가며 한 모금 마셨다. 그날 비를 흠뻑 맞은 탓에 시작된 감기가 여태 떨어지지 않고 몸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노란 조명 불빛 아래, 그녀의 눈동자가 아스라이 흔들렸다.온기 하나 닿지 않는 어둑한 거실은 적막하기 그지없어, 그녀의 외로운 그림자를 더욱 도드라지게 비출 뿐이었다.“그러게, 조금은 받아둘 걸 그랬나 봐.”그랬다면 임보나의 치료비 걱정쯤은 단숨에 날려 버렸을 테고, 자신 역시 그 기회를 잡아 미련 없이 이곳을 떠날 수 있었을 터였다.“그런데 예단은 얼마쯤 줬을까?”김지원의 호기심 서린 음성이 수화기를 타고 넘어왔다.“아무리 못해도 수백억은 족히 줬겠지? 명색이 정우진이 목숨보다 아끼는 여자잖아.”신시아는 배즙을 홀짝이며 나직하게 답했다.“글쎄.”어차피 정씨 가문 역시 돈이라면 아쉬울 게 없는 집안이었으니, 금액이 얼마든 그저 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구색 맞추기용 요식 행위에 불과할 것이었다.정우진이든 기현주든, 은유라에게만큼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208화

    오늘 밤 정우진의 술자리에는 임정현이 동석하고 있었다.한편, 장건우를 바래다주고 집으로 향하던 신시아의 길목에는 빗줄기가 걷잡을 수 없이 굵어지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도로 위에서는 연쇄 추돌 사고까지 발생했다. 더는 운전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한 그녀는 빗길이 조금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차를 갓길에 멈춰 세웠다.정우진의 전화가 울린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전화를 받자마자 구급차와 경찰차가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차 옆을 쌩하니 스쳐 지나갔다. 거센 소음 탓에 수화기 너머 정우진의 목소리가 완전히 묻혀버렸다.“대표님?”소음이 잦아들 즈음 신시아가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어디야?”정우진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집에 가는 길입니다.”창밖으로 억수같이 쏟아지는 폭우를 바라보는 정우진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일단 차를 길가에 대.”“앞에 큰 사고가 나서 이미 갓길에 멈춰 서 있어요.”신시아는 지그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목소리의 톤으로 보아 공적인 일로 건 전화는 아니었다.“하선재가 진승현에게 연락해서 장건우를 해고하라고 요구했대.”정우진이 군더더기 없이 용건만 툭 던졌다.차창에 비친 신시아의 차분하던 미간이 순식간에 굳어졌다.“하선재가 대체 왜요?”신시아와 하선재 사이에 얽힌 내막을 정우진은 알지 못했다.하지만 둘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신시아, 사적인 일로 업무에 지장 주는 건 이번 한 번으로 족해. 두 번은 없어.”정우진의 어조는 서늘하리만치 무미건조했다.“이번 일은 내가 정리할게.”일방적인 통보와 함께 전화는 끊어졌다.미처 대답을 뱉기도 전에 신시아의 귓가에는 메마른 신호음만 공허하게 울렸다.‘그가 말한 해결이라는 게, 진승현더러 장건우를 해고하지 못하게 막겠다는 뜻일까. 그것도 나를 위해서?’그녀는 뒤늦게야 정우진이 자신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려 전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의 눈에는 자신과 장건우가 특별한 사이로 보였을 테니까.하지만 정작 대답을 듣기도 전에 정우진은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207화

    “오늘 나랑 저녁 먹을 기분이 아닌가 보네. 괜찮아, 그럼 다음에 먹지 뭐. 그래도 꽃은 이미 산 거니까 받아줘. 그냥 두면 아깝잖아.”그는 신사적이면서도 적당히 선을 지킬 줄 알았다.신시아는 꽃다발을 그편으로 가볍게 밀어내며 말했다.“안 받을래. 조심해서 들어가.”아깝다는 이유로 이번 한 번 받아주기 시작하면, 다음번에도 똑같이 흔들리게 될 터였다.“그럼, 집까지 데려다줄까?”거듭되는 거절을 예상치 못했는지, 장건우의 얼굴에서 미소가 조금씩 부서졌다.신시아는 팔에 걸치고 있던 가방을 어깨로 추스르며 담담하게 말했다.“장건우. 네가 이 사적인 마음만 접는다면, 우린 아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어.”사실 그녀는 장건우라는 사람을 꽤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그에게서, 자신과 같은 지독한 끈기와 노력을 보았기 때문이다.어차피 같은 업계 안에서 일하는 처지였으니 배경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돕고 끌어준다면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었다.장건우는 만약 친구로 남기 싫다면 어떻게 되는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신시아의 흔들림 없는 눈빛을 마주하자 이내 입을 다물었다.여기서 더 고집을 부렸다간 정말 친구조차 될 수 없음을 직감한 탓이다.“미안해, 널 곤란하게 만들어서. 그럼 이 꽃은 받아줘. 우리... 앞으로 친구인 거다.”다시 건네진 꽃다발은 아까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담고 있었다.신시아는 그제야 기꺼이 그 꽃을 받아 들었다.하지만 장건우의 말에 미처 대답을 얹기도 전에, 등 뒤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번져왔다.퇴근길에 마주친 회사 여직원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저희끼리 속닥거리는 소리였다.“가자.”신시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졌다.순식간에 굵어진 빗줄기는 단 몇 초 만에 옷깃을 축축하게 적셔왔다.신시아는 황급히 발길을 돌려 회사 로비 처마 밑으로 몸을 피했고 장건우도 황급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휴대폰을 꺼내 날씨를 확인해 보니 오늘 밤 폭우가 예보되어 있어 앞으로 두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80화

    신시아는 하선재와 진지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점심을 들고 방으로 돌아가면서 메시지를 보냈다.[하 대표님, 저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저를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지 말아 주세요.]몇 초 지나지 않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신 비서, 나야!”하선재의 목소리였다.신시아는 일어나려다 다시 앉아 메시지를 보냈다.[식사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메시지로 이야기하시죠.]문밖은 조용해졌고, 곧 답장이 왔다.[내가 안 밀어 넣어도 은유라는 신 비서를 가만 안 둘 거야. 걱정하지마 마. 내가 신 비서를 지켜줄게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68화

    신시아는 호흡이 흐트러졌다. 손이 떨려 면봉이 하선재의 입안을 찌르고 말았다.“읍, 퉤퉤!”하선재는 약상자를 바닥에 던져버리고 그대로 몸을 숙여 쓰레기통에 몇 번이고 뱉어냈다.신시아는 재빨리 감기약을 주워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따뜻한 물을 한 잔 떠왔다.“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입 좀 헹구세요.”하선재는 미지근한 물을 받아 입을 헹궜다. 다시 감기약을 찾으려 했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친구가 며칠 전에 두고 간 거예요.”신시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자리에 앉았다. 행여나 그가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64화

    하지만 신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것은 곧 묵인이니까.그녀는 정우진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 깊은 씁쓸함 때문에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려왔다.“저는 백영 그룹을, 그리고 대표님을 배신할 이유가 없습니다.”은유라가 비웃음을 날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설명할 기회를 주는 거지 억지 부리라는 게 아니잖아요!:다만 신시아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시선은 오직 정우진에게만 머물러 있었다.마음은 이미 절망으로 가득했지만 정작, 이 순간이 닥치자 그녀도 모르게 작은 희망이 피어올랐다. 어쩌면 정우진이 자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1화

    깊은 밤, 신시아가 갓 태어난 아기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드디어 엄마 되었어요. 우리 첫째랍니다!]피드를 올린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반년 전에 이혼한 전남편 정우진이 집 문을 두드렸다.문을 열자 정우진의 침울한 얼굴이 비좁은 방 안의 공기를 싸늘하게 식혔다.신시아는 문고리를 더 세게 잡았다.“무슨 일이에요?”남자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번쩍이는 새 구두가 낡은 복도식 아파트의 빛바랜 꽃무늬 장판 위를 밟자 그 위화감이 공기를 가르고 들어오는 듯했다.그가 이곳을 찾은 것이 처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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