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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Author: 인가연
정우진은 아무 말 없이 신시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시아는 눈을 내리깔고 그의 시선을 피했다.

“제 몸이 원래 약한 탓이지 대표님 탓은 아니에요. 다만 앞으로는 대표님 일을 도와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설까지 휴가를 써야 할 것 같네요.”

“그래요.”

정다슬이 곧바로 결정을 내렸다.

“오빠, 돌아가면 바로 휴가 승인해줘. 급여 깎지 말고.”

신시아가 정다슬 앞에서는 여전히 평소처럼 부드러운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자, 정우진의 얼굴이 한층 더 굳어졌다.

그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신 비서는 몸조리 잘해. 신 비서가 컨디션 관리를 잘해서 연휴가 끝난 뒤에는 정상적으로 복귀하길 바라.”

그 말은 어젯밤 일을 잊으라는 뜻이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선을 긋는 건, 아마 은유라가 알게 될까 봐 걱정해서일 것이다.

신시아는 그를 안심시키듯 말했다.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어요.”

창문으로 비친 정오의 햇빛이 정우진의 몸 위로 떨어져,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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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330화

    “제가 그렇게 잘못했다면 여러분들이 연합해서 직접 본사에 보고해 저를 교체해 달라고 하세요.”신시아는 조금도 서두르지 않고 말했다.“지사 규정은 제가 직접 만들었어요. 직원들이 연합해서 상급 기관에 바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임 비서님 이메일로 보내면 됩니다. 여기 있는 분들 모두 보고서에 서명하면 정식 의견으로 접수될 겁니다.”말하면서 신시아는 휴대폰을 들어 임정현의 이메일 주소를 업무 단체방에 올렸다.“주소는 여기 있어요. 하세요.”한승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머지 사람들도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했다.“안 하실 거면 이제 제가 두 마디 하죠.”신시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으로 테이블을 짚었다.“우선 제 개인적인 일 때문에 회사에 부정적인 여론이 생긴 점은 사과드립니다. 이 부분은 이미 정 대표님께 보고했고 제 잘못도 인정했어요. 그리고 문제를 바로잡을 방법도 찾아 즉시 조치했고요.”한승윤이 몇 번이나 다듬어 완성한 비난의 말과는 달리 신시아의 말은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었다. 말만 하는 사람보다 행동하는 사람이 사람을 설득하기 쉬운 법이었다.신시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휴대폰 알림이 울렸다.경제 뉴스 속보였다.신시아가 소셜 미디어에 올린 게시물이 언론에 의해 캡처되었고 이는 그녀와 민여정이 매우 친밀한 관계임을 증명하는 자료가 되었다.어제의 터무니없는 뉴스는 스스로 무너졌다.한승윤의 의도적인 방해와 비난은 신시아의 가볍고 담담한 몇 마디 말 앞에서 힘이 빠져버렸다.한승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얼굴이 푸르렀다가 하얘졌다.“하지만 한 부장님 말이 맞는 부분도 있어요. 이 일을 그냥 넘길 수는 없죠. 제가 여러분에게 불편을 끼친 건 인정합니다. 대신 이번 일을 통해 여러분 쪽의 부족한 점도 확인했습니다.”신시아가 말을 돌리며 주도권을 잡았다.회의실 구석에 있던 주경재가 몰래 휴대폰을 꺼내 한 사람의 프로필을 눌러 무음으로 영상통화를 걸고 회의실 화면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다.카메라에 잡힌 건 신시아의 뒷모습이었다.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329화

    주경재는 한승윤을 힐끗 봤다.한승윤은 다시 한우빈을 바라봤다.한우빈의 못생긴 얼굴이 이 시각 더 추하게 일그러졌다.“신시아, 너는 고작 정우진 옆에 있는 개일 뿐...”“한우빈 씨, 지금 나가달라고 정중히 말씀드렸습니다. 계속 무례하게 나오시면 경비팀 부를 겁니다.”신시아의 말이 떨어지자 경비팀장은 고개를 푹 숙였다.한승윤이 비웃었다.“신 상무님, 정말 기세등등하네요. 회사에 이렇게 큰 문제를 일으켰는데도 아무도 간섭하지 못하게 하네요? 정 대표님이 뒤를 봐준다고 마음대로 해도 되는 줄 아는가 보네요? 이사님이 일부러 아드님을 보내 상황을 지켜보게 하신 겁니다.”“백영 그룹이 언제부터 한씨 성을 쓰게 됐죠?”신시아가 되물었다.“정말 한 이사님이 한우빈 씨를 보내신 거라면, 정 대표님을 저를 건너뛰고 권한을 행사하신 셈이네요. 그럼 제가 정 대표님께 전화해서 확인해 보겠습니다.”신시아는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걸려 했다.한우빈은 한태경의 아들이었고, 재계에서 나름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었다.하지만 지금 정우진과 한태경의 사이는 사실상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틀어져 있었다.신시아가 한씨 가문에 조금이라도 체면을 세워주면 오히려 정우진의 체면을 깎는 꼴이었다.“정우진 이름으로 날 겁주려 하지 마.”한우빈이 벌떡 일어났다.“오늘 정우진 대표님이 여기 앉아 있어도 날 내쫓지는 못할 거야.”정우진은 한우빈을 직접 쫓아내진 않을 테지만, 대신 신시아가 내쫓도록 내버려 두고 뒤에서 엄지를 치켜세웠을 가능성이 컸다.오랫동안 정우진 곁에서 일한 신시아는 그 부분만큼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오해하셨네요. 먼저 좋게 나가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안 나가시니 다른 방법을 쓰려는 것뿐입니다.”신시아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시간이 많지 않아요. 체면을 지킬 수 있을 때 나가시죠.”한우빈은 당장 오늘 신시아를 자리에서 끌어내릴 기세로 들이닥쳤다.하지만 그의 야심 찬 계획은 순식간에 신시아에 의해 무너져 내렸다.그는 화가 나 손을 거칠게 내젓고 그대로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328화

    “뭘 걱정해요. 닥치면 닥치는 대로 막으면 되죠.”신시아는 이은수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그때 주경재가 허리를 짚고 다가와 이은수를 노려봤다.“신 상무님, 한 부장님과 한 이사님의 아드님이 기다리고 계셔요.”말투가 불손한 건 아니었지만 내용만 보면 완전히 상대편의 심부름꾼 같았다.이은수가 눈을 흘겼다. 그녀는 며칠 함께 지내며 주경재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설렘도 거의 다 사라졌다.“제가 이미 상무님께 말씀드렸거든요? 비켜요. 길 막지 말고요.”이은수가 다시 주경재를 한 번 밀었지만 그는 허리를 곧게 펴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이은수가 발을 들어 그의 발등을 세게 밟았다.“악.”주경재는 아파서 한 발로 뛰며 발을 감쌌다.“남부 지역 여자들은 왜 이렇게 거칠고 난폭한가요?”이은수는 신시아를 감싸듯 지켜주며 앞장서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그 시각 회사 분위기는 살얼음판이었다.어제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시아를 끌어내리려 했는데, 정작 신시아가 나타나지 않았다.잔뜩 벼르고 있던 사람들이 서로 얼굴만 바라보다 그저 허공에 주먹질한 꼴이 됐다.자고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법이다.화가 풀리지 않은 임원들은 애꿎은 직원들에게 짜증을 쏟아냈고, 그 탓에 사내 분위기는 잔뜩 얼어붙어 있었다.신시아가 나타나자 직원들은 인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조차 몰라 눈치만 봤다.신시아는 주변을 쳐다보지도 않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녀는 최상층에 도착한 뒤 곧장 자기 사무실로 향했다.하지만 문 앞에서 한승윤이 길을 막았다.“신 상무님, 임원들이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이사님의 아드님도 오셨고요.”한승윤은 팔을 내밀어 신시아의 앞을 막으며 문 앞을 완전히 가로막았다.신시아가 멈춰 서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오늘도 회사에 안 나오실 줄 알았습니다.”한승윤이 빈정거렸다.“신 상무님, 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에요. 이 자리까지 올라오신 분이 그 정도도 모르는 건 아니겠죠.”신시아는 차갑게 그를 바라봤다.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327화

    정태석은 정우진과 몇 마디 더 나눈 후 은씨 가문과의 결혼 문제는 정우진 본인이 알아서 결정하게 두기로 했다.거실로 돌아온 후 정태석은 정다슬에게 휴대폰을 돌려줬다.“우진이 일은 이제 아무도 간섭하지 마라. 우진이가 스스로 처리하게 해.”정태석이 그렇게 못 박자 기현주도 정우진에게 전화를 걸어 따져 묻고 싶었던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율제시.육아 도우미는 내일 오기로 되어 있었다.그래서 그날 밤 김지원은 빈이를 데리고 다시 신시아 집으로 와서 잤다.자정이 가까워졌을 무렵, 위층에서 김지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시아야, 왜 이렇게 뒤척이는 거야?”신시아가 일부러 죽이고 있던 숨소리가 그제야 조금 자연스러워졌다.그녀는 몸을 일으켜 달빛을 따라 위층을 바라봤다.“그냥... 이유 없이 마음이 좀 불안해서 그래.”“뭐가 불안해?”김지원은 난간을 짚고 일어나 맨발로 아래층까지 내려오더니 그대로 신시아 침대 위로 올라왔다.“우리 경원을 떠났어. 임신한 것도 어차피 들킬 뻔했다가 넘어갔고, 정우진도 이상한 거 못 알아챘잖아. 이제 무서울 게 뭐가 있어?”신시아는 침대 헤드에 기대앉아 가느다란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그녀도 무엇이 불안한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었다. 마치 공기 중 산소가 조금씩 줄어들어 서서히 숨이 막히는 듯한 불안감이었다.“누워. 내가 같이 있어 줄게.”김지원이 신시아의 베개를 두드렸다.“아기 낳고 나면 감정 관리가 중요하다고 했잖아. 너도 임신 후반기라 호르몬 때문에 감정 기복이 심할 수 있어. 괜찮아, 내가 옆에 있으니까.”신시아는 다시 누워 김지원이 옆에서 계속 조잘대는 소리를 들었다.“나 계획 다 세웠어. 내일 육아 도우미 오면 바로 방송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할 거야. 먼저 방송 방 꾸미고 장비도 새로 한 세트 사고...”“그리고 말이야 너한테 영양식 만들어 주는 계정은 팔로워가 엄청나게 빨리 늘더라. 빈이 사진 올리는 것도 마찬가지고. 너 출산하면 나도 계정 하나 만들어서 시작해 볼까 해.”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326화

    한편, 은유라와 손연경이 눈빛을 주고받았다.곧 손연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우진이가 따로 할 말이 있다는데 두 사람끼리 얘기하게 두죠. 나는 현주 씨랑 얘기 좀 할게요.”손연경은 기현주 곁으로 가 그녀를 소파에 앉히려 했다.기현주는 손을 뿌리쳤다.“할 말은 방금 다 한 거 아닌가요?”“화내지 말아요. 아까 내가 너무 흥분했어요. 젊은 애들 일 때문에 우리 사이까지 망가뜨릴 필요는 없잖아요. 현주 씨는 그래도 우진이 말고 다슬이도 있잖아요. 나는 유라 하나뿐이니까 마음이 더 쓰여서 그래요. 나한테 화내지 말고...”손연경은 다시 부드러운 말로 달래기 시작했다.다른 한편, 은성빈은 임정현을 따라 거실 밖으로 나갔다.임정현은 정우진이 시킨 말을 그대로 전하고 명함 몇 장을 건넸다.“이게 무슨 뜻이죠?”은성빈은 이해하지 못했다.“은성빈 씨께서 뜻을 모르시겠으면 은유라 씨에게 직접 물어보시면 됩니다.”임정현은 끝까지 정중한 태도를 유지했다.“대표님 말씀으로는 은유라 씨와 충분히 얘기해 보신 뒤에도 이해가 안 되시면 그때 대표님께서 직접 설명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은성빈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리고 한 가지 더 전하셨습니다. 정씨 가문에서는 누구도 정 대표님 대신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요. 은씨 가문에서 이번 혼사나 대표님께 불만이 있으시면 대표님께 직접 말씀하시고, 대표님과 연락이 안 되면 저를 찾아주세요. 제가 전달하겠습니다.”임정현은 오랫동안 정우진 곁에서 일해서인지 행동과 말투에 정우진을 닮은 구석이 있었다.은성빈은 몇 초 고민한 뒤 거실로 돌아가 손연경과 은유라를 데리고 정씨 가문을 나갔다.그때 손연경은 이미 기현주에게 져주며 화해를 청한 상태였다.기현주는 여전히 화가 나 있었지만 더는 심한 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손연경의 체면을 봐준 셈이었다.기현주는 떠나려는 임정현을 붙잡았다.“우진이가 은씨 가문에 무슨 말 전하라고 했어?”“사모님, 대표님께서는 사모님께서 본인 일에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325화

    그 말이 떨어지자 은유라는 곧바로 손연경을 향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그녀가 이 모든 일을 벌인 이유가 정우진과의 결혼하기 위해서인데 어찌 취소할 수 있겠는가.손연경은 은유라를 껴안는 척하며 그녀의 행동을 가렸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기현주는 정말로 화가 났다.“우리 정씨 가문이 마음먹으면 어떤 며느리를 못 들여요? 그런데 은씨 가문과 혼사 얘기가 나온 뒤로 일이 몇 번이나 터졌는지 알잖아요? 결혼 소식이 이미 파다하게 퍼졌는데 인제 와서 안 하겠다고요? 연경 씨, 유라가 뭘 잘못했는지도 좀 돌아보세요. 결혼 취소 얘기로 나 압박하려 하지 말고요.”정다슬은 기현주의 고함에 깜짝 놀라 권미희 쪽으로 몸을 붙였다.권미희는 눈을 감았다. 보기 싫어서인지, 아니면 오랜 친구들이 얼굴 붉히는 꼴을 차마 볼 수 없어서인지 알 수 없었다.“혼사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소란이 나서 남들 웃음거리가 됐네요. 양쪽 다 잘못이 있어요. 은씨 가문이 정말 이 일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 결혼 취소해도 괜찮아요.”정재형은 굳은 얼굴로 의견을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갔다.그가 자리를 떠나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손연경은 기현주를 잘 알고 있었던 터라 그녀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는 알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정재형까지 있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그녀는 바로 입을 다물었고 표정도 어색해졌다.“죄송합니다. 저희 때문에 또 걱정 끼쳐드렸네요.”은성빈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태석과 권미희에게 고개를 숙였다.“혼사가 잘 풀리면 경사지만 잘못되면 양가가 원수가 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유라와 우진이 사이에는 문제가 없어요. 유일한 문제는 신시아 씨예요. 오늘은 저희가 무례하게 들이닥친 것 같습니다. 은씨 가문을 대표해 사과드립니다.”말을 마친 그는 다시 기현주를 바라봤다.“두 사람의 혼사가 정씨 가문에 많은 폐를 끼친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 와서 결혼을 취소하면 더 큰 웃음거리가 되겠죠. 서로 한 걸음씩 물러서는 것은 어떻습니까?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4화

    거실에 있던 몇 사람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위층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정우진의 어머니 기현주가 다급하게 계단을 내려왔다.쉰을 바라보는 나이였지만 그녀의 몸매는 30대처럼 완벽하게 관리되어 있었다.그녀는 빨간 숄 하나만 어깨에 걸친 채 영하 10도에 달하는 바깥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님을 맞으러 나섰다.눈이 부시던 헤드라이트가 꺼지자 신시아는 비로소 정우진과 함께 차에서 내리는 은유라를 똑똑히 보게 됐다.평소 신시아 앞에서는 고고하게 거리만 두던 기현주가 은유라에게는 제 팔짱을 흔쾌히 내어주고 있었다.정우진은 입가에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3화

    은유라가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임정현은 한창 비행기 티켓을 예매 중이었다.“오빠는요? 비행기 티켓은 왜 예매해요?”“휴식실에 계세요. 지사에 급한 일이 생겨 대표님께서 급히 출국하셔야 합니다.”임정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은유라가 가방에서 여권을 꺼냈다.“내 것도 같이 예매해줘요. 따라갈 테니까.”“네?”임정현이 당황한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이에 은유라는 당연하다는 식으로 대꾸했다.“왜요? 우진 오빠한테 직접 확인이라도 받으라고요?”지난 반년, 정우진이 가는 곳엔 늘 은유라가 있었다.임정현은 씁쓸하게 그녀의 여권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2화

    신시아는 보육원 출신 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케이스였다. 우수한 성적 덕분에 국내 최고 대학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고 그곳에서 정우진을 만났다.수많은 부잣집 도련님들 사이에서 그는 단연 눈에 띄었다.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그녀의 시선을 단번에 장악한 사람이 바로 정우진이었다.신시아는 지난 2년간의 결혼 생활과 밤마다 나누었던 그 뜨겁던 순간들만으로 평생을 버틸 추억이라 치부하려 했다.그런데 하필 배 속에 아이가 생겨버렸다.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혈육을 차마 지울 수는 없었다.정우진이 아이를 빼앗아갈까 봐 두려우면서도 한편으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1화

    깊은 밤, 신시아가 갓 태어난 아기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드디어 엄마 되었어요. 우리 첫째랍니다!]피드를 올린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반년 전에 이혼한 전남편 정우진이 집 문을 두드렸다.문을 열자 정우진의 침울한 얼굴이 비좁은 방 안의 공기를 싸늘하게 식혔다.신시아는 문고리를 더 세게 잡았다.“무슨 일이에요?”남자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번쩍이는 새 구두가 낡은 복도식 아파트의 빛바랜 꽃무늬 장판 위를 밟자 그 위화감이 공기를 가르고 들어오는 듯했다.그가 이곳을 찾은 것이 처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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