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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Autor: 손발 땀쟁이
‘이혼? 제1회 조정기일?’

규나는 눈을 내리깔고 문자 내용을 다시 훑었다.

진후는 규나에게 이 일에 대해 단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다.

며칠 동안 진후가 주예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말투는 늘 아무 일도 아닌 듯 담담했다.

적어도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하나뿐이었다.

주예 쪽에서 먼저 이혼을 꺼낸 것이다.

‘미친 거 아냐?’

규나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한씨 가문의 지위나 진후의 조건을 생각해도, 주예가 먼저 이혼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는 도무지 느껴지지 않았다.

‘물러나는 척하면서 되레 주도권을 쥐려는 계산일까?’

‘아니면 정말로 더는 결혼 생활을 이어 갈 생각이 없는 걸까?’

규나는 선뜻 답을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금세 감정을 가라앉힌 규나의 눈동자에는 희미한 비웃음이 스쳤다.

주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무슨 속셈을 품고 있든, 규나가 해야 할 일까지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규나는 손가락을 들어 화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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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157화

    권수영은 말을 이어 갔다. “돌이킬 수 있을 때는 바로잡고, 이미 늦었으면 앞으로 가. 너는 해신그룹을 이어받을 사람이야.”“여자 한 명 붙잡겠다고 매일 이러는 꼴이 뭐냐? 이혼합의서 건도 내가 동의한 일이니, 전부 네 엄마 탓으로 돌리지는 마.”“할머니까지요?” 진후는 예상하지 못한 말에 굳었다.“주예는 괜찮은 아이야. 다만 우리 집과 인연이 여기까지였던 거지. 네가 만든 결과를 주예 탓으로 돌리지 마. 또 하나.” 권수영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한씨 가문 대를 끊을 수는 없어. 준비해. 맞선 자리를 알아볼 테니까.”...다음 날 아침, 하늘은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났다.하늘은 주방으로 내려가 할아버지 아침 간식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따로 있었고, 하늘은 옆에서 지시만 했다.평소 본가 요리사가 만든 맛과 다르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유명 특급 호텔의 디저트 셰프까지 따로 불렀다. 고씨 가문의 가사도우미들에게 맡기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였다.고홍근은 평소 집에서 먹는 음식에 익숙해서 한입만 먹어도 누가 만들었는지 알아차릴 사람이었다.오전 7시 반쯤, 하늘은 고홍근의 아침 운동이 끝날 때가 됐다고 생각해 정갈한 푸드 박스를 들고 식당으로 향했다.하늘은 여섯 시부터 일어나서 움직였다. 주예의 방 앞을 지날 때 일부러 걸음을 멈추고 안쪽 소리를 들어 봤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주예가 아직 자고 있다고 확신했다.그런데 식당에서 간식을 하나씩 꺼내 놓고 있는데, 고홍근과 주예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들어왔다.“주예야, 아까 네가 알려 준 동작 정말 괜찮더라. 하하, 몸이 한결 가벼워졌어!”고홍근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운동하는 습관도 아주 좋아. 요즘 젊은 애들은 건강하다고 밤새고 늦잠 자는 경우가 많은데 넌 다르구나.”“외할아버지는 기본 체력은 좋으세요. 다만 근육이 조금 뭉쳐 있고 순환도 원활하지 않은 편이에요.” “단 음식이랑 튀긴 음식만 줄이시고, 제가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156화

    아들이 도무지 눈치를 못 채자, 조혜는 결국 자신이 직접 말을 꺼내려고 했다.하지만 고홍근은 조혜가 입을 열 기회조차 주지 않고 먼저 말을 잘랐다.“됐다. 식사 중에는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밥이나 먹어.”식사가 끝난 뒤 다른 가족들은 하나둘 돌아갔다. 하늘은 끝까지 우아한 걸음을 유지하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본가에는 가족마다 전용으로 쓰는 방이 하나씩 있었고, 그 방은 하늘을 위해 따로 마련된 곳이었다.가구와 장식품도 전부 하늘의 취향에 맞춰 배치돼 있었다. 1년에 며칠 머물지도 않지만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평소에도 누군가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뜻이었다.하늘이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자, 밖에서 유지하던 온화한 미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하늘은 비싸고 정교한 장식품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팔을 거칠게 휘둘렀다. 선반 위 물건들이 한꺼번에 바닥으로 쏟아졌다. 눈가의 작은 점은 일그러진 표정을 더 차갑고 독하게 보이게 만들었다.하늘은 주먹을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보석을 촘촘히 붙인 네일 끝이 손바닥 살을 깊이 파고들었다.‘임주예를 두 번이나 조사했는데, 왜 일찍 죽은 엄마 쪽은 확인할 생각을 못 했지!’‘재수 없는 여자. 진짜 재수 없어.’‘임주예 엄마 고경란도 똑같아. 임주예도 똑같고. 그 집안은 전부 마음에 안 들어!’아무도 볼 수 없는 방 안에서, 하늘은 속에 눌러 두었던 악의와 분노를 남김없이 쏟아냈다....같은 시각, 한씨 저택.“진후야, 손이 이게 뭐야. 빨리 치료부터 받아.”진후의 손바닥이 피투성이가 된 걸 보고 놀란 박효주가 곧장 주치의를 불렀다.“임주예 같은 애가 네 마음을 몰라주는 거야. 애초에 둘이 결혼할 때부터 엄마는 반대했어.”“그 집안 배경으로는 우리 집과 맞지도 않았고. 이혼했으면 끝이 난 거지. 주예 마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너한테 없었던 것 같아.”박효주는 진후를 달래려는 듯 계속 말을 이어 갔다.조금 전 진후가 잔뜩 화가 난 채 집으로 들이닥쳤을 때부터 박효주는 이유를 알아차렸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155화

    그 두 가지 표현이 나오자, 양수민과 조혜의 표정이 동시에 일그러졌다.양수민은 원래 내세울 만한 집안 출신이 아니었다. 고기성의 아이를 가진 뒤에야 온갖 수를 써서 고씨 가문에 들어왔다.결혼 전 양수민의 집안 형편은 몹시 어려웠다. 고씨 가문에 들어온 뒤에는 매일 예절과 교양을 익히며, 누가 봐도 상류층 사모님처럼 보이도록 자신을 다듬었다.그렇게 오랜 세월 감추고 꾸며 온 과거가 주예의 몇 마디 때문에 다시 드러난 듯했다. 양수민은 애써 덮어 둔 흔적이 사람들 앞에 그대로 펼쳐진 기분이었다.조혜의 사정은 더했다. 고천운에게 원래 배우자가 있었을 때 관계를 시작했고, 결국 그 자리를 차지했다.주예가 말한 ‘유명한 피아노 재원’은 조혜가 아니라 고천운의 전 배우자를 가리킨 표현이었다.오래 묻혀 있던 이런 사정을 하늘과 우빈은 전혀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양수민은 늘 하늘에게 부모 모두 이름난 집안에서 자랐다고 말해 왔다. 하늘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으며 자신의 배경을 자랑스러워했다.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니, 어머니 양수민의 출신은 하늘이 들어왔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를 가능성이 컸다.하늘은 양수민을 한 번 바라봤다. 평소라면 맹목적인 믿음만 담겨 있었을 눈빛에 처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의심이 섞였다.이내 하늘의 시선이 주예에게 박히더니 질투가 속에서 뒤틀렸다. ‘왜? 왜 저 여자 엄마만 그렇게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거야?’반대편에서는 우빈이 하필 건드리면 안 될 부분을 정확히 건드렸다. “어머니, 피아노도 치실 줄 아셨어요? 전 왜 한 번도 못 들었죠?”그 말에 조혜의 인내심이 완전히 끊어졌다. 조혜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하늘아, 네 엄마라고 뭐 그렇게 대단한 줄 알아? 양수민도 예전에...”“그만해!”“입 다물어!”고홍근과 고천운이 거의 동시에 호통쳤다.두 사람의 고함에 조혜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불쾌한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주예는 차가운 눈으로 눈앞의 소동을 바라봤다. 확실해진 것은 하나였다. 자신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154화

    “이런 미인이 있으니 본가가 완전 금의환향이네.”고홍근은 우빈의 꼴도 못마땅한데, ‘금의환향’이라는 말까지 엉뚱하게 갖다 붙이자 속이 쓰릴 지경이었다.고홍근은 지팡이를 번쩍 들어 우빈의 종아리를 내리쳤다. “집에 가서 책이나 더 읽어! 또, 주예는 네 사촌 누나다. 밖에서 하던 가벼운 짓거리 여기서까지 하지 마!”‘사촌 누나?’우빈은 생각할 틈도 없이 입 밖으로 내뱉었다. “고경란 딸?”어머니의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부르는 말을 듣자, 주예의 시선이 곧장 우빈에게 꽂혔다. 눈빛이 매섭게 가라앉았다.상석에 있던 고홍근도 눈을 가늘게 떴다.고경란이 집을 떠났을 때 우빈은 아직 아주 어린아이였다. 고경란을 직접 기억할 리가 없었다.그런데도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불렀고, 게다가 말투에도 존중이라곤 전혀 없었다. 집에서 부모가 고경란을 자주 입에 올렸고, 그 내용이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는 뜻이었다.고홍근은 그 짧은 몇 마디만으로도 뒤에 숨은 사정을 거의 짐작했다.조혜를 바라보는 고홍근의 눈에 경고가 담겼다.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조혜가 얼른 우빈의 팔을 한 번 치면서 둘러댔다.“우빈아, 그분은 네 고모야. 내가 평소에 집안 호칭 좀 제대로 외우라고 했지? 넌 귀찮다고 사람 이름만 외우니까 이런 실수를 하잖아. 정말, 얘도 참.”주예가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좋은 방법이네요. 저도 집안 호칭을 잘 몰라서 걱정했거든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다른 친척들을 만날 기회도 없었고요.”말을 마친 주예는 고홍근의 표정에 스친 씁쓸함을 알아차렸다.조혜는 주예가 말 잘 듣는 아이인 줄로만 알고 금세 표정이 밝아졌다. 맞장구를 치려던 참이었다.그런데 주예가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 갔다. “외할아버지 댁에 처음 왔는데 호칭을 잘못 불러서 실수할까 걱정했어요. 이제 됐네요. 우빈이처럼 저도 이름으로 외우면 되겠어요. 그렇죠, 작은외숙모?”“너...” 제대로 한 방 먹은 조혜는 입술까지 하얗게 질렸다.우빈도 비꼬는 말이라는 걸 알아들었다.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153화

    양수민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했다. 하늘은 고홍근의 친손녀였다. 주예가 정말 고경란의 딸이라고 해도 결국 외손녀다.한 다리 건너는 사이였다. 더구나 밖에서 자란 아이가 자신의 딸과 뭘로 비교가 될까?양수민은 그렇게 판단하고 분위기를 수습하는 척 나섰다.“아가씨 딸이었구나. 어쨌든 왔으니 이제 가족이지. 임주예라고 했지? 처음 오면 불편한 게 많을 거야. 하늘이랑 동갑이니까 모르는 게 있으면 하늘이한테 물어봐.”다정한 말처럼 들렸지만 말투에는 자연스러운 우월감이 배어 있었다. “아직 마땅한 집을 못 구했으면 하늘이한테 알아봐 달라고 해. 하늘이 몇 년째 미술 쪽에 투자도 해서 인맥이랑 자원이 꽤 많거든.”양수민의 말을 듣자 고홍근의 표정도 조금 누그러졌다. 양수민은 속으로 안도했다. 적어도 방금 행동으로 어른 앞에서의 이미지는 지켜 냈다고 생각했다.하늘도 자리에서 일어나 가느다란 손을 내밀며 여유롭게 웃었다.“주예 씨, 아니, 주예야. 또 보니까 반갑네. 대회장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이상하게 인연이 있을 것 같더라.” “이렇게 같은 집안 사람이 될 줄은 몰랐어. 앞으로 필요한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해.” 말은 친절했지만 하늘의 태도에는 자신이 한 수 위라는 여유가 가득했다.“고마워.” 주예는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양수민은 그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들이 먼저 호의를 베풀었으면 주예가 긴장하거나 감격해도 모자랄 판인데, 너무 담담했다.평소라면 주예가 평생 가까이 가기도 어려운 집안이었다. 그런데 이제 막 혈연으로 인정받았다는 이유로 벌써부터 명문가 아가씨 행세를 하는 듯해 양수민의 속이 꼬였다.‘밖에서 자라 세상 물정도 모르니 괜히 도도한 척하면서 열등감을 감추는 거겠지.’ 양수민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됐다.” 고홍근이 말을 정리했다. “집 걱정은 할 필요 없어. 주예는 본가에서 지낼 거다.”“네?” 짧은 한마디에 사람들이 다시 놀랐다.본가에서 산다는 건 고홍근이 주예를 특별히 곁에 두겠다는 뜻이었다.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152화

    조혜가 먼저 빈정대는 투로 입을 열었다. “형님, 요즘 하늘이 참 잘나가나 봐요. 무슨 미술상도 받았다면서요?” “제 생각에는 여자애가 밖으로 그렇게 돌아다닐 필요 있나 싶어요. 집에서 얌전히 지내는 게 제일이지.”양수민이 가볍게 웃었다. “그러게 말이에요. 딸이 너무 잘나고 자기 생각도 뚜렷하니 나도 걱정이 많아요.”“우빈이는 밖에서 돈 쓰고 노는 것 말고는 신경 쓸 게 없으니 얼마나 편하겠어요. 부럽네요.”조혜는 제대로 받아치지도 못하고 표정이 굳어졌다.조혜는 곧장 우빈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냐고 물었다.[알았어요. 거의 다 왔어요.]귀찮다는 듯 대답하면서, 우빈은 몸에 달라붙어 있던 여자를 밀어 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다.“이따가 눈치 좀 잘 봐. 하늘이한테 밀리지 말고. 할아버지가 회사 일은 어떠냐고 물으면 큰 프로젝트 하나 맡았다고 해. 알았어?” 조혜가 낮은 목소리로 당부했다.[네, 알았어요. 진짜 귀찮게 하시네요.]우빈은 바지를 끌어올리며 밖으로 나갔다.여자가 더 붙잡으려 하자, 우빈은 손으로 막으면서 계좌로 돈을 보냈다. 입금 알림을 확인한 여자가 활짝 웃는 사이, 우빈은 건물 아래로 내려가 눈에 확 띄는 컨버터블 슈퍼카를 몰고 사라졌다....일행은 본채 응접실로 들어갔다.상석에는 고홍근이 차를 마시며 앉아 있었고, 바로 옆 자리에는 처음 보는 젊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나이는 하늘과 비슷해 보였다.길게 기른 머리는 자연스럽게 뒤로 묶었고, 화장기 하나 없는 피부는 맑고 환했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단정한 분위기였고, 편한 옷차림으로 고홍근의 찻잔에 차를 따르고 있었다.손놀림 하나하나가 매끄럽고 자연스러워 괜히 시선이 갔다.“아버지.”가족들은 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의문을 눌러 둔 채 고홍근에게 공손히 인사했다.조혜와 양수민은 재빨리 눈빛을 주고받았다.두 사람은 혹시 고홍근이 새로 가까이하는 젊은 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다만 나이를 보니 지나치게 어려 보였다. 조혜와 양수민의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5화

    “사모님?”여주댁이 문을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봤다.“아직 안 주무셨어요?”“응...”주예는 대답하려 했지만 목이 잔뜩 잠겨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겨우 숨 섞인 소리만 흘러나왔다.여주댁은 급히 안으로 들어와 주예의 이마에 손을 대 보더니 화들짝 놀랐다.“어머, 이게 무슨 일이에요? 열이 너무 심하잖아요.”“비를 좀 맞아서 그런가 봐요.”주예는 힘겹게 웃어 보였다.“약은 먹었어요.”“이렇게 있으면 안 되죠.”여주댁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이대로 열이 더 오르면 큰일 나요.”여주댁은 곧장 핸드폰을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4화

    주예는 가슴이 답답하게 막혀 왔다.그리고 숨을 깊게 들이쉰 뒤, 진후의 SNS 계정을 다시 열었다.화면이 넘어가자 진후가 기록해 둔 일정들이 줄줄이 떠올랐다.[규나 건강검진][규나 항공권, 호텔 예약][규나 생일][규나...]주예와 관련된 기록은 맨 아래까지 내려가서야 하나 나왔다. 3년 전, 혼인신고를 한 날이었다.주예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손끝이 조금씩 식어 갔다.‘정말 끝까지 이랬네.’주예는 올라오려는 감정을 꾹 눌러 삼킨 채 다른 폴더를 열고 나서, 진후가 최근에 사들인 부동산, 주식 거래 내역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3화

    밤, 7시 반.주방 안에는 뜨거운 김이 가득 차 있었다.도미찜은 찜기 위에서 김을 올리고 있었고, 갈비찜은 자작하게 졸아들고 있었으며, 두부는 반듯한 모양으로 가지런히 썰려 있었다. 냄비에 담긴 육수는 불 위에서 천천히 끓고 있었다.진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짙은 색 코트 안에는 날렵하게 재단한 수트를 받쳐 입고 있었고, 넥타이는 느슨하게 조금 풀어져 있었다.주예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 진후의 매서운 눈매가 조금 누그러졌다.주예는 주방에서 분주히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기척이 들렸는데도 주예는 돌아보지 않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2화

    빈소에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아 있었다.진후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지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흘렀다.규나는 목이 막힌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눈가에 눈물만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억울함이 가득 밴 모습이었다.결국 국화 한 송이를 집어 든 진후는 앞으로 나가 임필수의 영정 앞에 내려놓았다.영정 앞에 선 진후의 등은 곧게 펴져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데도 가슴 한쪽이 묘하게 조여 들었다.주예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후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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