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집은 생각보다 오래 타지 않았다.겉으로는 작은 불길뿐이었다. 하지만 땅 아래에서는 무너지는 소리가 계속 났다. 지하 기록실이 하나씩 주저앉는 소리였다.태성의 피를 승인하고, 지우고, 분류해온 기록들. 엄마들의 이름. 아이들의 코드. 유지, 관찰, 폐기라는 말로 사람을 나눴던 문서들.그중 일부는 사라졌다.하지만 전부는 아니었다.도윤의 장비 안에는 피해자 인덱스가 남았다. 회장의 손에는 Y-01 봉투가 있었다. 서아의 품에는 Y-00, S-01, N-12 파일이 있었다.그리고 하윤은 민유라의 품 안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서아는 불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지연이 옆에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언니, 여기 오래 있으면 안 돼. 불 났다고 신고 들어가면 경찰이든 소방이든 올 거고, 그 전에 위원회 쪽도 다시 붙을 수 있어.”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이동해야 해.”서아는 하윤을 바라봤다.“엄마.”민유라는 하윤을 꼭 안은 채 대답했다.“응.”“괜찮아?”민유라는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 하윤이도… 아직은 괜찮아.”그 말이 끝나자마자 하윤이 작게 몸을 뒤척였다. 서아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조금 전, 자신의 목소리에 반응한 하윤이의 작은 손이 떠올랐다.그 반응은 하윤을 구했다.하지만 동시에 또다시 시스템 안에서 사용될 뻔했다.서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다시는 안 돼.”태준이 그녀를 봤다.“뭐가.”“하윤이 반응.”짧은 침묵.“다시는 저 사람들 조건값으로 쓰이게 안 해.”민유라의 눈가가 젖었다.“서아야…”서아는 엄마의 손을 잡았다.“엄마도 마찬가지야. Y-00, 민유라, 한서윤. 저 사람들이 어떤 이름을 붙였든 이제 우리가 정해.”민유라는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그때 도윤이 장비를 들여다보다가 낮게 말했다.“서아 씨.”모두의 시선이 도윤에게 향했다.도윤은 복사된 인덱스 파일을 화면에 띄웠다.“Y-01 아이 기록, 일부 더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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