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야-이도훈! 잘 좀 찾아봐,네가 아무 데나 처박아 둔 거 아니야?”“안재민.....내가 그걸 왜 미쳤다고 아무 데나 두냐고! 분명히 여기 뒀단 말이야!”“어휴, 간수 좀 잘하지”현빈의 처절한 과거를 곱씹다 겨우 잠이 들었던 소하의 귓가로 남자들의 거친 목소리가 넘실넘실 흘러들었다.소하는 무거운 눈꺼풀을 껌뻑이며 간신히 잠에서 깨어났다.시야가 맑아지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어젯밤 현빈이 뒤적이던 그 캐비닛을 통째로 털어낼 기세로 뒤지고 있는 도훈의 뒷모습이었다.그 뒤로는 재민과 지훈이 도훈을 한심하다는 듯 내려다보고 있었다.“아..... 벌써 아침이에요?”창밖에서 쏟아지는 쨍한 햇살이 사무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소하가 눈부신 빛에 한쪽 눈만 겨우 뜬 채 몸을 일으키자, 소파 맞은편에 서 있던 재민이 비스듬히 입꼬리를 올렸다.“너- 얼굴 지금 존나 예술이다. 아주 가관이야”“예술 작품을 감상했으면 관람료나 내시죠”“와- 넌 진짜 한 마디를 안 지는구나?”재민의 비아냥에 콧방귀를 훅 뀐 소하가 대충 얼굴을 정리했다.그러다 캐비닛 속 물건들을 바닥에 팽개치며 짜증을 내는 도훈을 보며, 문득 새벽에 보았던 현빈의 모습이 떠올랐다.“그거 너희 어머니 유품 아니냐?”“그러니까! 아-진짜 어디 간 거야!”지훈의 말에 도훈이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소리를 질렀다. 도훈의 뒷모습을 보던 소하가 넌지시 물었다.“뭐 찾아요?”“아! 맞다 너 밤새 여기 있었지? 혹시 어제 도둑이라도 들었어? 아니면 수상한 놈 못 봤냐?”옆에 있던 재민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끼어들었다.“이도훈, 상식적으로 생각해라. 도둑이 들었으면 돈이나 장비를 털어갔지, 미쳤다고 ‘신칼’을 훔쳐갔겠냐?”‘신칼’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소하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잔상이 스쳐 갔다.지난 새벽, 현빈이 캐비닛 깊숙한 곳에서 꺼내 들었던, 중국집 식칼처럼 널찍하고 위협적이었던 그 금속 덩어리“어..... 설마 그 찾는다는 칼이요. 요만하고 좀 널찍하고......손잡이가 금색이었던 것
소파에 누워 있던 소하의 감은 두 눈에서 주르륵,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몽롱한 의식 속에서 눈을 뜨자, 정혁이 맞은편에 앉아 캔맥주를 들이켜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흑백의 공간에서 본 그 처절한 광경이 여운처럼 남아, 소하는 떨리는 숨을 내뱉었다.“하아…….”꿈이라기엔 너무나 생생한 통증이었다. 소하의 눈에서 다시 한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정혁의 머리칼 위로 늦은 밤의 창백한 달빛이 내려앉았다.그 차가운 빛 때문인지, 무표정하던 그의 얼굴조차 오늘따라 처연해 보였다.“가족을 모두 잃고 그렇게 혼자 떠돌던 현빈이를 가엾게 여긴 분이 계셨어. 우리가 통상 ‘신’이라고 부르는 그분이 현빈이에게 인간의 몸을 주셨어..”소하는 아무 말 없이 정혁을 바라보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곰 인형 속에 숨어 장난이나 치던 그 도깨비가, 그런 끔찍한 학살의 유일한 생존자였다니. 가슴 한구석이 칼에 베인 듯 아려왔다.“인간의 몸에 깃들어 있기 때문에 도깨비로서의 능력을 자유자재로 쓰지는 못해.하지만 스스로 몸에서 나오는 건 가능하지. 그런데 현빈이는 단 한 번도 자기 의지로 인간의 껍데기를 벗은 적이 없었어....그날 전까지는.”“그날이요?”“현빈이가 자신의 종족을 몰살시킨 그 박수무당과 재회한 날”정혁의 조용한 갈무리에도 소하는 손바닥에 축축하게 땀이 배는 것을 느꼈다.정혁은 젖은 눈빛으로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그날, 현빈이는 인간의 몸에서 나와 진짜 도깨비가 되었어. 그리고...”정혁이 잠시 말을 멈추고 슬픈 눈을 한 소하를 응시했다.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공중을 부유했다.“그 무당을 죽였지”소하가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죽였다.그 따뜻하고 여린 마음을 가졌다던 도깨비가, 증오에 눈이 멀어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그걸 사자가 알게 됐어. 사자는 윗선에 비밀로 해주는 대신 현빈이의 방망이를 압수해 갔지.그리고 약속했어. 다시 한번 살인과 같은 맥락의 짓을 저지른다면 그때는 미
어디서부터 시작된지도 모르는 색채가 거세된 흑백의 공간이었다.사방이 뒤틀린 듯한 기묘한 풍경 속에 던져진 소하는 당혹감에 휩싸여 고개를 두리번거렸다.차가운 공기는 폐부를 찔렀고, 발밑의 감각은 마치 늪을 걷는 듯 축축하고 불분명했다.무언가에 홀린 듯 발걸음을 옮기던 소하의 눈에 낡은 현수막 하나가 들어왔다.싸늘한 새벽바람에 펄럭이는 천 조각 위에는 붉은 글씨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금나리 마을 재개발 확정]소하는 자기도 모르게 마을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하늘에는 습한 기운을 머금은 새벽달이 떠 있었지만 공간 전체를 지배하는 흑백의 톤 때문인지 달빛조차 서늘한 은빛으로 부서졌다.그때였다. 어디선가 가슴을 울리는 둔중한 북소리가 들려왔다. 소하는 그 소리에 이끌려 마을 중심부로 향했다.그곳에는 낮에 보았던 것보다 훨씬 거대하고 웅장한 버드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었다.수천 개의 가지가 눈물처럼 아래로 늘어진 나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신전처럼 소하를 압도했다.나무 아래에는 휘황찬란한 무복을 입은 무당이 방울을 흔들며 요란하게 작두 위를 타듯 방방 뛰고 있었다.그 주위를 에워싼 마을 사람들은 질린 눈으로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이 마을의 부정한 것들을 거두어 가시고, 평화를 주시옵소서"수십 명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단조로운 주문과 미친 듯이 울려 퍼지는 북소리, 그리고 고막을 찢는 듯한 방울 소리가 한데 섞였다.소하는 머리가 쨍하고 울리는 통증에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버드나무의 깊게 패인 옹이 속, 그 어둠 속에 숨어 바르르 떨고 있는 ‘그것들’을 보았기 때문이었다.도깨비들이었다.공포에 질려 서로를 껴안은 도깨비들 사이에서 소하의 눈에 익숙한 모습이 들어왔다.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덩치 큰 도깨비의 옷자락을 꽉 붙잡고 있는 어린 도깨비. 그것은 분명 현빈의 어린 시절이었다."이 땅은 이미 썩었군. 터주신이니 뭐니 다 보내줘야겠어!"무당의 목소리가 들려
억지로 계약서에 사인을 마친 소하는 울상이 된 얼굴로 종이를 바라보았다.인생이 이토록 허무하게 저당 잡힐 줄이야.하지만 소하의 속도 모르는 도훈은 그녀의 손에서 계약서를 휙 낚아채더니, 얄미울 정도로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자, 이제 우리 식구네? 환영해 강소하~!"도훈은 룰루랄라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정혁의 책상으로 발을 옮겼다.그 가벼운 뒷모습을 보며 소하는 주먹을 꽉 쥐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소파 깊숙이 몸을 묻고 눈을 감았다. 하루 사이에 겪은 일들이 폭풍처럼 지나가 머릿속이 지끈거렸다.그런데 영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슬그머니 눈을 뜨니, 반대편 소파에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자신을 빤히 관찰하는 재민이 보였다. 소하는 지지 않고 눈을 치켜떴다."뭐예요?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니면 내가 너무 예뻐서 넋이라도 나갔나?"소하의 뻔뻔한 말에 재민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나참...기가 막히네 지금 누구 때문에 ‘꽃미남’ 흥신소 간판을 내려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 중이었거든?너-공주는 공주인데…… 슈렉 공주 어때? 피오나라고 들어봤지?""허, 참! 슈렉이요? 슈렉? 세상에 이렇게 예쁜 슈렉 공주 봤어요?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냐?""너 평소에 집에 거울 안 두고 사냐? 아니면 정신 승리가 취미인가?"여전히 싸가지라고는 밥 말아 먹은 저놈과 콤비를 해야 한다니소하는 속에서 열불이 터져 올라왔지만, 교양 있는 현대인으로서 참기로 했다.대신 어금니를 으드득 갈며 오른손을 펴서 흔들어 보였다."나한테 돈 맡겨 놨어? 왜 그러는데?"재민이 정색하며 소하를 바라보자 소하는 본론을 꺼냈다."돈 말고, 아침에 다시 올 테니까 귀신들 접근 못 하게 하는 부적이나 좀 주시죠? 나 집에 가야 하거든요""아 결계 부적? 그거 이도훈 전공이니까 나한테 찾지 마- 난 그런 거 안 키워"재민은 귀찮다는 듯 몸을 일으켜 제 방으로 홱 들어가 버렸다.소하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에 대고 주먹질을
"하, 진짜 곰탱이 성깔 하고는..."도훈이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으며 빈 잔을 만지작거렸다.폭풍이 휩쓸고 간 자리처럼, 현빈이 박차고 나간 철문은 여전히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이정혁.... 그래도 좀 달래듯이 말하지 그랬냐.... 쟤 상처가 보통 깊은 게 아닌데"지훈의 핀잔 섞인 말에 냉장고에 기대 서 있던 재민이 ‘끙차’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그의 표정엔 여전히 귀찮음과 서늘함이 공존하고 있었다."곰도가 퍽이나 그 말을 곱게 들었겠다 제 가족들 몰살시킨 놈 이야긴데"소하는 아무 말 없이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방금 전까지 눈앞에서 벌어진 일들이 도대체 무엇인지 영혼을 먹는 악귀니 도깨비 몰살이니 하는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뒤엉켜 소화되지 않은 채 둥둥 떠다녔다.그때, 소하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사자가 불쑥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소하는 저도 모르게 뒤로 몸을 뺐지만 사자의 형형한 눈빛은 이미 그녀의 눈동자 깊숙한 곳을 꿰뚫고 있었다.사자는 잠시 소하를 감상하듯 바라보더니, 못마땅한 표정의 정혁에게 시선을 옮겼다."그래 뭐... 이번 건은 안 하는 걸로 하고 김현빈 단속이나 잘해. 혹시 모르잖아? 지금은 능력을 봉인해서 안 쓴다고는 하지만 예전처럼 언제 또 폭발할지"사자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소하를 지목했다."아! 그리고 강소하라고 했나?""저…… 저요?"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허스키한 목소리에 소하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사자는 꽤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소하를 훑어내렸다.그 노골적인 시선에 소하는 마치 얼음물 속에 던져진 것처럼 오한이 드는 기분이었다.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어색한 웃음을 흘리는 것뿐이었다."아하…… 하하…….""사실 내가 그전까진 안재민을 참 탐냈었거든. 근데 이젠 그쪽이 더 탐나네""네? 그게 무슨…….""그쪽 눈 말이야. 엄청 탐난다고- 아주 맑고 맛있게 생겼어"탐난다는 말이 ‘맛있게 생겼다’는 비유로 이어지자 소하는 그만 벙어리가 된 듯 굳어버렸
어쩌다 다시 이 낡고 기묘한 흥신소 사무실 소파에 앉게 된 건지, 소하는 스스로도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좌중을 압도하는 ‘사자’라는 여자의 서늘한 눈빛 앞에서 소하가 할 수 있는 건그저 얌전히 꼬리를 내리는 것뿐이었다.소파 한쪽에 처박히듯 앉아 있는 소하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맞은편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자신을 훑어보는 사자의 시선이 닿을 때마다 온몸의 털이 바짝 곤두섰다."그러니까, 사고 이후로 갑자기 영안이 트인 여자다?"사자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어, 뭐. 사자도 보면 알겠지만 저 눈 좀 봐. 보통이 아니야. 영력이 아주 펄펄 넘친다고."도훈의 설명에 사자는 소하의 눈을 더욱 집요하게 빤히 쳐다보았다.소하는 숨조차 쉬기 힘든 압박감에 눈을 질끈 감고 싶었지만 왠지 그래선 안 될 것 같은 위압감에 억지로 시선을 버텼다."그러네. 옛날 안재민 눈보다 더 흥미롭긴 하네""내 얘긴 좀 빼지?"벽에 기대어 서 있던 재민이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무표정하던 사자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예민하게 굴긴. 다 옛날일인데 왜 그렇게 아직도 꼬리를 바짝 세우나 몰라?"사자의 비꼬는 말투에 기분이 상했는지, 재민은 대답 대신 냉장고 쪽으로 거칠게 걸음을 옮겼다.사자는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한 모금 ‘후룹’ 들이켰다.그때, 무거운 철문이 열리며 꼬리를 내린 대형견 모드의 현빈과 흥신소 사장 정혁이 들어왔다.정혁은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사자를 보더니 관자놀이를 매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또 골치 아픈 일을 들고 왔으리라는 예감이 적중한 모양이었다. 정혁이 소하의 바로 옆자리에 앉자, 소하는 그야말로 사방이 막힌 느낌이었다.앞에는 무서운 사자, 옆에는 매서운 눈매의 정혁, 그리고 뒤에선 도깨비 현빈이 괜찮냐며 속삭이고 있었다. 그야말로 기가 통째로 빨려 나가는 기분이었다."웬일이야, 여기까지?"정혁의 낮은 물음에 사자가 잔을 내려놓았다."뭐, 별건 아닌데. 자, 다 모였으니까 본론으로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