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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서로 겹쳐진 운명의 지도]

Author: silver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14 00:05:46

그러고 보니 유준철의 눈매는 유환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려는 굳은 의지, 세상을 발아래 두려는 오만함 속에 감춰진 올곧음까지도.

“앞으로 어쩔 생각인가, 장하늘 군.”

물론 장하늘의 1차 목표는 유환을 살리고 자신도 살아 남는 것이다. 그저 더 행복하게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 그런 답은 낼 수 없었다.

노회장의 질문은 진부할 법했지만, 유도완 사장보다 훨씬 영민하고 노련한 유준철은 어려운 대화를 무척이나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전 유환이가 투수로 완벽하게 재기하면 미련 없이 미국으로 떠날 겁니다. 유도완 사장님께 제 걱정은 더 이상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한 답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야 유도완이 더 이상 자신을 해하려다 유환까지 위험한 상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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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107. [망각 속에서 찾은 조각난 진실]

    장하늘의 고백에도 서정우는 크게 놀라지 않은 채 덤덤하게 어깨를 으쓱였다.“어쩐지. 전생을 기억하니까 그 어려운 종교학 개론 수업도 들었던 거구나? 윤회나 사후세계 같은 게 궁금할 수밖에 없었겠네.”장하늘은 비로소 두 사람에게 온전히 의지하기로 마음먹고, 켜켜이 쌓아두었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전생이 단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되었다는 것, 그리고 죽음의 시기가 매번 앞당겨져 형언할 수 없는 공포가 자신을 잠식하고 있다는 사실까지.“그래서 유환이와의 시간이 더 애틋하고 절박해요.”올해 12월 24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찾아올 죽음이 얼마나 두려운지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털어 놓았다. 주기가 일정하게 짧아지는 죽음의 규칙을 설명하는 장하늘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유환이를 정말 많이 좋아하지만··· 때가 되면 녀석의 곁을 떠날 생각이에요. 그게 서로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믿거든요.”유환이 짊어진 왕관의 무게와 그가 나아가야 할 찬란한 미래에, 자신이라는 어둠이 머물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조용히 경청하던 서정우와 조기범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들은 장하늘의 결단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지, 섣불리 그를 만류하지 않았다.“그런 마음까지 먹고 있었구나···.”“12월 24일이라니···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장하늘은 두 사람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자신이 그나마 오래 살았다는 점에 위안을 얻으며, 이번 생만큼은 반드시 궤도를 비틀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이번 생에는 어떻게든 발버둥 치고 있어요. 제 전생들은 늘 비극이었지만, 적어도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106. [내 인생에 날아온 뾰족한 가시]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관이 압도적인 한남동 저택의 정원.유환은 이곳에 서서 갑갑한 심정을 억누르며 휴대전화 액정만 무의미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곧 돌아올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그의 안색은 밤처럼 어두웠다.터가 세기로 유명하지만, 그 기운을 견디기만 하면 만인을 호령할 왕을 배출한다는 천하의 명당.U그룹의 본가는 대대로 이곳을 지켰다. 그래서인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재벌가의 흔한 스캔들이나 오너 리스크, 권력 결탁의 비리조차 이 집안만은 비껴갔다.완벽한 가문인 대신 그들의 핏줄은 늘 귀하고 단출했다. 수려한 외모와 명석한 두뇌, 타고난 신체 능력까지 모두 갖춘 유전자였기에 그들은 태어나는 순간 세상 모든 것을 발아래 두었다. 유환 역시 예외는 아니었기에 늘 오만했고, 제 욕망을 포기하거나 타인의 눈치를 보며 의지를 꺾어본 적이 없었다.그러나 오늘만큼은 달랐다. 유환은 본능적인 경계심을 세운 채 상황을 주시했다. 조기범이 보낸 짧은 문자 한 통이 그를 이 갑갑한 본가로 불러들였기 때문이었다.[유환아, 앞으로 장하늘을 위해서라도 네 아버지나 할아버지께 잘해드려.]뜬금없는 조언이었다. 조기범이 왜 갑자기 장하늘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예전에 장하늘과 따로 연락을 주고받던 것도 마뜩잖았는데, 자신에게까지 참견하는 것이 불쾌했다. 하지만 ‘장하늘을 위해서’라는 전제조건은 유환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절대적인 명제였다.마침 본가에서 식사 호출이 왔고, 유환은 장하늘을 만나러 가려던 발길을 돌려 찝찝한 기분으로 한남동에 발을 들였다.그때, 정원의 고요를 깨는 발소리와 함께 유도완 사장이 다가와 유환의 옆에 섰다.“오늘따라 웬 바람이 불었냐. 네가 이리 고분고분하게 제 발로 찾아오다니.&rdq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105. [서로 겹쳐진 운명의 지도]

    그러고 보니 유준철의 눈매는 유환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려는 굳은 의지, 세상을 발아래 두려는 오만함 속에 감춰진 올곧음까지도.“앞으로 어쩔 생각인가, 장하늘 군.”물론 장하늘의 1차 목표는 유환을 살리고 자신도 살아 남는 것이다. 그저 더 행복하게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 그런 답은 낼 수 없었다.노회장의 질문은 진부할 법했지만, 유도완 사장보다 훨씬 영민하고 노련한 유준철은 어려운 대화를 무척이나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었다.“전 유환이가 투수로 완벽하게 재기하면 미련 없이 미국으로 떠날 겁니다. 유도완 사장님께 제 걱정은 더 이상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이 정도면 충분한 답이 되었을 것이다.그래야 유도완이 더 이상 자신을 해하려다 유환까지 위험한 상황에 빠뜨리지 않겠지.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것, 그것이 장하늘이 선택한 거래였다.“역시 장사치의 집안답게 주고받는 게 확실한 사람이군. 떠나 주겠다니, 고맙네.”자신의 인생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실로 묶여 있음을 알기에, 장하늘은 미리 이별의 무게를 덜어내고자 했다.‘이것으로 12월 24일만 무사히 넘길 수 있다면······.’첫 번째 생은 교통사고, 두 번째는 화재, 그리고 세 번째는 산사태. 이 모든 비극이 유도완의 치밀한 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장하늘은 유환을 위해서라도 기꺼이 녀석의 곁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었다.“실은 내 아들 도완이가 장하늘 군을 몹시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더군. 노인네 입장에서는 참 안타까운 일이야. 그래도 자네처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104. [거물이 등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도완은 장하늘 자신이 유환의 곁에 있다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길 터.장하늘은 다음 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일단 급한 일이 생겼다는 핑계를 대고 자신의 오피스텔을 거쳐 학교로 향했다.캠퍼스는 평화로웠다. 텅 빈 그라운드 위는 시합이 마무리될 때까지 훈련 일정조차 잡혀 있지 않아 차라리 다행이라 여겨졌다.라커룸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던 장하늘은 도저히 이 불안을 견딜 수 없어 다시 휴대전화를 움켜쥐었다.심란한 마음 탓에 그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결국 장하늘은 가방 속에 휴대전화를 던져두고 무작정 그라운드로 나섰다. 이럴 때는 몸을 혹사하며 달리는 것만이 유일한 구원이었다.거칠게 지면을 박차고 개인 훈련을 하는 와중에도 머릿속은 엉망으로 뒤엉킨 실타래 같았다.몸이 그토록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던 건, 아마도 자신의 영혼이 이 처참하고도 어두운 진실을 본능적으로 감지했기 때문이었으리라.‘유환의 아버지가 나를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해서, 전생에 그 MT 장소까지 직접 설계했던 걸까?’추측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 장하늘의 팔등 위로 소름이 돋아났다. 때로는 정제된 언어나 꾸며진 행동보다, 날 선 육감이 진실의 본질을 더 정확히 꿰뚫는 법이었다.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느껴졌던 그 노골적인 혐오와 경멸.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식의 소중한 친구를 살해하려 들다니. 인간이 품을 수 있는 악의의 심연은 대체 얼마나 깊단 말인가.장하늘은 끔찍한 진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채, 오로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나 정신은 이미 현실의 궤도를 이탈해 있었다.바로 그때였다.그라운드 건너편, 정적을 깨고 육중한 검은색 세단 세 대가 연달아 멈춰 섰다. 이 시간에 학교 야구장에 고급 승용차 행렬이라니, 도무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103. [악연의 수레바퀴]

    깊은 어둠이 창밖에 자욱하게 내려앉았다.별빛조차 삼켜버린 도시의 밤은 차가운 유리창에 푸르스름한 막을 드리우고 있었다.유환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욕실에서부터 이어진 격정적인 행위 끝에 찾아온 만족감이 그를 깊은 수면 속으로 몰아넣었으리라.장하늘은 그의 일정한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조심스럽게 침대를 빠져나와 휴대전화를 챙겼다.테라스로 나선 장하늘은 서울의 불빛이 강물처럼 흐르는 야경을 응시하며 차가운 생수를 들이켰다. 액정에 비친 얼굴은 잠들지 못한 자 특유의 안색으로 파리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조기범 선배님은 아직 깨어 계시겠지······.’어떻게든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자신과 동일한 기현상을 겪고 있는 조기범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실마리였다. 오늘 병실에서 그가 보여준 간절한 눈빛을 떠올리니, 도저히 이대로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장하늘은 용기를 내어 메시지를 보냈다.[조기범 선배님, 이제 몸은 좀 어떠신가요? 늦은 시각이라 주무실까 걱정되지만, 안부가 궁금해 연락드립니다.]메시지를 전송하자마자 거짓말처럼 ‘읽음’ 표시가 떴다. 곧바로 답신이 도착했다.[오늘 하루가 워낙 소란스러워서 그런지, 도무지 잠이 오질 않네.][저 역시 선배님께서 제게 못다 하신 말씀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쓰여 잠들지 못했습니다.]그 순간, 징―― 하고 휴대전화가 진동하며 정적을 깼다. 발신자는 조기범이었다.장하늘은 마른침을 삼키며 통화 버튼을 내려다보았다. 오늘 밤, 자신의 인생에서 또 다른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만 같은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장하늘은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102. [마지막처럼 파고드는 밤]

    유환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장하늘은 그를 따라 욕실로 향했다.욕조의 투명한 물결을 따라 비누 거품이 흩어졌다. 유환의 뜨거운 손길이 닿을 때마다 전신을 관통하는 전율이 일었지만, 장하늘은 밀려오는 열기를 거부하지 않았다.“뜨거운 물에 몸 좀 풀고 나면 개운해질 거야.”낮은 목소리가 습기 가득한 욕실 벽면에 부딪혀 농밀하게 울렸다. 장하늘은 그 달콤한 명령에 온몸의 긴장을 풀고 눈을 감았다. 뜨거운 열기가 굳어 있던 근육 깊숙이 침투했다.“그나저나······ 서진원은 의외네. 조기범 선배님 병실에서 안 보이던데.”아까 겪은 발작의 여파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넌지시 물었다.“멀쩡한 거 확인하자마자 바로 내려갔어. 쿨한 건지, 뜬금 없는 건지.”유환은 무심하게 대답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낮에 보여준 서슬 퍼런 반응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분명 두 사람 사이에도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류가 흐르고 있었지만, 장하늘은 감히 그 심연까지 파고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조기범 선배님이 무사히 퇴원하셔서 정말 다행이야.”“그러게. 이제 남 걱정은 그만하고, 오로지 우리 둘만 즐길 시간이야.”거울 속에 비친 실루엣은 현실을 초월한 세계의 연인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유환의 커다란 손이 장하늘의 젖은 등을 감싸 안자, 단단한 허벅지가 매끄러운 허리에 노골적으로 밀착되었다.물속에서 은밀하게 팽창한 유환의 욕망이 등에 닿는 순간, 장하늘은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숨을 삼켰다.“윽······ 누가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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