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 Kapitel 11 – Kapitel 20

30 Kapitel

제11화

이채린이 옆에서 조잘조잘 말을 보탰다.“이제 대표님이랑 같은 층에서 일하게 됐으니까 부담은 좀 있겠지만, 하이솔 그 인간한테 괴롭힘당하는 것보단 낫지 않아? 게다가 권 대표님 비주얼 몰라? 흠 잡을 데라곤 없이 잘생겼잖아. 그냥 미남 감상하러 출근한다고 편하게 생각해.”온세아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그 미남을 계속 감상하다가는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까 봐 두려웠다.한참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들려온 환호 소리에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형민아, 조금만 더!”“와, 둘이 입술 닿겠다.”귓가에 문득 남편의 이름이 들리는 것 같았다.그녀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VIP석 쪽, 남편 구형민이 언니 온아정과 입술을 거의 맞댄 채 카드를 옮기고 있었다.주변은 온통 재벌가 자제들로 가득했다.평소 차갑고 절제력이 강하던 남자의 눈에 지금껏 본 적 없는 애정과 흥분이 일렁거렸다.직접 확인하지 않았다면 구형민이 이런 곳에 와서 게임에 참여할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워낙 쌀쌀맞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라 술자리조차 멀리했다.그런데 오늘 밤 여기 나타났다는 건, 아마 언니 온아정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온세아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이채린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저거 네 남편이랑 온아정 아니야?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저렇게 입술을 맞댄다고? 이건 선 넘었지!”그녀가 펄쩍 뛰며 외쳤다.찰나의 순간, 구형민과 온아정의 입술 사이에 있던 카드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하지만 두 사람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진한 입맞춤을 이어갔다.“와! 장난 아닌데?”“야, 이 자식아! 마누라보다 처형이랑 키스할 때 더 열 올리면 어떡하냐?”주변은 흥분 섞인 야유와 환호로 아수라장이 되었다.하지만 구형민과 온아정은 입술을 떼기는커녕 서로에게 더욱 격렬하게 매달렸다.“뭐 하는 거야? 저 인간들 진짜 미쳤나! 널 아예 투명 인간 취급하는 거잖아.”이채린이 당장이라도 따지러 갈 기세로 몸을 일으켰
Mehr lesen

제12화

기분이 뒤숭숭한 탓인지, 온세아는 몸 상태까지 덩달아 나빠지기 시작했다.병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녀는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나 약을 챙겨 먹었다.약 기운이 돌 때까지 기다렸다가 씻고 나니 출근 시간이 다 됐다.정신없이 엘리베이터로 뛰어든 온세아는 그 안에 서 있는 권태혁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뒤늦게 확인해 보니 실수로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에 탄 것이었다.“대, 대표님! 안녕하세요.”온세아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인사를 건넸다.엘리베이터 문은 이미 닫혀 버린 뒤였다.밀폐된 공간에 오직 두 사람만 남게 되자 분위기가 묘하게 어색해졌다.그녀는 감히 권태혁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 고개를 들어 위쪽의 층수 숫자만 뚫어지게 바라봤다.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흘러가기만을 간절히 바랐다.오늘 아침 약을 먹고 겨우 증상을 억눌렀는데, 아침부터 키 크고 잘생긴 대표님과 마주친 것도 모자라 단둘이 엘리베이터에 갇히다니.하늘도 무심하시지, 대체 자신을 어디까지 시험하려는 걸까?온세아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튀어 나갈 기세로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쪽팔리게 권태혁 앞에서 또 증상이 발작할까 봐 다른 생각은 아예 하지 않으려 애썼다.그런데 왠지 모르게 등 뒤에서 시선 하나가 계속 자신을 쫓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착각일까?등 뒤에는 대표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설마 권태혁이 지켜보고 있기라도 하단 말인가?온세아는 마음이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온몸의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특히 남자에게서 풍겨오는 옅은 담배 향기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강렬했다.심장이 거칠게 요동쳤다.비록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권태혁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는 그녀에게서 떠날 기미가 안 보였다.베이지색 트위드 세트업 위로 드러난 몸매는 유독 매끄럽고 유려했다.아침에 급히 나오느라 머리를 묶지 못한 탓에 긴 머리카락은 폭포처럼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그의 각도에서 바라본 여자의 뒷모습은 가녀리면서도, 동시에 본능을 자극하는 묘한 관능미를 풍겼다.권태혁의 목울대
Mehr lesen

제13화

기사 헤드라인은 꽤 자극적이었다.[온씨 가문 장녀, 심야 클럽에서 의문의 남성과 뜨거운 입맞춤.]링크를 터치해보니, 온아정이 어젯밤 클럽에서 구형민과 열렬히 키스하는 사진들이 쏟아져 나왔다.다만 카메라는 온통 온아정의 얼굴에 초점이 맞춰졌고, 구형민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흐릿하게 처리되었다.만약 사진 속 남자가 그녀의 제부라는 사실까지 밝혀졌다면 온 세상이 발칵 뒤집혔을 터였다.그런데도 온라인상의 파장은 예상을 뛰어넘었다.온아정은 이미 진하성과 약혼한 사이였고, 다음 달이면 성대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이 결정적인 시점에 터진 스캔들은 두 집안의 혼사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게 분명했다.온세아는 콧방귀를 뀌었다.인과응보였다.약혼자가 있는 몸으로 여동생의 남편을 탐했다는 건, 자신을 가족은커녕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다만, 하늘의 심판이 이토록 빨리 내려질 줄은 몰랐다.[네가 터뜨린 거야?]온세아는 서둘러 휴대폰을 들고 이채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이채린의 사촌 언니가 베테랑 연예부 기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어젯밤 클럽에서 그 광경을 목격하고 나서는 구형민의 외도 증거를 남겨주겠다며 사진까지 몇 장을 찍어둔 상황이었다.곧바로 보이스톡이 걸려 왔다.“아니야. 나였으면 구형민 그 인간 얼굴까지 아주 적나라하게 박제해 버렸겠지.”이채린은 오히려 자신이 한발 늦은 것을 아쉬워하며, 구형민이 정체를 들키지 않은 게 운이 좋았다며 툴툴거렸다.온세아가 재빨리 대답했다.“응, 아무래도 온아정을 노리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아.”온아정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큰어머니, 심지어 그녀의 친어머니까지 가세해 애지중지 키운 탓에 밖에서도 늘 안하무인이었다.그 오만방자한 태도에 원한을 품은 사람도 한둘이 아니었다.게다가 이번 진하성과의 결혼은 소위 말하는 ‘급이 다른’ 혼사였다.진씨 가문은 그야말로 최상위권 재벌이며, 진하성은 그 집안의 유일한 후계자였으니 수많은 명문가 영애들의 시샘이 오죽했겠는가.정식으로 예식을
Mehr lesen

제14화

진하성의 경박한 태도를 보니 온세아는 확신이 들었다.역시나 그녀가 아내 될 사람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눈치였다.하지만 입을 떼기도 전에 권태혁이 서늘한 눈길로 진하성을 쏘아붙였다.“안 가냐?”진하성은 넉살 좋게 버텼다.“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가라 그래? 네 미녀 비서님이랑 통성명 정도는 할 수 있잖아.”권태혁의 잘생긴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허튼소리 하지 마. 지금 근무 시간이야.”온세아는 눈치껏 자리를 피했다.“대표님,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서둘러 몸을 돌려 나가는 그녀의 뒤로 진하성의 끈적한 시선이 따라붙었다.그 꼴이 못마땅했던 권태혁이 신경질적으로 커피를 들이켰다.‘남자 홀리는 재주가 보통이 아니군.’순간, 그의 미간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거기 서, 다시 돌아와!”권태혁의 서슬 퍼런 호통에 온세아는 잽싸게 다시 그의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커피가 이게 뭐지? 수준하고는.”권태혁이 비난 섞인 말투로 따져 물었다.난데없는 불호령에 온세아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탄 커피가 입에 안 맞나?’맛없다고 하면 그만이지, 이렇게까지 호통을 칠 건 또 뭔가.전담 비서도 아니고 그의 까다로운 취향까지 어찌 맞추겠는가.울상이 된 온세아를 보자 진하성은 특유의 ‘보호 본능’이 발동했다.이내 슬그머니 다가와 한마디 거들었다.“야, 임마. 고작 커피 한 잔 가지고 뭘 그렇게 정색해? 싫으면 내가 마실게. 예쁜 아가씨가 정성껏 타온 건데 버릴 순 없지.”말을 마치고는 권태혁 앞에 놓인 커피를 가져가 한 모금 마셨고, 순간 너무 달아서 정신이 아득해졌다.“저기... 설탕을 아예 쏟아부었어요?”진하성의 입매가 경련하듯 파르르 떨렸다.만약 제 비서가 이딴 실수를 저질렀다면 진작에 짐 싸서 나갔을 터였다.저렇게 화만 내고 마는 권태혁이 나름대로 사정을 봐주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온세아는 민망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러고 보니 아까 커피를 탈 때 이채린이 보낸 기사를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온아정
Mehr lesen

제15화

그리고 새로 탄 커피를 권태혁의 앞에 내려놓으며 무심결에 물었다.“진하성 씨는요? 벌써 가셨어요?”권태혁의 미간이 단번에 찌푸려졌다.곧이어 날카로운 시선이 비수처럼 날아와 그녀에게 꽂혔다.“첫눈에 반하기라도 한 건가?”그럴 리가, 곧 제 형부가 될 사람이지 않은가.단지 대표실에서 마주친 게 의외였을 뿐이었다.보아하니 권태혁과는 구면인 데다 사이도 꽤 가까운 모양인데...“아니요!”온세아가 급히 고개를 저었다.권태혁이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하더니 쐐기를 박듯 강조하며 덧붙였다.“그럼 다행이고. 그 친구, 유별난 애처가 거든. 약혼녀라면 사족을 못 쓰는 놈이니까 관심 끄는 게 좋을 거야.”온세아는 할 말을 잃었다.‘설마 내가 알던 정보가 잘못된 건가?’진하성이 온아정과의 정략결혼을 죽어라 거부해 왔다고 들었는데, 언제부터 언니를 그렇게 끔찍이 아끼는 일편단심이 됐단 말이지?...그날 저녁, 온세아가 퇴근해 집에 돌아오니 뜻밖에도 구형민이 와 있었다.“왔어?”예전 같았으면 이틀 만에 남편을 마주쳤을 때 무척 기뻐했을 터였다.반가운 마음에 그에게 달려가 안겼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차분했다.그저 덤덤하게 인사를 건넸을 뿐이었다.어제저녁 클럽에서 온아정과 격렬하게 입을 맞추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했다.정작 아내인 그녀에게는 단 한 번도 그런 뜨거운 열정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예전엔 그저 성격이 무뚝뚝하고 차가운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하지만 이제야 깨달았다. 단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온세아는 뒤도 안 돌아보고 곧장 안방으로 걸어 들어갔다.구형민은 내심 당황했다.자신이 알던 여자와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었다.평소 같았으면 이틀 만에 귀가한 남편을 버선발로 맞이하며 팔짱을 끼고 조잘거렸을 사람이 오늘은 마치 투명 인간이라도 대하듯 무심했다.설마 인터넷에 뜬 기사를 본 건가?하지만 얼굴이 찍히지 않았으니 설령 봤다 한들 그를 의심할 리 없었다.구형민의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이 일렁였다.
Mehr lesen

제16화

온세아는 이혼하고 싶었다.하지만 당장 실행에 옮길 구체적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우선 집안 어른들이 눈에 불을 켜고 반대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구형민은 또 어떤가.이혼과 동시에 온아정과 재혼하면 몰라도 절대 물러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그녀와 헤어지는 순간 ‘제부’라는 허울 좋은 신분마저 잃게 될 텐데, 무슨 수로 사랑하는 여자의 곁을 맴돌겠는가.요지부동인 남편, 적과 다름없는 친정.오직 자신만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었다.참으로 막막하고 고단한 길이었다.결코 서둘러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기에 치밀하게 판을 짜고 기회를 엿보며 이 지옥 같은 결혼 생활을 끝낼 궁리를 해야 했다....사무실에 앉아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내선 전화가 울렸다.수화기 너머로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할 말 있으니까 내 방으로 와.”온세아는 감정을 추스르고 대표실을 향해 또각또각 걸어갔다.똑똑똑.“들어와.”밖에서 크게 심호흡을 한 온세아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대표님, 부르셨어요?”권태혁은 의자에 깊숙이 앉아 서류 처리에 몰두한 채 고개도 들지 않고 명령조로 말했다.“저기 있는 옷 갈아입어.”그제야 온세아는 소파 위에 놓인 커다란 쇼핑백 하나를 발견했다.의아한 표정으로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니, 화려한 드레스 한 벌이 들어 있었다.“대표님, 이건...?”온세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권태혁이 비로소 서류에서 시선을 떼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남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하고 압도적인 기운이 순식간에 그녀를 휘감았다.숨이 막힐 듯한 위압감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저녁에 약속이 있으니 같이 가도록.”“네?”온세아가 깜짝 놀라 반문했다.“문제라도 있나?”권태혁이 차가운 어조로 못을 박았다.“상사를 보좌해 식사 자리에 참석하는 것도 비서의 업무지.”온세아는 그가 굳이 자신을 지목했다는 사실이 의외였다.베테랑인 백희주도 있고, 수년간 그를 보필해 온 인재들이 널렸을 텐데.이런 격식 있는
Mehr lesen

제17화

슬립 디자인의 드레스는 온세아의 몸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었다.도드라진 쇄골과 투명할 정도로 하얀 피부, 그리고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두 뺨이 묘한 관능미를 풍겼다.순간, 권태혁의 하복부로 뜨거운 열기가 스쳐 지나갔다.그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이내 휴게실 문을 닫고 홀린 듯 다가갔다.“지퍼가 안 올라가나?”굵직한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깊고 예리한 눈매가 온세아를 집요하게 옭아맸다.그녀는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갔다.이윽고 길쭉한 손이 가녀린 등 위로 닿았다.서늘하면서도 거친 손가락이 매끄러운 살결을 훑고 지나가자 온세아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뒤에 선 남자를 바라보는 순간, 시선이 서로 마주쳤다.소용돌이처럼 깊고 어두운 눈동자는 마치 사람을 집어삼킬 듯 강렬했다.“대, 대표님?”당황한 온세아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그 바람에 가슴팍을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던 옷자락이 느슨하게 흘러내렸다.고개를 숙이고 있던 권태혁의 시야에는 거친 호흡을 따라 파들거리는 하얀 속살이 여과 없이 들어왔다.온세아는 정신이 아득해졌다.순간,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권태혁의 서늘한 손바닥이 가냘픈 어깨를 감싸 쥐었다.그는 온세아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가져다 대며 속삭였다.“오해하지 마. 그냥 지퍼 올려주는 것뿐이니까.”무심한 말투와 달리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남성적인 열기는 비정상적일 만큼 뜨거웠다.거친 숨결이 예민한 귓바퀴 안으로 고스란히 전해지자, 온몸에 전율이 소리 없이 번져 나갔다.미칠 노릇이었다. 제발 좀 떨어져 주면 안 되나.자신이 그런 병 때문에 남자의 손길에 얼마나 취약한지 뻔히 알면서, 이렇게까지 밀착해오면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혹시라도 참지 못하고 또 그를 갈구하게 될까 봐 온세아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그녀는 기회를 틈타 티 나지 않게 옆으로 살짝 몸을 틀었다.“가만히 있어.”권태
Mehr lesen

제18화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진 후였다.“늦어서 죄송합니다.”권태혁이 건조한 목소리로 의례적인 사과를 건넸지만, 정작 미안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방 안에 미리 도착해 있던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무슨 말씀이세요. 저희가 워낙 일찍 도착한 것뿐입니다. 대표님은 딱 맞춰 오셨는데요, 뭐!”비굴할 정도로 아첨 섞인 미소들.그 광경을 지켜보던 온세아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한 시간이나 늦었는데, 딱 맞춰 왔다니?’룸 안의 모든 사람이 권태혁에게 잘 보이려 안달이 난 게 눈에 뻔히 보였다.“자자, 권 대표님, 이쪽으로 앉으시죠.”“아닙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저보다 연배도 높으신데, 제가 어떻게 감히 상석에 앉겠습니까.”몇 번의 사양 끝에 결국 상석은 권태혁의 차지가 되었다.비서인 온세아는 자연스럽게 그의 옆자리로 향했다.자리에 앉고 나서야 주변을 천천히 살필 수 있었다. 동석한 이들은 모두 젊고 화려한 여성이었다.분위기로 보아 아내나 연인이라기엔 이질감이 느껴지는 차림새였다.식사가 시작되자 이들의 속내는 노골적으로 드러났다.사장들은 곁에 앉은 여성들에게 눈짓을 보내며 끊임없이 권태혁의 비위를 맞추라 종용했다.아마 본래 계획은 여자를 소개하는 것이었으리라.하지만 권태혁이 비서를 대동하고 나타날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대놓고 아양을 떨기 멋쩍어진 상황에서도 사장들은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여자들에게 은밀한 눈빛이라도 보내라며 옆구리를 찔러댔다.그러나 권태혁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오직 사업 이야기만 이어갈 뿐이었다.다행히 협상은 물 흐르듯 순조로웠고, 확답을 받아낸 사장들의 입가는 귀에 걸릴 듯 벌어졌다.“그럼 다음 주 월요일, 귀사로 직접 방문하여 계약을 마무리 짓도록 하죠.”권태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온세아에게 지시했다.“미리 준비해 둬. 업무에 차질 없게.”“역시 권 대표님, 정말 시원시원하십니다! 자,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무리 중 한 명이 먼저 잔을 치켜
Mehr lesen

제19화

온세아가 권태혁에게 다가가고 있을 때, 누군가 돌연 제안했다.“권 대표님, 이왕 오신 거 파트너분이랑 듀엣곡 한 곡조 시원하게 뽑아주시죠!”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손바닥 위로 마이크가 쥐어졌다.권태혁과 듀엣이라니,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자신이 연인이 아닌 그저 일개 비서라는 사실을 정녕 모르는 걸까?온세아는 무의식적으로 권태혁의 눈치를 살폈다.권태혁은 술잔을 만지작거릴 뿐, 한참이 지나도록 침묵을 지켰다.그가 내키지 않아 한다고 생각한 온세아가 먼저 재치 있게 나섰다.“우리 대표님 곤란하게 하지 마시고, 제가 따로 한 곡 불러드려도 될까요?”사장들은 기다렸다는 듯 환호하며 찬성했고, 그녀를 위해 [상처뿐인 여자]라는 곡을 골라주기까지 했다.하지만 전주가 흘러나오는 순간,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현재 그녀의 상황에서 부르기엔 노래가 너무나도 ‘절묘’했기 때문이다.특히 가사는 가슴속 깊은 곳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어젯밤의 입맞춤을 간직해 봐도, 당신의 진심은 어디에도 느껴지지 않네요.][해 질 녘 당신을 떠올리니 얼굴엔 눈물 자국만 남았죠.][만약 이대로 가슴에 묻고, 당신 곁에 머물러 있는다면 이 밤은 덜 춥고 마음도 덜 아플까요...]노래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심금을 건드린 것인지 온세아는 자신도 모르게 구형민과의 기억이 떠올랐다.하지만 보는 눈이 워낙 많았기에 감정을 억누르며 끝까지 노래를 마쳤다.덤덤한 척 마이크를 건네주고 몸을 돌리자, 어느새 권태혁이 바로 뒤에 서 있었다.시선이 마주친 순간, 권태혁은 여자의 눈가에 맺힌 희미한 물기를 놓치지 않았다.가슴 한구석이 바짝 조여드는 느낌이 들었다.‘방금 이 노래를 부르며 누구를 떠올린 거지?’온세아가 먼저 시선을 피했다.지나치게 감상에 젖은 자신이 혐오스러울 만큼 자책감이 밀려왔다.고작 노래 한 곡에 구형민을 떠올리다니.마음이 떠난 남자는 무덤에 처넣어 영영 묻어버려야 마땅했다.정확히 말하자면 마음이 떠난 건 아니었다.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순간도
Mehr lesen

제20화

속옷을 손빨래하라니?온세아의 미간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참으로 권태혁다운 오만하고도 뻔뻔한 요구였다.“네, 알겠습니다.”그러나 압도적인 시선에 눌린 그녀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말을 마치고는 민망함에 서둘러 단지 안으로 도망치듯 뛰어 들어갔다.권태혁은 터질 듯 달아오른 얼굴로 멀어지는 여자의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했다.어느덧 그의 하복부에서는 제어하기 힘든 뜨거운 열기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집에 돌아온 온세아는 남편의 귀가 여부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이내 곧장 방으로 들어가 갈아입을 옷을 챙겨 욕실로 향했다. 씻고 바로 잠자리에 들 생각이었다.구형민의 본심을 알기 전까지는 실낱같은 환상이라도 품었건만, 이제 그 모든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 흩어졌다.결국 여자가 믿고 아껴야 할 대상은 자기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샤워를 마치고 나오던 온세아는 문밖에서 들려온 둔탁한 소리에 흠칫 놀랐다.급히 방문을 열고 나가 보니, 구형민이 술에 잔뜩 취해 돌아왔다.거실 탁자 모서리에 부딪힌 것인지, 바닥에 꼴사납게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평소 조심성이 많고 자기 관리에 철저한 남자가 이토록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아마도 오늘 밤, 온아정과 나눈 그 통화 때문인 듯했다.지난번 클럽 사건이 인터넷에 폭로되었을 때, 큰어머니가 거액을 들여 겨우 기사를 잠재웠다.이제 진씨 가문 도련님과의 결혼을 앞둔 온아정 입장에서는 당연히 구형민을 하루빨리 떼어내고 싶을 터였다.사랑하는 여자에게 철저히 버림당한 그는 결국 술로 슬픔을 달랜 모양이었다.꽤 거리가 떨어져 있었음에도 진동하는 술 냄새가 온세아의 코끝을 찔렀다.“괜찮아?”그녀가 조심스레 다가가 물었다.어찌 됐든 두 사람은 아직 명목상 부부였다.만약 구형민이 이대로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아내로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웠다.구형민은 바닥에 쓰러진 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하얀 셔츠 위에는 술을 쏟은 자국이 갈색으로 말라붙어 있었다.온
Mehr lesen
ZURÜCK
123
CODE SCANNEN, UM IN DER APP ZU LESE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