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세아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때마침 억수 같은 비가 쏟아져 내렸다.비를 뚫고 입원 병동을 향해 뛰어가던 그때 검은 우산 하나가 그녀의 머리 위로 씌워졌다.“온세아!”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오빠 온석원이었다.두 사람이 만난 지도 꽤 오랜만이었다.“오빠도 온아정 보러 온 거야?”온세아가 짐작하며 물었다.“그렇긴 하지.”온석원의 표정이 뭔가 이상했지만 온세아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럼 같이 가.”함께 엘리베이터에 탄 뒤 온석원이 온아정의 병실이 있는 층수를 눌렀다.“너 지금 권 대표랑 만나?”엘리베이터 안, 남매 단둘이 남게 되자 온석원이 불쑥 다가오며 물었다.온세아의 안색이 확 굳어졌다. 권태혁과의 관계를 아무도 모르게 철저히 숨겼다고 자부했다.하지만 온석원이라는 시한폭탄의 존재를 깜빡하고 말았다.예전에 그가 홍흥사에 600억 원에 달하는 사채 빚을 졌을 때 그 골칫거리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권태혁이었다.하여 온세아와 권태혁 사이의 애매한 관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아니.”온세아가 딱 잘라 부인했다.온석원의 그 얄팍한 속셈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만약 그녀가 권태혁과 진짜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걸 들키기라도 한다면 온석원은 분명 그 관계를 빌미로 그녀를 협박할 게 뻔했다.온석원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야, 온세아. 넌 어쩜 융통성이라곤 그렇게 없냐? 모처럼 돈 많은 남자가 널 눈여겨봤으면 알아서 좀 먼저 다가가고 기회 봐서 네 남자로 만들어야지.”온세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경고했다.“잊지 마, 나 유부녀야.”구형민과 이혼했다는 사실은 아직 대외적으로 비밀이었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 그녀는 여전히 유부녀였다.온석원이 피식 웃었다.“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그런 고리타분한 도덕성을 따지고 앉았어? 돈 많은 남자가 널 마음에 들어 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지, 재긴 뭘 재? 어차피 구형민 그 자식도 너랑 부부인 상태에서 온아정이랑 질척대고 있잖아.”온석원이 끊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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