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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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화

잠시 후 강준우가 보온 도시락 두 개를 들고 대표실 안으로 들어왔다.말없이 온세아와 권태혁의 눈치를 살피던 강준우는 대표실 안의 분위기가 전처럼 차갑지 않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역시 온세아를 보낸 보람이 있었다. 권태혁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살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강준우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온세아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온 비서님.”대표의 수행 비서라 사람들은 늘 강준우에게 잘 보이려 애썼다. 오직 온세아만 예외였다.강준우가 먼저 인사를 건네자 온세아도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강 비서님.”책상 뒤에 앉아 있던 권태혁이 그에게는 차갑게 굴면서 강준우에게는 환한 미소를 지어주는 온세아를 보더니 눈빛이 급격히 가라앉았다.그러고는 날카로운 칼날과도 같은 눈빛을 강준우에게 던졌다.권태혁이 쏘아대는 매서운 눈총을 온몸으로 감지한 강준우는 등줄기가 오싹해졌다.온세아에게 더는 말을 건네지 못하고 서둘러 들고 온 도시락을 휴게 공간의 티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뒤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와서 같이 먹어.”권태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무심하게 명령했다. 하지만 온세아는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이거 먹어야 결재해줄 거야.”그 말을 듣고서야 온세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지못해 발걸음을 옮겨 권태혁을 따라 휴게 공간으로 향했다.권태혁이 보온 도시락을 열고 그 안에 든 반찬과 국을 하나씩 꺼내놓는 모습을 온세아는 가만히 지켜보았다.그의 표정이 어찌나 덤덤한지 이런 일을 하는 게 당연한 일인 것처럼 보였다.테이블 위에 차려진 음식들 모두 온세아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온세아는 도무지 입맛이 없었다.“대표님, 전 아직 배가 안 고파서요. 혼자 드시면 안 될까요?”권태혁이 어두운 눈빛으로 온세아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같이 밥 한 끼 먹는 것도 그렇게 싫어?”요 며칠 권태혁이 만나자고 할 때마다 온세아는 번번이 거절했다. 그와 일부러 거리를 두려 한다는 걸 고스란히 느꼈다.권태혁은 그가 대체 무슨 잘못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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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온세아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왜 자꾸 남편 얘기를 꺼내는 거야?’권태혁은 꿈에도 모르겠지만 사실 구형민은 이미 오래전에 남남이 된 전남편이었다.“대표님이랑 상관없는 일이에요.”온세아가 권태혁의 집요한 시선을 피하며 차갑게 대꾸했다.사생활을 파고드는 질문이었다. 두 사람은 그저 잠자리 파트너일 뿐이라 권태혁의 질문에 일일이 답할 의무가 없었다.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권태혁이 온세아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고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말하기 싫어? 밥도 먹기 싫고? 그럼 그냥 할까?”온세아의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하긴 뭘 해. 역시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사무실로 부른 거였어.’“여긴 대표님 사무실이에요.”온세아가 날 선 말투로 경고했다.권태혁이 온세아에게 바짝 다가갔다.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볼과 귓가를 간지럽혔다.“사무실에서 하지 말라는 법은 없는데.”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정말 사무실에서 하려고?’온세아가 거절하려고 고개를 돌린 그때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그의 차가운 입술에 닿았다.서늘하면서도 부드러웠고 전류가 온몸을 훑고 지나간 것처럼 찌릿했다.그 순간 두 사람 모두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온세아가 간신히 감정을 억눌렀다.“이러시면 안 될 것 같은데...”대낮에, 그것도 대표실에서 그런 짓을 벌이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모든 게 끝장이었다.게다가 권태혁에게 잠자리 파트너가 그녀뿐인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조금 전까지 경다혜와 시간을 보내고 온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그가 온세아의 옷 속으로 손을 슬쩍 넣더니 귓가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 넣었다.“원해?”온세아의 호흡이 저도 모르게 가빠졌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다.“아직 밥 다 안 먹었어요...”그녀가 필사적으로 핑곗거리를 찾으려 하자 권태혁이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직접 숟가락으로 백숙을 떠서 온세아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그럼 밥부터 먹어. 우리 집에서 일하는 아주머니한테 특별히 부탁해서 만든 거야. 기운 좀 차리라고.”온세아가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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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이채린:[점심 먹었어? 포장해서 사무실로 가져다줄까?]온세아:[아니야, 괜찮아. 방금 강 비서님이 가져다주셨어.]이채린이 곧바로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목소리에 놀라움이 가득했다.“강 비서님이 밥까지 챙겨다 줬다고? 둘이 벌써 사귀는 거야?”온세아는 그제야 방금 보낸 답장 때문에 이채린이 오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딱히 해명할 길이 없었다.그렇다고 사실은 대표실에 와서 권태혁을 만났는데 강준우가 권태혁의 도시락을 챙기면서 겸사겸사 온세아의 것까지 챙겨준 것이라고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그랬다간 이채린이 온세아와 권태혁 사이에 뭔가 있다고 의심할 게 뻔했다.“그런 거 아니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온세아도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그 뒤로 이채린에게서 더 이상 답장이 없었다. 그녀가 지금 다른 일로 바쁜가 보다 생각하여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배가 불렀던 온세아는 사무실에서 권태혁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기다리다가 식곤증이 점점 밀려왔다.결국 소파에 기댄 채 스르륵 잠이 들고 말았다.깊은 잠에 빠져 있는 동안 시간이 소리 없이 흘러갔다.회의실에서 나온 권태혁의 뒤로 임원 두 명이 따라오면서 보고를 올렸다. 임원들은 권태혁을 따라 대표실로 들어가 회의를 이어갈 생각이었는데 권태혁이 돌연 걸음을 멈추더니 단호하게 명령했다.“오늘 보고는 여기까지 받죠. 다들 이만 가보세요.”두 임원이 눈빛을 주고받더니 이내 자리를 떠났다.권태혁이 그제야 대표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문을 열자마자 소파에 기대어 있는 온세아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두 눈을 감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는 게 아무래도 잠든 듯했다. 하지만 저렇게 불편한 자세로 자다가는 깨어났을 때 목덜미며 허리가 뻐근해서 한참을 고생할 게 뻔했다.권태혁이 서둘러 대표실 문을 닫고 온세아에게 다가갔다.몸을 반쯤 굽히고는 등과 다리에 팔을 밀어 넣고 번쩍 안아 든 다음 편안한 자세로 누울 수 있도록 소파에 내려놓았다.나름대로 조심하며 최대한 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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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온세아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화장실에서 걸어 나오는 권태혁과 눈이 마주친 순간 심장이 바닥으로 쿵 떨어지는 기분이었다.“깼어?”권태혁이 화장실에서 나오며 물었다. 당황한 온세아가 바보 같은 질문을 내뱉고 말았다.“대표님이 왜 여기에 계세요?”그 말에 권태혁이 헛웃음을 지었다.“여기 내 사무실이야.”온세아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그럼 방금...”“화장실 좀 다녀왔는데 왜?”권태혁이 온세아를 빤히 보며 답했다.온세아가 입을 벙긋거리긴 했지만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머릿속이 복잡하기 그지없었다.‘회의하러 간 거 아니었어? 언제 돌아왔지? 들어온 것도 전혀 몰랐어.’이럴 줄 알았으면 이채린이 보낸 음성 메시지도 크게 틀어놓고 듣지 않았을 것이다.‘대표님이 다 들었으면 어떡하지? 내가 강 비서님한테 대시하려 한다고 오해하면 어떡해?’“아... 아니에요...”온세아가 고개를 저으며 횡설수설했다.“대표님이... 들어오신 걸 몰랐어요...”회의가 빨리 끝날 리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녀가 낮잠을 너무 오래 잔 건 간과하고 말았다.권태혁이 온세아를 빤히 응시했다.“내 사무실을 호텔이라 생각했나 봐?”온세아가 손사래를 쳤다.“그런 거 아니에요...”“이만 가봐.”그가 시선을 거두고 덤덤하게 말하자 온세아가 되레 흠칫했다.“네?”권태혁이 다시 차갑고 사무적인 태도로 돌아가 있었다.“가서 일해. 볼일 있으면 부를게.”그녀가 다시 한번 놀랐다.‘안 하겠다는 말인가? 아까까지만 해도 대표실에서 어떻게든 덮칠 것처럼 굴더니 회의를 다녀오자마자 이렇게 쉽게 보내준다고?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했나 보네.’온세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서둘러 대표실을 나왔다.권태혁이 먼저 물러나 주니 온세아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다행인 일이었다....온세아가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가 성해연인 걸 보고는 잠깐 망설이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세아야, 나다.”휴대폰 너머에서 성해연의 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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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성해연이 전화로 진하성의 욕을 한참 동안 퍼부었다.하지만 이걸 잊고 있었다. 온아정의 혼사가 온씨 가문에서 진씨 가문에 매달려 겨우 얻어낸 것이라는 것을.진씨 가문이 온씨 가문에 예물을 넉넉히 해줬고 진하성이 온아정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점만 제외하면 그녀를 홀대한 적도 없었다.이혼할 때는 말할 것도 없었다. 금전적인 보상은 이미 충분히 이루어졌다. 온아정을 빈손으로 내쫓은 일은 절대 없었다.오히려 온아정과 온씨 가문이 그 짧은 결혼 생활 덕분에 얻은 것이 훨씬 많았다.심지어 온아정은 결혼 후에도 매제인 구형민과 심상치 않은 관계를 유지했다. 아무튼 따지고 보면 온아정은 별로 밑진 게 없었고 남는 장사라고 봐도 무방했다.하여 온세아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 무엇 때문에 자살 소동까지 벌였는지 말이다.사실 구형민과 결혼 후 남편의 외도를 견디며 힘들게 산 건 온세아였다.시댁에서 한 번도 환영받지 못했고 물질적인 보상은 꿈도 못 꿨다.구형민이 구씨 가문의 혼외자라 시댁의 대접을 바라는 것 자체가 욕심이었다.구형민을 따라 본가에 갈 때마다 온세아는 온갖 멸시와 구박을 견뎌야 했다. 그런데도 친정에서는 그녀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그런 상황 속에서도 온세아는 자살 같은 건 생각지도 않고 꿋꿋이 버텨왔다. 오히려 먼저 무너진 쪽이 온아정이었다.온세아는 성해연이 울면서 하소연하는 걸 끝까지 들어주었다. 그런데 마음이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예전이었더라면 언니의 생사에는 저토록 걱정하면서 그녀의 처지엔 무관심한 어머니의 모습에 상처받고 화도 냈을 것이다.하지만 이젠 적응이 되었다. 퇴근 후 병원에 들러 온아정을 보러 가겠다고 덤덤하게 대답했다.성해연의 말을 잘 들어서도, 온아정을 동정하고 걱정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온아정이 지금 얼마나 처참한 꼴을 하고 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석양이 지고 거대한 먹구름이 깔리기 시작했다.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온세아가 짐을 챙겨 병원으로 갈 채비를 마쳤다. 그때 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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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온세아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때마침 억수 같은 비가 쏟아져 내렸다.비를 뚫고 입원 병동을 향해 뛰어가던 그때 검은 우산 하나가 그녀의 머리 위로 씌워졌다.“온세아!”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오빠 온석원이었다.두 사람이 만난 지도 꽤 오랜만이었다.“오빠도 온아정 보러 온 거야?”온세아가 짐작하며 물었다.“그렇긴 하지.”온석원의 표정이 뭔가 이상했지만 온세아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럼 같이 가.”함께 엘리베이터에 탄 뒤 온석원이 온아정의 병실이 있는 층수를 눌렀다.“너 지금 권 대표랑 만나?”엘리베이터 안, 남매 단둘이 남게 되자 온석원이 불쑥 다가오며 물었다.온세아의 안색이 확 굳어졌다. 권태혁과의 관계를 아무도 모르게 철저히 숨겼다고 자부했다.하지만 온석원이라는 시한폭탄의 존재를 깜빡하고 말았다.예전에 그가 홍흥사에 600억 원에 달하는 사채 빚을 졌을 때 그 골칫거리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권태혁이었다.하여 온세아와 권태혁 사이의 애매한 관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아니.”온세아가 딱 잘라 부인했다.온석원의 그 얄팍한 속셈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만약 그녀가 권태혁과 진짜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걸 들키기라도 한다면 온석원은 분명 그 관계를 빌미로 그녀를 협박할 게 뻔했다.온석원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야, 온세아. 넌 어쩜 융통성이라곤 그렇게 없냐? 모처럼 돈 많은 남자가 널 눈여겨봤으면 알아서 좀 먼저 다가가고 기회 봐서 네 남자로 만들어야지.”온세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경고했다.“잊지 마, 나 유부녀야.”구형민과 이혼했다는 사실은 아직 대외적으로 비밀이었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 그녀는 여전히 유부녀였다.온석원이 피식 웃었다.“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그런 고리타분한 도덕성을 따지고 앉았어? 돈 많은 남자가 널 마음에 들어 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지, 재긴 뭘 재? 어차피 구형민 그 자식도 너랑 부부인 상태에서 온아정이랑 질척대고 있잖아.”온석원이 끊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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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 하나 때문에 목숨까지 끊겠다고 난리를 치는 건 정말 가치 없는 짓이었다.똑똑.온세아가 예의상 문을 두 번 두드리고는 병실 문을 밀고 들어갔다.“네가 여긴 웬일이니?”온세아를 보자마자 심미란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스쳤다.온세아도 따라서 멈칫했다. 그제야 그녀가 이곳에 나타난 게 그들에게 얼마나 믿을 수 없는 일인지 깨달았다.심미란과 온아정은 온세아가 병문안을 올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온세아가 억지 미소를 지었다.“언니 병문안 왔어요.”‘사실은 꼴이 얼마나 우스운지 구경하러 왔어요.’이 말은 입 밖에 꺼내지 않고 속으로 꾹 삼켰다.심미란의 잔뜩 날이 섰던 경계심이 조금은 누그러졌다.“그래도 마음은 썼구나.”“당연히 그래야죠.”온세아가 가식적으로 대답했다.그녀의 시선이 심미란을 지나쳐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는 온아정에게 향했다.이혼당한 탓인지 예전의 도도하고 오만했던 모습이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얼굴이 창백하기 그지없었고 두 눈에도 초점이 없었다.귀하게 자란 재벌가 아가씨가 하루아침에 우스꽝스러운 꼴이 돼버렸다.온세아가 속으로 비웃음을 흘렸다.남의 가정을 파탄 낸 진짜 불륜녀는 온아정이었고 이젠 본인의 결혼마저 깨져버렸다.이게 말로만 듣던 인과응보인가?“언니, 몸 좀 어때?”온세아가 다가가 걱정하는 척했다.“사실 진하성 씨의 됨됨이를 일찍 알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난.”어쨌든 결혼은 평생이 달린 중대사였다. 어차피 이혼할 거라면 늦게 하는 것보다 일찍 하는 편이 백번 나았다.진하성이 온아정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또 이혼을 원했다면 그의 아이를 낳고 젊음을 다 바친 뒤에 늙어서 버림받는 것보다는 지금 갈라서는 게 훨씬 낫지 않은가?적어도 온아정이 이혼한 지금 그녀를 오매불방 기다리는 구형민이 있었다.대체 뭐가 아쉬워서 자살이니 뭐니 이렇게 꼴사납게 죽는 시늉까지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온아정이 그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온세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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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너!”온세아 때문에 분통이 터진 온아정이 숨을 헐떡였다.딸이 속상해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심미란이 온세아에게 호통을 쳤다.“당장 꺼져.”온세아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여긴 본가가 아니에요. 여사님은 절 쫓아낼 자격이 없으세요.”심미란의 화려하게 화장한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온세아가 감히 말대꾸하며 덤벼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예전엔 시키면 시키는 대로 굽실거리던 애가 어디서 이런 반항할 배짱이 생겼단 말인가?심미란이 목소리를 낮게 깔며 위압적인 태도로 으름장을 놓았다.“다시 한번 말하는데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온세아가 차가운 눈빛으로 심미란을 똑바로 보면서 맞받아쳤다.“싫어요!”그녀의 서늘한 표정에 압도당하기라도 한 듯 심미란이 움찔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엄마, 괜찮아요?”온아정이 뒤에서 심미란을 부축하며 다급히 살폈다.그러자 심미란이 고개를 저으며 딸의 손을 토닥였다.“온세아, 빨리 엄마한테 사과해.”온아정이 앙칼지게 쏘아붙여도 온세아는 겁먹기는커녕 되레 비웃었다.“넌 나한테 이래라저래라할 자격 없어. 사과받고 싶으면 너부터 사과해.”“웃기고 있네. 내가 왜 너 따위한테 사과해야 하는데?”온세아가 코웃음을 치는 온아정을 뚫어져라 쳐다봤다.“뻔뻔하기 짝이 없는 상간녀도 사과하지 않으면 내가 사과할 이유는 더더욱 없지.”짝.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심미란이 온세아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감히 나랑 네 언니한테 이딴 식으로 입을 놀려?”심미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온세아를 노려보며 서늘하게 경고했다.“주제 파악 똑바로 해. 넌 그저 온씨 가문의 혼외자일 뿐이야. 입 함부로 놀리기 전에 생각부터 해. 안 그러면 널 집안에서 내쫓아 버릴 거니까.”온세아가 따끔거리는 오른쪽 볼을 부여잡은 채 경멸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내쫓으시든가요. 아빠가 진작에 날 쫓아낸 거로 기억하는데요? 굳이 여사님까지 수고스럽게 나설 필요 없어요.”화가 난 심미란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방금 뭐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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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그런데 감히 기어오르며 심미란과 그녀의 ‘딸’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온석원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어쨌든 세아도 아버지 친딸이고 내 여동생이잖아요.”“헛소리 마.”심미란이 버럭 화를 냈다.“네 여동생은 아정이 하나뿐이야.”그러고는 아들의 귀를 꼬집어 비틀었다.“내 말 명심해.”고통이 밀려온 온석원이 비명을 지르며 다급히 애원했다.“아파요. 이거 좀 놔요.”심미란이 엄한 얼굴로 쏘아붙였다.“아파야 정신을 차리지.”침대에 앉아 심미란이 온석원을 혼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온아정의 표정이 무덤덤했다.하지만 눈동자 깊은 곳에 남의 불행을 고소해하는 빛이 스쳐 지나갔다.심미란은 아직 온세아가 그녀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진짜 모녀지간인 두 사람이 눈앞에서 원수처럼 싸우는 꼴을 보고 있자니 온아정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이 통쾌했다....온세아가 집으로 돌아왔다. 심미란에게 맞은 볼이 여전히 따끔거렸다. 거울을 들여다보니 심하게 부어오른 데다 핏발까지 맺혀 있었다.심미란이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이 꼴로는 도저히 출근할 수 없었다.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천 주머니에 담은 뒤 퉁퉁 부은 오른쪽 볼에 갖다 댔다. 차가운 기운이 피부로 스며들자 통증이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하지만 잠시 후 거울을 다시 봐도 여전히 보기 흉하게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온세아는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꺼내 강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이틀 정도 휴가를 내야겠어요.”휴대폰 너머의 강준우가 흠칫 놀랐다.“왜 대표님께 직접 말하지 않고요?”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강준우는 온세아와 권태혁의 진짜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이 정도 일은 온세아가 직접 권태혁에게 말해도 충분할 텐데 말이다.온세아가 생각지도 않고 대답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집에 일이 좀 생겼다고 대신 좀 전해 주세요.”“알겠습니다.”강준우가 순순히 대답했다.“고마워요!”온세아가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전화를 끊었다.세면대를 양손으로 짚은 채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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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온세아가 시선을 피하며 씁쓸하게 웃었다.“우리 본가 큰사모님이요.”권태혁의 미간이 더욱 심하게 일그러졌다.온씨 가문에서 결정권을 쥔 사람이 온철환의 본처인 심미란이라는 걸 권태혁도 잘 알고 있었다.온세아가 그동안 온씨 가문에서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을 거라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로 비참할 줄은 몰랐다.성인이 됐는데도 따귀를 맞다니...권태혁이 그녀의 오른쪽 볼을 뚫어지라 응시했다. 심하게 부어오른 걸 보면 피하 모세혈관이 다 터진 게 분명했다.본래 희고 연약한 피부인데 이 정도가 됐다는 건 손을 댄 사람이 일말의 자비도 없이 온 힘을 다해 후려쳤다는 뜻이었다.권태혁이 온세아의 오른쪽 볼을 쓰다듬었다. 지극히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손길이었다.손바닥의 따뜻한 온기가 한없이 차갑게 굳어 있는 그의 표정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아파?”권태혁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난처한 나머지 온세아가 그의 손을 밀어내며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온세아가 휴가를 내고 내일 회사에 출근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얼굴에 선명하게 남은 손자국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싫어서였다.비록 온씨 가문에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라 할지라도 그녀에게도 자존심이 있었다.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었고 그녀의 상처를 드러내고 싶지도 않았다.그런데 지금 권태혁에게 전부 들키고 말았다.온씨 가문의 작은 아가씨라는 타이틀은 그저 허울일 뿐 실상은 동네북이나 다름없는 신세였다.“직접 한번 맞아보면 알 거 아니에요.”온세아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이자 권태혁이 실소를 터뜨렸다.“아쉽지만 그럴 기회가 없을 거야. 내 뺨을 때릴 배짱을 가진 인간이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든.”온세아가 붉은 입술을 삐죽거리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만하기 짝이 없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감히 누가 권태혁의 뺨을 때릴 수 있겠는가?그는 권씨 가문의 후계자였고 현재 막강한 실권을 쥐고 있었다. 돈이면 돈, 권력이면 권력, 오만하게 굴 만한 자본이 차고 넘쳤다.하지만 온세아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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