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 Kapitel 321 – Kapitel 330

375 Kapitel

제321화

바로 그때 옆 텐트에서 들릴 듯 말 듯 한 신음이 흘러나왔다.순간 굳어버린 온세아가 발걸음을 멈췄다. 잘못 들은 줄 알고 귀까지 의심했다. 그런데 곧이어 여자의 신음이 커지더니 남자의 거친 숨소리도 들려왔다.사람을 흥분하게 하는 농염한 소리에 저도 모르게 호흡이 가빠지고 머리가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온세아와 권태혁 모두 몸이 달아오르고 말았다.특히 권태혁이 더 심했다. 온세아를 바라보는 눈빛이 뜨겁게 타올랐고 금방이라도 덮칠 듯한 맹수 같았다.“텐트 안에서 나쁜 짓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우리뿐만이 아닌가 봐.”온세아의 볼이 시뻘게졌고 두 눈에 수줍음이 가득했다.어쩐지 해수욕장 주변에 굳이 시간당으로 텐트를 대여해주는 곳이 있더라니 이런 용도로 쓰이는 것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본래 이곳을 떠나려던 참이었는데 옆 텐트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너무나도 자극적이었다.온세아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권태혁의 눈동자에 서린 욕구가 점점 짙어졌다. 결국 참지 못하고 온세아에게 바짝 다가갔다.“지금은 하고 싶어졌어?”그의 뜨거운 숨결이 쏟아지자 찌릿하고 간지러운 감각에 온세아가 발가락을 움츠렸다.엉덩이에 남자의 단단한 그것이 닿은 걸 느낀 순간 얼굴과 귀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텐트 안의 온도가 훅 치솟는 것만 같았다.그녀가 바짝 마른 입술을 적시며 말했다.“이러지 마세요...”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옆 텐트에서 아주 긴 숨소리가 들려왔고 끝이 살짝 떨리기도 했다.‘젠장.’권태혁의 두 눈이 확 어두워졌다.‘여기서 더 참는다면 그건 남자도 아니야.’그의 섹시한 목젖이 크게 울렁거리더니 온세아의 허리를 껴안고 그에게 바짝 밀착시켰다.“지금 미친 듯이 널 원해. 한 번만 나한테 줘. 딱 한 번만. 응?”짙은 어둠이 깔린 권태혁의 두 눈에 온세아의 매혹적인 모습이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입술이 온세아의 붉은 입술에 닿을 듯 말 듯 가까워졌다.온세아가 촉촉해진 눈망울을 깜빡이며 권태혁을 마주 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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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온세아가 비몽사몽하던 그때 귓가에 누군가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맴돌았다.무거운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 올리자 칠흑처럼 어두운 남자의 두 눈과 마주쳤다.순간 흠칫했는데 조금 전 텐트 안에서 있었던 낯부끄러운 장면들이 예고도 없이 머릿속을 스쳤다.온세아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입술을 깨물었다.“배고파? 일어나서 뭐 좀 먹어.”권태혁이 낮게 웃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한결 다정해졌다.“먼저 좀 씻고 싶어요.”온세아가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그 모습에 그가 애정 가득한 말투로 답했다.“그래.”그의 깊고 그득한 시선에 온세아는 심장이 통제를 잃은 것처럼 빠르게 뛰었다. 행여나 늦게 움직였다가는 또다시 그에게 잡아먹힐 것만 같았다.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아까 텐트 안에서 권태혁에게 시달리다 못해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이 남자가 이토록 미친 듯이 몰아붙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평소 일할 때 빈틈이 없고 철두철미한 걸 보고 사생활에서도 흐트러짐이 없는 남자일 거라고 짐작했었다.그런데 사적으로 이렇게까지 통제 불능으로 폭주할 줄이야.온세아는 그와 잠자리 파트너를 하겠다고 한 게 너무나 후회되었다.앞으로도 계속 이런 강도로 관계를 가져야 한다면 몸이 버텨내지 못할 것 같았다.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욕실을 나섰다. 침실에 권태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시간을 확인하려고 휴대폰을 집어 든 순간 구형민에게서 여러 통의 메시지가 와 있는 걸 발견했다.[나 짐 빼서 나갔어. 손수건 언제 돌려줄 거야?][온세아, 전화도 안 받고 답장도 안 하는 건 무슨 뜻이야? 혹시 딴소리하려는 건 아니지?][네 것도 아닌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게 재밌어?][온세아, 날 피할 생각 하지도 마.][빨리 답장해.][내 손수건 당장 돌려달라고.]온세아가 흠칫 놀랐다.구형민이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메시지를 보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무래도 손수건을 되찾고 싶어 무척이나 안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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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우리 잠자리 파트너로만 지내기로 약속했잖아. 권태혁이 내 남자친구도, 남편도 아닌데 내가 누구랑 연락하든 권태혁이랑 무슨 상관이야? 잤다고 해서 권태혁을 내 남자로 착각하지 말라고.’온세아가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아무래도 권태혁과는 확실히 거리를 둬야 할 것 같았다.그녀를 빤히 쳐다보는 권태혁의 두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방금 그 말을 할 때 온세아가 은연중에 긴장하고 있다는 걸 단번에 눈치챘다. 거짓말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조금 전 온세아는 분명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다.십중팔구 남자일 테고 남편 구형민일 가능성이 컸다.권태혁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졌고 질투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온몸을 휘감았다.온세아와 여러 번 몸을 섞었으니 이젠 온전히 그의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아직 ‘유부녀’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그녀에게는 아직 구형민이라는 명실상부한 남편이 번듯이 존재했다.온세아가 이혼 도장을 찍지 않는 이상 권태혁은 그저 떳떳지 못한 내연남일 뿐이었다.심지어 지금처럼 온세아가 다른 남자와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어도 당당하게 캐물을 수 있는 자격조차 없었다.그 사실이 권태혁에게 또 한 번 지독한 패배감을 안겨주었다.“할 말 있어요?”권태혁이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자 온세아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가 어두운 눈빛으로 온세아를 내려다보았다. 입술을 달싹였으나 끝내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결국 시선이 온세아의 흠뻑 젖은 머리카락에 머물렀다.“머리는 왜 안 말렸어?”온세아가 흠칫 놀랐다.“깜빡했어요.”조금 전 샤워를 마치자마자 구형민이 보낸 메시지 폭탄을 확인하느라 머리를 말릴 겨를이 없었다.“잠깐만.”권태혁이 한마디를 남긴 뒤 헤어드라이어를 가져왔다.온세아가 침대 가장자리를 등지고 앉았다.평소 만인의 위에 군림하던 권태혁이 지금 온세아의 뒤에서 묵묵히 젖은 머리카락을 말려주고 있었다.귓가에 드라이어 소리가 울려 퍼졌다.권태혁이 손가락으로 온세아의 두피를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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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다음 날이 마침 주말이었다.온세아는 회사에 나가 권태혁을 보지 않아도 되었다. 지금 가장 마주치기 두려운 사람이 바로 권태혁이었다.권태혁이 또다시 막 덮칠까 봐 겁이 났다.두 사람이 잠자리 파트너 관계를 확실히 정하기 전까지만 해도 권태혁은 어느 정도 눈치를 보는 기색이 있었다.하지만 온세아가 제안을 수락한 이후부터는 아주 당당하게 침대로 끌어들였다.온세아는 허리와 등의 통증에서 벗어나 당분간 푹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주말을 틈타 예전에 구형민과 함께 살았던 집에 들렀다. 구형민이 이미 그의 방에 있던 물건들을 전부 말끔히 정리해서 이사를 나간 상태였다.온세아도 남은 짐 정리를 시작했다.조금 뒤에 부동산 중개업자를 불러 집을 내놓을 생각이었다.가져가야 할 짐이 그리 많지 않았다. 온세아의 물건들은 진작에 다 빼놓았기 때문이었다.옷장 같은 가구들은 대부분 남겨두고 챙겨갈 수 있는 거라면 소파나 테이블, 의자 정도였다.하지만 지금 온세아가 살고 있는 집에 그런 가구들이 다 갖춰져 있었다.가져가 봤자 놓을 데도 없으니 차라리 집을 팔 때 함께 처분하는 편이 나았다.정말 가져갈 만한 건 전자레인지나 오븐 같은 주방용품들, 그리고 침구류가 전부였다.몇 시간 동안 정리 끝에 물건들을 커다란 상자 몇 개에 나눠 담고 챙겨갈 채비를 마쳤다.문득 시선이 침실 창문에 걸린 커튼에 머물렀다.이 집의 커튼은 예전에 온세아가 직접 디자인하고 특별히 주문 제작한 것이었다.그 시절 온세아는 이 결혼에 대해 기대와 환상이 가득했다. 구형민과 결혼하기만 하면 앞으로 마냥 행복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건 온세아 혼자만의 헛된 착각이었음이 여실히 증명되었다.아무리 이 집에 지극한 애정을 쏟아부었어도 이미 마음이 떠난 남자의 마음은 결코 되돌릴 수 없었다.사실 이건 단순한 이사나 집 매매가 아니었다. 그녀의 과거를 버리는 과정이었다.비록 그 과정이 고통스럽지만 다가올 미래는 분명 밝을 것이다.여자는 스스로의 껍질을 벗기고 나아갈 용기가 있을 때 비로소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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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온세아가 흠칫 놀랐다.“사랑의 증표?”‘내 손수건이 어쩌다가 온아정이랑 구형민의 사랑의 증표가 된 거야?’구형민이 온세아를 흘끗 쳐다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예전에 내가 명문 학교로 전학 갔을 때 괴롭힘을 당했었어. 하루는 부잣집 자식들한테 심하게 당해서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어갔었는데 그때 날 구해준 게 아정이었어. 아정이가 그 손수건으로 내 얼굴을 닦아줬고...”그녀는 순간 머리가 윙 했고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온몸이 굳어버렸다.구형민이 그 시절의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니...문제는 온세아를 온아정이라고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그때 널 구해준 사람이 온아정이라고 어떻게 확신해?”온세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그때 의식을 잃어가던 상태여서 사람을 잘못 봤나?’구형민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손수건이 아정이 거잖아. 그럼 당연히 날 구해준 것도 아정이겠지.”그의 대답이 온세아의 짐작이 맞았음을 여실히 확인시켜 주었다.“그럼 널 구해준 사람이 진짜 누구였는지 똑똑히 본 건 아니란 소리네?”구형민이 멈칫했다가 솔직하게 인정했다.“아정이 말고 또 누가 있겠어?”당시 그의 아버지가 그를 구씨 가문으로 데려오자마자 명문 학교로 전학을 보냈다.혼외자라는 꼬리표 때문에 학교의 다른 아이들에게 줄곧 무시를 당했다. 아무도 그와 친구가 되려 하지 않았고 심지어 말조차 섞으려 하지 않았다.학교에는 구형민을 괴롭히거나 투명 인간 취급하는 학생들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온아정 말고 그를 도와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온세아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구형민이 이토록 무턱대고 단정 지을 줄은 몰랐다.고작 손수건 한 장만으로 그 시절 구형민을 구해준 사람이 온아정이라고 굳게 믿어 버리다니.구형민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과거 구형민이 구씨 가문에 들어와 명문 학교로 전학 왔을 때 온아정 역시 다른 학생들과 다를 바 없이 그를 무시했다는 사실을 말이다.온아정이 학교에 웬 촌뜨기 하나가 들어왔다며 불평하는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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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구형민은 온세아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듯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그건 네가 잘 알겠지.”구형민이 전혀 믿지 않아 온세아도 더 이상 길게 설명할 마음이 없었다.“마음대로 생각해, 그럼.”더는 그와 입씨름하고 싶지 않았다.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구형민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손수건 대체 언제 돌려줄 거야?”그녀는 슬슬 짜증이 치밀었다.‘내 말은 믿지 않으면서 내 물건을 내놓으라고?’“그 손수건 원래 주인한테 돌려줬어.”온세아가 붉은 입술을 적시고는 차갑게 쏘아붙였다.“원래 주인?”구형민이 멈칫했다.“대체 왜 손수건이 아정이 것이 아니라고 빡빡 우기는 건데?”그녀가 구형민을 똑바로 응시했다.“왜냐하면 난 그 손수건이 진짜 누구 건지 아니까.”그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더니 온세아의 두 눈을 빤히 쳐다봤다. 태도를 봐선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았다.또다시 숨 막히는 침묵이 내려앉았다.구형민이 갑자기 온세아의 손목을 잡아당겼다.“거짓말이었다간 가만 안 둬.”손목을 엄청 세게 잡았고 말투에도 협박이 담겨 있었다.온세아가 미간을 찌푸렸다.“널 속여서 나한테 무슨 이득이 있는데?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그녀는 구형민과 재결합할 생각도 없었고 그가 온아정과 결혼하든 말든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다.그러니 굳이 시간과 감정을 낭비해 가며 거짓말할 이유가 없었다.온세아를 빤히 쳐다보던 구형민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말해, 그 손수건 누구 건지.”온세아가 그녀의 것이라고 대답하려다가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고 슬쩍 바꿨다.“동창 거야.”그녀의 것이라고 했다간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는 구형민이 십중팔구 그와 헤어지기 싫어서 재결합할 핑계를 댄다고 착각할 게 뻔했다.구형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동창? 무슨 동창?”“예전에 같이 학교 다녔던 여학생인데 온아정이 걔한테서 손수건을 빼앗아가는 걸 내가 똑똑히 봤어.”그대로 굳어버린 구형민이 한참 동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아정이가 다른 사람한테서 빼앗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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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온세아는 권태혁이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종잡을 수가 없어 그냥 딱 잘라 대답했다.“안 해.”구형민의 낯빛이 잿빛으로 어두워졌다. 손을 천천히 내려놓더니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풀이 죽은 얼굴로 나가버렸다.더 이상 온세아에게 손수건을 내놓으라고 닦달하지 않았다.문을 나서자마자 휴대폰을 꺼내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온세아의 여자 동창 중에 성씨 성을 가진 동창이 있는지 알아봐.”“알겠습니다, 도련님.”명령을 받든 방종근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보고했다.“큰 도련님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요. 어르신과 사모님이 며칠째 병상을 지키고 계신데 아무래도 얼마 못 버티실 것 같습니다.”구형민의 두 눈에 섬뜩하고 교활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알았어.”형만 죽는다면 구형민이 그토록 바라던 구씨 가문 후계자 자리에 순조롭게 앉게 될 것이다.그때가 되면 세상천지에 그가 갖지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온세아가 전에 살던 집에 있던 짐들을 새집으로 옮겼다.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메시지 한 통이 날아왔다.권태혁:[이리로 와.]온세아의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벌써 또 하고 싶은 거야? 어제 그렇게 해놓고도 성에 안 찼어?’이대로 가다간 온세아가 진이 빠져 죽을지도 모른다.오늘 전에 살던 집에 가서 짐을 정리하고 옮겨 오느라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였기에 권태혁과 잠자리를 가질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휴대폰을 들어 거절의 메시지를 보내려던 그때 권태혁에게서 곧바로 두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약 안 가질 거야?]온세아가 흠칫했다. 그제야 그가 약을 주려고 연락했다는 걸 알았다. 약은 무조건 받아야 했다.그동안 몇 번이나 약을 처방해달라고 했으나 권태혁이 계속 미뤄왔었다. 오늘 마침내 약을 주겠다고 했다.온세아가 빛의 속도로 답장을 보냈다.[알았어요.]옷을 갈아입고 곧장 집을 나섰다.권태혁의 별장 앞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유리창 너머로 한 여자가 서 있는 걸 발견했다.뒷모습과 체형이 왠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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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온세아의 얼굴이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뻔뻔스럽게 또 메시지를 보내? 혹시 경다혜가 만족시켜주지 못해서 이제야 내 생각이 난 거야?’온세아가 싸늘하게 답장을 보냈다.[몸이 안 좋아서 안 갈래요.]권태혁에게서 곧바로 답장이 왔다.[어디가 아픈데?]정말로 그녀가 몸이 아픈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마음이 아픈 건데.하지만 겉으로 내색할 수가 없었다.온세아:[별거 아니에요. 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예요.]권태혁:[푹 쉬어, 그럼. 내일도 안 괜찮으면 병원에 가자.]온세아는 더 이상 답장하지 않고 휴대폰을 옆으로 던져버렸다....딩동.이채린이 컵라면을 만들어놓고 한 젓가락 뜨기도 전에 초인종이 울렸다.다가가 문을 열어보니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이 놀랍게도 온세아였다.“세아야, 이 밤에 웬일이야?”온세아를 본 이채린이 깜짝 놀랐다.“혼자 있으려니 잠이 안 와서. 너랑 수다나 떨려고 왔지.”이채린이 어리둥절해 했다.“수다?”‘한밤중에 잠도 안 자고 수다를 떨러 왔다고?’속으론 의아했지만 일단 온세아를 안으로 들였다.온세아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탁자 위에 놓인 컵라면을 발견했다.“야식 먹어?”“야식 아니고 저녁이야.”이채린이 설명했다.“대충 때우려고. 너도 한 그릇 할래?”온세아도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마침 배가 고파 거절하지 않았다.“응.”이채린이 금세 컵라면을 하나 더 가져왔다. 두 사람은 라면을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이렇게 늦게 찾아온 거 보면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직감이 온세아에게 무슨 일이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온세아가 입술을 깨물면서 망설였다.사실 혼자 집으로 돌아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괴로워하기 싫어서 친구를 찾아온 것이었다.하지만 권태혁과의 관계를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지금 친구에게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도 막막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얘기를 꺼냈다.“구형민이 예전에 자기를 구해준 사람이 온아정이라고 믿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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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하지만 식당에 있는 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권태혁의 미간이 싸늘하게 굳어졌다.“누구 마음대로 여길 들어와요?”권태혁이 차갑게 호통쳤다. 잘생긴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경다혜가 그를 보며 애교를 부렸다.“어머님께서 비밀번호 알려주시면서 반찬 좀 가져다주라고 하셨어요. 태혁 씨가 맨날 야근하느라 식사도 제때 못 챙겨 먹는다고 걱정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직접 솜씨 좀 발휘해서 반찬 몇 개 만들어 왔어요. 와서 맛 좀...”경다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권태혁이 가차 없이 가로챘다.“필요 없으니까 당장 가지고 나가요.”무척 단호하고 조금의 타협도 허락하지 않는 말투였다.그녀의 얼굴이 서리 맞은 화초처럼 금세 시무룩해졌다.“내가 요리 선생님까지 모셔서 배운 건데...”평생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귀하게 자란 재벌가 딸인 경다혜가 이 밥상 하나를 차리기 위해 엄청 애를 썼다.칼질도 서툴러 손가락에 상처가 몇 군데나 났다.그런데 권태혁은 어찌하였는가?맛은커녕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고 당장 가져가라고 했다. 권태혁의 마음속에 그녀는 밥 한 끼 해줄 자격조차 없는 존재란 말인가?권태혁의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그러니까 다시 가져가라고요.”직접 만든 걸 봐서 참았던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경다혜와 그 반찬통들을 몽땅 집 밖으로 내던졌을 것이다.“권태혁!”그의 말뜻을 알아듣자마자 그녀의 표정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서러움이 왈칵 북받쳐 올랐다.그녀가 먼저 다가가 노력하면 권태혁도 결국 정성을 알아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토록 철벽을 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내가 그래도 어머님이 소개해준 사람이에요. 집안끼리도 격이 맞고. 한번 만나보는 게 뭐가 어때서 나한테 이렇게까지 모질게 구는 건데요?”경다혜가 눈시울이 붉어진 채 목이 멘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마음에 안 들더라도 어머니의 체면을 생각해서 대충 맞춰주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이 정도로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줄은 정말 상상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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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그 후 며칠 동안 온세아는 매일 정시에 출퇴근하며 권태혁과 철저히 거리를 두었다.업무상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할 때면 다른 직원에게 일을 넘겼고 만나자는 권태혁의 연락에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피했다.점심시간이 되자 이채린이 온세아에게 구내식당에 같이 가자고 했다.온세아가 자리를 정리하고 막 일어서려는데 백희주가 노크하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더니 서류 한 부를 건넸다.“세아 씨, 미안한데 대표실에 가서 대표님 결재 좀 받아다 줄래요?”그녀가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왜 하필 나더러 가라는 거지?’그날 밤 경다혜가 권태혁의 별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한 이후로 온세아는 권태혁과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비록 두 사람이 잠자리 파트너일 뿐이고 권태혁에게 그녀만을 바라봐야 하는 의무 따위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하지만 한 번에 두 여자를 부른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한 것 같았다.온세아도 권태혁 같은 남자가 여자 하나로 만족할 리 없다는 것쯤은 진작 알고 있었다. 그래도 최소한 그녀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다른 사람을 보내면 안 될까요?”온세아가 싫은 티를 내자 백희주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솔직하게 말할게요. 요 며칠 대표님 기분이 엄청 안 좋으시거든요. 결재받으러 들어갔던 직원들 전부 호되게 깨졌어요. 대표실에 안 들어간 사람이 세아 씨밖에 없어서 그래요.”온세아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충분히 알아들었다.남들이 다 혼났는데 그녀만 쏙 빠져서 요리조리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동료들이 총대를 메고 권태혁에게 깨지는 동안 혼자만 편하자고 버티면 결국 동료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올 게 뻔했다.“알겠어요. 다녀올게요.”온세아가 이를 악물고 서류를 받아 들었다.백희주의 얼굴에 환한 기색이 돌았다.“세아 씨, 정말 고마워요.”온세아의 사무실에서 나온 백희주는 서둘러 강준우를 찾아갔다.“강 비서님, 방금 지시하신 일 처리했어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왜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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