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며칠 동안 온세아는 매일 정시에 출퇴근하며 권태혁과 철저히 거리를 두었다.업무상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할 때면 다른 직원에게 일을 넘겼고 만나자는 권태혁의 연락에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피했다.점심시간이 되자 이채린이 온세아에게 구내식당에 같이 가자고 했다.온세아가 자리를 정리하고 막 일어서려는데 백희주가 노크하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더니 서류 한 부를 건넸다.“세아 씨, 미안한데 대표실에 가서 대표님 결재 좀 받아다 줄래요?”그녀가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왜 하필 나더러 가라는 거지?’그날 밤 경다혜가 권태혁의 별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한 이후로 온세아는 권태혁과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비록 두 사람이 잠자리 파트너일 뿐이고 권태혁에게 그녀만을 바라봐야 하는 의무 따위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하지만 한 번에 두 여자를 부른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한 것 같았다.온세아도 권태혁 같은 남자가 여자 하나로 만족할 리 없다는 것쯤은 진작 알고 있었다. 그래도 최소한 그녀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다른 사람을 보내면 안 될까요?”온세아가 싫은 티를 내자 백희주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솔직하게 말할게요. 요 며칠 대표님 기분이 엄청 안 좋으시거든요. 결재받으러 들어갔던 직원들 전부 호되게 깨졌어요. 대표실에 안 들어간 사람이 세아 씨밖에 없어서 그래요.”온세아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충분히 알아들었다.남들이 다 혼났는데 그녀만 쏙 빠져서 요리조리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동료들이 총대를 메고 권태혁에게 깨지는 동안 혼자만 편하자고 버티면 결국 동료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올 게 뻔했다.“알겠어요. 다녀올게요.”온세아가 이를 악물고 서류를 받아 들었다.백희주의 얼굴에 환한 기색이 돌았다.“세아 씨, 정말 고마워요.”온세아의 사무실에서 나온 백희주는 서둘러 강준우를 찾아갔다.“강 비서님, 방금 지시하신 일 처리했어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왜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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