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의 모든 챕터: 챕터 341 - 챕터 350

378 챕터

제341화

부끄러움에 볼이 발갛게 달아오르자 요염함이 한층 짙어졌다. 그런데도 두 눈은 여전히 맑고 순수했다.부드럽고 생기가 넘쳐 누구든 무의식중에 깊이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거리가 가까워 권태혁이 온세아의 이목구비를 세세하게 뜯어볼 수 있었다. 심지어 얼굴의 고운 솜털까지 보일 정도였다.긴장했는지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그 순간 권태혁은 가슴이 요동쳤다.온세아의 턱을 들어 올리더니 과즙이 떨어질 듯 붉고 탐스러운 입술에 망설임 없이 키스했다.그녀가 본능적으로 발버둥 쳤지만 권태혁이 그녀의 허리를 꽉 잡고 억지로 키스를 받아들이게 했다.온세아는 그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빛을 봤다. 그건 욕정이 아니라 벅찬 흥분과 환희에 가까운 빛이었다.‘고작 입맞춤 한 번에 이렇게까지 흥분한다고?’순간 머릿속이 아득해진 온세아가 권태혁을 멍하니 쳐다봤다. 그가 공세를 늦추지 않고 더욱 맹렬하게 키스를 퍼붓도록 내버려 두었다.얼마나 지났을까, 권태혁이 아쉬워하며 입술을 뗐다.온세아의 입술이 이미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바로 그때 권태혁이 아랫배가 뻐근하게 조여오더니 몸속에서 뜨거운 불길이 치솟았다.지금 미치도록 그녀를 원했다.하지만 온세아의 볼에 난 상처가 마음에 걸려 결국 억지로 욕구를 짓눌렀다.“앞으로 일주일 동안 회사에 나올 필요 없어.”권태혁이 돌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온세아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전 분명 강 비서님한테 이틀만 쉬겠다고 했는데요.”‘왜 갑자기 일주일로 확 늘려버린 거지?’온세아의 입에서 강준우의 이름이 나오자 권태혁이 얼굴을 찌푸렸다. 가슴속에서 불쾌감이 치밀어 올랐다.“앞으로 강 비서랑 말 섞지 마. 휴가 내고 싶으면 나한테 직접 말해.”그가 명령했다.‘설마 내가 고작 이틀도 휴가를 안 줄 거라고 생각해서 나한테 직접 얘기하지 않고 강 비서한테 한 건가? 배짱 하나는 참 대단해.’온세아가 참지 못하고 따져 물었다.“하지만 제 직속 상관은 강 비서님인데요?”
더 보기

제342화

온세아의 얼굴에 난 상처가 사흘이 지나서야 부기가 가라앉았다.마스크를 쓰고 출근했는데 다행히 동료들이 눈치 있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탕비실에서 다들 진하성이 최근 한 여자 연예인과 눈이 맞았다는 얘기를 수군거리고 있었다.“진하성이 이혼하자마자 연예인을 스폰할 줄은 몰랐어요.”“그 정도 지위와 재력을 가진 남자한테는 별것도 아닌 일이죠.”“문제는 진하성의 전처가 며칠 전에 자살 소동을 벌였다는 소문이 있던데...”“정말이에요? 혹시 진하성이 연예인이랑 만나는 것 때문에 충격받은 거 아니에요?”온세아가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제야 온아정이 지난번에 자살 소동을 벌인 이유가 진하성이 이혼을 요구해서만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또 다른 결정적인 이유는 진하성에게 이혼 직후 바로 새 여자가 생겼기 때문이었다.온아정이 제대로 천벌을 받은 셈이었다.진하성과 결혼한 후에도 줄곧 온세아의 전남편이자 온아정의 매제인 구형민과 오랫동안 떳떳하지 못한 불륜 관계를 유지했다.그런데 알고 보니 온아정의 남편 역시 뒤에서 연예인을 만나고 있었다.진하성은 이혼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그 연예인과 대놓고 붙어 다녔다. 온아정이 그 사실에 큰 충격을 받고 돌발적으로 자살 시도를 한 것이 분명했다.온세아가 붉은 입술을 적셨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통쾌했다.역시 하늘은 무심하지 않았다. 어떤 인과응보는 안 오는 게 아니라 단지 때가 안 된 것뿐이었다....온세아가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내선 전화가 울렸다.“온 비서님, 손님이 찾아오셨는데 어머님이라고 하시네요.”아래층 프런트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온세아가 즉시 경계하며 물었다.“지금 어디 계시죠?”“이미 비서님을 찾으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셨어요.”온세아는 말문이 막혀버렸다.그날 온아정의 병실에 갔다가 심미란과 크게 싸운 후 성해연에게서 며칠 동안 계속 전화가 왔다.목적은 딱 하나, 온씨 가문 본가로 돌아가 심미란에게 정중히 사과하라는 것이었다.동의할 수 없었던 온
더 보기

제343화

성해연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온세아가 심미란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전후 사정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딸에게 사과를 강요했다.딸이 그 과정에서 얼마나 억울했을지는 전혀 알려고 하지 않았다.그동안 심미란에게 괴롭힘당한 건 온세아였다. 성해연을 대신해 화풀이하려고 할 때마다 항상 온세아를 혼내곤 했다.결국 심미란이 가장 증오하는 사람은 온세아가 되어버렸다.“네가 심미란의 심기를 거스르는 짓을 했으니까 때렸겠지.”성해연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단정 지어버렸다.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린 온세아는 더는 성해연과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말해봤자 소용이 없을 테니까.“정 그렇게 생각한다면 마음대로 해요.”변명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짓을 관두고 사무실로 돌아가려 했다. 결국 돌아오는 건 실망뿐이었기 때문이었다.그런데 성해연이 기를 쓰고 그녀를 막아섰다.“마지막으로 묻겠다. 당장 나랑 본가로 들어가서 심미란한테 사과할래, 안 할래?”“안 해요...”온세아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하자 성해연이 노발대발했다.회사까지 찾아왔는데도 온세아가 끝까지 고집을 부릴 줄은 몰랐다.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한 성해연이 손을 번쩍 들어 온세아의 뺨을 내리치려 했다.온세아는 무방비 상태였다. 어머니가 그녀를 때릴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것도 그녀가 다니는 회사에서.서늘한 손바람을 느꼈을 땐 이미 피하기엔 너무 늦었다.차라리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런데 허공을 가르던 손바닥이 예상과 달리 떨어지지 않았다.누군가 공중에서 성해연의 손목을 덥석 잡은 것이었다.남자가 힘을 실어 내리치려던 그녀의 손바닥을 옴짝달싹 못 하게 막아 세웠다.놀란 성해연이 고개를 돌려 두 사람 곁에 불쑥 나타난 남자를 쳐다보았다.권태혁이었다.“당신 누구야?”권태혁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강인하고 수려한 얼굴에 옅은 서리가 내려앉았다.그의 시선이 곁에 선 온세아에게 향했다.“내 기억에 온 비서는 이렇게 순순히 당하
더 보기

제344화

온세아가 몸을 돌려 성해연을 등졌다.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성해연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온세아, 내가 네 엄마라고.”온세아가 그녀에게 이토록 매정하게 굴 날이 올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권태혁은 그녀가 정말로 어머니를 상대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다시 눈짓으로 경비원들에게 성해연을 데리고 나가라고 지시했다.그리고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도 모두 해산시켰다.온세아가 사무실로 돌아갔다. 기분이 걷잡을 수 없이 우울해졌다.심미란과 온아정과 싸우면 당연히 성해연이 탓할 거라 예상은 했었다. 하지만 체면도 팽개치고 회사까지 들이닥쳐 이렇게 난동을 부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엄마는 날 딸이라고 생각하긴 한 거야? 심미란이 계속 우리를 괴롭히는데도 심미란을 감싸고도는 이유가 뭔데?’생각할수록 화가 나고 속상해서 도저히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그때 몸속에서 갑자기 이상한 감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심호흡하며 억눌러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온세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망했다.’또 그 망할 병이 도진 것 같았다.전에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을 때 권태혁이 말해준 적이 있었다. 병에 걸린 이유가 단순히 호르몬 불균형 때문이 아니라 심리적인 원인도 있다고.이 병이 발작하는 원인이 오직 구형민 때문인 줄로만 알았다. 이제 그와 이혼했으니 다시는 발작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그런데 오늘 하필 이 타이밍에 다시 발작했다.성해연이 회사까지 찾아와 억지로 사과를 강요한 일이 그녀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말았다.신경 쓰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다독여왔지만 성해연이 그녀를 남보다도 못한 취급을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견디기 힘들었다.온세아는 지금 당장 이 감정을 분출할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했다.원래는 이채린을 불러내 술집에서 술이나 실컷 마실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발작이 시작된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저 그것만 간절히 원했다.미칠 듯이 괴로워 책상 모서리를 꽉 움켜쥐었다. 책상 표면에 손톱자국이 깊이 파였다
더 보기

제345화

권태혁이 단번에 눈치챘다.“병이 또 도졌어?”온세아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다급하게 재촉했다.“빨리요.”“이리 와.”권태혁이 온세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가까이 오라고 했다.약을 건네주려는 건 줄 알았던 온세아가 순순히 권태혁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그가 긴 팔을 뻗더니 그녀를 품 안으로 확 끌어당겼다.그러고는 그대로 입을 맞췄다.“읍...”권태혁의 키스가 어찌나 거칠고 다급한지 온세아가 미처 말릴 틈도 없었다.“대표님....”온세아가 양손으로 그의 단단한 가슴을 짚고 밀어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권태혁의 입맞춤에 애틋함과 걱정이 가득 묻어났다. 아까 우울했던 기분을 달래주려는 듯했다.그 위로에 온세아는 점차 경계를 풀고 그를 받아들이며 키스를 나누었다.권태혁이 그녀의 붉은 입술을 놓아줌과 동시에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온세아가 권태혁의 손길을 막으려 하자 그가 빤히 응시하며 말했다.“내가 뭘 하려는 건지 몰라서 물어?”그녀가 얼굴이 시뻘게진 채 망설였다.“하지만... 여긴 대표님 사무실이잖아요...”어떻게 대표실 안에서 그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권태혁이 잠긴 목소리로 일깨웠다.“증상을 가라앉히고 싶지 않아?”온세아 역시 몹시 괴로워서 해소가 절실하게 필요했다.하지만 원래는 그저 약을 가지러 들어온 것뿐이었다. 여기서 그와 이럴 생각은 전혀 없었다.“전... 약 가지러...”그녀가 참지 못하고 변명했다. 그런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권태혁이 또다시 입술을 막아버렸다.또 한바탕 격렬한 키스가 이어졌다.온세아는 키스만으로도 숨이 막혀 헐떡일 지경이었다. 권태혁이 이마를 맞댄 채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내가 직접 해결해 줄게...”“안...”온세아가 거절하려던 찰나 갑자기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야릇한 키스 소리가 섞인 발걸음이 점점 가까워지자 온세아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큰일 났다. 누가 왔어. 이렇게 늦은 시간에 대표님과 단둘이
더 보기

제346화

온세아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무심코 권태혁을 쳐다보았는데 미간이 잔뜩 구겨져 있었고 잘생긴 얼굴이 어둡기 그지없었다.권태혁도 직원이 그를 상대로 이런 성적 판타지를 즐기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다른 남자와 뒹굴러 대표실까지 기어들어 온 것도 모자라 그 남자를 권 대표님이라 부르다니.“권 대표님, 사랑해요... 대표님...”여자가 한계에 다다른 듯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댔다.남자가 찰싹하고 그녀를 내리쳤다.“너 나랑 하고 싶어, 아니면 권 대표랑 하고 싶어?”“당연히 권 대표님이지... 읍...”“어쩐지 매번 대표실에서 하자고 하더라니... 다 권태혁 때문이었구나...”지금 권태혁의 품에 안겨 있는 온세아는 그가 숨과 분노를 참고 있다는 걸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이 간 큰 남녀가 그의 심기를 건드려도 단단히 건드렸다.온세아는 이미 저 두 사람의 처참한 최후가 눈에 훤하게 그려졌다.하지만 다시 권태혁을 쳐다보았을 때 칠흑같이 어두운 그의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주치고 말았다.눈빛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고 온몸에서 위험하면서도 끈적한 기운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얽혔다.온세아는 자석에 이끌리듯 권태혁에게 꼼짝없이 빨려들었다.지금 그의 눈빛이 유난히 깊고 짙었다. 빠져나갈 수 없는 강력한 소용돌이 같았다.그녀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지금 당장 사무실에서 저런 짓을 벌이는 두 사람을 족쳐야 하는 거 아니야? 왜 이런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거지?’온세아가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권태혁이 그녀의 앵두 같은 입술을 덮쳤다.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그의 침범을 피하려 했지만 그가 턱을 잡더니 옴짝달싹 못 하게 품 안에 단단히 가두었다.온세아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행여나 그들도 사무실에 있다는 걸 두 사람에게 들킬까 봐.여긴 권태혁의 사무실이었다. 그가 여기 있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데도 말이다.하지만 일개 여비서가 밤에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채 대표실에 나타났다?십중팔구
더 보기

제347화

어떻게 여기서 흐지부지 끝낼 수 있단 말인가?“누구야? 나와!”남자가 허겁지겁 바지 지퍼를 올린 뒤 화를 내며 소리쳤다.겁도 없이 남의 밀회를 엿듣는 사람이 누군지 꼭 확인하겠다는 기세였다.온세아는 본능적으로 겁에 질렸다.만약 저 남자가 그녀와 권태혁이 함께 숨어 있는 걸 발견한다면 그야말로 해명할 길이 없었다.그녀가 불안해하고 있다는 걸 느꼈는지 지켜주듯 품에 꽉 끌어안고 부드럽게 어깨를 토닥였다.그리고 남자가 두 사람이 숨어 있는 곳으로 다가오려는 찰나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대... 대표님?”남자가 불쑥 나타난 권태혁을 보자마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마터면 기절초풍하며 그 자리에서 펄쩍 뛸 뻔했다.“꺼져!”권태혁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보며 차갑게 호통쳤다.혼비백산한 남자가 바지춤을 부여잡고 재빨리 도망쳤다. 심지어 조금 전까지 질펀하게 뒹굴던 여자조차 까맣게 잊은 채 줄행랑을 쳤다.여자 역시 입을 떡 벌리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라고 착각할 뻔했다.그저 이런 짓을 할 때마다 권태혁을 상상하며 짜릿함을 즐기곤 했다. 그러다가 조금 전 겁도 없이 권태혁을 부르짖고 말았다.그런데 권태혁이 지금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눈앞에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여자는 하마터면 그대로 기절할 뻔했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권태혁의 준수한 얼굴이 무섭게 가라앉았고 엄청난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여자는 그제야 눈앞에 서 있는 남자가 환상이 아닌 진짜 권태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사색이 된 얼굴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그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서야 권태혁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온세아를 돌아봤다.“계속할까?”그가 그녀에게로 다가가 다시 품에 끌어안았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짙은 유혹이 배어 있었다.“싫어요. 이거 놔요.”온세아가 본능적으로 발버둥을 쳤다. 하얀 얼굴에 옅은 분홍빛이 가득 번져 있었다.“확실해?”권태혁이 그녀를 뒤쪽 수납장으로 몰아붙이며
더 보기

제348화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와? 남자랑 데이트라도 했어?”귓가에 싸늘한 추궁이 들려왔다.복도에 갑자기 켜진 센서등 불빛에 의지해 눈앞에 서 있는 남자가 다름 아닌 구형민이라는 걸 똑똑히 확인했다.“네가... 왜 여기에 있어?”온세아가 새로 이사한 이 집 주소를 구형민에게 말해준 적이 없었다.‘대체 어떻게 알고 집까지 찾아온 거야?’“내 질문에 먼저 대답해.”구형민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말투로 쏘아붙이자 온세아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설마 조금 전 권태혁의 차에서 내리는 걸 본 건 아니겠지?’만약 봤다면 구형민이 권태혁을 언급하지 않았을 리 없었다. 그러니 그저 짐작으로 찔러보는 것이 분명했다.“우리 이혼했다는 거 잊지 마.”온세아가 차갑게 내뱉었다.두 사람은 이미 혼인 관계를 정리한 사이였기에 그의 질문에 고분고분 대답할 의무가 없었다.구형민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턱을 꽉 움켜쥐었다.“이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새 남자가 생겼어?”구형민이 화를 내며 따져 물었다.그의 말속에 미세한 질투의 불꽃이 섞여 있다는 사실은 전혀 깨닫지 못한 듯했다.온세아가 코웃음을 치며 반박했다.“우리 이혼하기 전부터 넌 이미 다른 여자가 있지 않았어?”‘그런데 뻔뻔스럽게 새 남자가 생겼냐고 묻다니. 본인은 뭐 얼마나 깨끗하다고. 네가 하면 로맨스고 내가 하면 불륜이야?’게다가 이혼한 마당에 온세아가 어떤 남자를 만나든 그건 전적으로 그녀의 자유였고 정당한 권리였다.구형민이 참견할 일이 아니었다.“대체 누구야?”그가 무섭게 노려봤다. 턱을 하도 꽉 쥐어서 고통이 밀려온 온세아가 미간을 찌푸렸다.“뭐?”온세아가 놀란 얼굴로 되묻자 구형민이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했다.“새 남자 말이야.”“누가 새 남자가 생겼대?”그의 손을 매정하게 쳐냈다. 온세아는 끝까지 발뺌할 작정이었다. 어차피 그녀와 권태혁은 그저 잠자리 파트너일 뿐 진짜 연인 사이도 아니었으니까.그러니 새 남자가 생겼다고 할 수 없었다.구형민이 잠시 멈칫했다.어째서인지 그녀의 대
더 보기

제349화

온세아는 구형민이 이 일을 이렇게까지 중요하게 여길 줄은 몰랐다.심지어 사람을 시켜 뒷조사까지 할 줄이야.그제야 후회가 밀려왔다.‘왜 하필 성이 성씨인 동창이라고 거짓말했을까?’구형민이 아무리 찾아도 그런 사람이 없으니 와서 따져 묻는 게 당연했다.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동창의 이름을 댔다 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확인해 보고 사실이 아니면 또 이렇게 찾아왔을 테니까.지금 가장 큰 문제는 구형민에게 진실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왜냐하면 그 손수건의 주인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온세아였기 때문이었다.“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나도 기억이 잘 안 나.”온세아가 적당한 핑계를 대며 얼버무렸다.“다시 잘 생각해 봐. 그 동창 성이 대체 뭐였는지.”구형민이 포기하지 않고 캐묻자 온세아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미간을 주무르며 적당한 변명거리를 짜내려 애썼다.“정말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 안 나.”구형민이 그녀를 빤히 응시했다.“전에 손수건을 주인한테 돌려줬다고 하지 않았어? 원래 주인한테 돌려줬을 정도면 그 사람이랑 아직 연락하고 지낸다는 소리 아니야?”온세아의 예쁜 얼굴이 확 굳어버렸다.정말이지 스스로 뺨이라도 한 대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대체 왜 주인한테 돌려주었다는 따위의 소리를 지껄였지?’그녀가 말한 원래 주인에게 돌려줬다는 건 손수건이 그녀의 손에 되돌아왔다는 뜻이었다.그런데 구형민이 그 손수건이 온세아의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걸 깜빡하고 말았다.그는 여전히 손수건의 진짜 주인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아니. 안 해.”온세아가 다급히 부인하며 필사적으로 변명했다.“내 뜻은 손수건을 일단 내가 가지고 있다가 그 애가 누군지 기억나면 그때 돌려주겠다는 뜻이었어.”구형민이 바로 손을 내밀었다.“손수건의 주인이 누군지 아직 기억 안 난다면 차라리 나한테 넘겨. 내가 대신 보관할게.”온세아가 그의 뜻대로 순순히 내어줄 리가 없었다.“나한테서 손수건을 뺏어서 다시 온아정한테 줄지 누가 알아
더 보기

제350화

구형민이 계속 돌아가지 않고 끈질기게 문을 두드려댔다.결국 온세아가 관리실에 전화해 경비원을 부르고 나서야 그를 쫓아낼 수 있었다.그가 돌아간 뒤로도 계속 머리가 아팠다. 그 탓에 밤새 제대로 자지 못했다.다음 날 요란한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깼다.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침대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메시지가 와 있었다.권태혁이 보낸 사진 한 장이었다.사진 속에 푸짐한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계란말이, 베이컨, 에그 햄 샌드위치, 치즈피자까지...보기만 해도 군침이 꿀꺽 넘어갈 만큼 먹음직스러웠다.온세아가 의아해하며 물음표 하나를 보냈다.‘왜 이러는 거야? 아침 댓바람부터 음식 사진을 왜 보내? 군침 돌게.’권태혁에게서 곧바로 답장이 왔다.권태혁:[아침 먹었어?]온세아:[아직요.]권태혁:[뭐 먹고 싶어? 이따가 사람 시켜서 보내줄게.]그녀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아침 일찍부터 이런 사진을 보낸 게 아침 메뉴를 고르라는 뜻이었어?’온세아:[됐어요. 제가 알아서 해 먹을게요.]권태혁:[여보라고 부르면 내가 직접 가서 만들어줄게.]온세아:[필요 없거든요? 수작 좀 부리지 말아요.]그가 직접 만들어주는 아침 따윈 관심도 없었다.‘여보라고 부르라고? 어림도 없는 소리. 우린 그저 잠자리 파트너일 뿐이라고.’온세아가 휴대폰을 내려놓고 욕실로 가서 씻었다. 잠시 후 대충 아침을 챙겨 먹고는 출근길에 올랐다....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강준우가 노크하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손에 도시락통 하나를 들고 있었다.가까이 다가와 온세아의 책상 위에 도시락통을 내려놓았다.“대표님이 전해주라고 하셨어요.”온세아가 의아해하며 도시락통을 열어보았다.놀랍게도 오늘 아침 권태혁이 사진으로 보내주었던 바로 그 메뉴들이었다. 그녀가 고르지 않자 종류별로 조금씩 다 담아서 보낸 것이었다.“냄새가 정말 기가 막히네요.”곁에 서 있던 강준우도 맛있는 냄새를 맡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온세아가 먼저 그에게 도시락을 내밀며 권했다.“강 비서님도
더 보기
이전
1
...
333435363738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