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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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1화

권태혁:[내일 아침은 직접 만들지 마. 사람 시켜서 집까지 배달해줄게.]온세아는 어이가 없었다.‘내 뜻을 못 알아들은 거야?’그녀는 잠자리 파트너 관계라면 침대 위에서만 관계를 유지하고 침대 아래로 내려온 순간부터는 철저히 거리를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온세아:[괜찮아요. 아침은 직접 만들어 먹는 게 습관이 돼서요.]거절의 뜻이 아주 분명했기에 권태혁 같은 남자가 알아채지 못할 리 없었다.방금 비행기에서 내려 고급 세단에 몸을 싣고 있던 권태혁의 조각 같은 얼굴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온세아에게 아침을 챙겨 주려 한 건 아니었다. 그저 권태혁만의 방식으로 온세아에게 잘해주고 싶었을 뿐이었다.태어나 한 번도 누군가에게 대시해본 적이 없는 권태혁이었다. 하여 여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지 못했다.‘대체 어떻게 해야 마음을 얻을 수 있지?’온세아는 권태혁이 진심을 다해 붙잡고 싶은 유일한 여자였다. 하지만 온세아의 마음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지금 그에게는 연애 책사가 간절하게 필요했다. 온세아의 굳게 닫힌 마음을 열어젖히는 데 힘을 보태 줄 든든한 조력자 말이다.그렇지 않으면 잠자리 파트너 관계에서 영영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머리를 감싸 쥐고 고민하던 그때 권태혁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태혁아, 너도 F국에 왔다며?”휴대폰 너머로 진하성의 나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순간 흠칫한 권태혁이 본능적으로 물었다.“너도 F국이야?”진하성이 씩 웃으며 답했다.“안나가 쇼핑하겠다고 해서 같이 왔어.”F국은 패션의 본고장이자 여자들에게는 쇼핑의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이곳에서의 쇼핑을 거부할 수 있는 여자는 아마 세상에 없을 것이다.안나가 바로 진하성이 이혼한 뒤 새로 만난 유명 연예인 여자친구였다.권태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여자들은 다 쇼핑을 좋아해?”연애 경험이 풍부한 진하성이 답했다.“내가 전에 만났던 여친들은 그랬어. 나 때문에 아무리 화가 나도 쇼핑하러 가서 카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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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밤.온세아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TV를 좀 보다가 잘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고개를 숙여 화면을 보니 권태혁에게서 걸려 온 영상 통화였다.권태혁이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로 연락했는지 알 수 없었던 온세아가 잠시 망설이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시간도 늦었는데 아직 안 잤어?”온세아를 보자마자 권태혁이 건넨 첫마디였다.침대에 누워 이불로 몸을 반쯤 덮은 온세아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가 하품하며 대답했다.“막 자려던 참이었어요. 무슨 일로 갑자기 영상 통화를 한 거예요?”권태혁이 화면 속의 온세아를 빤히 바라보았다.“보고 싶어서.”그 말을 하는 권태혁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순간 심장이 요동친 온세아가 애써 차분한 표정을 유지하며 화제를 돌리려 했다.“강 비서님한테 들었는데 해외 출장 가셨다면서요?”“응.”덤덤한 말투와 달리 눈빛은 여전히 뜨거웠다.온세아가 계속 물었다.“어디로 갔는데요?”“F국.”그녀가 고개만 끄덕일 뿐 더 이상 묻지 않자 이번에는 권태혁이 물었다.“나 안 보고 싶었어?”온세아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왜 갑자기 이런 걸 물어?’권태혁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보고 싶었어? 안 보고 싶었어?”대답할 때까지 물을 기세였다. 결국 얼굴이 붉어진 채 마지못해 답했다.“보고 싶었어요. 됐죠?”‘정말 한 번을 안 넘어간다니까.’권태혁의 얼굴에 순식간에 화색이 돌았다.“지금 옆에 다른 사람 있어?”그가 갑자기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집에 혼자 있었던 온세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널 보고 싶어.”그의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뜻을 미처 이해하지 못한 온세아가 순간 멈칫했다.“지금 보여주고 있잖아요.”권태혁의 두 눈에 전례 없던 뜨거운 열기가 어렸다.“벗어 봐.”그 말에 온세아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네?”“네 몸이 보고 싶어.”그녀는 부끄러움과 당황함이 밀려왔다.“대표님이나 벗어서 보여주지 그래요?”온세아가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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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여기서 더 봤다가는 코피가 터질 게 분명했다.권태혁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난 괜찮아. 신경 안 써.”온세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전 신경 쓰인다고요.”‘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니야? 날 자극해서 병이 도져야 그만할 거야?’“갖고 싶어?”권태혁의 노골적인 질문에 온세아는 심장이 쿵쾅거렸다.휴대폰 화면을 사이에 두고 온세아가 한 걸음씩 다가가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갖고 싶어요.”이러는데 권태혁이 어떻게 더 버틸 수 있겠는가? 하마터면...그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보고 싶어.”온세아가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비행기를 타고 그녀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권태혁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온세아를 응시했다.“보여줘.”그녀의 몸이 너무 보고 싶다는 뜻이었는데 알아듣지 못한 온세아가 영문 모를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지금 보여주고 있잖아요.”권태혁의 눈빛이 의미심장해졌다.“벗어서 보여달라고.”온세아의 예쁜 얼굴이 더욱 붉게 달아올랐다.그가 먼저 다 벗고 보여줬으니 공평하게 그녀도 벗어서 보여주는 게 맞긴 했다. 하지만 그렇게 수위 높은 행동을 도저히 할 수 없었다.살면서 누군가와 영상 통화를 하며 옷을 벗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졸려요. 내일 봐요.”온세아는 서둘러 핑계를 대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얼굴이 불타는 것처럼 뜨거웠다. 얼굴뿐만 아니라 온몸이 비정상적으로 달아오르고 있었다.‘안 돼.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버티지 못해.’또 병이 도지기라도 하면 끝장이었다.온세아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서둘러 침대에서 내려와 찬물로 샤워했다....그 후로 며칠 동안 권태혁은 계속 F국에 머물렀다.바쁜 와중에도 매일 밤 온세아와 영상 통화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심지어 매번 옷을 벗고 거의 알몸 상태로 통화했다.그 모습을 볼 때마다 온세아는 심장이 뛰고 얼굴이 붉어졌다. 그래도 다행인 건 매번 충동을 억눌렀다.이날 퇴근 후 원래는 이채린과 저녁을 함께 먹자고 약속했었다.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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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전봉일이 온세아의 손을 덥석 잡았다. 사교적인 예의를 벗어난 악력이었다.온세아가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빼내려 했지만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옆에 있던 이채린이 그 모습을 보고 서둘러 상황을 수습하려 나섰다.“부장님, 사실 온 비서는 얼굴도 예쁘지만 업무 능력이 훨씬 더 뛰어나답니다. 이따가 온 비서더러 이번 프로젝트의 세부 사항에 대해 설명해드리라고 할까요?”전봉일이 껄껄 웃었다. 끈적한 시선이 여전히 온세아에게 고정되어 있었는데 물건의 값어치를 매기듯 아래위로 훑어봤다.“좋지. 아주 좋아. 아, 반말해도 괜찮지? 딱 봐도 나보다 어리니까.”“네, 그럼요.”사실 이 자리에 직접 나올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온세아를 보자마자 바로 흥미가 동했다.접대 자리인 만큼 술이 빠질 수 없었다.이채린의 원래 계획은 전봉일의 비위를 적당히 맞추며 기분 좋게 취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면 원하던 계약도 자연스럽게 성사될 테니까.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다. 전봉일의 주량이 이채린보다 훨씬 셌던 것이었다.독한 술을 한 병 마시자 평소 주량이 셌던 이채린조차 머리가 핑핑 돌기 시작했다.“채린아, 그만 마셔.”온세아가 옆에서 이채린을 말리자 전봉일도 한마디 거들었다.“그래, 채린 씨.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저기 소파에 가서 좀 쉬어. 여긴 세아 씨만 있으면 돼.”이채린이 그의 더러운 속내를 모를 리 없었다.‘날 쫓아내고 세아를 독차지하려는 수작이잖아. 네 뜻대로 되게 내버려 둘 순 없지.’그녀가 정신을 차리려 애를 썼다.“취했다니요. 제가 한 잔 더 올리겠습니다, 부장님.”이채린이 또 한 잔을 억지로 마시는 걸 본 온세아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마침 그때 온세아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핑계로 잠시 룸 밖으로 나왔다.권태혁의 전화인 걸 보고는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권태혁의 목소리가 평소처럼 다정했다.“왜 영상 통화 안 받아?”평소 이 시간에는 항상 영상 통화를 했다.오늘 하루 종일 눈코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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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하지만 이채린이 이번 계약 성사를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지 온세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결국 이를 악물고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온세아가 자리에 앉으려 하자 전봉일이 그의 바로 옆자리를 가리켰다.“세아 씨, 뭘 그리 멀리 않고 그래? 내 옆으로 와서 앉아.”“전 여기가 편합니다.”온세아가 완곡하게 거절했다.전봉일이 눈동자를 굴리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온세아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녀가 오지 않겠다면 그가 가면 그만이었다.순간 경계심을 느낀 온세아가 무의식중에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려 했다.그 틈을 타 전봉일이 그녀의 팔을 잡고 다시 자리에 앉혔다.“뭘 그렇게 긴장하고 그래. 긴장 풀어. 내가 잡아먹기라도 한대? 그저 술 한잔하면서 편하게 얘기 좀 나누자는 거지.”온세아가 억지 미소를 쥐어짰다.“그럼... 아까 하던 계약 얘기나 마저 할까요?”그런데 전봉일이 대뜸 술 한 잔을 가득 따라 그녀에게 들이밀었다.“천천히 해. 일단 한잔 마시면서 친해져 보자고.”온세아가 마지못해 술잔을 받은 뒤 고개를 젖혀 단숨에 비워냈다.“세아 씨 술 꽤 하나 봐?”전봉일이 온세아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술기운이 올라 불그스름해진 얼굴에 기름기가 번들거렸다.온세아가 건성으로 웃으면서 티 나지 않게 슬그머니 옆으로 피했다. 하지만 전봉일이 거머리처럼 금세 다시 들러붙었다.그의 몸에서 진한 술 냄새와 소름 끼치도록 위험한 기운이 풍겼고 주름진 얼굴에 띤 표정이 너무나도 음흉했다.온세아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당황한 나머지 그만 손으로 테이블 위의 양주병을 건드리고 말았다.병이 쓰러지며 술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 바람에 온세아의 스커트도 흠뻑 젖고 말았다.“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어? 내가 닦아줄게.”전봉일이 대뜸 온세아의 몸을 더듬으려 하자 그녀가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자중하세요, 부장님.”그가 음흉하게 웃었다.“오늘 밤 내 옆에 있어 주면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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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으악.”온세아는 두피가 통째로 뜯겨 나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와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신고 있던 하이힐 굽으로 전봉일의 발등을 콱 짓밟자 전봉일이 비명을 지르며 온세아를 놓아줬다.온세아 혼자라면 충분히 도망칠 수 있었지만 이채린을 혼자 남겨두고 갈 수는 없었다.“채린아, 정신 좀 차려봐.”다급하게 친구를 흔들며 깨우려 애썼다.전봉일의 분노가 이미 극에 달했다. 오늘 밤 기필코 온세아를 취하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짐승처럼 달려들어 온세아의 팔을 낚아채고는 소파 위로 질질 끌고 갔다.“고상한 척도 정도껏 해야지. 오늘 널 가지고야 말겠어.”두 눈에 핏발이 선 채 막무가내로 온세아의 겉옷을 벗기기 시작했다.온세아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남자의 힘을 당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절망감에 빠지기 일보 직전인 그때 룸 문이 갑자기 쾅 하고 열렸다.“어떤 놈이 내 시간을 방해...”전봉일이 험악한 욕설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머리통을 세게 맞고 말았다.눈앞이 캄캄해지면서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세아 씨!”강준우가 손에 쥐고 있던 꽃병을 던져버리고 온세아에게 다가갔다.“괜찮아요?”온세아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며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머리와 옷이 흐트러진 것 외에 눈에 띄는 상처는 없었다.그제야 강준우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온세아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온몸의 기운이 쭉 빠져나갔고 몸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덜덜 떨렸다.전봉일이 이 정도로 변태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방금 그녀에게 성폭행까지 하려 했다.강준우가 제때 나타나지 않았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고마워요.”그가 입고 있던 정장 재킷을 벗어 온세아에게 걸쳐줬다.“얼른 여기서 나가요.”뒷수습은 사람을 시켜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온세아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그러지 않으면 권태혁에게 설명할 길이 없었다.“채린이도 같이 데려가요.”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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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전봉일이 얼굴에 흐르는 피를 쓱 닦아내더니 고개를 들어 눈부신 조명 아래에 서 있는 남자를 쳐다봤다.권태혁이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전봉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찮은 벌레를 보듯 경멸 섞인 눈빛에 전봉일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순간 눈앞의 남자가 누구인지 떠오른 듯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권... 권 대표님?”전봉일이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제야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을 건드렸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황급히 바닥에서 일어나 덜덜 떨리는 손으로 권태혁에게 악수를 청했다.“오해입니다. 대표님께서 이런 누추한 곳까지 귀한 걸음을 하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전봉일은 그저 회사의 여직원 하나 건드린 것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예전에도 이런 식으로 여자를 만났었으니까.그런데 온세아는 예외였다. 무려 권태혁이 그녀의 뒤를 봐주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전봉일이 어떻게든 변명을 늘어놓으며 상황을 무마하려 했지만 돌아온 건 경호원의 무자비한 발길질이었다.“꺼져!”대자로 나동그라진 전봉일은 눈앞이 핑 돌았다. 그래도 누구의 심기를 거슬렀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절망에 빠진 채 권태혁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대표님, 제가 잠깐 제정신이 아니었나 봅니다. 제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기상 그룹의 부장 자리에 앉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맥을 동원하고 애를 썼는지 전봉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권태혁 같은 진짜 권력자에게 밉보였다간 모든 것을 잃게 될 수도 있었다.권태혁이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싸늘하게 쳐다봤다.그에게 매달려봤자 소용없다는 걸 깨달은 전봉일이 온세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릎을 꿇은 채 그녀에게 기어가 바닥에 연신 머리를 찧었다.“죄송합니다, 온 비서님. 제가 귀한 분임을 몰라뵙고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온세아가 속에서 끓어오르는 역겨움을 꾹 참았다. 그에게는 눈길조차 주고 싶지 않았다.전봉일이 이제야 진정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듯했다. 조금 전 룸에 셋이 있었을 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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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아까 권태혁이 제때 룸으로 달려오지 않았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온세아는 고개를 끄덕일 뿐 더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그때 권태혁이 온세아의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가녀린 손을 커다란 손바닥으로 감싸 쥐었다.“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온세아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니요. 늦지 않았어요. 만약 대표님이 제때 오지 않았다면 전 아마...”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귀밑으로 흘러내린 몇 가닥의 머리칼과 헝클어진 머리가 조금 전 얼마나 절망에 빠졌을지 보여주는 듯했다.그런데 이런 모습이 남자의 정복욕과 소유욕을 더 자극한다는 걸 그녀는 알지 못했다.권태혁의 깊은 눈동자에 연민이 스쳐 지나가더니 팔을 내밀어 온세아를 품으로 끌어당겼다.“약속할게. 오늘 같은 일 두 번 다시 없을 거야.”지금 생각해도 심장이 철렁했다. 심지어 출장을 간 것까지 후회되었다. 그녀를 홀로 위험에 빠뜨린 게 너무나 미안했다.권태혁의 품에 안긴 온세아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오늘 밤에 겪은 일이 온세아에게는 지울 수 없는 충격이었다. 진정이 되기는커녕 심장이 아직도 심하게 쿵쾅거렸다.“그나저나 네 친구는 왜 너만 데리고 전봉일을 만난 거야? 만나기 전에 전봉일에 대한 소문도 못 들었어?”권태혁이 그윽한 눈빛으로 온세아를 지그시 내려다봤다. 온세아의 고운 얼굴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채린이가 진행하던 프로젝트들이 최근에 죄다 엎어졌거든요. 마음이 너무 급한 나머지 앞뒤 가릴 처지가 아니었던 거예요. 그래서 절 데리고 전봉일을 만나러 간 거고요.”어릴 때부터 자존심이 세고 승부욕이 강했던 이채린이 또다시 실패의 맛을 보려 할 리가 없었다.이번 계약만큼은 어떻게든 성사시키고야 말겠다는 간절함 때문에 결국 전봉일이 파놓은 덫에 걸려든 것이었다.“전부 엎어졌다고?”권태혁의 검은 두 눈에 알 수 없는 기색이 스쳤다.온세아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었다.“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이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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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권태혁의 침실이라 곳곳에 권태혁 특유의 짙은 남성적인 향기가 배어 있었다.그와 한 이불을 덮고 누워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어 온세아는 어딘가 불편했다.쓸데없는 잡념을 털어내려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머릿속을 비우고 잠이나 자자. 대표님 생각 좀 그만해, 온세아.’속으로 끊임없이 자기 최면을 걸었다....한편 방을 나온 권태혁이 문가에 우두커니 선 채 한동안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지금 이 순간 온세아가 그의 방에서 그의 베개를 베고 이불을 덮은 채 누워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욕구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와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온세아 역시 그와 같은 불순한 상상에 빠져 있을지, 아니면 잠들었을지 몹시 궁금했다.갑자기 입안이 바짝 말라 더는 문 앞에 서 있을 수 없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이성을 잃고 안으로 쳐들어갈지도 모른다.결국 발길을 돌려 아래층 주방으로 내려가 차가운 생수를 들이켰다....깊은 밤.악몽을 꾼 온세아가 소리를 지르며 눈을 떴다.“안 돼!”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룸에서 전봉일에게 몹쓸 짓을 당할 뻔한 악몽을 꾸고 말았다...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내고 심호흡한 뒤 창밖을 내다봤다. 여전히 칠흑 같은 어둠이었고 동이 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악몽 때문에 탈수가 온 것처럼 목이 바짝 말랐다. 물을 마셔야겠다는 생각에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런데 거실 한가운데 작은 붉은빛 하나가 어둠을 뚫고 아스라이 깜빡이고 있었다.온세아가 발걸음을 멈췄다.담배 연기가 코끝을 스친 순간 어두운 거실에 누가 앉아 있는지 알아채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아직 안 자고 있었어요?”온세아가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응.”권태혁이 덤덤하게 답했다.그녀는 더는 묻지 않고 곧장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갈증으로 목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던 온세아는 냉장고 문을 열어 차가운 생수 한 병을 꺼냈다.막 뚜껑을 따려던 그때 마디가 굵은 손 하나가 눈앞에 불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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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온세아가 단숨에 컵의 절반 이상을 비워냈다.컵을 내려놓고 잠시 숨을 고르려는데 권태혁이 컵을 낚아챘다.“뭐 하시는...”온세아가 뭐라 하기도 전에 권태혁이 그녀가 마시다 남긴 물을 거리낌 없이 들이켰다.그 모습에 그녀는 할 말을 잃었고 뜻밖이기도 했다. 그녀의 침을 삼킨 것 같은 기분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이상했다.“왜 제가 마시던 걸 마셔요?”온세아가 퉁명스럽게 물었다.“나도 목말라서.”“목마르면 새로 한 컵 더 따라 마시면 되잖아요.”‘왜 꼭 내가 마시던 걸 마셔야 하는 건데?’권태혁이 대답 대신 깊은 침묵을 택했다.어둠 속이라 그의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를 집요하게 응시하는 눈빛만큼은 별빛처럼 빛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온세아가 민망함을 참고 말했다.“이거 놔요. 올라가서 자고 싶어요.”날이 밝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눈을 붙일 생각이었다. 그런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권태혁이 온세아를 번쩍 안아 올렸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깜짝 놀란 온세아가 본능적으로 그의 목을 껴안으며 소리를 질렀다. 권태혁의 어두운 시선이 온세아에게 꽂혔다.“자겠다며? 방에 데려다줄게.”온세아가 말을 잇지 못했다.‘설마 또 그런 쪽으로 흘러가는 건 아니겠지?’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권태혁이 온세아를 안고 침실로 돌아와 커다란 침대 위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이불도 정성스레 덮어 주었다.그의 손길이 더없이 다정하고 조심스러웠다.마지막으로 허리를 숙여 온세아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잘 자. 푹 쉬어.”권태혁이 방을 나가려 하자 온세아가 놀란 목소리로 그를 불러 세웠다.“끝이에요? 다른 건 없고요?”그가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며 눈썹을 치켜세웠다.“왜? 다른 일이라도 벌어지길 바라는 거야?”회색 잠옷 가운이 아까 온세아를 안아 올리면서 흐트러졌다. 벌어진 가운 사이로 탄탄한 근육이 드러났다.남성미 넘치는 모습에 도도한 얼굴까지 더해지니 금욕적이면서도 귀티가 흘러넘치는 것 같았다.하지만 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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