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끝나기 무섭게 권태혁이 온세아의 허리를 안고 있던 손을 놓았다.민망해진 온세아가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저기... 안아서 화장실에 데려다주면 안 돼요?”어젯밤 밤새도록 시달린 탓에 다리가 후들거려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제 발로 걸어서 화장실에 간다는 건 지금의 온세아로선 불가능한 일이었다.권태혁의 눈동자에 웃음기가 더욱 짙어졌다.“나한테 애원해봐, 그럼. 어젯밤에 애원하던 것처럼.”그 말에 어젯밤의 민망한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온세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어젯밤에도 이렇게 요구하더니 또 그러라고? 나쁜 자식!’온세아가 이를 갈며 권태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됐어. 그냥 나 혼자 가고 말지.’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내려와 천천히 화장실로 걸어갔다.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혼자 힘으로 가려 했다.그런데 몇 걸음 떼지 못하고 다리가 후들거려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려 했다.다행히 바닥에 넘어지기 직전 누군가 온세아의 허리를 잡았다. 곧이어 익숙하고 넓은 품에 안겼다.권태혁이었다.떨어질까 봐 무서웠던 온세아가 본능적으로 권태혁의 목을 감싸 안았다. 그가 온세아를 가뿐히 안아 들고 화장실 변기 위에 앉혔다.“바지도 벗겨줄까?”그의 질문에 그녀의 얼굴이 다시금 화끈 달아올랐다. 뭐라 하려던 그때 권태혁이 계속 말을 이었다.“아, 바지는 이미 어젯밤에 벗겼지...”부끄러움과 분노가 폭발한 온세아가 그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퍽 내리치더니 화장실 문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당장 나가요!”권태혁이 씩 웃으면서 밖으로 나갔다.볼일을 마친 뒤 이제 들어와도 된다는 신호로 온세아가 헛기침했다. 다시 침대까지 돌아가려면 그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그런데 한참 동안 기침을 해댔는데도 권태혁이 들어오지 않았다.‘장난하는 거 아니겠지? 이대로 놔두겠다는 거야, 뭐야?’혼자 걸어가려던 그때 권태혁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아까는 나가라더니 그새 또 내가 필요해졌어?”권태혁이 눈썹을 치켜세웠다.그와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던 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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