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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을 거슬러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561 - チャプター 570

772 チャプター

제561화

서씨 노부인은 떨리는 눈빛으로 서유천을 바라보았다."우리가 경성에 챙겨 온 재산이 얼마나 되느냐."서유천은 이를 꽉 깨물었다."다 합치면 이십만 냥입니다.""당장 은자를 오공주에게 돌려주거라."서씨 노부인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서 부인에게 다급히 일렀다."그리고 소현이에게 당장 서신을 띄워라. 서둘러 재산을 처분하고 식솔들을 데리고 숨어 절대 밖으로 나돌지 말라 전해."앞부분을 들었을 때는 그저 서소현에게 은자를 융통해오라는 뜻인 줄 알았지만 뒷말을 들은 서 부인은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어머님, 태후 마마께서 가장 눈엣가시로 여기는 이가 바로 소현 아가씨 아닙니까. 아가씨의 식솔들이 자취를 감추면, 화풀이할 곳을 잃은 태후의 칼끝이 누구를 향하겠습니까."서소현은 회북에서 남부럽지 않게 호의호식하고 있었다.정작 큰댁 식솔들은 경성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 이 와중에 굳이 태후의 심기를 거스르는 짓을 또 할 수는 없었다."할머니."서명주도 어머니의 말에 동조했다."고모님께서 도망치신들 어디로 도망갈 수 있겠습니까."서씨 노부인이 평생 가장 아꼈던 자식은 큰딸 서소현이었다. 전폭적인 지원 덕에 집안에서 서소현의 입지는 장남인 서유천과 맞먹을 정도였다."어머니, 이제 예전과 상황이 다릅니다."서유천이 굳은 얼굴로 선을 그었다.그때, 손씨 어멈이 허둥지둥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숨이 턱에 닿은 그녀는 사색이 되어 외쳤다."크, 큰일 났습니다! 방금 폐하께서 교지 두 통을 연달아 내리셨다고 합니다. 하나는 영씨 어르신에게 관직을 하사하니 당장 상경하라는 명이었고, 다른 하나는 배이수를 덕비 마마의 양자로 입적하고 청하 최씨 가문의 적장자를 입궁시켜 반독으로 삼으라 하였습니다!"서씨 노부인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뭐라고?"영씨 어르신은 다름 아닌 서소현의 시아버지였다. 황제가 그를 경성으로 불렀다는 것이다.서유천이 다급히 캐물었다."영씨 어르신께 내려진 벼슬이 무엇인가?"손씨 어멈은 머리를 긁적이며 한참 생각하더니 대답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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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어느덧 시월.회랑에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유지영은 옷깃을 여미며 뜰을 거닐었다. 운청이 그 뒤를 바짝 따랐다. 배가 갈수록 불러오자, 왕부에서도 산파와 유모를 들일 채비를 시작했다.모두 남의 손에 맡기지 않고 그녀가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중개인이 십 리 밖까지 용하다고 소문난 산파 다섯 명을 데려왔는데, 모두가 수백 명의 산모를 순산시킨 경력이 있다고 했다. 유모로는 갓 출산한 이십 대 부인 일곱 명 정도 대령했는데, 모두 신분이 깨끗하고 집안도 단순했다.중개인 어멈이 한 명씩 소개를 이어갈 때, 유지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다섯 산파 중에서 낯익은 사람을 발견했다. 거친 무명옷을 입고, 피부가 희며 연지를 바르지 않은 말간 얼굴이었다. 은비녀 하나로 단정하게 빗어 올린 머리, 다른 산파들에 비해 옷차림이 가장 수수했고, 겉보기에도 순박하고 성실해 보였다.하지만 유지영은 죽을 때까지 그 얼굴을 잊지 못할 것이다!전생에 그녀에게 낙태약을 들이붓고, 무명천으로 그녀의 목을 조르던 자였다. 그때는 그렇게 흉악했던 얼굴이 지금 온화한 모습으로 눈앞에 서 있었다."저 자를 남겨라!"유지영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운청은 상대를 확인하고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중개인 어멈이 소개했다."이분은 황씨 성을 가진 어멈인데, 외자 이름을 써서 황단이라고 합니다. 여러 집안의 시녀로 일하다가 돈을 모아 자신의 몸값을 치르고 산파 기술을 배웠지요. 연차는 다른 분들에 비할 바가 못 되나 손발이 빠르고 말이 없으며 성실하게 일합니다. 산파 일을 한 오 년 동안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이 아이들을 무사히 받아냈지요."유지영은 조용히 황단을 바라보았다. 서른 남짓 되어 보이는 그녀는 이름이 불리자 고개를 들어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황씨 어멈은 경성 사람인가?"유지영은 분노를 애써 억누르며 차분히 물었다.중개인 어멈은 고개를 저었다."떠돌다 온 자인데, 가족도 친척도 없는 가엾은 처지입니다."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유지영은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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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유정혁은 이미 죽었고, 배준형은 전장에 나갔다. 정군왕의 어미인 숙 태비는 궁에 있었다. 죽은 유정혁은 배제하고, 배준형이나 숙 태비는 지금 제 코가 석자였다.그 순간 그녀의 뇌리에 정군왕비의 얼굴이 스쳤다."최근 정군왕비가 무엇을 했는지 조사하고, 황단을 철저히 감시하거라."그녀는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황단은 오늘 현왕부에 잠입하지 못했으니 임무는 실패한 셈이었다. 매사에 신중한 정군왕비의 성격상 분명 다른 조치가 있을 것이다."명심하겠습니다!"유지영의 예상대로였다. 선택받지 못한 황단은 돌아가는 길에 매복을 당했다가 마침 나타난 운청에게 구조되었다.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복면을 쓴 자객들은 고개를 돌려 도망쳤다.운청이 신호를 보내자, 주변에 매복해 있던 현왕부 호위들이 도망치는 두 자객의 앞을 가로막았다. 퇴로가 막힌 것을 본 둘은 망설임 없이 검을 들어 스스로 목을 그었다. 어찌나 빠른지 미처 막을 새도 없었다.운청이 다가가 자객의 복면을 벗기고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샅샅이 뒤졌으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아쉽게 됐네."고개를 돌리자 구석에서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고 있던 황단이 바닥에 엎드려 운청을 향해 절을 했다."고, 고맙습니다.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무슨 원한을 샀기에 미행을 당했는지 모르겠군요."모르는 척 헛소리를 늘어놓는 황단을 내려다보며 운청의 표정도 싸늘하게 식었다.운청은 검을 들어 무자비하게 휘둘렀다.푹!피가 높게 솟구치더니 잘린 머리통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운청은 죽는 순간까지 두 눈을 부릅뜬 황단의 머리를 나무 상자에 담았다."오후에 정군왕비가 주작대로(朱雀大街)를 지나갈 것이다. 이것을 그 여자에게 전하거라."호위가 상자를 받아 들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운청이 방비원으로 돌아왔을 때는 한 시진이 지난 뒤였다. 멀찍이 떨어져 있었음에도 유지영은 운청에게서 나는 옅은 피 냄새를 맡았다."마마의 짐작이 맞았습니다. 황단은 미행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소인이 나서서 구해줬으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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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비단 상자 안에 담긴 황단의 잘린 머리는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그 끔찍한 모습에 한주는 기겁하며 바들바들 떨었다.곁에 있던 정군왕비 역시 안색이 험하게 가라앉았다.왕부로 돌아오자마자 정군왕비는 호위를 불러들였다."양일과 양진의 소식은 없느냐?"호위는 두 사람이 어제 밖으로 나간 뒤로 지금까지 아무런 기별이 없으며, 마치 실종된 것 같다고 보고했다.정군왕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황단의 목이 마차 안으로 날아든 것을 보면, 두 사람 역시 이미 제거당한 듯했다."마, 마마. 십중팔구 현왕비의 짓일 겁니다."한주가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제 황씨 어멈이 현왕부에 갔는데, 오늘 바로 이런 일이 터지지 않았습니까."정군왕비가 짜증 섞인 눈으로 한주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입 닥쳐!"한주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정군왕비 이것이 유지영의 소행임을 짐작했다. 그녀는 착잡한 얼굴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불과 일 년 전만 해도 하찮게 여겼던 계집이 이토록 잔혹하고 과감한 수완을 쓸 줄은 몰랐다. '내가 그 계집을 너무 얕보았구나'애초에 배준형이 유지영을 정실로 맞이했더라면, 지금 정군왕부의 위세는 또 얼마나 대단했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정군왕비는 미간을 꾹꾹 누르며 짜증스러운 얼굴로 지시를 내렸다."어젯밤 무슨 소란이 있었는지 당장 알아보거라."호위를 물린 뒤 그녀는 한주에게 물었다."청하로 보낸 서신에 답장은 왔느냐?""마마, 아무리 서둘러도 청하를 오가려면 최소 닷새는 걸립니다. 서신을 띄운 것은 어제였습니다."한주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그 말에 정군왕비는 아차 싶었다. 황단의 일로 심기가 어지러워진 탓에 잠시 정신을 놓았던 것이다.*그후로 며칠은 조용하게 지나갔다.황단의 죽음은 마치 호수에 던져진 작은 돌멩이 같았다. 잠깐 일렁이던 파문은 금세 가라앉았고, 애초에 이 세상에 그런 자가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잊혔다.청하의 답신은 예상했던 시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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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정군왕 역시 정군왕비처럼 아쉬운 탄식을 내뱉었다."준형이 녀석, 참으로 어리석군!"유지영을 내버려 두고 하필 유선주와 담시령 같이 재수없는 것들을 택했으니, 애먼 배준형만 팔자가 드세어 처만 들이면 죽어나가는 사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다."준형이에게서 온 서신은 없습니까?"정군왕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배준형의 얘기에 정군왕 역시 수심에 잠겼다."무모하게 출정하긴 했으나, 수하에 쓸 만한 자가 없어 틀림없이 온갖 고초를 겪고 있을 것이오. 허나 그 녀석은 눈치가 빠르고 기민하니, 어쩌면 기회를 틈타 자리를 빼앗을지도 모르지."부부는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는 수밖에 없었다.*시월 중순.청하 최씨 가문의 적장자 최헌이 명을 받고 경성에 당도하여 배이수의 반독이 되었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두 살에 불과했으나, 박학다식한 최헌에 비하면 배이수의 학식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그가 쓴 글은 도저히 눈 뜨고 봐줄 수 없을 정도였다.글이 건양제 앞으로 올려지자, 건양제는 대충 훑어보고는 오히려 웃으며 배이수에게 많이 늘었다고 칭찬했다."네가 겸허히 배우려 하니, 짐도 참으로 기쁘구나."그 몇 마디에 배이수는 뛸 듯이 기뻐했다. 입궁한 이래 건양제에게 칭찬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내친김에 건양제는 배이수에게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었다.그에게 사건 하나를 처리하도록 맡긴 것이다.곁에서 최헌이 보좌한 덕분에 일은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조정에서는 덕비의 친정 식구들이 나서서 배이수를 칭송했다. 건양제는 크게 기뻐하며 배이수를 수왕으로 책봉하고, 기존의 수군왕부를 확장하여 수왕부로 건축하도록 명했다.더불어 최헌에게도 이안백이라는 작위를 하사했다."네가 나이도 많고 글솜씨도 뛰어나니, 곁에서 수왕을 잘 이끌어 주거라."건양제는 최헌의 어깨를 두드리며 의미심장한 당부를 남겼다.최헌은 허리를 굽혀 명을 받들었다.*십일월.날씨가 점차 쌀쌀해졌다.서 태후는 이연령의 혼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음 달 초면 그녀는 화친을 위해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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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진선각.유영 현주와 이연령은 마주 보고 앉았다. 눈앞에 산해진미가 한가득 차려졌으나, 이연령은 도무지 입맛이 당기지 않았다. 결국 젓가락으로 음식을 깨작거리다 그릇에 내려놓으며 한숨을 쉬었다."이번에 떠나면 언제 다시 네 얼굴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내 생각이 나거든 언제든 서신을 보내면 되지."유영은 웃으며 이연령을 위로했다."훗날 너는 남이의 태자비가 될 것이고, 나중에는 한 나라의 황후 자리에 오를 텐데. 남들이 얼마나 부러워할 거야."이연령에게 그 말은 가슴을 후벼파는 거나 다름없었다.마땅히 화친을 가야 할 자는 일찌감치 시집을 가버렸고, 정작 화친과 무관했던 그녀는 계략에 빠져 머나먼 타국으로 쫓겨나게 생겼으니 말이다.이연령은 찻잔을 꽉 쥔 채 입술을 깨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유영아, 나도 알아. 내가 전에는 현왕비를 오해해서 몹쓸 짓을 많이 했어. 그 일로 태후 마마께 큰 실망을 안겨드렸지. 떠나기 전에 직접 현왕비를 만나 지난날의 잘못을 사죄하고 싶어. 그래야 여한이 없을 것 같아."유지영을 만나겠다는 말에 유영의 표정이 굳었다. 그녀는 난색을 표했다."현왕비는 홑몸이 아니라 외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어. 궁중 연회마저 번번이 거절할 만큼 태교에만 온 신경을 쏟고 있어서, 만나기 쉽지 않을 거야.""너는 현왕비와 각별한 사이잖아. 게다가 기 대인은 현왕 전하의 심복이고. 남들은 몰라도 너라면 분명 방도가 있을 거야."이연령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찻잔을 내려놓고 유영 현주의 손을 덥석 잡았다."이 응어리를 풀지 못하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아."유영 현주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침묵했다."유영아, 나는 우리 부모님의 하나뿐인 핏줄이야. 씻지 못할 오명을 뒤집어쓴 채 화친을 떠날 수는 없어. 부모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시비도 가리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로 남고 싶지 않아."이연령은 말하는 내내 눈물을 쏟아냈다.하지만 한참을 애원해도 유영 현주는 난처한 표정만 지을 뿐, 끝내 유지영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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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듣자 하니 연령 공주가 현왕비를 만나려 백방으로 손을 썼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합니다. 주씨 가문에서 억지로 연회를 열어 현왕부로 초대장까지 보냈건만, 왕비 마마께서는 끝내 나타나지 않으셨다네요."소 상궁이 보고를 이어갔다.서 태후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리다가 소 상궁을 보며 말했다."이틀 뒤가 덕비의 생일이었지? 폐하께 전해 덕비를 위한 성대한 탄신 연회를 베풀라 이르거라."소 상궁은 영문을 몰랐으나 고개를 숙여 명을 받들었다.덕비는 배이수를 양자로 거두면서 후궁들 중 유일하게 황자를 둔 비빈이 되었다. 이번 탄신 연회 역시 건양제의 명에 따라 내무부에서 성대하게 주관할 예정이었다.*연회 전날.이연령이 자녕궁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예전처럼 어린아이마냥 애교 섞인 얼굴로 서 태후의 무릎에 엎드렸다."태후 마마, 경성 구경이 이토록 즐거운 줄 미처 몰랐습니다. 진기한 구경거리도 많고 신기한 물건도 많이 샀답니다. 이것 좀 보십시오. 이 붉은 석류 비녀는 튀지 않으면서도 기품이 넘치고, 다산과 다복을 상징한다고 하니 덕비 마마께 바치려는데 어떠하십니까?""참으로 기특하구나. 덕비가 몹시 기뻐할 게다."서 태후는 이연령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다른 궁의 비빈들도 잊지 말고 챙기거라.""명심하겠습니다, 마마."이연령은 고분고분 대답했다.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던 그녀는 덕비의 처소에 들러보겠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서 태후는 웃으며 그녀를 보냈다.하지만 이연령의 뒷모습이 사라지자마자, 서 태후는 손수건을 꺼내 그녀가 만졌던 자리를 벅벅 문질러 닦고는 혐오스럽다는 듯 손수건을 내던졌다."폐하께 당장 전하거라. 내가 갑작스럽게 쓰러졌다고."말을 마친 서 태후는 망설임 없이 알약 하나를 삼켰다.소 상궁이 경악하며 만류했다."태후 마마, 어찌 귀한 옥체를 스스로 상하게 하십니까!""너는 저 아이가 얼마나 독한 년인지 모른다."서 태후가 고개를 저었다. 방금 전 이연령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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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덕비의 태도는 명백히 이연령을 의심하고 있었다."연령아, 어찌 이리 어리석은 짓을 한 거니."어디선가 유영 현주가 다급히 달려왔다. 초조한 그녀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촘촘히 맺혀 있었다.이연령은 유영 현주를 보자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유영아, 그게 무슨 소리야?""네가 화친을 가게 된 일로 태후 마마께 앙심을 품고 독을 쓴 게 아니야?"유영 현주는 주변에 다 들리도록 목소리를 높이며 한탄스럽다는 듯 이연령을 손가락질했다."요 며칠 넌 태후 마마께서 현왕비를 편애하신다며 매일같이 불평을 늘어놓았지. 난 그저 네가 어린 나이에 양나라를 떠나기 싫어 투정 부리는 줄로만 알았어. 헌데 이토록 끔찍한 짓을 저지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유영 현주의 질책에 이연령은 주먹을 꽉 쥐었다. 맹세코 유영 현주 앞에서 태후를 험담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제야 이연령은 오늘 벌어진 이 모든 것이 철저하게 자신을 노리고 짜인 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연령아, 참으로 미련하구나!"겁에 질린 덕비는 조금 전 이연령이 주었던 붉은 마노 비녀를 그녀의 품에 쑤셔 넣듯 돌려주었다.일행은 상 내관의 재촉을 받으며 자녕궁으로 향했다.자녕궁으로 향하는 내내 이연령은 태후가 어찌하여 중독된 것인지 생각했지만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회랑에 초조한 얼굴로 서 있는 낯익은 사람들을 발견하고서야 그녀는 걸음을 멈칫했다.아버지의 옛 부장들이었다.그들은 회랑에 서서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그들 틈에 황색 용포를 입은 건양제가 서 있었다. 건양제는 이연령을 보자마자 증오에 찬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폐하를 뵙습니다."모두가 황급히 엎드려 예를 올렸다.건양제의 매서운 시선이 이연령에게 향했다."수색해라!"그 말을 들은 이연령은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바닥에 엎드린 채 발버둥 치며 애원했다."폐하, 소녀는 여인이고 곧 화친을 떠날 몸입니다. 뚜렷한 증거도 없이 뭇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몸을 수색당한다면 소녀의 평판과 정조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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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회랑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연령에게 쏠렸다. 누군가는 속았다는 분노에 휩싸였고, 누군가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이 순간 이연령은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듯했다. 도저히 눈앞의 현실을 믿을 수 없어 저도 모르게 손바닥을 꼬집었다.날카로운 통증이 고스란히 전해졌다.정신을 차린 이연령은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아니, 이럴 수는 없어!'아버지의 옛 부장들은 예로부터 그녀를 끔찍이 아끼며 행여 털끝 하나 다칠까 전전긍긍하던 이들이었다.어딘가 단단히 꼬인 게 분명했다."폐, 폐하."이연령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건양제의 곁으로 다가가며 가련하게 애원했다."분명 뭔가 오해가 있었을 것입니다. 제가 어찌 저를 거두어주신 태후 마마를 시해하려 하겠습니까. 누군가 악의를 품고 저를 함정에 빠뜨린 것입니다……."필사적으로 변명했지만, 반박할 근거는 찾지 못했다.그녀의 몸에서 나온 독약은 그녀 스스로 준비한 것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연령의 심복 시녀마저 모든 것을 실토했다."폐하, 공주께서는 화친을 가기 정말 싫어하셨습니다.""닥쳐라!"이연령은 몸을 돌려 시녀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내가 아무리 화친을 피하고 싶다 한들, 태후 마마께 독을 쓰는 그런 멍청한 짓을 하겠느냐? 수색을 당할 게 뻔한데, 그건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짓이 아니더냐!"분노에 찬 반박에 시녀는 말문이 막혔다.이때, 유영 현주가 싸늘한 목소리로 반박했다."네가 남이국과 화친이 정해진 몸이니, 양나라에서도 너를 함부로 처벌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한 거겠지! 너는 널 화친 공주로 지목한 태후 마마께 앙심을 품고 여러 차례 불만을 표출했어. 태후 마마께 독을 쓴 것은 해독제를 빌미로 협박하려는 의도였거나, 아니면 조정을 혼란에 빠뜨려 남이국의 환심을 사려는 보복이었겠지!"유영 현주의 논리 정연한 말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연령의 눈에 시퍼런 살기가 돌았다."우리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벗인데, 어찌하여 이런 식으로 나를 모함하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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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이연령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현왕비께서 나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줄은 알았으나, 어찌 이리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지어내어 돌아가신 내 아버지의 명예를 훼손하는 건가!""이 장군께서 얼마나 충직하신 분인데 사리사욕을 채웠단 말입니까!""다 헛소리입니다!"이 장군의 옛 부하들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현장은 일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건양제가 매서운 눈빛으로 좌중을 훑자, 핏대를 세우던 장군들도 흠칫 놀라며 슬그머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얼굴에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다.건양제의 시선이 유지영을 향했다."계속 말해보라!""예, 폐하!"유지영은 고개를 숙이고 말을 이었다."당시 운해 전투에는 총 육천 명의 병력이 출정하여 운해의 한 절벽에서 적과 맞붙었습니다. 남양 대군이 치밀하게 유인책을 썼고, 누군가 무리하게 적을 쫓지 말라고 간언했으나 이 장군은 이를 무시하고 끝내 군사를 이끌고 진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장군과 몇몇 심복들만 살아 돌아왔을 뿐 아무도 생존하지 못했습니다.""더욱 기막힌 것은, 이 장군과 함께 살아 돌아온 심복들마저 불과 석 달 만에 모두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운해 전투의 생존자는 이 장군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그녀의 폭로에 몇몇 부장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치며 서로 눈치를 살폈다."생존자가 오직 한 명뿐인데, 현왕비는 무슨 수로 그날의 진상을 그리 낱낱이 알게 되었는가!"이연령이 날카롭게 따져 물었다.유지영은 서늘한 목소리로 맞받아쳤다."첫 번째 사망자가 생기자, 남은 자들은 자신들도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 직감했습니다. 하여 그들은 힘을 합쳐 전장의 모든 기록과 이 장군의 만행을 낱낱이 고발하는 죄상을 적어 은밀한 곳에 숨겨두었습니다!"이연령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폐하, 제가 이 자리에 증인 한 명을 데려왔습니다. 이 자의 증언이라면 저의 말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입니다."유지영이 고했다.건양제가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중년 사내 한 명이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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