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회장에서 달려온 지수의 손발은 차게 식어 있었다. 하지만 손바닥만큼은 타는 듯 뜨거웠다. 지현이 준 하얀 손수건이 칭칭 감겨 있었지만, 그 너머로 번져 나온 선혈은 이미 붉은 꽃이 되어 하얀 천을 적시고 있었다.응급실 복도. 도진은 피 묻은 셔츠 차림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마치 세상의 종말이라도 선고받은 사람처럼, 텅 비어버린 눈으로 바닥을 응시하던 그가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다.“수진 씨는…….”지수의 목소리가 닿는 순간, 도진의 눈에 서려 있던 절망은 순식간에 증오의 불길로 타올랐다. 그는 짐승처럼 포효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네가 감히, 무슨 자격으로 수진이를 찾아!”도진이 성큼성큼 다가와 지수의 어깨를 낚아챘다.“우리의 아이를 죽인 것도 모자라서 이제 수진이 아이까지 죽이려고 해? 현지도 모자라서! 아직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 아이였어, 이 독한 여자야!”날 것 그대로의 폭언이 지수의 얼굴에 쏟아졌다. 지수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서려 했지만, 도진은 허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진의 다이아몬드 반지에 찢겨 너덜너덜해진 지수의 손을 부서뜨릴 듯 꽉 쥐었다.“악!”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도진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수의 상처 난 손바닥을 짓이기며 소리를 질렀다.“그런 임산부를 계단에서 밀어? 네가 아이를 못 갖는다는 질투를 이런 식으로 나타내면 안 되지! 만약, 만약에 그 애가 잘못되면 너도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내가 널 가만둘 줄 알아?”지수는 비명 대신 입술을 깨물었다. 통증 너머로 도진의 일그러진 얼굴을 응시했다. 삐뚤어진 넥타이, 핏자국이 튄 셔츠, 그리고 비겁함으로 가득 찬 눈동자.“강도진, 네가 이렇게 흥분하는 이유가 뭐야?”지수의 목소리는 기이할 정도로 평온했다. 얼음물이라도 끼얹은 듯 도진의 이성이 돌아왔다. 지수가 차갑게 말
Last Updated : 2026-05-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