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전날 밤, [The Origin] 쇼의 거대한 스크린을 가득 채웠던 영상 속 ‘Z’의 손길이 망막에 낙인처럼 찍힌 탓이었다. 핀셋을 쥐던 절도 있는 각도, 원석을 털어내던 미세한 습관까지. 그 익숙한 실루엣은 지독하리만큼 지수를 닮아 있었다.쇼를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도진은 홀린 듯 지수의 손만을 쫓았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눈을 비비며 일어난 지수의 손등 어디에도 세공사의 고단함이나 미세한 상처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3년 내내 도진의 곁을 지키던, 결점 하나 없이 매끄럽고 정갈한 ‘사모님’의 손 그대로였다.‘그래, 내 괜한 오해였어. 그 여자가 무슨 수로…….’도진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었다. 지수가 그 손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정교하게 흔적을 지웠는지, 그 부드러운 손끝 너머로 얼마나 날카로운 칼날을 갈고 있는지는 꿈에도 모른 채였다.반면 수진은 탐욕으로 잠을 설쳤다. 스크린 위에서 타오르던 옐로 다이아몬드, 수백 개의 멜리 다이아몬드, 그리고 차가운 블랙 로듐으로 조형된 장미 줄기. 복귀작 ‘이별’이 뿜어내던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자태가 눈앞에 아른거렸다.‘반드시 저 보석을 내 목에 걸고 말겠어.’그것이 자신을 파멸로 이끌 목줄이 될지도 모른 채, 수진의 심장은 비뚤어진 소유욕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다음 날 아침, 지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도진의 출근 준비를 돕고 있었다. 무심한 듯 우아한 손길로 넥타이를 매만져주자 도진의 팽팽하던 긴장이 눈 녹듯 사라졌다.“오늘 입양센터에 가볼 생각이야.”지수의 덤덤한 목소리에 도진의 눈이 커졌다. 최근 얼음처럼 차갑기만 하던 지수가 먼저 예전처럼 자신을 챙기며 ‘입양’을 언급하다니. 도진은 전날의 불안이 완전히 씻겨 내려가는 해방감을 느꼈다.“그래, 당신이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맙군. 조심히 다녀와.”
Last Updated : 2026-05-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