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덜 떨리는 어깨와 루시아의 것처럼 하얗게 질린 낯빛은 마치 루시아가 비참한 일이라도 겪은 것처럼 안쓰러움으로 가득했다. 그래, 레이루나는 이런 사람이었다. 그 순간에도 그녀의 백금발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제레미가 물려받은 레이루나의 백금발과 달리 까마귀처럼 검기만한 부친의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이 싫었다. 제레미가 자꾸만 루시아가 백작을 닮았다고 할 때마다 아버지의 폭력성을 닮을까봐 스스로를 내리누르고 깎았다. 그럼에도 진한 혐오감은 어쩔 수 없었다. 정작 아르테미스 백작을 갈수록 닮아가는 건 제레미 였는데도.“루시. 황제 폐하께 말씀드리자꾸나. 아니 내가 공작을 만날까?”레이루나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말했다.“옷부터 다시 입자. 코르셋은 어디 갔니? 셀레나가 챙겨주지 않았니?”머리를 쓰다듬으며 루시아를 품에 안았다. 어머니라면 응당 할법한 행동들이었다. 하지만 루시아의 의사는 한번도 묻지 않았다. 그녀에게 괜찮냐고도 묻지 않았다. 레이루나는 이런 사람이었다.“어머니.”“응, 루시.”“제가 그런 거에요.”어머니의 눈이 황금색 눈동자가 커졌다.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을 바라보는 듯 하다. 아주 예전에 그녀가 바지를 입고 다닐 때, 머리를 스스로 잘랐을 때, 코르셋이 싫다고 했을 때. 벨루아와 결혼하기 싫다고 했을 때와 같은 표정이었다.“지금 네가 무슨, 무슨 짓을 한 건지 아니?”레이루나가 애써 만든 결과물을 망가뜨린 것이었다. 그녀가 이럴 수는 없었다. 어떻게 만든 자리인데. 어떻게 키워낸 딸인데. 백작의 경멸어린 태도와 바람기를 이겨내고, 그 장례식에서 함께 울지 않고 너는 나의 가장 가까운 존재로 남기로 했잖아.미처 내뱉지 못한 말이 어머니의 입안에 담겨 있었다. 원망의 눈빛이 고스란히 루시아에게로 꽂혔다.“나스로 갈거에요.”그건 무엇보다 충격이었는지 레이루나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아니야, 갈 수 없어. 루시.”그녀가 어깨를 훑듯이 쓰다듬으며 다독였다. 엄마의 손끝이 차가웠다.아르테미스 백작에게 쓸모없는 상품이라며 맞고
Last Updated : 2026-05-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