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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상관 말라

Author: 도수정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05 17:00:48

바사의 시내는 트램이 다녀서 마차가 다니기 좋지 않았다.

에이든과 셀레나, 루시아가 마차에서 내리고 마부였던 에이든의 사람이었던 남자는 자신을 윌이라고 소개하고는 타운하우스에 가 있겠다고 했다.

“그럼 우리도 가볼까?”

에이든이 로브를 뒤집어 쓰고 앞장 섰다. 그가 가장 먼저 안내한 곳은 사진관이었다.

“여긴?”

카메라는 제국에서도 황실에서나 쓸법한 물건이었다. 그게 나스에서는 보급됐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이토록 발전한 곳이라니.

“네 증명사진이 있어야 해서. 루시.”

그럴 줄 알았다면 미용실이라도 다녀올 걸 그랬다. 태어나서 처음 찍는 사진이었다.

“디디, 나 머리가.”

“예뻐.”

“괜찮아.”

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에 루시아가 어이없다는 듯 웃어버렸다. 눈가의 눈물을 훔친 그녀가 카메라 앞에 섰다. 벨루아나 아르테미스에서 어떤 짓을 할지 몰라 한가하게 미용실이나 옷가게에 들를 수 없는 게 에이든은 내내 아쉬웠다.

나스의 편안한 여성복 스타일은 분명 루시아의 마음에도 쏙 들 것이었다. 추운 하우젠으로 가기 전에 겨울 옷도 몇 벌이나 사야했다.

“다 찍었습니다. 반나절 후에 오시면 됩니다.”

사진은 금방 나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정도면 빠른 편이었다. 어색하게 미소를 짓던 루시아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금세 셀레나도 사진을 찍었다. 이제야 한숨 돌릴 차례 였다. 사진만 나오고 나머지 절차는 그의 신분으로 보증하면 순식간에 해결되리라.

에이든이 셀레나와 루시아를 데리고 가장 번화한 바사의 마샬 거리를 걸었다. 루시아는 에이든을 말리고 싶었고, 셀레나는 어깨를 펴고 다녔다. 가는 가게 마다 여기부터 저기까지 달라는 말을 하고 다니니 허영심 가득한 사람이 되는 것같았다.

“디디, 이렇게 돈을 많이 쓸 필요 없어.”

셀레나가 입을 쭉 내밀며 불만을 조용히 표시했다. 루시아의 말에도 에이든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내내 그녀에게 해주고 싶은 게 많았다.

***

다음날 드레스는 드레스대로, 바지와 상의, 자켓과 겨울용 외투와 신발까지 전부 타운하우스로 배달되었다. 셀레나의 몫까지 복도가 한가득이었다. 사용인들이 두 아가씨의 정체를 궁금해 하느라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렸다.

에이든은 정작 그런 것에는 무심했고, 어제 사진관에서 몰래 주문한

루시아의 첫 증명 사진이 들어있는 로켓 목걸이를 목에 걸고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뭐해요, 에이든.”

언제 왔는지 셀레나가 그런 그를 샐쭉하니 바라보았다.

“셀레나.”

“루시 사진 보고 있었죠?”

속을 빤히 들킨 에이든이 누구처럼 입가에 손을 갖다대고 조용히하라고 했다.

어제의 쇼핑으로 루시아는 몸살이 나서 밤새 앓아누운 참이었다. 그녀가 어떻게 국경을 건넜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아마 그동안 마음고생을 한 게 전부 몰아서 온 거겠지.

앞으로 고기만 먹여야할까. 집사에게 말해둬야겠다. 에이든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갔다.

“망명은 어떻게 됐어요?”

사진과 준비된 서류, 신분 보증까지 마쳤다. 이제 루시아가 깨어나면

면담만 하면 됐다. 셀레나의 면담도. 아직까지 벨루아에서도, 아르테미스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이대로라면 괜찮을 것 같았지만 에이든은 그 남자, 데미안 벨루아가 절대 그녀를 이렇게 놔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남자의 감으로 보건대 그랬다.

“윌.”

그가 부르자 그림자처럼 숨어있던 남자가 어느새 나타났다.

“저택의 경호를 한층 더 강화해.”

주인의 드문 명령에 윌이 사뭇 놀랐지만 허리를 꾸벅 숙였다. 그에게 뜻이 있으리라는 건 이미 그간의 경험으로 충분히 알았다.

“예.”

다음날은 그의 예상대로 나스의 총리로부터 편지가 왔다. 그가 데려온 여자가 누구이건대, 데미안 벨루아가 나스의 국경지대에 사병을 주둔시키느냐고 따져 물었다.

제국의 황실과 나스를 동시에 자극하는 비이성적인 행동에 에이든이 헛웃음을 흘렸다. 이럴 거면 그러지 말 것이지.

아이를 잃고 루시아가 사경을 헤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는 그녀를 데려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아직 여성 참정권이 완성되지 않아 그녀가 지내기에 완벽한 땅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빌어먹을 남자의 곁에서 루시아가 시드는 것보다는 나았다.

“이 편지를 총리 관저에 전달하게.”

의회와 행정부는 선황제의 동생인 그가 혁명에 힘을 실어주는 대신 그의 행동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거래했다.

그 거래를 상기시키는 내용의 무뚝뚝한 편지였다. 상관 말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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