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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20 09:22:59

테오도르는 로젤린의 턱 끝을 조심스럽게 치켜올리며 그녀의 은빛 눈동자를 집요하게 쏘아보았다.

"북부에서 사령 군주를 베고 돌아온 뒤로 당신의 단전 속에 내 흑색 마기가 여전히 날뛰고 있을 터다. 출산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몸으로 그런 거친 힘을 다루게 만들어서, 내 가슴이 얼마나 찢어지는 줄 아는가? 당신이 전장에서 검을 휘두를 때마다 내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전하, 저는 소드 마스터입니다. 고작 그 정도의 마기 충돌로 무너질 만큼 약하지 않아요. 오히려 당신의 힘이 제 안에 스며들어 이전보다 더 강한 기백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말대꾸하지 마라, 로젤린. 당신이 제아무리 대륙 최강의 무인이라 할지라도 내 눈에는 그저 한순간에 바스러질 것 같은 유리 인형일 뿐이야. 내 허락 없이는 그 어떤 전장에도 혼자 나갈 생각은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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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사에게 미친 대공님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125. 여기사에게 미친 대공님이 나를

    어떤 주문도, 그 어떤 전조도 없었다. 오직 자식을 지키기 위해 테오도르와 로젤린이 자신의 영혼을 깎아 새겨놓았던 삼중 혈맥 동기화의 고리가, 아기의 순수한 영혼과 공명하며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신격의 성역을 실체화한 것이었다."아아아악!"벨리알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뒤로 거칠게 나동그라졌다. 엘리시아의 가슴에 닿으려 했던 그녀의 오른손은, 백금빛 광채에 가볍게 스친 것만으로도 살점이 하얗게 타들어 가며 한 줌의 먼지가 되어 허공으로 바스러졌다.고대의 장군이 자랑하던 불사의 육체와 환영의 마력이, 아기의 성역 앞에서는 단 한 자락의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세포 단위로 정화되어 소멸해 버린 것이다.벨리알은 거대한 충격파에 밀려나 흑석 제단의 모서리에 온몸을 부딪치며 뼈마디가 박살 나는 처참한 고통 속에 신음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힘이란 말이냐! 고작 핏덩이의 육체에서 어째서 소드 마스터의 기백과 고위 신격의 화염이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거지?"벨리알이 잘린 손목을 움켜쥐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경악했다.괴물 역시 예상치 못한 거대한 반발력에 황금빛 세로 동공을 크게 벼렸다. 그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검붉은 용마기가 아기의 백금빛 광채에 닿는 순간, 마치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 떨어진 얼음처럼 비명을 지르며 소리 없이 증발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가소로운 핏덩이가 감히 내 권능을 거부하려 드는가! 빈터발트의 본질은 파멸과 어둠이거늘, 어디서 그따위 하찮은 정화의 빛을 내뿜는단 말이냐!"괴물은 주체할 수 없

  • 여기사에게 미친 대공님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124

    로젤린은 노아를 바라보며 덧붙였다."제롬 경에게 연락하여 수도령의 모든 경계선을 봉쇄하고, 남부에서 복귀 중인 로간 경의 본대와 연합하여 수색망을 좁히라고 해. 벨리알이 아무리 환영술에 능하다 할지라도, 엘리시아의 마력을 품고 있는 이상 완전히 숨을 수는 없을 거야.""네, 누님. 즉시 마탑으로 복귀하여 지맥 분석을 시작하겠습니다."노아가 서둘러 방을 나가자, 침소에는 다시 테오도르와 로젤린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창밖으로는 새벽의 푸르스름한 햇살이 깨진 창문 틈새로 부드럽게 스며들고 있었지만, 방 안의 백금빛 화염은 도망친 용을 향한 잔혹한 사냥의 시작을 알리듯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매섭게 이글거리고 있었다.서로의 영혼을 완벽하게 옭아맨 두 사람의 숨결은, 빼앗긴 요람을 되찾고 괴물들을 소멸시키기 위한 시공을 찢는 집념이 되어 제국의 대지 위로 잔잔하게 번져나가고 있었다.* 백금빛의 성역제국의 가혹한 북부 대묘지 지하, 수백 년 동안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아 지독한 죽음의 마기만이 고여 있던 고대 신전의 대성당은 오직 암흑으로 가득 차 있었다.천장 높이 솟아오른 거대한 석조 기둥들은 세월의 풍파에 깎여 기괴한 형상을 하고 있었고, 바닥에는 정체 모를 검은 액체가 마치 타르처럼 진득하게 흘러내리며 불길한 연기를 피워 올렸다. 이곳은 세상의 모든 빛을 거부하는, 심연의 눈 잔당들과 현신한 용의 인격이 구축한 완벽한 은신처였다.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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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오도르는 주먹을 꽉 쥐었다. 너무 강하게 쥔 탓에 손톱이 살점을 파고들어 창백한 손가락 사이로 붉은 핏방울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지만, 육체의 통증 따위는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는 듯한 분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예전의 그였다면 폭주하는 용의 화염으로 대공궁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며 미쳐 날뛰었겠지만, 지금의 테오도르는 도리어 무서울 정도로 차갑고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자식을 구하기 위해서는 광기에 휩싸이는 것이 아니라, 적들의 목을 단숨에 잘라낼 가장 날카롭고 이성적인 칼날이 필요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테오도르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엘리시아의 찢어진 천 조각을 품에 안고 소리 없이 오열하는 로젤린의 뒤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는 그녀의 가냘프게 떨리는 어깨를 자신의 넓은 품으로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투명한 은빛 머리칼이 로젤린의 새까만 흑발과 애처롭게 얽히며, 침소의 어둠 속에서 한 폭의 잔혹한 그림 같은 형상을 자아냈다."로젤린…… 미안해. 내가 당신과 아이를 완벽하게 지키겠다고 그렇게 호언장담해 놓고, 내 부족함 때문에 이런 비극을 마주하게 만들었어. 나를 원망해도 좋아. 내 사지가 찢겨 나가도 할 말이 없는 죄를 지었어."테오도르는 로젤린의 목덜미에 고개를 깊숙이 묻으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잘게 떨리고 있었고, 아내를 향한 지독한 미안함과 절절한 연정이 애틋하게 배어 있었다.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두 여인을 슬프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그의 영혼을 난폭하게 헤집었다.로젤린은 그의 단단한 가슴에 몸을 맡긴 채, 흐르려는 눈물을 삼켜내며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그녀의 은빛 눈동자는 슬픔을 넘어 잔혹한 무인의 투지로 서서히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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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사에게 미친 대공님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121

    협곡 너머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다섯 번째 장군 오르크가 웅장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아하하하! 이제야 눈치챘단 말이냐, 어리석은 인간들아! 벨리알 님께서 이미 너희의 궁전을 피로 물들이고 있을 터! 너희는 결코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다! 주군의 대업을 위해 이 자리에서 발이 묶인 채 절망 속에서 죽어가라!"오르크가 무쇠 방패를 다시 한번 대지에 강하게 내리찍었다.그러자 화산 지대의 거대한 지맥 열기가 방패의 표면으로 집중되며, 이전보다 훨씬 더 두껍고 단단한 용암의 성벽이 대공 부부의 앞길을 완벽하게 가로막았다.그림자 칼날 하겐 역시 어둠 속으로 자신의 신형을 완벽하게 숨긴 채, 테오도르와 로젤린이 수도로 회군하려 할 때마다 사방에서 치명적인 기습을 가할 준비를 마쳤다. 철저하게 시간을 끌기 위한 완벽한 방어 진형이었다.테오도르는 자식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 속에서, 도리어 얼음처럼 차갑고 명징한 이성을 찾아냈다. 용의 저주로부터 해방되어 얻은 백금빛 코어가 그의 심장 깊은 곳에서 태양처럼 찬란하게 박동하기 시작했다."시간을 끌겠다고? 감히 누구 앞에서 그따위 가소로운 계략을 논하는 거냐."테오도르의 목소리는 지극히 낮고 부드러웠으나, 그 안에 담긴 압도적인 위엄은 남부의 붉은 대지 전체를 압착하듯 무겁게 짓눌렀다. 그의 은빛 머리칼이 백금빛 마나 폭풍 속에서 눈부시게 휘날렸다. 테오도르는 로젤린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속삭였다."로젤린, 내 손을 잡아. 더 이상 힘을 아낄 필요가 없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단 한 번에 쏟아부어 저 장벽을 그대로 지워버리자. 그리고 우리 딸에게 가야 해

  • 여기사에게 미친 대공님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120

    로젤린은 자신의 비검을 고쳐 잡으며 은빛 눈동자를 매섭게 빛냈다. 밤하늘을 닮은 새까만 흑발이 남부의 열풍에 거칠게 흔들렸다."전하, 저들의 기운이 이전의 장군들과는 다릅니다. 우리를 죽이려는 살기보다, 철저하게 방어 태세를 갖추고 길목을 가로막으려는 의도가 느껴져요."테오도르는 로젤린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싸 안으며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그의 투명한 은빛 머리칼이 용암의 붉은 열기 속에서 백금빛으로 아름답게 일렁였다. 저주가 사라진 그의 붉은 빛 눈동자에는 아내를 향한 온전한 다정함과 흔들림 없는 신뢰만이 가득 차 있었다."당신 말이 맞아, 로젤린. 저들의 진형이 지나치게 수비적이야. 무언가 다른 음모를 꾸미고 우리를 여기에 묶어두려는 게 틀림없어. 하지만 저들이 아무리 단단한 성벽을 쌓을지라도, 내 백금빛 화염으로 저 길목 자체를 통째로 녹여버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나와 함께 저 장벽을 깨부수자.""당신과 함께라면 그 어떤 장벽도 두렵지 않습니다, 나의 전하."로젤린이 미소 지으며 그의 손을 더 단단히 맞잡았다. 두 사람의 손목에 감긴 황금빛 마력 사슬이 강렬하게 공명하며 전장의 핏빛 안개를 거칠게 걷어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결속이 다가올 치열한 사투를 향해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남부 대화산 지대의 열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뜨거웠지만, 협곡 입구를 가득 메운 공기는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 있었다.다섯 번째 장군 오르크가 들어 올린 무쇠 방패는 대지의 지맥과 완벽하게 공명하며 거대한 철벽의 결계를 형성하고 있었고, 그 주변을 감싼 여섯 번째 장군 하겐의 그림자 마기는 사방의

  • 여기사에게 미친 대공님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74

    지하 사원이 크게 요동치며 지맥에 박혀 있던 뒤틀린 저주들이 순식간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오염되었던 바다의 기운이 본래의 명징함을 되찾아가는 것이 느껴졌다.로젤린은 자신의 아랫배 속 작은 파동이 정화된 마력을 받아들이며 기분 좋은 듯 잔잔하게 일렁이는 것을 느꼈다. 아이 역시 이 기적적인 힘의 융합을 즐기고 있는 걸까?의식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지하 사원을 가득 메웠던 불길한 보랏빛 안개가 완벽하게 걷혔다. 지맥의 저주를 소멸시킨 완벽하고 시원한 전

  • 여기사에게 미친 대공님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72

    "칼리스 가문의 옛 영지, 서쪽 계곡의 붉은 산딸기입니다. 철이 아니라 구하기 힘들었으나, 황실 마법 비행선 세 대를 연이어 폭파해가며 고속 공간 이동 마법을 연결해 밤새 영지를 뒤진 끝에 간신히 찾아내었습니다. 마법으로 신선도를 완벽하게 유지했으니 바로 드실 수 있습니다."제롬의 눈물겨운 보고에 로젤린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작 자신의 입덧 때문에 제국의 핵심 전력인 마법 비행선을 세 대나 폐기해가며 대륙 반대편까지 다녀왔다니. 적들과의 전쟁터에서도 이토록 무

  • 여기사에게 미친 대공님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67

    선실 문이 닫히자마자 테오도르는 로젤린을 넓고 푹신한 침대 위로 조심스럽게 눕혔다. 그는 마치 그녀가 조금만 힘을 주면 깨져버릴 고대 도자기라도 되는 양, 손가락 하나하나를 지극히 정성스럽게 다루었다."내 다리가 부러진 줄 아는 걸까?"로젤린이 침대에 누운 채 툴툴거리자, 테오도르는 그녀의 은색 갑옷 버클을 하나씩 풀어내며 낮게 속삭였다."걸으면 배에 무리가 가. 당신은 전장에서 구르느

  • 여기사에게 미친 대공님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65. 여기사에게 미친 대공님이 나를...

    전투가 끝난 후, 테오도르는 로젤린을 안아 들고 선실로 향했다. 그는 기사들의 경배나 노아의 걱정스러운 시선 따위는 가볍게 무시했다. 오직 제 품에 안긴 여인의 안위만이 그의 온 세상이었다.선실 문이 닫히자마자 테오도르는 로젤린을 넓은 침대 위로 밀어눕혔다. 그의 거친 숨결이 로젤린의 얼굴 위로 쏟아졌다. 그의 붉은 눈동자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욕망과 독점욕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전하, 이제 안전합니다. 군사들의 상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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