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익, 삐이익.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긴 휘슬 소리가 베어스 아레나에 울려 퍼졌다. 0-1, 레이븐스의 패배였다. 기적 같던 5연승 행진이 리그 최하위 팀의 콘크리트 수비벽에 막혀 허무하게 중단되는 순간이었다. 원정 라커룸은 지독한 패배의 독기로 가득 차 있었다.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 결승 골의 빌미를 제공한 혜진은 유니폼에 얼굴을 묻은 채 어깨를 가늘게 떨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아름은 축구화 끈을 거칠게 풀어헤치며 분통을 터뜨렸다. 은주 역시 골대 구석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백태오 코치가 슬그머니 혜진의 옆자리로 다가와 그녀의 어깨에 부드러운 수건을 얹어주었다. 태오는 평소의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워버린 채,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혜진을 위로했다. "혜진 선수, 고개 들어요. 오늘 패배는 혜진 선수 혼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상대가 공간을 완전히 잠갔을 때, 내가 더 정밀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한 탓도 커요. 오늘 흘린 눈물만큼 다음 경기에선 더 강해질 겁니다." 태오가 손을 뻗어 혜진의 젖은 뺨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자, 혜진은 그의 품에 살짝 기대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가혹한 패배의 현장이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유대감은 한층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정희 역시 서윤의 어깨를 토닥이며 베테랑다운 묵직한 조언을 건넸다. "서윤아, 너무 자책하지 마라. 50라운드라는 장기 레이스에서 한 번도 안 지고 우승하는 팀은 세상에 없어. 오늘 우리는 너무 완벽한 축구만 구사하려고 하다가 저들의 진흙탕에 빠진 거야. 이번 패배로 우리의 진짜 문제점을 찾으면 돼." 정희의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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