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세차 단상 위에서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시선만큼은 아래에 서 있는 차준호를 내리꽂듯 바라보았다.늘 세상의 꼭대기에서 타인의 머리꼭대기를 부감하던 오만한 남자가, 오직 나 하나를 위해 저 아수라장 같은 인파 속에서 평범한 유권자들과 손을 잡고 있었다.심지어 우리의 신접살림은 세종동 한구석에 자리한 내 작고 허름한 주택에 차려졌다. 차준호는 제 명의의 초대형 특급 호텔을 뒤로한 채, 언제 옮겨두었는지 주소지마저 내 집으로 올려둔 상태였다.남편이자 한 사람의 유권자로서의 자격까지 갖추겠다는, 그다운 오만한 선언도 함께였다.[서 비서, CC그룹 지분도 확보 시작해. 신하늘에게 양도하도록.]멀리서 내지르는 유세 소음에 묻혀 직관적인 대사는 들리지 않았지만, 차준호의 입술 모양은 끊임없이 내 이름을 읊조리고 있었다. 서진원과의 짧은 대화 속에서도 그는 나를 위해 새로운 권력의 판을 짜고 있었다.시끄러운 소음 속에서도 그의 지휘는 서늘할 정도로 치밀했다. 자신이 세운 대기업을 이끄는 수장답게 일처리는 완벽했고, 정치판에 뛰어든 ‘배우자’로서의 행보 역시 독보적이었다. 한 손으로는 지지자의 투박하고 억센 손을 잡고 매혹적으로 미소 지으면서도, 다른 한 손으로는 대한민국 건설 지형을 흔들 파괴적인 명령을 서진원에게 내리고 있었다.그는 현재 내 삶을 완벽하게 받쳐주는 가장 든든하고 단단한 버팀목이었다. 주민들과 악수를 나누던 그가 시시각각 나와 시선을 얽어왔다. 이내 그는 우아하게 유세차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자신이 마땅히 서 있어야 할 자리, 그리고 내가 당연하게 기대어 쉴 수 있는 거리까지 그는 망설임 없이 단 한 걸음에 다가왔다.나는 깊게 숨을 참아내며 마이크의 볼륨을 올렸다.“여러분! 저는 오늘, 우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