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가의 대문은 해가 기울 때 가장 조용했다. 부엌에서 쌀 씻는 소리가 낮게 이어지고, 마구간의 말들이 저녁 여물을 받는 시각이었다.그 저녁 한가운데, 붉은 것이 놓여 있었다.붉은 예함.사랑채 앞 돌계단 아래.함은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붉은 비단 덮개 위에 금실 구름 문양이 놓였고, 사방 모서리는 검은 칠목으로 감쌌다. 함을 묶은 끈은 새것이라, 손끝이 닿으면 붉은 물이 묻어날 듯했다.정무는 그 앞에 서 있었다.칼을 뽑지는 않았다. 다만 왼손을 칼집 끝에 얹고, 오른발을 돌계단 한가운데에 두었다. 그 발 하나로 사랑채로 오르는 길이 막혔다.정무의 뒤로 심가의 호위 둘이 섰다. 말도 없고 기색도 크지 않았지만, 위명서가 데려온 내관들은 그 세 걸음을 넘지 못했다."정 호위장."위명서는 웃고 있었다.궁의 붉은 기둥과 금빛 현판이 없는 자리에서, 그 웃음은 조금 옅어 보였다."나는 심 부인의 병문안을 청했을 뿐입니다."정무는 고개를 숙였다."대장군께서 부재중이십니다.""그래서 더더욱 문안을 남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인이 전장에 계시니, 집안을 걱정하는 마음도 예가 될 수 있지요."말끝마다 예가 붙어 있었다.문간 하인들은 그 예 앞에서 얼굴이 굳었다. 황자의 병문안을 문밖에서 돌려세우면 무례가 되고, 붉은 예함을 안채 가까이 들이면 소문이 된다. 그 사이에 심가의 문지방이 얇은 칼날처럼 놓여 있었다.대문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멎은 것은 그때였다.한두 필이 아니었다. 고르게 멈추고, 명령 없이 자리를 잡는 말들의 소리였다.왕부의 말들.가마가 대문 안으로 들었다. 가마꾼들이 어깨를 낮추자, 청아가 먼저 내려 가마 문을 열었다. 얼굴에는 궁에서부터 참아 온 걱정이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이번에는 울지 않았다. 입술을 꾹 다문 채 손만 야무지게 움직였다.월령은 가마에서 내렸다.발끝이 심가의 흙에 닿았다. 부드럽고 조금 축축한 흙에서 마구간과 탕약과 저녁밥 냄새가 함께 올라왔다. 조금 전까지 황제의 밀서가 제 이름을 물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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