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나왔을 때, 바깥 공기는 예상보다 밝았다. 흐리게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하늘은 이미 어느 정도 개어 있었고, 젖어 있던 바닥도 햇빛을 받아 서서히 색을 되찾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안쪽에 있던 공기와는 전혀 다른 결이었다.이수는 몇 걸음 정도를 그대로 걸었다.멈추지 않았고, 그렇다고 어디로 향하는지도 분명하지 않은 상태였다. 방향이 없는 게 아니라, 방향을 급하게 정할 필요가 없는 상태에 가까웠다.하빈이 옆에 있었다.둘은 나란히 걷고 있었지만, 일부러 속도를 맞추지는 않았다. 자연스럽게 같아졌고, 그게 더 편한 거리였다.한 블록 정도를 지나고 나서야 이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오늘…”말을 꺼냈다가, 잠시 멈췄다.하빈이 시선을 옮겼다.이수는 다시 이어갔다.“시간 있어?”그 질문은 가볍게 들릴 수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하빈은 짧게 답했다.“응.”망설임이 없었다.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잠시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이미 정해진 말을 꺼내는 쪽에 가까웠다.“…오늘은 아무 것도 하지말자.”하빈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이수는 말을 이어갔다.“뉴스도 안 보고, 연락도 안 받고.”그녀의 시선이 잠깐 아래로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왔다.“그냥 하루만.”그 말은 부탁처럼 들리지 않았다.필요한 시간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방식에 가까웠다.하빈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흘렀고, 그 침묵은 거부가 아니라 이해에 가까웠다.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짧은 대답이었다.둘은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그대로 걷다가, 자연스럽게 사람이 많은 쪽으로 들어갔다.점심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거리는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었고, 식당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고 있었다. 어디든 들어갈 수 있었지만, 둘은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결국 아무 계획 없이 들어간 건, 골목 안쪽에 있는 작은 식당이었다.간판도 크지 않았고, 내부도 넓지 않았다.그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