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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접근

그날 오후, 미용실 안은 비교적 한가했다. 예약 손님 두 명이 빠져나간 뒤 잠깐 시간이 비어 있었고, 창밖으로는 늦은 햇빛이 골목 바닥을 길게 비추고 있었다. 드라이기의 열기가 조금 남아 있었지만 공간은 조용했고, 가끔 지나가는 차 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왔다.이수는 가위를 닦으며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평소보다 조금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며칠 동안 이어진 일들 때문인지, 감각이 예민해져 있었다.카운터 쪽에서 하빈이 노트북 화면을 넘기고 있었다. 기사 확산 상황을 확인하는 중이었다.“댓글이 늘었어.”그가 말했다.이수는 고개를 들었다.“어느 정도.”“아직 크게 퍼진 건 아니야.”하빈은 화면을 보여주었다.“근데 방향이 비슷해.”댓글 대부분은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있었다.‘보호자 판단이 맞았냐.’‘왜 신분을 숨겼냐.’‘그 병원 어디냐.’이수는 잠시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분노가 올라오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예상했던 흐름이었다. 민준이 원하는 건 바로 이런 분위기였다. 누군가가 진실을 묻기 전에, 의심을 먼저 심어 놓는 것.“조금씩 퍼지겠네.”그녀가 말했다.“응.”하빈은 짧게 답했다.“그리고 그 전에 누군가 움직일 거야.”그 말이 끝나자마자 미용실 문 위의 종이 울렸다.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문 쪽으로 향했다.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정장을 입은 남자였다. 서른 후반 정도로 보였고, 손에는 얇은 서류가방이 들려 있었다. 그는 잠시 내부를 둘러보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혹시… 서이수 씨 맞습니까?”이수의 손이 잠깐 멈췄다.그러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무슨 일이세요.”남자는 명함 하나를 꺼냈다.“인터넷뉴스 ‘현장리포트’ 기자입니다.”하빈의 눈이 조금 좁아졌다.예상보다 빨리 왔다.기자는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이수는 명함을 받았다. 기자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그녀는 명함을 잠시 바라보다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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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확신을 얻으러 온 사람

기자가 떠난 뒤에도 미용실 안의 공기는 한동안 가라앉지 않았다. 문 위의 종이 소리가 완전히 멎은 뒤에도, 방금 전까지 그가 서 있던 자리의 온도가 조금 다른 것처럼 느껴졌다.이수는 명함을 손에 들고 있었다.작은 종이 한 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의 방향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기자의 이름, 매체 이름, 그리고 휴대폰 번호. 단순한 연락처일 뿐인데도 이상하게 무게가 느껴졌다.“예상보다 빨리 왔네.”그녀가 낮게 말했다.하빈은 카운터 뒤에서 노트북을 닫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기사가 올라가면 누군가는 움직여.”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그리고 누군가는 그 움직임을 이용하지.”이수는 명함을 카운터 위에 내려놓았다.“민준이겠지.”“거의 확실해.”하빈은 명함을 한 번 더 살펴보았다. 인터넷 매체라고 해도 완전히 가벼운 곳은 아니었다. 작은 기사 하나로 끝날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사건의 방향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종류였다.“근데.”이수가 말했다.“저 기자… 이미 알고 온 것 같지 않았어?”하빈은 잠시 생각했다.“응.”“확인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이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확신을 얻으러 온 사람.”그 말이 더 정확했다.기자는 질문을 던질 때 이미 답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맞습니까’라는 질문이 아니라, ‘맞는 것 같습니다’에 가까운 뉘앙스였다.하빈은 노트북을 다시 열었다.“그럼 우리가 먼저 확인해야겠네.”“뭘.”“저 기자.”이수는 고개를 들었다.“기자?”“응.”하빈은 검색창에 이름을 입력했다.몇 초 뒤 기사 목록이 화면에 나타났다.대부분 사회면 기사였다. 병원 관련 사건, 의료 분쟁, 보호자 판단 논란 같은 제목들이 눈에 들어왔다.“패턴이 있네.”하빈이 말했다.“어떤.”“의료 사건만 계속 파는 기자야.”이수는 화면을 바라보았다.“그러면.”“민준이 딱 던져주기 좋은 사람이야.”그 말은 의미가 분명했다.민준이 직접 이야기를 퍼뜨리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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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파문

다음 날 아침, 미용실 문을 여는 순간 이수는 아주 미묘한 변화를 느꼈다. 평소와 같은 골목이었고, 평소와 같은 시간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맞은편 카페의 문도 늘 그렇듯 열려 있었다. 그런데도 공기가 조금 달랐다.이수는 문 위의 종이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가위를 정리하고, 수건을 접어 올려놓고, 드라이기를 한 번 켜봤다가 다시 껐다. 손에 익은 동작들이었지만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기사 봤어?”카운터 뒤에서 하빈이 말했다.이수는 고개를 들었다.“뭐 올라왔어?”하빈은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었다.어제 봤던 기자가 쓴 기사였다.제목은 여전히 조심스러웠다.『말기 환자 산소호흡기 제거… 보호자 판단 논란』이름은 없었다. 병원 이름도 없었다. 그러나 문장 속에는 사건의 윤곽이 충분히 드러나 있었다.이수는 화면을 천천히 읽었다.기사는 조심스럽게 구성되어 있었다. 직접적인 단정은 없었지만, 읽는 사람이 의심을 품기에는 충분한 방식이었다. ‘의혹’, ‘논란’, ‘확인 중’ 같은 단어들이 반복되었다.“생각보다 빨리 나왔네.”이수가 말했다.“응.”하빈이 답했다.“근데 아직 선은 넘지 않았어.”그 말이 맞았다. 기자는 아직 이름을 쓰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확실한 증거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이수는 알고 있었다.이건 시작일 뿐이라는 걸 그때 미용실 문이 열렸다.단골 손님이었다. 동네에서 오래 살던 중년 여자였다.“어머, 이수 씨.”그녀는 평소처럼 인사를 했다.“오늘도 바쁘겠네.”이수는 웃으며 의자를 빼 주었다.“아직은 한가해요.”머리를 자르는 동안 손님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동네 이야기, 날씨 이야기, TV 드라마 이야기. 평소와 다르지 않은 대화였다.그런데 머리를 거의 다 말릴 즈음, 손님이 문득 말했다.“요즘 뉴스 보니까.”이수의 손이 아주 잠깐 멈췄다.“병원 사건 많더라.”손님은 별생각 없이 말을 이어갔다.“환자 가족들이 기계 빼는 거… 그거 참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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