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anda / 로맨스 / 나의 첫사랑;진심으로 행복하길 / 나의 천사, 강민준 라파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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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사, 강민준 라파엘(1)

Penulis: 슈슈엄마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6-03 11:10:55

윤서는 눈을 감고,

가장 오래된 기억 속의 강민준을 떠올렸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윤서가 열두살, 민준이 열네살 때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민준은 그저 늘 단정하고 하얗던, 조금 친한 성당 오빠에 불과했다. 무뚝뚝하지만 묘하게 다정했던 오빠의 존재가 윤서의 마음에 감히 다가설 수도 없이 눈부신 첫사랑의 빛으로 새겨진 것은, 윤서가 열네살이 되던 해 어느 주일이었다.

​그날 윤서는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선물 받아 가장 아끼던 팔찌 묵주가 주일학교 교리실에서 끊어져 버렸다. 줄이 툭 끊어지며 사방으로 흩어져 버린 하얗고 작은 구슬들. 먼지 구덩이 속으로 사라진 구슬들을 보며 윤서는 교리실 구석에 주저앉아 목놓아 울었다. 다들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교리실을 나갔다. 그냥 묵주를 다시 사라고 했다. 오직 민준만이 윤서의 앞에 무릎을 대고 마주 앉았다 .

​“울지 마, 윤서야. 오빠가 찾아줄게.”

​그 무뚝뚝한 한마디를 남긴 민준은 수업이 끝난 뒤에도, 다음 날까지 남아 교리실 구석을 샅샅이 훑어가며 흩어진 묵주 구슬을 단 하나도 빠짐없이 찾아내 윤서의 손에 쥐여주었다. 무릎과 손끝이 새까만 먼지로 뒤덮인 채로, 오직 자신을 위해 바닥을 기던 열네살 소년의 정갈한 뒷모습.

그날부터였다. 윤서의 서툰 짝사랑이 시작된 것은.

민준이 하루 종일 찾아준 구슬들을 모아 윤서가 밤새 비뚤배뚤하게 다시 꿰어 만든 그 낡은 묵주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윤서의 작업실 책상 가장 깊은 서랍 안에 보물처럼 고이 모셔져 있었다.

오빠를 좋아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윤서는 미사 시간 내내 민준을 합법적으로 지켜볼 수 있는 방법이 간절해졌다.

신부님이 되겠다고 말하던 오빠, 성당 어른들이 미래의 신부님이라고 부르던 오빠이기에, 자신의 짝사랑이 감히 오빠의 거룩한 길을 가로막는 죄가 될까 두려웠다. 함부로 바라보아서도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제대 위에서 하얀 복사 옷을 입고 정갈하게 움직이는 민준을 1분 1초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윤서는 자진해서 주일학교 전례단에 들어갔다. 그리고 해설을 맡았다. 해설자는 미사가 진행되는 내내 신부님과 복사단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어도 누구 하나 이상하게 보지 않는, 윤서만의 유일한 특권이었다. 해설을 읊조리는 척하면서도 윤서의 초점은 종을 치면서 신부님을 따르는 민준의 단정한 손끝에 닿아 있었다.

“평화의 인사를 나누십시오.”

신부님의 말씀과 함께 사방이 웅성거림으로 일렁이기 시작할 때. 모두가 제 곁과 뒤를 돌아보며 활기차게 악수를 나누는 소란 속에서, 오직 해설대에 홀로 선 윤서의 시선만은 결이 달랐다.

제대 위, 하얀 복사 옷을 입은 민준에게 그대로 고정되어 있었다.

​넓은 제대 조명 아래. 서로를 향해 아주 느릿하고 깊게 허리를 숙이던 목례. 소음으로 가득한 성당 한복판에서, 오직 서로에게만 건네던 가장 고요하고 정결했던 평화의 기도였다.

윤서에게는 매주 그 찰나의 순간이 전부였다. 오빠의 세계에 아주 잠시나마 닿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가슴 벅찬 특권이었다.

그러나 잔인한 운명은 열여섯 살이 되던 해의 어느 날, 가혹한 교통사고와 함께 두 사람을 찢어놓았다.

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게 되고, 청천벽력 같은 난임 선고와 함께 여자로서의 미래를 송두리째 빼앗긴 채 성당을 떠나야 했던 날들. 지옥 같은 병원 생활 속에서도 윤서가 버틸 수 있었던 건 오직 매주 배달되는 성당 주보 덕분이었다. 윤서는 매년 주보 면면에 실리는 새 신부 서품 명단과 신학교 소식, 신부님들의 얼굴과 이름을 샅샅이 뒤졌다. 신학교로 떠났을 라파엘 오빠가 언젠가는 신부님이 되어 주보에 나올 거라 믿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강민준 라파엘이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그 이름이 주보에서 완전히 증발해 버렸을 때, 윤서는 그가 아주 멀리, 돌아오기 힘든 해외 오지 선교라도 떠난 줄로만 알았다. 제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버린 줄 알았다.

그런 오빠를, 불과 며칠 전 그 먼지 가득한 유기견 보호소에서 다시 만난 것이었다.

지나치게 거대해진 체구와 숨막히는 위압감을 풍기는,

신부가 아닌 ‘수의사 강민준’으로.

사실 윤서는 그렇게 다시 만난 순간, 도망치고 싶었다. 비참했다.

10년 동안 가슴에 품어온 첫사랑의 앞에, 망가진 다리를 기우뚱거리며 사료 포대 하나 제대로 들지 못하는 초라한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아이를 가지기 어렵게 된 자신이, 이토록 눈부시게 성공한 민준의 곁에 서는 것 자체가 죄스럽고 비참했다.

‘이렇게는…… 정말 이런 몸으로는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

하지만 민준이 건넨 [라파엘 동물병원]이라는 명함은 지독한 덫이자 마법이었다. 거부하려 해도, 오빠의 다정한 음성과 눈빛이 서린 그 종이 조각을 차마 버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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