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새벽, 빗속의 배웅을 마치고 전무실로 돌아온 서지우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는 집무실 한켠에 마련된 개인 옷장의 문을 조용히 열어젖혔다.그 안에는 3년 전 비 오는 날,산후조리원 앞에서 온몸이 젖은 채 벌벌 떨던 문리안에게무심하게 툭 걸쳐주었던 바로 그 검은색 자켓이 고이 걸려 있었다.드라이클리닝을 마쳐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지만,묘하게도 그 자켓을 바라볼 때마다 그날 밤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코끝을 스치던 리안의 서늘하면서도 달콤한 바닐라 향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만 같았다."참……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도 있지."지우는 자켓의 소매 끝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며 낮게 헛웃음을 흘렸다.다음 날 아침,서지우의 머릿속은 온통 문리안이라는 여자로 가득 차 있었다.전날 회식 자리에서 믹스커피를 찾던 그녀의 모습과전에 고급원두로 내린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 보단믹스커피가 취향이라던 불현듯 떠오른 서지우는비서가 출근하자마자 비서에게 곧바로 특별 지시를 내렸다."김 비서. 우리 사내 탕비실이랑 전무실 비품함 말이야.""네, 전무님. 어떤 걸 준비해 드릴까요?""거기 인스턴트 커피들 3분의 1로 줄이고, 대신 시중에 파는 오리지널 믹스커피부터 부드러운 맛, 깔끔한 맛, 프리미엄 원두 믹스까지 종류별, 품목별로 아주 박스 채로 쟁여놔. 알겠어?""네? 믹스커피요? 전무님은 에스프레소만 찾으시지 않으셨습니까?""커피를 나만 마시는 건 아니잖아.. 내가 마실 거 아니니까 묻지 말고 당장 갖다 놔. 아, 그리고 비품해 둘 커피들 맛이 어떻게 다른지, 직접 마셔보고 내 책상 위에 간단히 보고서로 올려두고."김 비서는 영문도 모른 채 진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로펌 의 파트너 변호사 집무실.문리안은 아침부터 모니터 화면을 보며 심각하게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밤새 잠을 설친 탓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어젯밤 택시를 타려던 순간, 자신을 붙잡았던 서지우의...뜨겁고 커다란 손바닥의 감촉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