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미란은 작게 중얼거린 뒤, 더는 부드럽지 않은 눈빛으로 딸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경악과 함께 깊은 상처가 얽혀 있었다.“지… 지금 진심으로 하는 소리니, 진 서방?”“물론입니다, 어머니.”도현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거의 무덤덤하기까지 했다.“누군가를 망신 주려고 이 말씀을 드리는 건 아닙니다.”그는 지호를 잠깐 흘끗 바라본 다음, 다시 장인과 장모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계속해서 거짓말이 묵인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겁니다. 더구나 이 일은 태어날 아이와 가문의 이름,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까지 관련되어 있습니다.”규찬은 고개를 깊이 숙였다. 수치심이 가슴을 짓누르며 숨쉬기조차 버겁게 만들었다. 지금껏 자랑스럽게 여겨 왔던 바로 그 자식에게서 이런 치욕스러운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이윽고 중년의 남자는 지호에게 시선을 옮겼다.“아빠는 네 입으로 직접 듣고 싶다.”그가 낮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압박감이 담겨 있었고, 한쪽 손은 허벅지 위에서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뭐라고 해명해 볼 테냐?”지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입술이 조금 벌어졌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했지만, 단 한마디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목구멍은 바싹 말랐고 혀는 굳어 버린 것 같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목을 조르는 듯 가슴이 답답하게 죄어 왔다.도현은 여전히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앉아 있었다. 그의 시선은 흔들림 없이 곧았고, 감정을 지나치게 드러내지도 않았다.“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그가 말을 이어갔다. “장인어른과 장모님 앞에서 모든 것을 명확히 정리하고 싶습니다. 나중에 아이가 태어났을 때 서로 다른 말이 나오는 일은 막고 싶으니까요. 지금 당장의 정직함이 나중에 터져 버릴 거짓말보다 훨씬 낫습니다.”미란은 길고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정작 흘러내린 것은 눈물이 아니라 실망이었다.“너도 들었지.”미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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