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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버니, 그 품에 중독되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91 - チャプター 200

257 チャプター

191장

지호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몸은 긴장한 채 굳어 있었고, 두 손바닥은 차갑고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서영이 뺨을 맞고 저택을 떠나는 모습을 본 뒤, 갑자기 배에 심한 경련까지 일어났던 순간부터 지호는 마치 목소리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단 한마디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불길한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만약 자신이 서영과 같은 처지에 놓인다면?뱃속의 아이가 수현의 아이라고 해도, 그녀는 결국 자신의 남편인 도현을 배신한 것이나 다름없었다.시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하지?부모님이 알게 된다면?도현을 비롯한 진씨 가문 전체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다시 배가 뒤틀리듯 아파 왔다.“아직도 배가 아파?”지호가 화들짝 놀랐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숨이 턱 막혔다. 그녀가 현관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수현이 그곳에 서 있었다. 평소처럼 노크도 하지 않은 채 들어온 것이었다.“수현아, 여기엔 왜 왔어?”지호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이 한꺼번에 뒤섞인 표정이었다.수현이 미간을 찌푸렸다.“너 찾으러 왔지, 그럼 뭐 때문에 왔겠어? 배에 경련 일어났다고 들었는데. 왜 그래?”지호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지금은 괜찮아졌어. 그러니까 넌 가도 돼. 도현 씨 오기 전에.”“작은 형은 병원에 갔어.”수현은 태연하게 대답하며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그래도 갑자기 집에 돌아올 수도 있잖아.”지호가 불안한 기색으로 수현의 어깨를 살짝 밀었다.“됐으니까 그냥 가.”수현이 날카롭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난 네 상태를 보려고 일부러 늦게 출발한 거야. 난 네가 걱정돼서 왔는데, 넌 오히려 나를 내쫓아?”지호가 작게 혀를 찼다. 감정이 뒤엉켜 마음이 복잡했다.“너, 아주버님이 왜 형님이랑 이혼하는지 알아?”“알아.”수현이 짧게 대답했다.지호가 재빨리 그를 돌아보았다.“뭔데?”“형수님이 소율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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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장

“하… 하지만 그건… 너무 빨라요.”지아가 조용히 말했다.“사람들이 제가 아주버님 아이를 임신했다는 걸 의심하면 어떡해요? 그리고… 큰형님이랑 다른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지아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뒤, 한층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나중에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아주버니와 잠자리를 가졌다고 손가락질하면 어떡해요?”준현은 날카로우면서도 차분한 눈빛으로 지아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그럼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음…”지아는 입술을 깨물었다.“아주버님과 큰형님이 정식으로 이혼한 뒤 한 달 정도 기다리는 건 어때요? 그다음에 아주버님이 수현 오빠에게 이혼을 허락해 주는 거예요.”“한 달?”준현이 고개를 저었다.“나한테는 너무 긴 시간이야.”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으며,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내가 정식으로 이혼한 뒤에 모든 일이 바로 진행되는 게 가장 옳아.”“하지만…”“그리고 너와 결혼하는 건.” 준현이 재빨리 말을 끊었다. “네가 수현이와 정식으로 헤어진 뒤 한 달 후에 하면 돼. 내 생각에는 이게 가장 올바른 계획이야.”지아는 입을 열었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다시 입을 다문 그녀는 작은 고개 끄덕임으로 양보하기로 했다.“그건 그렇고.”준현이 지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뻗어 불룩하게 부른 그녀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배가 정말 많이 나왔네. 쌍둥이를 임신한 여자를 직접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지아는 시선을 내려 자신의 배 위에 놓인 커다란 손을 바라보다가 살짝 미소 지었다.“네. 저도 가끔은 이렇게까지 커질 수 있나 싶어요. 그러다가 문득 깨닫죠… 아, 맞다. 나 쌍둥이를 임신했지.”준현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눈까지 닿지는 않는 옅은 미소였지만, 그 미소 하나만으로도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잘생겨 보였다.“너와 우리 아이들이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지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준현은 다시 한층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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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장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합니다. 원고 진준현과 피고 한서영 사이에 체결된 혼인 관계는 금일 날짜로 이혼으로 해소되었음을 선고합니다.”판사가 망치를 세 번 내리쳤다. 법정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그 순간부터 서영은 더 이상 준현의 아내가 아니었고, 더 이상 진씨 가문의 일원도 아니었다.준현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가슴을 짓누르던 무언가가 한결 가벼워진 듯했다.지난 일주일 동안 그는 편히 잠든 적이 없었다. 종범이 어떻게든 자신의 이혼을 무산시키기 위해 무언가를 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그를 괴롭혔기 때문이다.준현은 왼쪽에 앉아 있는 서영을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오히려 법정 안에 흐르는 공기보다 더 차갑게 느껴졌다.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걸음은 단호했고, 허리는 곧게 펴져 있었다. 혼인 관계가 끝났다는 사실로 자신의 위엄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다.준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법정을 빠져나갔다.서영은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남편이었던 남자, 이제는 공식적으로 전남편이 된 준현의 뒷모습을 얼어붙은 눈빛으로 바라봤다.그녀는 두 손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얼마나 세게 움켜쥐었는지 긴 손톱이 옷감을 뚫고 피부까지 파고들어 상처를 냈지만, 그 따끔한 통증조차 가슴을 갉아먹는 분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이게 싫어. 지는 게 너무 싫어.”서영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입술을 세게 깨문 탓에 피가 배어 나왔고, 입안 가득 비릿한 피 맛이 퍼졌다.그녀의 시선이 천천히 뒤쪽 좌석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종범이 앉아 있었다. 표정은 차분했지만, 눈빛은 어두웠다.그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딸이 한 남자에 의해 얼마나 철저하게 무너졌는지를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 게다가 그 남자는 이제 종범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준현이 언제든 자신을 파멸시킬 수 있는 범죄의 증거를 손에 넣은 뒤부터였다.“이번에는 내가 실패했군.”종범이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속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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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장

지아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앉아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은 한곳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머릿속은 온갖 생각이 뒤엉킨 채 쉴 새 없이 어지럽게 맴돌았다.그날 오후 지호가 입고 있던 옷은 병원 카페테리아에서 지아가 보았던 임신한 여자가 입고 있던 옷과 정말 똑같았다. 단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지호는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는 것뿐이었다.“저런 옷을… 작은형님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지?”지아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녀는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길게 숨을 내쉬었다.“분명 우연일 거야. 내가 모르는 다른 여자였겠지.”하지만 무릎 위에 올려 둔 손은 오히려 베개를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그런데…”지아는 잠시 눈을 감았다. 갑자기 가슴속에 내려앉은 답답함을 애써 참아냈다. “모양이 같았어. 색깔도 같았고. 피부도… 같았어.”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 갑자기 가슴속에 내려앉은 답답함을 애써 참아냈다. ‘샌들도 확인했어야 했는데.’그녀는 속으로 후회했다.철컥.그때 침실 문이 열렸다.지아는 깜짝 놀라며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문가에는 준현이 서 있었다. 여전히 말끔하게 정장을 갖춰 입은 모습은 그가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귀가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었다.“아주버님?”지아의 눈이 놀라움에 크게 뜨였다.준현은 방 안으로 들어와 곧장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지아의 바로 옆,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점심은 먹었어?”담담한 목소리였지만 걱정이 묻어 있었다.지아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아직이요.”준현의 미간이 좁혀졌다.“왜 아직까지 안 먹었어?”“평소처럼 이모님이 가져다주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직 요리 중인가 봐요.”지아가 짧게 대답했다.준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아직 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아주버님.”지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는 망설임이 묻어 있었다.“이혼 재판은… 잘 끝났어요?”준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잘 끝났어. 아무 문제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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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장

그날 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다시 거실에는 가벼운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화제는 회사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그 어떤 상처도 건드리지 않는 무난한 이야기들 사이를 오갔다.아무도 서영의 이름을 꺼내지 않았다.명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모든 일이 더 이상의 파문 없이 끝나기를 바라며 침묵을 택했다.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그 치욕이 가족 밖으로 퍼져 나갈 가능성도 커질 테니까.소파 한쪽에서는 도현이 지호에게 자신의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한쪽 팔로 아내의 어깨를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지호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때때로 그녀의 관자놀이에 짧게 입을 맞추기도 했다.그 모습을 수현이 놓칠 리 없었다. 그의 턱이 단단하게 굳었고, 가슴은 답답하게 조여 들었다.그리고 지아 역시 무심코 그 모습을 너무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작은 아주버님은 작은형님을 정말 많이 사랑하는구나.’지아가 속으로 생각했다.‘그렇다면 내가 수현 오빠와 함께 있는 걸 봤던 임산부가 형님일 리는 없어.’지호가 잠시 시선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수현의 눈빛과 마주쳤다. 죽을힘을 다해 참아 내고 있는 질투가 선명하게 보였다.‘떼.’수현이 소리 없이 입술을 움직였지만 지호는 오히려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지아가 오른쪽을 힐끗 바라봤다. 수현은 거칠게 숨을 내쉰 뒤 지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오늘 진료는 어땠어?”갑작스러운 질문과 함께 그의 한쪽 팔이 지아의 어깨를 감쌌고, 다른 손은 그녀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어?”지아의 숨이 턱 막혔다.“임신한 거 말이야.”수현이 평소보다 훨씬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음…”지아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준현을 힐끗 바라봤다. 그는 신문을 읽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아의 시야 한구석에는 그가 분명 이쪽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들어왔다. 관자놀이의 핏줄까지 선명하게 도드라져 있었다.지호도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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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장

“아주버님.”지아는 서둘러 침실 문을 닫은 뒤, 혹시라도 누군가 갑자기 들어와 방 안에 있는 준현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잠금장치까지 단단히 걸었다.준현이 막 침대 위로 올라가려는 순간, 지아가 반사적으로 그의 팔을 붙잡았다.“여기서는 이러면 안 돼요.”지아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내일 아주버님이 이 방에서 나가는 걸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아직은 우리가 무슨 사이인지 사람들이 아는 게 싫어요.”준현은 지아를 돌아보며 차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서영이 떠나는 걸 봤잖아. 내가 왜 이혼했는지 아는 사람은 너와 어머니뿐이야. 다른 사람들은 애초에 그 이유에 크게 관심도 없어.”준현이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설령 이게 밝혀진다고 해도 사람들은 그냥 지나가는 일로 생각할 거야. 드라마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아. 누구도 감히 함부로 행동하지 못할 거고.”지아는 침을 삼키며 가슴을 들썩였다.“그래도 이건 상황이 다르잖아요.”지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만약 사람들이 아주버님이 저랑 바람을 피워서 이혼했다고 생각하면 어떡해요?”준현은 손을 들어 엄지손가락으로 지아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내가 가장 앞에 서서 널 지킬 거야. 내가 있는 한 누구도 감히 널 상처 입히지 못해. 약속할게.”준현은 더 이상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침대 위로 올라가 오른쪽에 등을 대고 누웠다. 그리고 왼팔을 길게 뻗어 지아가 들어올 자리를 내주었다.“이리 와.”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거절할 수 없는 말투였다.지아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자신의 마음에 순순히 굴복한 그녀는 준현을 따라 침대 위로 올라갔고, 그의 왼쪽에 몸을 눕힌 뒤 넓은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잠시 후, 준현은 곧바로 지아를 품 안으로 끌어당기며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던 거리마저 없앴다.“아까 우리 아이들이 정말 발로 찬 거야?”준현이 조용히 물었다.지아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얼마나 아팠는지 알아요?”“얼마나 아팠는데?”“엄청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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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장

“이거.”준현은 무덤덤한 목소리로 갈색 서류철을 수현 쪽으로 밀어주었다.“돌려줄게.”수현은 살짝 떨리는 손으로 서류철을 받아 들었다. 서류철을 단단히 움켜쥔 채 시선을 들어 형을 바라보았고, 그의 눈빛에는 불편함과 함께 불안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 “형님… 형님은 나 믿는 거죠?”거의 다시 한번 확인하듯 수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준현은 몇 초 동안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두 팔은 책상 위에서 포개져 있었다.“그래.”짧은 대답과 함께 준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은 무거운 짐 하나를 막 내려놓은 사람처럼 길게 숨을 내쉬었다.“그럼… 나 지아랑 이혼해도 되는 건가요?”“그래.”준현은 짧게 대답한 뒤 다시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수현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형님이 나한테 주려고 했던 게 정말 이거였다면, 오늘 이렇게 형님 회사까지 찾아온 보람이 있네요.”준현은 하던 일을 멈췄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수현을 바라보았다. 날카롭고 집요한 시선이었다.“그런데 나도 궁금한 게 있다.”준현이 낮게 말했다.“왜 너는 화를 안 내는 거지?”수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정말 네가 지아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걸 알았다면 화를 내야 하잖아. 실망도 해야 하고.”준현의 목소리는 무덤덤했지만, 그 안에는 날카로운 기색이 서려 있었다.“그런데 넌 그러지 않았어. 오히려 이혼하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처럼 보이더군.”준현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두 팔을 가슴 앞으로 포갰다.“그 남자를 찾아볼 생각은 안 했나? 어쩌면 죽여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수현은 대답하기 전에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형님도 알잖아요... 나한테는 이미 지호가 있어요.”한참 만에 입을 연 수현이 말했다.“그러니까 나와 지아는… 똑같은 겁니다.”준현의 눈이 가늘어졌다.“한쪽만 탓해봤자 아무 의미 없잖아요.”수현이 말을 이었다. 목소리는 차분했다. 지나치게 차분할 정도였다.“중요한 건 서로를 놓아주고 각자의 길에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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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장

지호는 황급히 벽 뒤로 몸을 숨겼다. 아직 진료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준현과 지아에게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지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숨을 죽였다.처음에는 그저 같은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두 사람을 마주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더구나 누구에게도 보여서는 안 될 것이 분명한 장면까지 직접 목격하게 될 줄은 더욱 몰랐다.지호의 입가에 서서히 비뚤어진 미소가 떠올랐다.“아주버님은 나와 수현이의 비밀을 알고 있어. 그런데 이제는 나도 아주버님과 동서의 비밀을 손에 넣었네.”지호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천천히 내뱉었다. 잠시 불규칙하게 뛰었던 심장 박동을 진정시키려는 듯한 손으로 가슴을 꾹 눌렀다.“이걸 이용할 수 있어.”작지만 확고한 의지가 담긴 목소리였다.“아주버님이 수현이와 동서의 이혼을 허락하게 만들 수 있겠어.”지호에게 이 비밀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자신의 계획을 이루기 위한 확실한 티켓이었다.얼마 후, 지호는 숨어 있던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어느새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고, 준현과 지아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지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평온한 표정을 되찾은 채 산부인과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준현과 지아는 이미 지하 주차장에 도착해 있었다. 태준은 지아가 진료를 마칠 때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주며 여전히 충실하게 기다리고 있었다.“아주버님은 바로 회사로 돌아가면 돼요.”지아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전 기사님이랑 집에 갈게요.”준현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태준에게 차가운 시선을 짧게 던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신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충분히 명확했다.태준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사모님.”지아가 재빨리 준현을 돌아보았다.“아주버님….”“너는 나랑 회사에 갈 거야.”준현이 지아의 허리를 잡아 자신에게 가까이 끌어당기며 말을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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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장

“바람을 피웠다는 게 무슨 뜻이야?”수현의 시선이 지호에게 단단히 꽂혔다. 단 하나의 세부적인 내용도 빠뜨리지 말고 전부 설명하라는 듯 여자를 압박하는 눈빛이었다.지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병원에서 준현과 지아를 마주쳤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부터 평범하지 않았던 두 사람의 거리감, 그리고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짧은 입맞춤까지 빠짐없이 설명했다.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수현의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뛰었다. 턱이 단단하게 굳어졌고 관자놀이의 핏줄이 팽팽하게 솟아올랐다. 책상 위에 올려둔 두 손은 어느새 주먹을 꽉 쥐고 있었으며, 그의 눈빛은 날카롭고 차갑게 변해갔다.“그러니까.”마침내 지호가 이야기를 마무리했다.“이걸 이용하면 돼.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동서랑 이혼할 수 있을 거야.”수현은 고개를 숙인 채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어떻게든 들끓는 감정을 진정시키려 애썼다.‘어떻게 된 일이지?’‘형님과 지아가 대체 언제부터 그런 관계였던 거지?’‘형님이 형수님과 이혼한 뒤부터였을까? 아니면 그보다 훨씬 전부터였을까?’최근에 시작된 일이라고 하기에는 도저히 믿기 어려웠다. 이미 임신한 여자와 준현이 감히 관계를 맺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그렇다면…’수현의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설마 그 아이가…!’“수현아.”지호가 손을 뻗어 수현의 손가락을 잡았다.“무슨 생각해?”그녀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수현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설마 두 사람이 바람피운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아니지?”수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 아이.”그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지아가 임신한 아이 말이야. 난 그 아이가 큰 형님의 아이라고 확신해.”“뭐?”지호의 이마에 곧바로 주름이 잡혔다.“생각해봐. 모든 게 말이 되잖아.”수현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왜 그동안 큰 형님이 항상 지아의 편을 들었는지. 왜 지아가 상처받을 때마다 그렇게 화를 냈는지. 그리고 왜 지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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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장

둘이 방 안으로 들어서자, 뒤에 있던 문이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닫혔다.지아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둥글게 불러온 배를 손으로 쓸어내린 뒤 수현을 바라보았다.“무슨 일인데, 오빠?”지아가 조용히 물었다.수현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지아의 앞에 서서 두 팔을 가슴 앞에 포갠 채, 차갑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마침내 그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오늘 밤은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쌓였거든.”그가 두 걸음 가까이 다가오자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던 거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지아는 마른침을 삼켰다.“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야?”“많아.”수현이 짧게 대답했다.“너무 많아서 나조차 뭘 먼저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야.”그가 손을 뻗어 지아의 턱을 움켜쥐고 얼굴을 들어 올렸다. 수현의 시선이 그녀의 눈에 단단히 고정되자 지아는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큰 형님한테 일렀지?”그가 조용히 물었지만, 그 말은 날카롭게 지아의 가슴을 파고들었다.“내가 너한테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라고 시켰다는 것 말이야.”지아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입술이 벌어졌지만 단 한마디의 말도 나오지 않았다.“부정하지 마.”수현이 말을 목소리를 높이며 말을 이었다. “나 오늘 오후에 영곤이 만났어.”그의 손이 지아의 턱에서 떨어졌다. 수현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더니 지아의 커다랗게 불러온 배를 오랫동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오랫동안 바라보았다.“그렇다면 큰 형님도 전부 알고 있다는 거네.”그가 차갑게 말했다.“아직 나한테 뭐라고 하지 않았다고 해서, 네가 큰 형님한테 일러바친 잘못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야.”지아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손가락은 허벅지 위에서 서로를 힘껏 움켜쥐고 있었다. 수현은 아직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 바로 그 아이들의 진짜 아버지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모를 것이라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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