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몸은 긴장한 채 굳어 있었고, 두 손바닥은 차갑고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서영이 뺨을 맞고 저택을 떠나는 모습을 본 뒤, 갑자기 배에 심한 경련까지 일어났던 순간부터 지호는 마치 목소리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단 한마디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불길한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만약 자신이 서영과 같은 처지에 놓인다면?뱃속의 아이가 수현의 아이라고 해도, 그녀는 결국 자신의 남편인 도현을 배신한 것이나 다름없었다.시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하지?부모님이 알게 된다면?도현을 비롯한 진씨 가문 전체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다시 배가 뒤틀리듯 아파 왔다.“아직도 배가 아파?”지호가 화들짝 놀랐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숨이 턱 막혔다. 그녀가 현관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수현이 그곳에 서 있었다. 평소처럼 노크도 하지 않은 채 들어온 것이었다.“수현아, 여기엔 왜 왔어?”지호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이 한꺼번에 뒤섞인 표정이었다.수현이 미간을 찌푸렸다.“너 찾으러 왔지, 그럼 뭐 때문에 왔겠어? 배에 경련 일어났다고 들었는데. 왜 그래?”지호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지금은 괜찮아졌어. 그러니까 넌 가도 돼. 도현 씨 오기 전에.”“작은 형은 병원에 갔어.”수현은 태연하게 대답하며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그래도 갑자기 집에 돌아올 수도 있잖아.”지호가 불안한 기색으로 수현의 어깨를 살짝 밀었다.“됐으니까 그냥 가.”수현이 날카롭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난 네 상태를 보려고 일부러 늦게 출발한 거야. 난 네가 걱정돼서 왔는데, 넌 오히려 나를 내쫓아?”지호가 작게 혀를 찼다. 감정이 뒤엉켜 마음이 복잡했다.“너, 아주버님이 왜 형님이랑 이혼하는지 알아?”“알아.”수현이 짧게 대답했다.지호가 재빨리 그를 돌아보았다.“뭔데?”“형수님이 소율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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