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뉴욕 한복판에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타임스퀘어 상공에서 검은 눈송이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기상 이변이라며 영상을 찍어 올럈지만, 카시엘과 루카스, 그리고 이제 영안이 뜨이기 시작한 테리에게는 그것이 눈이 아닌 악마들의 으로 보였다. 지하 세계의 존재들이 지상으로 올라와 군림하겠다는 선전포고로 보였다. 카시엘은 아리나를 오피스텔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아리나, 밖은 오염되었습니다. 악마들이 지상의 균형을 깨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카시엘의 눈동자는 차가운 청색으로 번뜩였고, 그의 등 뒤에서는 희미한 날개의 자리가 타오르듯 요동쳤다. 그때, 오피스텔 베란다 창가에 라파엘이 나타났다. 그는 유유히 공중에 떠서 카시엘을 내려다 보며 비웃었다. "카시엘... 지산의 안락함에 취해 날개가 잘 펴지지도 않는군. 밀러 가문이 저 여자를 입양해서 황금 가호를 입히면 지하세계 천사들이 못 건드릴 것 같아? 그럴수록 전쟁은 더 빨리 시작될 뿐이야." 라파엘의 경고에 루카스가 권총을 겨누며 나타났다. "천사. 도와줄게 아니라면, 우리 구역에서 당장 꺼져. 이 날개만 달린 재수없는 천사놈아!" 루카스의 수호령이 거대한 포효를 내질렀지만, 라파엘은 가볍게 손을 휘둘러 루카스를 뒤로 밀어버렸다. "인간 형사 따위가 참견할 일이 아니다. 카시엘. 신의 부름이 들리지 않나? 너는 이미 변질되었다. 저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 너는 소멸하게 될 것이다." 라파엘은 안개처럼 날개를 펄럭이며 사라졌고, 아리나는 공포에 질려 카시엘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카시엘은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지만, 라파엘의 는 저주 같은 경고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아 멈추어 섰다. 아리나는 자신 때문에 모두가 위험해진다는 생각에 깊은 슬픔에 잠겼고, 그날 밤 그녀의 눈물이 닿은 카시엘의 셔츠에는 은은한 빛의 향기가 피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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