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을 회복했지만 카시엘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모델이라는 직업이 아리나를 지키기는 커녕,그녀뿐 아니라 세강까지 더 큰 위험에 빠뜨렸다는 자책감이 그를 짓눌렀다.그는 이제 밖으로 나가는 것을 거부했다.화려했던 턱시도는 구석에 처박혔고,카시엘은 온종일 어두운 거실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카시엘, 뭐라도 좀 먹어봐요. 당신을 위해 준비했어요."아리나의 위로도 소용없던 어느날,아리나가 환자들의 미술 치료를 위해 챙겨두었던 캔버스와 물감을 거실 테이블에 두고 출근을 했다.카시엘은 멍하니 그 도구들을 한참을 바라보았다.그리고.... 홀린 듯 붓을 들었다.그는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천계의 풍경을,캔버스에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다.태초의 빛, 선한 인간의 영혼이 내뿜는 맑은 광채,그리고 그런 인간을 위협하는 어둠의 형체들을 마구 쏟아내듯 그렸다.어리숙한 손놀림이었지만,붓이 지나간 자리에는 인간의 솜씨로는 흉내낼 수 없는신비로운 색채가 피어났다.슬픔은 분노가 아닌,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되고 있었다.매일 아리나가 출근을 하고 나면 카시엘은,캔버스에 모든 복잡함을 쏟아내었고,그 작업들은 카시엘의 영혼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어느 날, 퇴근한 아리나와 수사를 마친 루카스, 그리고 카시엘의 상태를 확이하러 온 테리는거실에 세워진 그림들을 보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그것은 단순한 낙서도, 그림도 아니었다.그림에서 은은한 향기와 함께 마음을 정화하는 파동이 흘러나오고 있었다."이거...뭐야? 카시엘이 그린건가?"루카스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너무... 아름다워요.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평화로워져요."아리나는 그림속에 묘사된 빛의 형상이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테리는 과학적, 의학적 관점에서 접근했다."음.... 이 그림, 영적인 치유 효과가 있어. 카시엘은 모델처럼 자신을 노출하지 않아도, 그림을 통해 자신의 에너지를 세상에 전달할 수 있겠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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