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 매달리는 사람들같은 시각, 강민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모르는 번호였다. 요즘 그에게 걸려 오는 전화는 대출 권유 아니면 카드사였다. 그래서 받지 않으려다가, 받았다."강민호 씨 되시죠? 저는 서영애라고 합니다. 서지안 회장의 고모예요."강민호는 어리둥절했다."무슨 일로…""간단한 부탁이 있어요. 강민호 씨, 돈 필요하지 않아요? 재취업도 안 되고, 어머니 모시기도 힘들 텐데."강민호의 손이 멈췄다. 이 사람은 그의 사정을 이미 알고 걸었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물어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전처에 대해, 그러니까 서지안 회장에 대해 몇 가지만 증언해 주면 돼요. '결혼 생활 중 정서가 불안정했다', '아이를 방치한 적이 있다'… 뭐 그런 거요. 사례는 충분히 하죠. 3억이면 어때요?"3억. 지금의 강민호에게는 상상도 못 할 돈이었다. 그 돈이면 어머니도, 자신의 삶도 다시 일으킬 수 있었다."…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전화를 끊고, 강민호는 오래 앉아 있었다.거실에서 어머니가 텔레비전 소리를 줄였다. 누구 전화냐고 묻지 않은 것은, 묻지 않는 편이 낫다는 걸 알아서였다.3억. 거짓 증언 한 번이면 되는 돈. 어차피 지안은 이미 자기를 모르는 사람 취급했다. 죄책감 따위, 그 무관심한 눈빛 앞에서는 의미가 없었다.머릿속에서 계산이 저절로 돌아갔다. 어머니 병원비, 월세 밀린 것, 그리고 남는 돈으로 작은 가게 하나. 그 계산을 세 번쯤 했을 때, 자기가 이미 하겠다고 마음먹고 핑계를 찾고 있다는 걸 알았다.그날 밤 그는 잠들기 전에 검색창에 서영애라는 이름을 넣어 봤다. 사진이 두 장 나왔다. 행사장에서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 사람이 왜 자기 번호를 알고 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이튿날 오후, 우편으로 서류가 왔다. 봉투가 두꺼웠고 반송 주소는 로펌 이름이었다.그는 펜을 들었다. 서영애 측이 보낸 증언서 초안. '서지안은 결혼 생활 중 정서가 불안정했으며, 아이를 방치한 일이 있었다.' 이 문장 끝에
Last Updated : 2026-06-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