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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 진짜 적

作者: 유영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17 13:45:37

서영애. 선대 회장의 하나뿐인 여동생이자, JL그룹 지분 12%를 쥔 대주주.

그녀는 우아하게 소파에 앉아 차를 음미했다.

"네 동생 동철이는 멍청했어. 비자금 같은 걸 직접 만들다니. 꼬리가 잡히는 짓을 하다니, 쯧."

"고모가 시킨 일이잖아요."

"증거 있니?"

서영애가 미소 지었다.

"없지. 난 한 번도 직접 손을 댄 적이 없거든. 동철이가 알아서 움직였고, 알아서 잡혀갔어. 난 그저… 지켜봤을 뿐이야."

지안은 알았다. 이 여자는 서동철과 차원이 다르다. 영리하고, 인내심 있고, 잔인했다.

"원하는 게 뭐죠?"

"간단해. 회장 자리에서 내려와. 네 아버지가 남긴 유언장? 그거 무효로 만들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정신 감정이니, 강압이니… 변호사들이 알아서 그림을 그려줄 거야."

"거절하면요?"

서영애가 찻잔을 내려놨다. 달그락,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네 약점은 하나가 아니야, 지안아. 이혼, 딸, 그리고… 강도현."

그녀의 눈이 번뜩였다.

"강도현이 3년 전 너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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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제93화 — 판을 읽다

    서지안은, 곧바로 한무현을 불렀다."대성정밀 건, 정면으로 붙으면 이길 수 없어요. 강윤서가 최대주주인 이상, 단가든 공급이든 저 사람 손바닥 안이니까요. 그러니 우리는, 다른 걸 봐야 해요."그녀가, 서류를 펼쳤다. 서이든이 넘긴 정보와, 한무현이 밤새 파낸 자료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강윤서가 대성정밀 지분을 사들인 자금. 그 출처를 추적해 보세요."한무현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자금 출처를요? HW의 돈이면, 문제 될 게 없지 않습니까.""그게, 이상한 지점이에요."서지안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HW는 강윤서 개인 회사가 아니에요. 아버지가 세운, 엄연한 상장사죠. 그런데 강윤서가 개인적인 앙갚음을 위해 회사 자금을 이렇게 대규모로 움직였다면. …그건, 배임이 될 수도 있어요."한무현의 눈이, 커졌다.며칠에 걸친 추적 끝에, 그림이 드러났다. 강윤서는 대성정밀 지분 매입에 HW의 자금을 끌어다 썼다. 명목은 '전략적 투자'였지만, 실상은 강도현을 겨냥한 사적인 공격이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강윤서는 이사회의 정식 승인을 건너뛰고 있었다. 아버지의 신임을 등에 업은 실권자였기에 가능한, 오만한 독주였다.한무현이, 자료를 정리하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확실히, 절차상 하자가 있습니다. 다만 회장님, 이걸 언론에 흘리면 HW가 발칵 뒤집힐 텐데요. 강윤서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언론에, 흘릴 생각 없어요."서지안이, 담담하게 답했다."저는, 진흙탕 싸움을 하려는 게 아니에요. 강윤서를 세상에 망신 주는 게 목적이었다면, 벌써 그렇게 했겠죠. 제가 원하는 건, 강윤서가 이 손을 스스로 거두게 만드는 거예요. 그러려면, 이 자료가 닿아야 할 곳은 언론이 아니라 다른 곳이죠."한무현은, 그녀가 무엇을 겨누고 있는지 아직 다 읽지 못했다. 다만 그 서늘하고 정교한 눈빛에서, 이번 싸움도 이미 서지안의 손안에 있음을 어렴풋이 느낄 뿐이었다."…약점이, 있었네요."서지안이, 나직이 말했다."강윤서는 자기가 모든 걸 쥐

  •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제92화 — 무너지는 발밑

    강윤서의 수는, 만찬이 끝나기 무섭게 모습을 드러냈다.며칠 뒤, 강도현이 이끄는 TK·JL 합작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핵심 부품을 독점 공급하던 협력사 '대성정밀'이, 돌연 납품 단가를 대폭 올리겠다고 통보해 온 것이다. 그것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으로."…말이 됩니까. 계약 기간이 아직 이 년이나 남았는데, 갑자기 단가를 올린다니요."합작 사업단 임원들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보고했다. 강도현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대성정밀 지분을, 최근에 누가 사들였는지 확인해 보세요."결과는, 예상대로였다. HW였다. 강윤서는 몇 달에 걸쳐 대성정밀의 지분을 조용히 사 모았고, 어느새 최대주주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 힘으로 협력사를 움직여 강도현의 합작 사업을 정조준하고 있었다.단가를 받아들이면, 합작 사업의 수익성이 무너진다. 거부하고 공급처를 바꾸면, 새 부품을 검증하는 몇 달 동안 생산 라인이 멈춘다. 어느 쪽이든, 강도현의 합작 사업은 큰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대성정밀은, 이십 년 넘게 JL과 손발을 맞춰 온 오랜 협력사였다. 그 오랜 신뢰가, 지분 하나로 하룻밤 사이에 뒤집혔다. 대성정밀 대표도 곤혹스러운 기색이었지만, 최대주주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업이라는 세계에서, 지분을 쥔 손의 힘이 얼마나 냉정한지를. 강도현은 새삼 뼈저리게 느꼈다.절묘한 함정이었다. 강윤서는 강도현을 직접 공격하지 않았다. 그저 그가 딛고 선 땅을, 소리 없이 파냈을 뿐이었다.만약 서이든이 미리 귀띔해 주지 않았더라면, 서지안도 이 공격의 실체를 한참 뒤에야 알아차렸을 것이다. 강윤서는 그만큼 조용하고 은밀하게 판을 짜 두었다. 새삼, 그 사냥꾼의 치밀함이 서늘하게 다가왔다."…역시, 서이든의 말이 맞았네요."보고를 받은 서지안이, 낮게 중얼거렸다."선배를 곤경에 빠뜨린 다음, 구원자로 등장하는 것. 그게, 저 사람의 그림이에요."바로 그때, 강윤서에게서 연락이 왔다. 강도현에게 직접 걸려 온 전화였다."도

  •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제91화 — 만찬에 온 손님

    JL그룹 창립 기념 만찬은, 해마다 그룹의 얼굴이 모이는 자리였다.올해는 유난히 이목이 쏠렸다. 서영애의 몰락과 서이든 사태를 연달아 이겨 낸 서지안이, 회장으로서 처음 여는 공식 행사였기 때문이다. 홀에는 협력사 대표들과 재계 인사들이 빼곡히 들어찼고, 카메라 플래시가 쉼 없이 터졌다.행사를 서지안과 함께 이끈 것은, JL의 합작 파트너인 TK그룹 회장 강도현이었다. 국내 최대 그룹 중 하나를 이끄는 그가 곁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재계의 이목이 쏠렸다. 서지안은 회장 자격으로 짧은 환영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두 사람 모두 웃을 수 있는 자리였다.환영사를 앞두고, 서지안은 잠시 홀 한쪽에서 숨을 골랐다. 강도현이 다가와, 그녀에게 물잔을 건넸다."떨려?""조금요. 이런 자리는, 아직 익숙하지가 않아서.""익숙해질 필요 없어. 그냥 너답게 하면 돼.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강도현의 낮은 목소리에, 서지안은 옅게 웃었다. 며칠 전 한강의 밤이, 아직 두 사람 사이에 온기로 남아 있었다. 오랜 싸움 끝에 겨우 찾아온 이 평온을, 서지안은 조심스레 만끽하고 있었다.그 평온에 균열을 낸 것은, 초대받지 않은 한 사람의 등장이었다."어머, 분위기 좋네요."홀의 시선이, 일제히 입구로 쏠렸다. 진홍빛 드레스를 걸친 강윤서가, 우아한 걸음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등장만으로, 홀의 공기가 미세하게 팽팽해졌다.강도현의 얼굴이, 굳었다."…강윤서 씨가, 여긴 어쩐 일입니까.""어쩐 일이라뇨. 저희 HW가, JL 협력사 두 곳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창립 만찬에 얼굴 한 번 비추는 게, 이상한 일인가요?"강윤서가, 생긋 웃으며 초대장을 살랑 흔들어 보였다. 협력사 자격으로 정식 초청을 받아 낸 것이다. 명분은 완벽했다. 그 누구도, 그녀를 내쫓을 수 없었다.강도현이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서지안이 조용히 그의 팔에 손을 얹었다. 여기서 소란을 피우면, 손해 보는 쪽은 이쪽이었다. 서지안은 담담하게 앞으로 나섰다."오셨으면,

  •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제90화 — 사냥꾼이 남긴 유언

    산을 내려온 두 사람은, 근처의 한적한 찻집에 마주 앉았다.서이든은, 식은 찻잔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강윤서 씨는, 제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다루기 쉬운 상대였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가장 위험한 상대이기도 합니다.""…다루기 쉽다면서, 위험하다고요.""원하는 게 단순해서 쉬웠고, 그 단순한 걸 위해서라면 뭐든 하기 때문에 위험합니다."서이든이, 담담하게 말했다."그 여자가 원하는 건 돈도 회사도 아닙니다. 자기 손안에서 사람이 몸부림치는 걸 보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저에게 자금을 대준 것도 JL이 탐나서가 아니라, 제가 회장님을 흔드는 구경이 재미있어서였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저를 굶겼다가 먹였다가 하면서, 제가 애타는 얼굴을 하는 걸 즐겼죠."그의 입가에, 자조 어린 미소가 스쳤다."그러니 제가 무너진 지금, 그 여자의 구경거리는 끝났습니다. 그럼 다음 오락을 찾겠죠. 그리고 그 여자가 애초부터 갖고 싶어 한 건, 딱 하나뿐입니다."서지안의 표정이, 굳었다."…도현 선배....""예. 다만 오해하지 마십시오. 그 여자는 강도현 씨를 사랑해서 원하는 게 아닙니다."서이든이, 고개를 저었다."강윤서 씨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원하는 걸 가지지 못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딱 하나, 파혼당한 남자가 있었죠. 그 남자가 하필, 자기가 우습게 보던 여자를 택했고요. 그건 사랑의 문제가 아니라 자존심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자존심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이익으로 움직이는 사람보다 백 배쯤 집요합니다.""그래서, 그 사람이 어떻게 나올 거라고 보세요?""정면으로는 오지 않을 겁니다."서이든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제가 파악한 바로, 강윤서 씨는 지난 몇 달간 HW를 통해 JL 협력사 두 곳의 지분을 조용히 사들였습니다. 저에게 돈을 대주면서, 동시에요. 표면적으로는 단순 투자지만, 그중 하나는 강도현 씨가 직접 관할하는 사업부의 핵심 협력사입니다."서지안의 눈이, 커졌다."…설마.""강도현 씨를 곤란하게 만들 판을 미

  •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제89화 — 아버지의 산

    영장 실질 심사를 하루 앞둔 아침이었다.서지안은, 서이든에게 짧은 연락을 넣었다. 내일 아침 여덟 시. 선산에서 뵙겠습니다. 그것이 전부였다.강도현은 끝까지 반대했다. 상속 분쟁의 불씨를 제 손으로 안고 들어가는 짓이라고. 한무현 역시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서지안의 결심은 서 있었다."…아버지라면, 그렇게 하셨을 거예요."그 한마디에, 강도현은 더 말리지 못했다. 다만 자신도 함께 가겠다고 했고, 서지안은 이번에는 거절하지 않았다.이튿날 아침, 산에는 옅은 안개가 깔려 있었다.늦여름의 선산은 아직 푸르렀다. 이슬을 머금은 풀이 발목을 적셨고, 이따금 들리는 새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서지안이 도착했을 때, 서이든은 이미 묘역 아래 서 있었다.수행원도, 변호인도 없었다. 늘 완벽하던 짙은 색 정장 차림 그대로였지만, 구두는 이슬에 젖어 있었다. 얼마나 일찍 와서 서 있었는지 알 만했다. 손에는, 흰 국화 한 다발이 들려 있었다.서지안과 눈이 마주치기 직전, 서이든의 시선이 산 아래 능선 쪽으로 아주 잠깐 스쳤다. 그때 서지안은, 그것이 무엇을 확인하는 눈길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올라가시죠."서지안이 먼저 말했다. 서이든은, 짧게 고개를 숙였다.두 사람은 말없이 돌계단을 올랐다. 그 뒤를, 강도현이 조금 떨어져 따랐다.계단은 길지 않았다. 그러나 서이든에게 그 길은, 삼십오 년을 돌아온 끝의 마지막 몇 걸음이었다. 그는 한 계단을 오를 때마다 아주 잠깐씩 숨을 골랐다. 감정을 지운 채 살아온 사람이 감정을 감추는 방식이었다.묘 앞에 이르자, 서이든의 걸음이 멈췄다.비석에는 이름 석 자와 생몰년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한참을 그 글자만 바라보았다.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는 사람. 서른다섯 해를 살아오며 단 한 번도 만

  •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제88화 —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는 거짓말

    구치소의 면회실은, 지난번과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투명한 아크릴 칸막이 너머, 수의를 입은 서영애가 앉아 있었다. 다만 지난번보다 야위었고, 머리에는 손대지 않은 흰 뿌리가 길게 올라와 있었다. 그럼에도 그 눈빛만은, 여전히 사람을 재는 저울처럼 서늘했다."…또 왔구나, 조카님. 이번엔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서영애가, 나른하게 웃었다. 서지안은, 준비해 온 것을 먼저 아크릴 앞에 세워 보였다. 낡은 사진 한 장이었다.민혜란의 얼굴을 알아본 순간. 서영애의 웃음이, 아주 잠깐 멈췄다.그것으로 충분했다. 십오 년을 그룹의 살얼음판에서 버틴 여자였다. 그 여자의 얼굴에서 감정이 한 박자 늦게 돌아온다는 것은, 준비되지 않은 곳을 맞았다는 뜻이었다."…그 사진을, 어디서.""당신 금고에서요. 정확히는, 당신이 기른 개가 물어 온 거죠."서지안이, 담담하게 답했다."지난번에 저한테 그러셨죠. 서이든을 보육원에서 데려온 건 눈빛이 마음에 들어서였다고. 다른 아이들처럼 울지도 매달리지도 않는, 계산하는 눈이 어린 시절의 당신 같아서였다고."그녀가, 아크릴 너머의 여자를 똑바로 보았다."…절반만 말씀하셨더군요. 눈빛이 마음에 들었던 건 사실이겠죠. 하지만 그 아이를 집으로 데려간 이유는, 그게 아니었잖아요. 당신은 그 아이가 누구의 핏줄인지 알고 나서야, 손을 뻗었어요."면회실 안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그리고 서영애는, 웃음을 터뜨렸다. 소리를 죽인 채 어깨만 흔드는, 기묘한 웃음이었다."…그 애가, 결국 거기까지 갔구나. 하긴, 내가 그렇게 기른 애니까.""인정하시는 거군요.""인정 못 할 게 뭐 있니. 이제 와서."서영애가, 아크릴에 등을 기댔다. 그 얼굴에는, 오랜만에 마주한 옛 무용담을 꺼내는 사람의 나른함이 어렸다."삼십 년 전이었지. 어느 날 웬 여자가 법률사무소를 끼고 회사에 서신을 넣었어. 회장에게 직접 전할 말이 있다고. 그 시절 오라버니 주변의 지저분한 일은, 전부 내 손을 거쳤거든. 그래서 내가 먼저 뜯어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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