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아직 문턱에 서 있었다.빛은 오지 않았고, 대신 기척만이 궁을 맴돌았다.어디선가 종이 울리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은 저마다 시간을 재고 있었다.도진은 복도의 그림자 속에 서 있었다.서 있다는 표현이 맞지 않았다.그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움직이지 않는 것이 선택이 되는 밤,그는 가장 어려운 쪽을 택하고 있었다.발소리가 하나, 둘. 멀지 않았다.경계의 방식이 바뀌었음을 그는 느꼈다.보던 눈이 사라지고, 대신 기다리는 눈이 생긴 밤이었다.그 시각, 이수는 복도의 중앙에서 걸음을 멈췄다.앞으로 나아가면 대비전으로, 옆으로 돌면 자신의 처소로 돌아갈 수 있는 갈림.궁은 늘 이렇게 갈림을 만든다.사람에게 선택을 맡긴 척하면서, 이미 답을 정해 둔 채로.이수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슴 속에서 한 문장이 또렷해졌다.‘지금, 누군가는 문을 열어야 한다.’문이란 반드시 나무와 쇠로 된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입을 여는 것, 발을 내딛는 것, 혹은 침묵을 깨는 것 역시 문을 여는 일이었다.그녀는 방향을 틀었다.돌아가는 쪽이 아니라, 마주하는 쪽으로.그 움직임은 조용했지만 궁은 그 소리를 들었다.궁은 늘 이런 것에는 빠르다.세자 현은 긴 복도를 지나오며 자신의 걸음 소리를 의식하지 않았다.의식할 필요가 없었다.이 복도는 이미 그의 발걸음에 익숙한 길이었다.그는 마음속으로 여러 번 같은 말을 되뇌었다.‘확인만 하겠다.’‘확인은 칼이 아니라고,’‘확인은 죄가 아니라고.’그렇게 생각하면 가슴이 조금 가벼워졌다.그러나 그는 알았다.확인은 언제나 그 다음의 행동을 불러온다는 것을.도진은 멀리서 현의 기척을 먼저 느꼈다.발걸음의 무게가 달랐다.망설임이 없는 걸음이었다.그는 그 방향을 바라보지 않았다.보는 순간, 이 밤은 이미 결론을 향해 달려갈 것이기 때문이다.도진은 손을 주먹 쥐었다가 풀었다.손바닥에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검을 쥐지 않은 손이 이토록 무거울 수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낯설었다.그때, 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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