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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8화 활자로 박제된 배덕(2)

Author: 유리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7 11:01:48
김 편집장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찬사를 늘어놓았다.

"칭찬은 나중에 탈고 다 끝나면 듣죠. 오늘 밤에도 진도를 좀 빼야 해서요. 4챕터는 내일 아침에 보내놓겠습니다."

[네! 네! 작가님, 건강 챙기시면서 하십쇼. 원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전화가 끊기고, 차 안에는 다시 적막이 찾아왔다.

도진은 신호 대기 중에 스마트폰을 다시 확인했다.

아내의 붉은 점이 해방촌 작업실 주변에서 집 방향으로 이동 중이었다.

서아가 귀가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도진은 재빨리 또 다른 어플을 실행시켰다.

아내의 포르쉐 파나메라에 몰래 설치해 둔 차량용 소형 녹음기와 연동된 클라우드 앱이었다.

화면을 터치하자, 조금 전 서아가 차에 올라탔을 때부터 이어진 오디오 파일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치익- 탁.]

차 문이 닫히는 소리.

그리고 곧이어 거친 숨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하아… 하아….]

마치 쫓기는 짐승처럼 헐떡이는 아내의 호흡.

도진은 볼륨을 조금 더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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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가 바람난 날, 내 슬럼프가 끝났다   166화 파국의 조건(3)

    서아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꺼냈다. 이안과의 대화창 맨 아래에는 조금 전까지도 자신을 작업실로 끌어당겼던 협박성 문장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그녀는 삭제 버튼을 누르려다 멈췄다.없애 버리면 편해질 것 같았다. 도진에게 들킬 가능성도, 누군가 우연히 화면을 볼 가능성도 줄어든다.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이안이 자신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증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록이었다.서아의 엄지가 화면 위에서 떨렸다.결국 삭제하지 않았다.대신 메시지 몇 장을 캡처했다. 사진첩에 저장됐다는 표시가 뜨자 서아는 곧바로 후회했다.'미쳤어. 이걸 왜 남겨.'그녀는 캡처 화면을 다시 열었다가 닫았다. 삭제할 수도, 그대로 둘 수도 없었다.지하 계단을 빠져나와 골목에 섰다. 찬 공기가 얼굴을 후려쳤다.서아는 가로등 아래에서 휴대전화 메모장을 열었다.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첫 글자를 두 번이나 지웠다.1. 도진 씨에게 전부 말한다. 2. 경찰이나 변호사에게 도움을 청한다. 3. 이안을 다시 설득한다. 4. 돈이나 계약으로 끊는다. 5. 모르는 척 버틴다.다섯 줄을 적고 나니 오히려 숨이 막혔다.도진에게 말하는 순간 결혼 생활 전체가 심판대 위에 오른다. 경찰에 가면 갤러리와 작품, 문자와 사진, 자신이 숨긴 관계까지 설명해야 할 수 있다. 이안을 설득하는 건 이미 실패했다. 돈을 건네면 협박의 증거가 아니라 거래의 증거가 될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이안이 먼저 움직인다.마지막 선택지가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위험했다.서아는 다섯 번째 줄을 지웠다.그리고 한참 뒤 첫 번째 줄도 지웠다.남은 세 줄을 바라보다가 결국 메모 전체를 닫았다."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목소리가 갈라졌다.골목 저편에서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갔다. 헤드라이트가 스치자 서아는 반사적으로 얼굴을 돌렸다. 누군가 자신을 알아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그녀는 담벼락 쪽으로 더 몸을 붙였다.그 순간 처음으로 한 단어가 떠올랐다.변호사

  • 아내가 바람난 날, 내 슬럼프가 끝났다   165화 파국의 조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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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가 바람난 날, 내 슬럼프가 끝났다   163화 추락한 백조의 애원(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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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가 바람난 날, 내 슬럼프가 끝났다   162화 추락한 백조의 애원(3)

    서아는 구두 굽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성큼성큼 다가가 이안의 어깨를 붙잡아 억지로 돌려세웠다."이안! 내 말 안 들어?! 똑바로 내 눈 보고 말하라고!"이안은 붓을 멈추고 귀찮다는 듯 서아의 손을 가볍게 뿌리쳤다. 그리고는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매캐한 회색 연기가 두 사람 사이의 공기를 흐리며 시야를 답답하게 가로막았다."왔어? 생각보다 빨리 왔네. 차 막히는 시간인데 샛길로 잘 찾아왔나 봐.""시치미 떼지 마. 이사회에 CCTV 캡처본과 문자 일부를 넘긴 거 너지?! 나를 완전히 사회적으로 고립시켜서 네 장난감으로 만들려고 일부러 터뜨린 거잖아!"서아의 눈이 핏발로 가득 차 번들거렸다. 목소리는 분노와 공포로 갈라져 가늘게 떨렸다. 이안은 가소롭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며 담배를 바닥에 던져 구두 굽으로 비벼 껐다. 바닥에 검은 그을음과 담배 재가 새로 추가되었다."그래. 내가 넘겼어."이안은 조금도 미안해하지 않은 채 인정했다."누나가 끝까지 갤러리랑 그 잘난 체면 뒤에 숨으려고 했잖아. 그 성벽이 무너지면 더는 나를 버리고 돌아갈 곳이 없을 테니까. 그래서 누나가 내 작업실을 드나든 CCTV 캡처본이랑 우리가 주고받은 문자 일부를 이사회에 던진 거야.""이 미친 새끼…… 나를 완전히 사회적으로 고립시켜서 네 손아귀에 쥐려고?"서아가 이안의 멱살을 잡으려 다시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안은 가볍게 그녀의 두 손목을 낚아채며 비릿하게 웃었다."이제야 알아듣네. 진실을 전부 증명할 필요도 없었어. 원본이 없더라도 누나가 겁먹고 무너지는 모습만 만들면 충분했으니까. 누나는 이제 그 가짜 왕국으로 돌아갈 수 없어. 돌아갈 곳은 여기뿐이야.""닥쳐! 그래도 도진 씨에게만은 절대 알릴 수 없어.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해 주는 내 남편이야. 날 위해 평생을 헌신했어!""고결? 사랑? 평생의 헌신? 푸하하!"이안이 배를 잡고 크게 웃어 젖혔다. 그 날것의 웃음소리가 지하실 벽을 타고 기괴하게 반사되어 서아의 고막을 잔인하게 찔렀다. 비웃음

  • 아내가 바람난 날, 내 슬럼프가 끝났다   161화 추락한 백조의 애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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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가 바람난 날, 내 슬럼프가 끝났다   제7화 불협화음의 침입자(1)

    제7화 불협화음의 침입자(1)오후 2시 30분.서아는 책상 위에 놓인 탁상시계를 차가운 눈으로 응시했다. 시곗바늘이 초 단위로 움직이는 소리가 유독 거슬렸다.약속 시간은 오후 2시 정각이었다.서아의 사전에서 '지각'이란 허용되지 않는 단어였다. 갤러리 아르테의 수석 큐레이터인 그녀와의 미팅을 위해 내로라하는 작가들도 30분 전부터 로비에서 대기하는 것이 당연한 관례였다.그런데 이름 없는 무명 작가, 이안이라는 남자는 무려 30분이나 약속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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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가 바람난 날, 내 슬럼프가 끝났다   제1화 완벽한 식탁의 조건(1)

    제1화 완벽한 식탁의 조건(1)오전 6시 50분.정확히 조율된 스위스제 벽시계의 초침이 서늘한 거실의 공기를 갈랐다.서아는 눈을 떴다. 암막 커튼 사이로 스며든 미세한 아침 햇살이 정돈된 침대 위에 일정한 선을 그리고 있었다. 옆자리는 이미 비어 있었다. 시트에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김도진은 언제나 자신보다 20분 먼저 일어났고, 그가 머물던 자리는 마치 아무도 눕지 않았던 것처럼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었다.서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크 가운의 끈을 단정하게 묶고 욕실로 향했다. 거울 속의 얼굴은 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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