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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 벽장 안의 열두 살

مؤلف: moominkiller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7-19 20:17:50

그 밤 이야기를, 혈비는 아우에게만 했다.

대전도 곁방도 아닌, 온천 마당의 바위에 나란히 앉아서였다. 더운돌 영감이 말없이 등롱 하나를 걸어 주고 절뚝이며 물러갔다. 김 오르는 물소리가 남의 귀를 대신 막아 주는 자리였다.

"편지의 그 두 줄 말이다. 벽장과 강보."

언니는 김 너머 어둠을 보며 시작했다.

"벽장에 숨은 것은 맞다. 한데 편지가 안 쓴 것이 있다. 나는 — 벽장 문틈으로 다 보았다."

운설은 아무 말도 보태지 않았다. 언니가 이 문을 여는 데 십팔 년이 걸렸다. 문을 여는 사람의 속도를 듣는 사람이 정하는 법이 아니었다. 의녀의 일과 같았다. 상처를 씻을 때는 상처의 결을 따라간다.

열두 살의 밤이 십팔 년 만에 열렸다.

"자정께 어머니가 나를 깨웠다. 아무것도 묻지 말라 하셨다. 벽장에 넣고, 이불을 덮고, 문틈만 한 뼘 남기고 — 그러고는 아기를 쌌다. 강보에. 수놓던 천을 반으로 잘라 함께 넣으시더라. 가위가 없어서 — 수틀 곁의 작은 칼로."

칼로 자른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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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292화 — 문을 나누는 법

    백 번째 사람의 장부는 비어 있었다.이름도 나이도 얼굴 생김새도 없었다. 북쪽 길 어디에 있는지조차 적혀 있지 않았다.첫 장에 붉은 실 한 올과 검은 말총 세 가닥이 붙어 있었다.“하란주 표식이에요.”아련이 말했다.흑마장에서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여자를 붉은 실로, 급히 옮겨야 할 사람을 검은 말총으로 표시했다. 세 가닥은 사흘 안에 답을 달라는 뜻이었다.다른 문들의 편지도 함께 왔다.남궁완은 구휼창 곡식독 하나를 늘 비워 두겠다고 했다. 비었다는 뜻이 아니라, 예고 없이 온 사람 몫을 먼저 떼어 놓는 독이었다. 한겸은 관청마다 삼증입호 조항을 인정하는 정도가 다르다며 붉은 먹으로 위험한 관문을 표시했다.백지장은 물에 젖어도 번지지 않는 장부 열 권을 보냈다. 첫 장마다 류단의 글씨가 있었다.이 종이는 사람을 묶는 데 쓰지 않는다.운설은 같은 문양이나 이름 없이도 문들이 서로 알아보는 모습을 보았다. 왕가 봉인 하나보다 느리고 서툴렀지만, 어느 한 손이 모두 거둘 수 없는 약속이었다.운설이 장부를 펼치자 마른 풀잎과 작은 약봉지가 나왔다. 풀잎은 북쪽 습지에서 나는 수련초였고, 약봉지에서는 오래된 피 냄새가 났다.임신한 여인. 계속되는 기침. 밤마다 열. 관문을 건널 호적 없음.“이름을 숨긴 게 아니라 모르는 것 같아요.”묘선이 말했다.장부 끝에는 흑마장, 백지장, 구휼창의 서로 다른 표지가 찍혀 있었다. 어느 문이 사람을 데려갈지 결정하지 못해 세 곳 모두 운설에게 보낸 것이었다.“문을 나눴더니 책임도 나뉘었군.”선우현이 장부를 덮었다.“좋지 않은 건가요?”“아무도 결정하지 않으면.”운설은 세 표지 사이에 길 하나를 그었다.흑마장은 말을 내고, 백지장은 임시 장부를 만들고, 구휼창은 겨울 곡식을 댈 수 있었다. 환자를 맡을 의원만 없었다.연도하는 북관으로 떠나기 전 약방에 들렀다. 상처는 아물었으나 오른손 끝은 여전히 떨렸다.“북관 문서는 끝나지 않았어요?”“세 가문이 청원을 거두었지만 폐인수를 내준 자는 남았소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291화 — 아홉째 문

    두 번째 문은 백지장에 생겼다.류단이 만든 현판에는 숫자도 달도 없었다. 젖은 종이 한 장 가운데 검은 문고리만 찍혀 있었다.“아홉째 문이라고 쓰지 않았네요.”아련이 서운한 얼굴로 물었다.“아홉째라고 쓰면 열째는 우리 다음이 되잖아.”유경이 굽은 손가락으로 현판을 눌렀다.“우리 허락을 받아야 문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느티나무 객주에서 온 사람들은 잠시 말이 없었다. 이름을 돌려주는 일조차 새 주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백지장 사람들이 먼저 알아보았다.운설은 길을 오지 않았다. 출혈 뒤 한 달 동안 먼 이동을 금한다는 방산파의 말에 따라 백로진에 남았다. 대신 그녀가 쓴 편지를 선우현이 읽었다.모든 문은 자기 장부의 주인이다. 다른 문은 증인이 될 수 있으나 허락하는 자가 되지 않는다.허담은 멀리 떨어진 작업대에서 종이를 떴다. 지운 이름을 다 되쓰기 전에는 회의에 앉지 않겠다고 스스로 정했다.라하가 새 규칙을 받아 적었다.첫째, 들어온 사람에게 이름부터 요구하지 않는다.둘째, 머문 값을 몸이나 노동으로 갚게 하지 않는다.셋째, 몸·생활·길의 증인은 한 문 안에서 모두 세우지 않는다.넷째, 아이와 태중의 사람은 보호받되 보호자의 소유로 기록하지 않는다.류단이 넷째 줄에서 붓을 멈췄다.“태중 사람은 어떻게 수결해요?”“못 하지.”라하가 답했다.“그럼 그 사람 몫은 빈칸으로 두면 돼요.”유경이 말했다.라하는 태중 호적에서 자기가 채웠던 빈 네모를 떠올렸다. 이번에는 빈칸 옆에 작은 점만 찍었다.당사자가 답할 때까지 기다림.백지장 사람들은 현판을 걸기 전 문부터 고쳤다. 밖에서는 밀 수 있고 안에서는 가벼운 빗장 하나로 잠글 수 있게 했다. 창은 어른 어깨보다 낮게 내어 아이도 밖을 볼 수 있었다.“문은 열려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정필이 물었다.류단이 제 손목의 죽을 사 자국을 문질렀다.“안에서 잠글 수 있어야 내가 여는 거예요.”그 말까지 규칙 다섯째가 되었다.여섯째 규칙은 정필이 냈다.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290화 — 달을 접는 날

    운설은 아이에게 바로 답하지 못했다.왕이 없으면 모두가 지킨다는 말은 아름다웠으나, 모두는 자주 아무도 아니었다. 피난민은 이미 그런 말을 믿고 버려진 적이 있었다.“한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여러 문이 지키게 할 거야.”“여덟째 문 같은 거요?”“응. 한 문이 닫히면 다음 문으로 갈 수 있게.”여자아이는 종이학의 다른 날개에도 문을 그렸다.혈비가 그 모습을 보며 칼을 집어 들었다. 사람들의 몸이 굳었으나 그녀는 칼날을 태중 호적 사본 아래에 넣었다.“몇 장이라 했지?”“일흔두 장입니다.”라하가 답했다.“찾은 것은?”“예순여덟 장입니다.”“나머지 넷은 남아 칼이 되겠군.”혈비는 사본을 반으로 갈랐다. 운설의 첫발 도장이 잘려 나가고 빈 네모가 접혔다.사람들은 가져온 사본을 직접 찢었다. 불에 던지는 이는 없었다. 타는 종이 연기가 다시 토벌 봉화로 오해받을 수 있었다. 조각은 물에 불려 글자를 지운 뒤 새 증언지의 종이죽으로 쓰기로 했다.원본 한 장과 가죽판은 남겼다.혈비는 남은 사본 넷의 행방을 계보 끝장에 적었다. 하나는 북관 관청, 하나는 세 가문 가운데 노씨 집, 둘은 행방을 알 수 없었다.“찾아 태우실 겁니까?”현승이 물었다.“찾아 가져오되 든 사람을 먼저 벨 생각은 없다.”운설이 언니를 보았다.“왜요?”“네 남편이 살아 있는 증거를 모으는 꼴을 보았다. 꽤 쓸모 있더군.”선우현은 칭찬을 받은 얼굴로 보이지 않았다. 연도하만 웃었다.“검신의 새 무공이 장부라니 강호가 두려워하겠소.”“그대 이름부터 첫 장에 쓰지.”“나는 이미 빚 장부가 많소.”그 짧은 다툼 사이 피난민들의 굳은 어깨가 조금 풀렸다.“왜 이것은 안 없애요?”아련이 물었다.“없었던 일로 만들면 다음 사람이 또 첫 번째가 되니까.”운설이 말했다.아련은 증거 상자에 제목을 붙였다.태어나지 않은 사람에게 먼저 이름을 붙인 일.현승은 북관에 보낼 공문을 썼다. 태중 아이는 어떤 직위도 받지 않았고, 폐인수가 찍힌 고발장은 효력이 없다는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289화 — 언니의 자리

    혈비는 운설 앞에서만 칼을 내려놓았다.칼끝이 마루에 닿으며 가는 흠을 냈다. 운설은 언니의 손등에 새로 생긴 상처부터 보았다.“편지는 못 받았어?”“받았다.”“답은 피리로 하고요?”“글로 쓰면 네가 또 오래 들여다볼 테니까.”혈비의 시선이 운설의 배로 내려갔다. 오래 머물렀으나 손을 뻗지는 않았다.“만져 볼래요?”운설이 물었다.혈비는 고개를 저었다.“아직 나를 모른다.”“알면요?”“그때도 아이에게 묻지.”언니의 대답에 운설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가장 오래 복수만 말하던 사람이 아직 말 못 하는 아이의 허락을 기다리고 있었다.혈비는 구멍 없는 피리집을 운설 무릎에 놓았다. 피리집 안에는 눈 녹은 물에 씻은 작은 돌 하나가 있었다.“어머니 무덤 곁에서 가져왔다.”“거기 다녀왔어요?”“왕이 되지 않겠다는 말을 먼저 하고 왔다.”혈비의 머리끝에 북쪽 먼지가 남아 있었다. 그녀도 이 자리까지 쉬지 않고 온 사람이었다.“피를 보았다며.”“이제 멎었어요.”“아이 때문에?”“사람들 때문에요. 그리고 제가 쉬지 않아서.”혈비는 라하를 돌아보았다.“계보지기는 왕의 숨보다 먼저 붓을 멈추는 사람이다. 너는 멈추지 않았구나.”라하가 무릎을 꿇었다.“유민에게 돌아갈 땅이 필요했습니다.”“그래서 내 조카를 땅에 박을 말뚝으로 썼느냐.”칼이 마루 위에서 한 치 움직였다.운설이 언니의 손목을 잡았다. 내공을 놓은 손은 혈비를 막을 힘이 없었다. 혈비는 그 약한 손 앞에서 칼을 멈췄다.“베지 마요.”“네가 피를 보았어.”“라하의 딸도 피를 봤어요.”“그래서 같은 일을 해도 된다는 말이냐?”“살아서 자기가 한 일을 고치게 하자는 말이에요.”혈비는 라하를 오래 내려다보았다. 칼을 거두지는 않았으나 더 움직이지도 않았다.그녀가 가져온 계보는 왕비가 마지막으로 고친 원본이었다. 첫 장에는 혈비의 본명, 둘째 장에는 설야가 적혀 있었다. 그 뒤의 종이는 모두 비어 있었다.“삭월의 법대로라면 왕통을 정할 사람은 나다.”피난민들이 숨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288화 — 아이를 숨기는 법

    운설은 일어나지 않았다.무릎 꿇은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높이에 서고 싶지 않았다.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그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때까지 기다렸다.“절은 받지 않겠습니다.”맨 앞의 노인이 이마를 땅에 댄 채 말했다.“우리 아이들이 묻힐 땅만 돌려주십시오.”“그 일에는 증인이 되겠습니다.”“소주께서 계셔야 관청이 듣습니다.”운설은 배 위에 손을 올렸다. 가리려는 손처럼 보이지 않도록 손가락을 펴 놓았다.“이 아이는 여기 있습니다. 숨기지 않겠습니다. 그렇다고 여러분 앞에 세울 수도 없습니다.”“태어나면 한 번만 얼굴을 보여 주십시오.”“태어나면 그때 아이에게 물으세요.”마당에 낮은 탄식이 흘렀다.라하가 앞으로 나왔다. 먹빛 고리가 새겨진 엄지로 태중 호적을 눌렀다.“제가 첫발 도장을 훔쳐 수결로 만들었습니다.”그녀는 판각 장인에게 옛 장부를 내밀었고, 세 가문이 준 은전으로 일흔두 장을 만들었다고 증언했다. 세 가문은 한 장을 받자마자 북관 관청에 역모 청원을 넣었다.“그들이 돈을 댄 줄 알았습니까?”한겸의 대리인이 물었다.“중간 상인이 유민이라 했습니다.”“확인하지 않았고요?”“빨리 돌아가고 싶었습니다.”라하는 변명 뒤에 숨지 않았다.판각 장인이 무릎을 꿇었다. 그는 손가락 두 개가 잘린 노인이었다. 왕가 도장을 다시 새기면 손가락을 돌려주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했다.그가 가져온 도구함에는 같은 크기의 빈 인판이 여섯 개 더 있었다. 왕가 봉인, 유민 대표, 죽은 촌장의 수결까지 필요에 따라 새길 준비였다.“한 장부로 양쪽에서 돈을 받았군요.”현승이 말했다.“처음에는 라하 어른 부탁만 받았습니다. 세 가문 사람이 찾아온 뒤에는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돈은 받았고요?”“받았습니다.”“협박받은 일과 돈 받은 일을 둘 다 적겠습니다.”아련이 말했다.장인은 잘린 손을 감추지 않고 장부 위에 올렸다. 피해 입은 몸이 자기가 한 선택을 지워 주지는 않았다. 라하는 그의 옆에 앉아 돈을 건넨 날짜와 장소를 하나씩 보탰다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287화 — 돌아온 두 푼

    운설은 해가 중천에 오른 뒤 눈을 떴다.선우현의 손이 제 손 아래 깔려 있었다. 침상 옆에 엎드려 잠든 얼굴은 밤새 몇 해를 더 산 사람 같았다.그녀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선우현이 바로 눈을 떴다.“피는요?”“멎었소.”“아이는.”“같은 자리.”두 사람이 동시에 방산파의 말을 흉내 냈다. 웃음이 났다가 금세 목 안에서 젖었다.문밖에는 말린 신맛 열매 냄새가 났다.연도하가 빈 바구니를 무릎에 놓고 앉아 있었다. 오는 길에 열매를 다 먹은 얼굴은 아니었다. 바구니 밑에는 피 묻은 붕대가 한 겹 깔려 있었다.“환자가 왔군요.”운설이 말했다.“누워 있는 의원에게 진료받는 취미가 있소.”“손 줘요.”연도하가 침상에서 두 걸음 떨어진 자리에 앉아 오른손을 내밀었다.그는 오는 길에 챙긴 것들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덜 말린 신맛 열매, 북쪽 무덤 흙 한 줌, 하란주가 보낸 검은 말총, 그리고 두 푼짜리 패였다.“이건 왜 또 가져왔어요?”“아이 몫 이자를 받으러.”“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어요.”“그러니 도망가지 못할 때 받아야지.”선우현이 두 푼 패를 집어 창밖으로 던지려 했다. 연도하가 다친 몸으로도 먼저 낚아챘다.“그대 아이에게 빚을 물리지 않겠다더니.”“받을지 고를 때까지 내가 보관하는 것이오.”“그것을 왜 그대가 고르나.”운설이 손을 내밀자 두 남자가 동시에 패를 놓았다. 그녀는 탁자 위 빈 이름 장부 옆에 두었다.“아이가 글을 읽을 때까지 여기 둬요. 그 전에 두 분이 없애면 둘 다 장부에 쓸 거예요.”“무엇이라.”“아이 물건을 먼저 다툰 사람.”두 남자는 더 손대지 않았다.운설은 그의 손목을 짚었다. 세 밤을 달린 맥이 거칠었다. 갈라진 단전에서 오른 열이 팔꿈치까지 차 있었다.“또 무리했어요.”“그대가 피를 보았다는 전서보다 늦게 오고 싶지 않았소.”선우현의 시선이 두 사람의 손 사이에 머물렀다.연도하는 피하지 않았다.“질투할 때가 아니라고 말할 생각은 마시오. 그대는 그럴 때도 질투하는 사람이니.”“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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