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델은 예복사와 하녀들을 물린 뒤, 봉인된 검은 서신을 내밀었다. 이사벨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녀는 은근슬쩍 곁으로 다가와 서신의 내용을 엿보려 했다.엘라엔은 서신을 받아들었지만 바로 열지 않았다.“어머니, 이건 전하와 저만의 비밀스러운 대화가 될 것 같아요. 잠시 자리를 비워주시겠어요?”이사벨라의 미간이 좁혀졌다.감히 자신을 물러나게 하다니.하지만 그녀는 금세 우아한 미소를 회복했다.“물론. 황자 전하와의 애틋한 대화를 방해할 생각은 없단다. 하지만, 엘라엔. 비밀이 많아지면 그만큼 짊어져야 할 무게도 늘어난다는 걸 잊지 말거라.”이사벨라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떴다. 문이 닫히고 엘라엔은 긴장을 풀며 서신을 뜯었다. 그 안에는 짧은 글자가 적혀 있었다.[북부의 베른 성에 반란의 기운이 감지되었습니다.영애, 당신의 판단이 궁금하군.]엘라엔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촛불 위로 르세인의 서신을 가져다 댔다. 검은 종이는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이며 재가 되어 흩어졌다.그 광경을 지켜보는 엘라엔의 눈동자는 불꽃보다 더 뜨겁게 가라앉았다.르세인은 엘라엔이 베르제 대공의 정보망을 손에 넣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제국의 반란 진압이라는 공적인 무대 위로 끌어올릴 셈이었다.‘나를 시험하겠다….’베른 성의 정보를 제공하고 반란군을 숙청하는데 기여한다면 자신은 명실상부한 르세인의 사람이 된다. 하지만 반대로 정보가 틀리거나 혹은 주저한다면 르세인은 가차 없이 자신을 불량품으로 판명하고 폐기하겠지.방을 나가기 전, 엘라엔은 굳게 닫힌 문 너머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기척을 놓치지 않았다. 이사벨라였다. 그녀는 가버린 척하며 문밖에서 엘라엔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엘라엔은 보란 듯이 거울 앞에 다시 앉아 우아한 영애의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마리, 전하께서 백금사가 어떻겠냐고 물으시네. 역시 어머니의 안목은 탁월하셔. 내일 아침 조찬 때 어머니께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겠어.”문밖의 기척이 그제야 멀어졌다. 이사벨라는 엘라엔이
Terakhir Diperbarui : 2026-07-18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