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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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화. 시간의 흐름, 훌쩍 자란 아이들 · 괴물 신인의 등장(1)

 인류의 새로운 낙원이라 불리는 스텔라 시티가 바다 위에 닻을 내린 지도, 어느덧 5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흘러 있었다.하지만 세상의 모든 자본과 천재들이 모여든 이 거대한 인공 도시는, 시간의 흐름이 무색할 만큼 여전히 완벽하고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그중에서도 도시의 정중앙에 위치한 150층짜리 다이아몬드 메인 타워.타워의 최상층을 통째로 숲과 정원으로 개조한 스텔라 시티의 가장 깊숙한 성역에서, 아주 요란하고도 경쾌한 파열음이 정적을 깨뜨렸다.철퍼덕-!"아, 진짜! 색감이 왜 이렇게 탁하게 나오는 거야!"푸른 잔디밭 한가운데 세워진 거대한 캔버스 앞.얼굴과 작업용 앞치마에 온통 원색의 물감을 뒤집어쓴 열 살짜리 소년이 짜증 섞인 탄성을 내질렀다."이건 내가 원하는 완벽한 파괴와 창조의 미학이 아니라고!"그는 스텔라 시티의 지배자인 차태경과 서연우의 막내아들, 차은우였다.부모의 우월한 유전자만을 쏙 빼닮아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주위의 시선을 홀리는 천사 같은 외모를 가졌지만.그 속내만큼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예술적 광기와 천방지축의 기질로 똘똘 뭉친, 그야말로 통제 불능의 10대 소년이었다."차은우. 아침부터 정원 잔디밭에 물감 다 튀게 할래?"그때, 잔디밭을 가로지르는 하얀 대리석 길 위로 아주 우아하고도 서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엄마가 아끼는 장미꽃잎에 페인트 한 방울이라도 튀는 날에는, 네 방에 있는 그 시끄러운 오디오 스피커들 모조리 바다에 던져버릴 줄 알아."또각, 또각.완벽하게 재단된 옅은 베이지색 투피스를 입고 걸어오는 소녀.이제 막 1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유럽 사교계의 귀부인들을 압도하고도 남을 만큼 눈부신 기품을 뿜어내는 아름다운 숙녀, 차시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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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화. 시간의 흐름, 훌쩍 자란 아이들 · 괴물 신인의 등장(2)

 연우의 곁에 앉은 차태경이, 아주 오만하고도 뻔뻔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그녀의 어깨를 단단하게 감싸 안았다.도윤이 성인이 되고 시아도 어느덧 훌쩍 자라 막내가 열 살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향한 차태경의 그 지독한 독점욕과 맹목적인 순애보는 단 1밀리미터도 닳지 않은 채 여전했다."말은 똑바로 하죠. 저 무자비한 성격들은 당신을 닮은 게 맞지만, 상황을 통제하고 주도하는 그 영악한 머리는 전부 나를 닮은 거니까."연우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태경의 넥타이를 가볍게 쥐어 당겼다."특히 우리 도윤이 좀 봐요. 방금 동생 계좌를 마이너스로 돌려버리고 짓는 저 서늘한 표정. 스텔라 인베스트먼트의 실무를 줘도 당장 수조 원을 굴려 낼 만큼 징그럽게 완벽하게 컸잖아요.""하긴, 저 녀석이 보여주는 폭군 같은 기질은 내 10대 시절을 보는 것 같아 아주 마음에 듭니다."태경이 짐승 같은 실소를 흘리며 도윤을 바라보았다."하지만 내 골치를 썩이는 건 저 천방지축 막내 놈과, 갈수록 당신을 빼다 박아 치명적으로 아름다워지는 우리 딸입니다. 벌써부터 시아를 힐끔거리는 벌레 같은 놈들이 한둘이 아니란 말입니다."태경이 시아를 언급하며 험악하게 미간을 좁혔다."내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어떤 새끼도 내 딸의 손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모조리 찢어발겨 놓을 작정입니다.""정말이지, 아들 앞에서는 폭군이면서 딸 앞에서는 꼼짝도 못 하는 그 지독한 성격 좀 고쳐요."연우가 기가 막힌다는 듯 맑은 폭소를 터뜨리며 태경의 단단한 가슴에 고개를 기대었다.지난 10년이라는 세월.그중 스텔라 시티가 완공된 뒤 5년 동안, 이 완벽한 다이아몬드 타워 안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은 연우의 인생에서 가장 눈부시고 따뜻한 구원의 날들이었다.도윤은 이제 세상을 발밑에 둘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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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화. 시간의 흐름, 훌쩍 자란 아이들 · 괴물 신인의 등장(3)

 강 상무가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구역질 나는 무능함의 카르텔을 벽석에 선 채 지켜보던 도윤이, 기어이 참지 못하고 짧은 헛숨을 들이켰다.이 거대한 제국을 세우기 위해, 자신의 어머니가 얼마나 치열하게 피를 말리며 자본을 굴렸던가.자신의 아버지가 얼마나 무자비하게 적들의 숨통을 끊어내며 이 성벽을 지켜냈던가.그런데 고작 이런 기생충 같은 놈들이 태성의 자본을 물 쓰듯 낭비하려 들다니."상무님."도윤의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대회의실의 평화로운 공기를 단숨에 찢어발겼다."그 기획안, 당장 쓰레기통에 처박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뭐, 뭐야? 저 신입은."강 상무가 불쾌하다는 듯 미간을 팍 구겼다.최 부장이 사색이 되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차 사원! 당장 안 나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최 부장님께서 작성하신 이 기획안 3페이지를 보시죠."도윤은 최 부장의 고함을 가볍게 무시하고, 손에 든 스마트 패드를 회의실 메인 스크린과 단숨에 동기화시켜 버렸다.화면에 떠 있던 최 부장의 허술한 기획안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도윤이 작성한 아주 복잡하고도 완벽한 재무 분석표가 띄워졌다."인수 대상인 물류 센터의 표면적인 자산 가치는 500억이지만, 그 이면에는 다크웹을 통해 세탁된 300억 규모의 악성 부채가 숨겨져 있습니다.""……!""또한, 부장님께서 시너지라고 주장하신 스텔라 시티의 해상 물류망은 이미 이틀 전, 제가 속한…… 아니, 스텔라의 시스템이 자동 갱신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라우팅 프로토콜로 변경했습니다. 구형 시스템을 쓰는 이 물류 센터는 인수해 봤자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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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화. 사교계의 군림자, 차시아(1)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글로벌 최상위 귀족들의 자선 갈라 파티.수천 개의 크리스털로 장식된 거대한 샹들리에가 눈부신 황금빛을 쏟아내는 가운데, 유럽 사교계를 주름잡는 각국의 왕족과 재벌들이 화려한 왈츠 선율에 맞춰 샴페인 잔을 부딪치고 있었다.그리고 그 거대하고 사치스러운 홀의 정중앙.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 오직 한 곳을 향해 맹목적으로 쏠려 있었다."마드모아젤 차. 이번 스텔라 시티의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는 정말 경이롭더군요."프랑스의 유력한 공작이 깍듯하게 허리를 굽히며 찬사를 보냈다."과찬이십니다, 공작님. 스텔라의 기술력은 인류의 당연한 진보일 뿐이니까요."짙은 네이비블루 실크 드레스를 입은 열네 살의 소녀가, 아주 유창하고도 기품 있는 프랑스어로 화답했다.태성그룹과 스텔라 시티의 지배자, 서연우와 차태경의 둘째 자녀이자 외동딸인 차시아였다."프랑스어 발음이 파리의 귀족들보다 더 완벽하군요!""감사합니다. 하지만 칭찬은 스페인어로 듣는 것이 더 로맨틱하더군요."시아가 이번에는 곁에 서 있던 스페인 왕실의 왕자를 향해, 아주 매혹적인 억양의 스페인어로 가볍게 농담을 던졌다.왕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오르며 황급히 헛기침을 했다.프랑스어, 스페인어, 영어, 독일어, 그리고 중국어까지.시아는 자신을 둘러싼 각국의 거물들을 상대로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그들의 혼을 완벽하게 쏙 빼놓고 있었다.열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가 무색할 만큼 압도적인 카리스마.투명하고 서늘한 눈동자와, 붉은 입술 끝에 걸린 오만하고도 우아한 미소는 그녀의 어머니인 얼음 여왕 서연우의 10대 시절을 소름 돋도록 완벽하게 재현해 내고 있었다."어머나, 저기 보세요. 차시아 양의 미소 한 번에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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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화. 사교계의 군림자, 차시아(2)

 막시밀리안의 얼굴에 걸려 있던 오만한 미소가 일순간 굳어버렸다."제가 잘못 알았나요?"시아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어머니 서연우를 빼다 박은 그 무자비하고도 우아한 팩트 폭격을 시작했다."지난 3분기, 귀 가문의 럭셔리 유통망 누적 영업 적자가 무려 4억 유로를 돌파했죠. 무리한 문어발식 확장과 방만한 경영 탓에 핵심 백화점 세 곳의 소유권은 이미 채권단에 넘어간 지 오래고요.""너, 네가 감히 무슨 헛소리를……!""헛소리라뇨. 어제 아침, 스텔라 인베스트먼트 유럽 지사로 긴급 구제 금융을 요청하는 구차한 이메일을 보낸 사람이 바로 당신의 아버지, 폰 에르만 백작 아니었나요?"시아의 서늘한 목소리가 베르사유 궁전의 샹들리에 빛보다 더 예리하게 막시밀리안의 심장을 푹푹 쑤시고 들어갔다."이런."시아가 아주 안타깝다는 듯 하얀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가볍게 실소를 터뜨렸다."지금 그쪽 표정을 보아하니, 후계자이면서도 자기 가문의 회사가 오늘내일하며 박살 나고 있다는 사실조차 전혀 모르고 파티장에 샴페인이나 마시러 기어 나온 모양이네요.""이, 이 건방진……! 입 닥치지 못해?!"막시밀리안의 얼굴이 토마토처럼 붉게 달아올랐다.그가 이성을 잃고 샴페인 잔을 든 손을 치켜들며 시아를 향해 다가가려던 찰나였다."한 발자국만 더 다가오면, 내일 아침 유럽의 모든 언론 1면에 당신 가문의 파산 선고 기사가 도배될 겁니다."시아의 칠흑 같은 동공에서, 아버지 차태경을 연상시키는 지독하고도 맹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내일 아침 내가 어머니께 전화 한 통만 걸어서 그 구제 금융 요청 메일을 휴지통에 처박아버리라고 말씀드리면."시아가 막시밀리안의 덜덜 떨리는 눈동자를 똑바로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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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화. 아빠와 오빠의 살벌한 뒷조사(1)

 스텔라 시티 최상층, 정원 저택의 거대한 로비.최고급 대리석이 깔린 로비 한가운데에, 마치 유명 식물원을 방불케 할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꽃다발과 선물 상자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프랑스 바카라 크리스털 화병에 담긴 희귀한 푸른 장미부터, 스위스 장인이 수제작한 초콜릿 박스, 심지어는 보석이 박힌 에르메스 켈리백까지.전 세계 사교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열네 살의 군림자, 차시아를 향해 각국의 왕족과 재벌 2세들이 앞다투어 쏟아낸 구애의 공세였다.빠직.산더미 같은 꽃다발 앞에서, 아주 불길하고도 서늘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이 쓰레기 다발들은 대체 뭡니까."차태경이 푸른 장미 한 송이의 줄기를 맨손으로 꺾어버리며 짐승처럼 낮게 으르렁거렸다.그의 칠흑 같은 동공은 당장이라도 눈앞의 꽃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릴 듯한 맹렬한 살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어제 파리에서 열린 자선 파티 직후, 유럽 전역에서 전용기를 통해 배달된 물품들입니다."곁에 선 스무 살의 차도윤이, 손에 든 스마트 패드를 서늘하게 두드리며 보고했다.아버지를 쏙 빼닮은 서늘한 눈매 너머로, 도윤의 투명한 눈동자 역시 섭씨 영하로 얼어붙은 지 오래였다."감히 내 딸에게 이딴 싸구려 잡초 따위를 들이밀며 수작을 걸어?"태경의 턱관절이 부서질 듯 꽉 맞물렸다."어떤 간 큰 새끼들이 우리 공주님을 넘보려 드는지, 당장 모조리 색출해.""이미 전 세계 항공 배송망을 해킹해 발신자 추적을 완료했습니다. 짐작대로 파리 사교계에 참석했던 놈들입니다."도윤이 안경테를 가볍게 치켜올리며, 아주 건조하고도 자비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버지. 서재로 가시죠. 방역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당장 앞장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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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화. 아빠와 오빠의 살벌한 뒷조사(2)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제 여동생의 안전과 완벽한 안구를 위해, 3대가 아니라 4대까지 털어버리겠습니다."도윤 역시 안경테를 밀어 올리며 아버지의 광기에 완벽하게 동조했다.세상 그 어떤 정보 기관보다 치밀하고 폭력적인, 살벌한 시스콤과 딸바보 듀오의 완벽한 콤비 플레이였다.달칵.그때, 굳게 닫혀 있던 서재 문이 부드럽게 열리며 서연우가 찻잔을 든 채 우아한 걸음으로 들어섰다."당신들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죠?"연우가 홀로그램 스크린을 가득 채운 전 세계 10대 소년들의 신상 정보와 범죄 기록들을 보며, 기가 막힌다는 듯 맑은 실소를 터뜨렸다."어디 적국에 핵미사일이라도 쏘려는 줄 알았네. 고작 시아한테 꽃다발 좀 보낸 어린애들 뒷조사를 하려고, 태성의 비자금 추적 시스템과 스텔라의 딥웹 해킹망을 총동원한 거예요?""어린애들이라니요, 연우야."태경이 화면을 가리키며 짐승처럼 낮게 으르렁거렸다."이놈들은 겉모습만 번지르르할 뿐, 속은 완벽하게 썩어 문드러진 쓰레기들입니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런 시궁창 쥐새끼들이 우리 공주님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게 만들 겁니다!""여동생을 보호하는 건 오빠로서 당연한 의무입니다, 어머니."도윤마저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아주 건조하고도 확고하게 덧붙였다."어휴, 정말. 이 집안의 지독한 과보호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약도 없네요."연우가 피곤하다는 듯 이마를 짚으면서도, 붉은 입술 끝으로는 어쩔 수 없는 나른한 눈웃음을 흘렸다.그때였다."아빠! 오빠! 여기서 뭐 해?"서재 문밖에서 또각거리는 경쾌한 구두 소리와 함께, 차시아가 들어왔다.시아의 손에는 아까 로비에 쌓여 있던 푸른 장미 다발 중 하나가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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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화. 막내 은우의 엉뚱한 천재성 · 구세대 재벌의 오판(1)

 스텔라 시티 메인 타워 최상층, 차태경의 프라이빗 서재.벽면을 가득 채운 초대형 홀로그램 스크린을 통해, 뉴욕 미술계의 심장이라 불리는 글로벌 경매장의 열기가 실시간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현재 호가, 2천만 달러! 두바이의 석유 재벌 측에서 2천만 달러를 불렀습니다!"스크린 속 경매사가 흥분으로 붉어진 얼굴을 하며 소리쳤다.그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은, 단상 위에 올려진 아주 기괴하고도 폭발적인 색감의 대형 팝아트 캔버스였다."김 비서."최고급 마호가니 책상 앞에 앉아 온더록스 잔을 가볍게 흔들던 태경이, 아주 서늘하고도 지루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5천만 달러(한화 약 650억 원)로 올려라.""네, 넷?! 오, 5천만 달러요?!"태블릿으로 대리 입찰을 진행 중이던 김 비서의 입이 떡 벌어졌다."회장님! 아무리 그래도 저건 데뷔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익명 아티스트 '블랭크(Blank)'의 작품입니다! 기성 미술계의 룰을 다 부숴버렸다는 평가는 받지만, 아직 그만한 가치가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가치는 내가 증명한다."태경이 위스키를 한 모금 털어 넣으며 짐승처럼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기존의 낡아빠진 원근법과 배색 따위는 완벽하게 무시하고, 캔버스 위에 물감을 폭탄처럼 터뜨려버린 저 오만방자한 파괴력. 마치 어릴 적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아주 마음에 듭니다."태경의 칠흑 같은 동공이 스크린 속의 그림을 향해 강렬한 소유욕을 번뜩였다."두바이의 졸부 따위가 감히 나와 경합을 벌이려 드는 꼴도 우스우니, 당장 5천만 달러를 꽂아 넣어서 입을 다물게 만들어.""명, 명심하겠습니다!"김 비서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입찰가를 입력하는 순간, 뉴욕의 경매장 안은 걷잡을 수 없는 경악의 도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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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화. 막내 은우의 엉뚱한 천재성 · 구세대 재벌의 오판(2)

 "와! 650억? 아빠가 그거 650억에 샀어?"은우가 그 액수를 듣고는 눈을 반짝이며 제자리에서 폴짝 뛰어올랐다."대박! 갤러리 아저씨가 수수료 떼고 돈 보내준다고 했는데, 그럼 나 엄청 부자 되는 거네? 형아가 내 용돈 카드 정지시킨 거 이자까지 쳐서 다 갚아줄 수 있겠다!"그 천진난만하고도 자본주의적인 막내아들의 환호성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태경이 황급히 헛기침을 하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크흠, 크으흠!"태경이 붉어진 얼굴을 애써 수습하며, 아주 오만하고도 뻔뻔하게 목소리를 깔았다."여, 역시 내 핏줄입니다. 고작 열 살의 나이에 붓질 한 번으로 전 세계 미술계를 완벽하게 기만하고 홀려버리다니!"태경이 은우의 작은 어깨를 꽉 쥐며 짐승 같은 실소를 억지로 짜냈다."당신도 똑똑히 들었겠지만, 이건 단순한 낙서가 아닙니다! 기존의 룰을 완벽하게 파괴한 천재성의 발현이지! 내 아들의 이 위대한 첫 작품을 소장하는 데 650억이 아니라 6천억이라도 아깝지 않소!""그래요, 그래. 당신 말이 다 맞아요."연우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웃음을 참느라 붉은 입술을 매혹적으로 깨물었다."우리 아빠 최고! 650억 쏜 기념으로 나 이따가 아이스크림도 사줘!"은우가 태경의 다리에 매달려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고, 태경은 머쓱함과 대견함이 뒤섞인 기묘한 표정으로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경영과 사교계를 휩쓰는 첫째와 둘째의 서늘한 활약 속에서.어디로 튈지 모르는 막내의 이 엉뚱하고도 치명적인 천재성은, 얼음장 같던 제국의 가족에게 가장 유쾌하고 완벽한 일상의 소음을 선물하고 있었다."김 비서. 당장 갤러리에 연락해서 블랭크의 다음 작품도 내가 독점 입찰하겠다고 전해."태경이 그 와중에도 아들의 다음 낙서를 싹쓸이하겠다는 무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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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화. 막내 은우의 엉뚱한 천재성 · 구세대 재벌의 오판(3)

 박 전무가 도윤의 침묵을 공포로 착각하고는, 더욱 기고만장하게 협박을 이어갔다."그러니 쓸데없는 객기 부리지 말고, 내가 주는 이면 계약서에 당장 사인해. 네가 입찰 평가 기준을 교묘하게 조작해서 우리 명진이 사업권을 따내게 만든다면, 이 서류는 영원히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테니까."태성그룹을 흔들기 위해, 고작 말단 사원 하나를 희생양으로 삼아 그룹의 핵심 프로젝트를 집어삼키겠다는 구시대 재벌의 비열하고도 어설픈 함정."……."방 안에는 숨 막히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도윤은 천천히 손을 뻗어 테이블 위의 서류 봉투를 집어 들었다. 봉투 안에서 꺼낸 조작된 계좌 내역과 자금 세탁 경로를 훑어보는 도윤의 눈빛은, 당황이나 공포와는 거리가 먼, 아주 건조하고도 분석적인 빛을 띠고 있었다."박 전무님."도윤의 붉은 입술 사이로 아주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이 스위스 계좌의 더미(Dummy) 라우팅 IP가 명진그룹 본사 7층의 메인 서버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아십니까.""……뭐, 뭐?""게다가 암호화폐 거래 내역을 조작하기 위해 사용된 해킹 툴은, 5년 전에나 쓰이던 폐기된 오픈 소스 코드군요. 이딴 허접한 데이터로 태성그룹의 보안망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셨습니까."도윤이 서류를 툭, 하고 테이블 위로 다시 떨어뜨렸다. 그의 투명한 눈동자가 안경 너머로 박 전무를 똑바로 응시했다."조작을 하려면 조금 더 성의를 보이셨어야죠. 하품이 나올 지경입니다.""이, 이 건방진 새끼가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나?!"박 전무가 핏대를 세우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조잡하든 말든, 언론에 한 번 터지면 너 같은 고아 새끼 하나 묻어버리는 건 일도 아니야!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태성의 오너 일가 앞에서는 한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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