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가 내가 복도를 걸었다고 주장한 시간대, 병원은 나를 다시 재웠다.박도율이 통화 녹음에서 세아의 목소리를 멈췄다.―수술 끝난 날, 회복실 앞에서.―네가 직접 내 손에 끼워 줬어.“이 장면이 가능하려면 회복실에 있던 시간 안이어야 합니다.”도율이 환자번호 0817-4439의 이동 기록을 열었다.수술실 퇴실 오후 3시 52분.회복실 입실 3시 57분.병실 이동 5시 18분.한 시간 이십일 분.세아는 그사이 내가 걸어서 복도로 나왔고,간호사의 부축을 받았으며, 자기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줬다고 했다.“그런 기록은요?”“회복실 밖으로 이동한 기록은 없습니다.”“기록 없이 나갔을 수도 있잖아요.”“그럴 수 있습니다.”“세아가 전부 지어냈을 수도 있고요.”“그럴 수도 있습니다.”나는 종이를 밀어냈다.“둘 다 가능하다는 말 말고, 확인할 수 있는 걸 보여 줘요.”도율은 투약기록을 띄웠다.같은 날, 같은 환자번호로 진정제가 세 차례 들어갔다.병동에서 한 번.수술실 입실 직전 한 번.회복실에서 한 번.마지막 투여 시각은 오후 4시 06분이었다.“수술 끝난 뒤에 또 투여했네요.”“그렇습니다.”“이유는요?”“기록돼 있지 않습니다.”“불안해서였다고 병원은 말하겠죠.”“그렇게 설명할 가능성이 큽니다.”“내가 불안해했다는 기록도 있어요?”“없습니다.”도율은 약물명과 용량을 따로 적었다.“기억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까?”“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당시 상태를 확정하려면 의료 감정이 필요합니다.”“그 시간에 걷고, 대화하고, 반지를 끼워 주는 것도요?”“같은 답입니다.”답답했지만 그는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았다.나는 수술 전날부터 기억나는 일을 시간순으로 말했다.세아가 건넨 흰 알약.글자가 흐려진 동의서.손가락 사이에 들어온 펜.수술실 문 앞에서 끊긴 장면.다음 기억은 병실 천장이었다.회복실은 없었다.복도도 없었다.세아에게 반지를 끼워 준 순간도 없었다.도율이 세 문장 옆에 적었다.기억 없
Last Updated : 2026-07-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