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한세아.”이연희는 화면에 찍힌 세 글자를 손끝으로 눌렀다. 수술실에서 깨어나자마자 아이를 찾던 자신에게 세아는 ‘네가 동의했잖아’라고 했다. 그런데 병원은 환자 팔찌에 세아의 이름을 달고, 비밀 관리표에는 세아를 보호자로 적어 놓았다. 세아는 환자였다가 보호자였다가, 필요할 때마다 다른 이름표를 달았다. 정작 배를 가르고 아이를 잃은 연희만 어느 칸에도 제대로 남지 않았다. 연희는 그날 병실에서 세아가 들고 있던 두꺼운 서류 봉투를 떠올렸다. 간호사가 무언가를 설명할 때마다 세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연희가 입을 열면 어깨를 눌렀다. 그러고는 마치 자기 일이 끝났다는 듯 봉투를 가방에 넣었다.“변호사님, 얘가 보호자면 제가 싫다고 한 것도 들었겠네요.”도율의 대답은 신중했다.“그 칸만으로 설명을 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연결된 상담 기록이 있는지 확인하죠. 지금 가진 자료는 어디까지나 옛 업무 사본입니다.”연희는 외장 저장장치에 남은 검수용 PDF의 첨부 목록을 살폈다. 자신이 근무하던 시절, 홍보실은 비공개 자료를 전달받으면 어떤 쪽이 대외 배포용인지 표시하는 검수표를 붙였다. 목록 아래 작은 글씨로 ‘상담 경과 발췌’가 적혀 있었다. 오래된 파일에 함께 저장된 미리보기였다. 그녀는 원본을 따로 보존한 뒤 사본에서 그 항목을 열었다.수술 당일 오후. 설명 대상자는 한세아. 환자의 상태와 처치 계획을 안내했다는 문장 다음에 ‘보호자 확인’ 표시가 세 번 반복됐다. 설명 청취, 서류 전달, 처치 전 재확인. 세 항목 옆에는 모두 비슷한 필체의 서명이 있었다. 연희가 고등학교 졸업앨범에 장난으로 받아 놓았던 세아의 사인과 똑같이 마지막 획이 길었다.“한 번 실수로 이름 잘못 적었다고 우기더니, 세 번이나 참 부지런하게 실수했네.”도율은 자료의 증거력을 확인하려면 병원 원본과 작성 경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희는 대답 대신 파일을 지정된 보관 폴더에 복사했다. 세아가 무엇을 들었는지, 의료진이 정확히 무엇을 설명했는지는 아직
Last Updated : 2026-07-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