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너머의 향은 사흘 밤을 내리 탔다. 나흘째 아침, 궁에서 문안 채비의 기별이 왔다.문안 대기전은 여인들의 조정이었다.성수 참례로 입경한 왕비와 명부(命婦)들이 차례를 기다리는 전각. 발 디딜 자리마다 서열이 있고, 앉는 방석의 수가 품계를 말했다. 전각 안은 여인들의 향이 겹겹이라, 숨을 쉴 때마다 다른 집 향이 코를 스쳤다. 사향, 매화향, 용연향. 향으로도 서열이 갈렸다. 온보요의 자리는 서쪽 둘째 줄— 이성왕비의 자리로는 낮고, 죄인의 여식 자리로는 높았다. 자리 하나로 두 가지를 동시에 이르는 배치였다."북강은 춥지요." 곁자리의 군왕비가 부채 너머로 말을 건넸다. "고생이 많으시겠어.""물이 좋아, 지내기 좋습니다.""물이 좋다니, 다행이네." 부채가 접혔다 펴졌다. "사람은 어떻고.""물을 닮았습니다."부채 너머의 눈들이 잠깐 바빠졌다가, 다른 화제로 흘러갔다. 동쪽 첫 줄에서는 누구의 머리꽂이가 진주 몇 알인지가 화제였고, 서쪽 끝줄에서는 부채 뒤의 눈들만 바빴다. 차는 식지 않게 계속 갈렸다. 갈리는 찻잔 수만큼, 말도 갈렸다. 전각 안에는 그런 물음이 방석 수만큼 있었다. 온보요는 반은 웃고 반은 흘리며, 어느 방석이 어느 담장과 이어져 있는지를 지도 삼아 접었다.차가 두 순배 돌았을 때, 상궁 하나가 문갑을 받쳐 들고 왔다."태후마마의 분부시옵니다. 성수 축하연의 서문을 명부들께서 한 문장씩 이어 적는 것이 연례라— 삭왕비마마께서도 한 문장 얹어 주시지요."문갑 위에는 반쯤 채워진 두루마리와 붓이 놓여 있었다. 앞서 적은 명부들의 문장이 갖은 서체로 이어져 있었다. 아름다운 연례였다. 연례라기에는, 두루마리를 받쳐 든 상궁의 눈이 그녀의 손끝에 너무 오래 머물렀다.글씨가 좋으십니다. 규방의 붓이 아깝습니다.북강의 저녁 문안상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전각을 건너 되살아났다. 온보요는 붓을 받았다. 먹을 묻히고, 숨을 하나 고르고— 어깨의 힘을 뺐다.먹을 묻히는 짧은 사이, 다른 벼루 하나가 스쳐 갔다. 사각사각, 등
Last Updated : 2026-07-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