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의 종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지며 형식적인 결혼식의 끝을 알렸다.성직자의 축복도, 하객들의 박수도 두 사람의 마음에는 닿지 않았다.그들에게 오늘은 사랑의 시작이 아니라, 계약의 시작이었다.예식이 끝난 뒤 두 사람은 사진작가의 안내에 따라 나란히 섰다."신랑, 신부님 조금만 더 가까이 서 주세요."사진작가의 부탁에 주연은 잠시 망설이다 한 걸음 다가갔다.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손 하나 들어갈 만큼의 어색한 거리가 끝내 남아 있었다.찰칵.찰칵.몇 장의 사진이 찍히고 촬영은 금세 끝났다.사진작가가 자리를 비우자 성당 안에는 어색한 침묵만 흘렀다.재혁은 잠시 망설이다가 처음으로 주연을 바라보았다.커다란 검은 뿔테 안경.일부러 망쳐 놓은 듯한 화장.그녀가 이 결혼을 얼마나 원하지 않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유학 잘 다녀오십시오."주연도 그를 바라봤다.정장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남자는 생각보다 훨씬 차분했고, 예상보다 훨씬 잘생겼다.하지만 그녀는 애써 감정을 숨겼다."3년 뒤에 뵙겠습니다."재혁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때까지 서로에게 피해만 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주연도 담담하게 대답했다."저도 같은 생각입니다."그것이 두 사람의 첫 대화이자, 그날의 마지막 대화였다.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아무런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법적으로는 부부였지만,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먼 타인이었다.---성당을 나오자 민성이 재혁의 어깨를 툭 쳤다."야, 최재혁.""결혼한 사람이 회사부터 가는 게 말이 되냐?"재혁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담담하게 말했다."오후에 투자 미팅이 있다.""늦을 수 없어."민성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그래도 신혼여행은 가야 하는 거 아니냐?"재혁은 차 문을 열며 짧게 말했다."계약이다.""...3년 뒤 끝난다."그 한마디에 민성은 더 이상 농담을 이어가지 못했다.재혁에게 이 결혼은 사랑도, 미래도 아닌 단 하나의 계
最終更新日 : 2026-07-20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