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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作者: 오타쟁이
얼음물이 정수리부터 옷 속까지 흘러내리면서 뼛속까지 오한이 들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덕지덕지 달라붙었고, 속옷이 비칠 만큼 흠뻑 젖은 모습은 처참했다.

부석빈은 억울함에 눈물이 차오르면서도 꾹 참고 있는 심영지의 두 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미령이한테 사과해.”

그래, 부석빈에게는 늘 그랬다.

잘잘못 따위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감싸고 싶은 사람만 지키면 그만이었다.

옆에 섰던 진미령은 잠시 놀란 기색이다가 이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는 도발적인 눈빛으로 심영지의 사과를 기다렸다.

멍하니 있던 심영지가 입을 뗐다.

“사과 안 하겠다면요?”

부석빈의 표정에 매정한 기운이 감돌았다.

“내 약혼녀를 건드리고도 G시에서 무사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네 카드에 있는 돈, 단 한 푼도 못 가져갈 줄 알아.”

심영지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다들 내가 돈 때문에 부석빈을 만났다고 생각했겠지.’

‘이 화려한 도시를 놓지 못해 기를 쓰고 버틴다고 여겼겠지.’

애초에 오직 부석빈 하나 때문에 이곳에 남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몰랐다.

그리고 그깟 돈...

심영지는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열어, 예전에 부석빈이 준 카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돈, 돌려줄게요.”

“G시도 떠날 거예요.”

“어차피 고향에 내려가서 맞선 볼 거니까.”

‘맞선’이라는 말에 부석빈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심영지는 미련 없이 돌아서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곧 갑자기 눈앞이 까맣게 변하면서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귓가에 부석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영지!”

심영지가 다시 눈을 뜬 곳은 병실이었다.

침대 곁에 앉은 부석빈이 차갑고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심영지가 깨어난 것을 확인하자, 부석빈은 말없이 검사 결과지 한 장을 툭 던졌다.

심영지는 영문을 모른 채 종이를 집어 들었다가, 선명하게 찍힌 ‘임신 6주’라는 글을 보자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요 근래 통 입맛이 없고 생리도 미뤄지긴 했다.

하지만 워낙 극심한 스트레스로 호르몬 불균형이 와서 생리 주기가 불규칙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임신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곁에 앉은 부석빈이 조롱하듯 차가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뒤통수를 맞은 듯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심영지, 넌 꽤 분수를 아는 줄 알았는데. 뒤에서 이런 발칙한 짓을 꾸밀 정도로 간이 큰 줄은 몰랐네.”

부석빈은 상체를 숙여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숨 막힐 듯 매서운 눈빛과 비틀린 입꼬리에는 조소가 가득했다.

“고향에 가서 맞선을 보겠다는 거야, 아니면 몰래 내 아이를 낳겠다는 거야?”

심영지는 손에 쥔 검사 결과지를 꽉 움켜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나도 방금 알았어요...”

하지만 변명은 이내 사그라들었다.

부석빈의 눈빛에 서린 싸늘한 경멸이, 자신의 말을 털끝만큼도 믿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부석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백하게 질린 심영지를 오만하게 내려다보았다.

“내 아이는 오직 내 아내만 낳을 수 있어.”

“다른 여자가 낳은다면 세상에 태어나선 안 될 천한 아이일 뿐이야.”

“수술은 내일로 잡아뒀어.”

말을 마친 부석빈은 미련 없이 돌아서서 병실을 나갔다.

심영지에겐 애초에 선택권 따위 없었다.

심영지는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고, 이내 시야가 흐려졌다. 그녀는 몸을 웅크리고 무릎을 끌어앉은 채, 이불 속에 숨어서 오열했다.

부석빈은 그녀가 도망칠까 봐 걱정됐는지, 병실 문 앞에 경호원 두 명을 세워 감시하게 했다.

간호사를 따라 수술 전 검사를 받으러 갈 때도 경호원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심영지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음 날, 수술을 기다리는 동안 핸드폰으로 진미령이 보낸 동영상 여러 개가 쏟아져 들어왔다.

화면을 확인해보니 진미령과 부석빈의 약혼식 현장이었다.

검은색 슈트를 입은 부석빈은 훤칠한 체격에 부드러우면서도 기품 있는 모습이었다.

부석빈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진미령의 허리를 다정하게 감싼 채, 하객들의 축하를 받고 있었다.

환한 미소를 머금은 진미령은 그의 품에 기댄 채 이따금 그와 눈을 맞추며 웃었다.

마침 간호사가 문을 두드리며 알렸다.

“심영지 환자분, 수술 들어갈 시간입니다.”

심영지는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멀지 않은 화려한 연회장에서 부석빈은 봄바람처럼 다정한 얼굴로 다른 여자와 약혼을 하고 있었다.

반면 심영지는 차디찬 병원에서 수술실로 끌려가고 있었다.

굴욕적으로 두 다리를 벌린 채, 차가운 수술 도구가 두 사람 사이의 마지막 끈을 무참히 끊어냈다.

한 시간 뒤, 수술실에서 나온 심영지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

납작해진 아랫배를 쓸어내리자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지만, 뼈에 사무치도록 소중한 뭔가를 강제로 도려낸 듯한 끔찍한 고통이 밀려왔다.

숨을 쉴 때마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떨렸다.

병실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은 심영지는 곧장 병원 밖으로 향했다.

경호원들이 팔을 뻗어 그녀를 막아섰다.

심영지가 덤덤하게 말했다.

“부석빈이 감시하라고 한 건 내가 수술 안 받고 도망칠까 봐 그랬던 거잖아요. 이제 임무 끝났으니 돌아가서 보고하세요.”

경호원들은 서로 눈짓을 교환하고 부석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것은 진미령의 목소리였다.

여자의 목소리에는 혐오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이 좋은 날 그 여자 얘길 왜 꺼내요? 재수 없게. 그냥 꺼지라고 해요.]

병원을 나선 심영지는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매수자에게 집을 인계하고, 미리 싸 둔 캐리어를 끌고 지체 없이 공항으로 향했다.

핸드폰에 레스토랑으로 그녀를 유인했던 전 동료에게서 사과 메시지가 와 있었다.

[미안해요, 저도 진미령 씨가 시켜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심영지는 그녀를 원망하진 않았지만, 답장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차단하고 삭제했다.

끊임없이 약혼식 영상을 보내며 도발하던 진미령의 번호도 차단 후 삭제했다.

처음 연락처를 저장한 날부터 핸드폰을 몇 번이나 바꿀 동안 메시지 하나 지우지 못하고 애지중지했던 부석빈의 번호 역시, 미련 없이 차단하고 지워버렸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솟아오르는 순간, 심영지는 창백한 얼굴로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부석빈, 당신이 우리 아빠 목숨을 살려줬으니 내 아이로 당신에게 진 빚은 갚았어.’

‘이걸로 더 이상 당신한테 빚진 건 없어.’

‘안녕... 다신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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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여자에게 다시 반했습니다   제25화

    부석빈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진미령이 몰래 F시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어.”“마침 너도 여기로 출장을 왔다고 해서...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와봤어.”“다행이야... 늦지 않았네.”그 말을 끝으로 부석빈의 무겁게 내려앉던 눈꺼풀이 끝내 감기면서, 몸이 힘없이 앞으로 무너졌다.심영지는 본능적으로 그를 붙잡아 바닥에 쓰러지는 걸 막았다.그리고 그 순간, 부석빈의 등을 본 심영지는 숨이 턱 막혔다.진미령이 뿌린 황산은 전부 그의 등으로 대신 받아낸 상태였다.옷으로 막았지만 이미 피부는 심하게 녹아내렸고, 피범벅이 된 채 짓물러 있었다.심영지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곧바로 경호원들과 함께 부석빈을 병원으로 옮겼다.수술실로 들어간 뒤에도 심영지는 수술실 앞을 떠나지 못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준호도 다급히 병원으로 달려왔다.수술실 앞에 서 있는 심영지를 보자마자 곧장 그녀에게 달려갔다.가장 먼저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했다.심영지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난 괜찮아. 황산은 전부 부석빈 씨가 대신 맞았어.”말을 할수록 눈물이 더 쏟아졌다.하준호는 말없이 그녀의 손을 꼭 감싸 쥐었다.“괜찮을 거야, 분명 무사할 거야.”하준호는 곧바로 가장 실력 있는 화상 전문 의료진을 불러 부석빈의 치료를 맡겼다.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부석빈도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다만 등에 남은 흉터만큼은 평생 지울 수 없게 됐다.심영지는 부석빈이 퇴원할 때까지 줄곧 병원에서 그의 곁을 지켰다.그 시간을 보내며 부석빈은 비로소 분명히 깨달았다.심영지에게는 더 이상 자신을 향한 사랑이 남아 있지 않다는 걸.남은 건 오직 고마움뿐이었다.심영지는 부석빈을 위해 모든 걸 빈틈없이 챙겼다.해야 할 일은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지만 하준호 앞에서는 달랐다.편안하게 기대기도 했고,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실수하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었다.부석빈이 퇴원하는 날.심영지와 하준호가 함께 그를 데리러 왔다.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하준호를

  • 버린 여자에게 다시 반했습니다   제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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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여자에게 다시 반했습니다   제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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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여자에게 다시 반했습니다   제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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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여자에게 다시 반했습니다   제21화

    부석빈은 뭔가를 깨달은 듯 본능적으로 심영지의 말을 막으려고 했다.‘말하지 마.’그 한마디만 하면 됐지만, 떨리는 입술은 끝내 떨어지지 않았다.곧 심영지의 입에서 나올 말이 자신을 무너뜨릴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끝까지 듣고 싶었다.‘도대체 왜 날 떠난 거야?’심영지의 잔잔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지만, 그 부드러운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처럼 부석빈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당신을 사랑하게 되는 건 정말 쉬웠어요. 능력도 뛰어나고, 누구보다 눈부신 사람이었으니까요.”“사업 감각도 남달랐고, 무심코 던진 조언 한마디에도 나는 늘 많은 걸 배웠어요.”잠시 말을 멈춘 심영지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하지만 당신을 사랑하는 건 정말 힘들었어요.”“7년 동안 나는 늘 당신 뒤만 쫓아다녔어요.”“당신과 나란히 서고 싶어서 당신이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나는 밤잠까지 줄여 가며 그 거리를 좁히려고 애썼어요.”“내 세상은 온통 당신뿐이었어요.”“나는 심영지가 아니라 부석빈 비서로만 살았어요. 내 취향도 내 삶도 내 모습도 모두 잃어버렸어요.”“당신 앞에서는 한 번도 진짜 내 모습으로 살아본 적이 없었어요.”심영지는 씁쓸하게 웃었다.“조금씩 지쳐 가던 순간들이 있었어요.”“당신이 자기 마음도 모른 채 나를 밀어냈다 다가왔다 하던 그때도 그랬고.”“친구들 앞에서 나를 사랑할 일은 없다고 말하던 그 순간도 그랬어요.”“그리고...”잠시 숨을 고른 심영지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당신이 날 버리던 그날.”“잘못은 진미령에게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약혼자라는 이유만으로 끝까지 내 편이 되어주지 않았죠.”“그리고 진미령과 약혼했고, 나는 수술실에서 우리 아이를 잃었죠.”심영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그때 이미 다 끝났어요.”“너무 지쳤고... 더는 당신을 사랑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심영지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스쳤다.“지금은 정말 나를 사랑한다고 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부석빈 씨는 늘

  • 버린 여자에게 다시 반했습니다   제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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