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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린 여자에게 다시 반했습니다
버린 여자에게 다시 반했습니다
作者: 오타쟁이

제1화

作者: 오타쟁이
부석빈을 처음 만난 건 심영지가 18살이 되던 해였다.

어머니 나정아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영지야,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지금 응급실에서 수술 중이야.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빨리 병원으로 와.]

심영지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앞뒤 가리지 않고 곧바로 뛰쳐나갔다가 그대로 부석빈의 차에 부딪히고 말았다.

다행히 부석빈이 제때 브레이크를 밟아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툭툭 털고 일어난 그녀는 절뚝거리며 병원 쪽으로 달렸다.

부석빈이 심영지를 붙잡았다.

자초지종을 묻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고, 이내 직접 병원까지 데려다주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원장이 직접 최고 의료진을 대동하고 수술실로 들어갔고, 기적처럼 아버지 심철민의 목숨을 구해 냈다.

심영지는 나정아와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맺힌 흐릿한 시야 너머로, 멀지 않은 곳에서 원장에게 조용하게 인사하는 부석빈의 모습이 보였다.

원장을 부른 사람이 부석빈이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빛을 등진 채 서 있던 차가운 인상의 소년은, 그 순간 심영지의 세상에 나타난 구원자 같았다.

처음에는 그저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부석빈의 뒤를 쫓아다니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도왔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곧바로 BH그룹에 입사했고, 뜻밖의 하룻밤을 보낸 뒤 부석빈의 전담 비서가 되었다.

감정은 서서히 변해갔고, 이따금 보여 주는 다정함에 품지 말아야 할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 달 전, 부석빈의 태도가 갑작스럽게 차가워지기 전까지는.

심영지는 불안감에 떨며 한참을 망설이다, 관계를 끝낸 어느 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제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요?”

부석빈의 서늘한 눈매가 굳어지더니, 한참 만에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좀 질려서.”

심영지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얼음장 같은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그날 부석빈은 해외 출장을 떠났다.

전담 비서인 심영지를 빼놓고 출장을 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음 날, 진미령과의 정략결혼 기사가 터졌다.

일주일 뒤 귀국한 부석빈의 약지에는 결혼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때 심영지는 깨달았다. 달콤한 꿈은 언젠가 깨지기 마련이며, 이제는 부석빈과 헤어져야 할 때라는 것을.

부석빈은 이미 떠났다. 7년 동안 함께 지냈던 이 아파트를 이별 선물로 남긴 채.

심영지는 집 안의 물건들을 정리한 뒤 부동산에 매물로 내놓았다.

이 아파트는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데다,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을 부른 탓에 반응이 뜨거웠다.

중개인이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덕분에 그날 저녁 바로 집을 보러 온 사람이 가계약금을 걸었다.

계약서에 서명을 마치자 중개인이 환하게 웃었다.

“영지 씨, 매수자가 전액 현금 결제라 일주일이면 잔금까지 다 치를 겁니다.”

멍하니 있던 심영지는 이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감사합니다.”

사람들을 배웅한 뒤 본격적으로 집 안을 치우기 시작했다.

신발장 위에 놓인 장식품은 처음 이사 오던 날 올려둔 것이었다.

돈만 밝힌다며 비웃던 부석빈은, 심영지가 돌아서는 순간 신발장으로 밀어붙이고 거칠게 안아 왔다.

부석빈은 그녀의 귓불을 잘근잘근 깨물면서, 잔뜩 잠긴 목소리로 웃음기 섞인 농담을 던졌었다.

“돈은 나한테 말하면 얼마든지 있을 텐데.”

거실에 깔린 카펫은 해외 출장 중 우연히 들른 백화점에서 발견한 물건이었다.

부석빈이 카드를 긁어 결제했고, 보름이 지난 뒤 바다를 건너 배송되어 왔다.

포장을 뜯기가 무섭게, 부석빈은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심영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생각했어. 여기 눕히면 딱이겠다고.”

구석에 놓인 1인용 소파. 심영지가 아팠을 때 부석빈이 드물게 다정한 손길로 안아서 달래 주던 곳이었다.

욕실의 면도기는 심영지가 처음 선물했던 물건이었는데, 그는 몇 년 동안 묵묵히 그것만 썼다.

서재 맨 왼쪽에 꽂힌 ‘경영 전략’ 첫 장에는 어느 날 즉흥적으로 그려준 심영지의 초상화가 들어 있었다.

7년이라는 시간은 참으로 길었다.

그토록 오만하고 차가운 부석빈이라는 남자가, 이 집안 구석구석에 심영지와 지울 수 없는 추억을 남겨놓을 정도로.

심영지는 짐을 정리하고 버리기를 반복하다, 끝내 난장판이 된 바닥에 주저앉은 채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

밤새 눈물을 쏟아낸 탓에 아침 내내 얼음찜질을 해야 했다. 두껍게 화장을 덧바르고 나서야 간신히 눈의 붓기를 가릴 수 있었다.

그리고 미리 써둔 사직서를 챙겨 곧장 회사로 향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부서 직원들의 미묘하고도 동정 어린 시선이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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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여자에게 다시 반했습니다   제25화

    부석빈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진미령이 몰래 F시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어.”“마침 너도 여기로 출장을 왔다고 해서...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와봤어.”“다행이야... 늦지 않았네.”그 말을 끝으로 부석빈의 무겁게 내려앉던 눈꺼풀이 끝내 감기면서, 몸이 힘없이 앞으로 무너졌다.심영지는 본능적으로 그를 붙잡아 바닥에 쓰러지는 걸 막았다.그리고 그 순간, 부석빈의 등을 본 심영지는 숨이 턱 막혔다.진미령이 뿌린 황산은 전부 그의 등으로 대신 받아낸 상태였다.옷으로 막았지만 이미 피부는 심하게 녹아내렸고, 피범벅이 된 채 짓물러 있었다.심영지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곧바로 경호원들과 함께 부석빈을 병원으로 옮겼다.수술실로 들어간 뒤에도 심영지는 수술실 앞을 떠나지 못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준호도 다급히 병원으로 달려왔다.수술실 앞에 서 있는 심영지를 보자마자 곧장 그녀에게 달려갔다.가장 먼저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했다.심영지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난 괜찮아. 황산은 전부 부석빈 씨가 대신 맞았어.”말을 할수록 눈물이 더 쏟아졌다.하준호는 말없이 그녀의 손을 꼭 감싸 쥐었다.“괜찮을 거야, 분명 무사할 거야.”하준호는 곧바로 가장 실력 있는 화상 전문 의료진을 불러 부석빈의 치료를 맡겼다.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부석빈도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다만 등에 남은 흉터만큼은 평생 지울 수 없게 됐다.심영지는 부석빈이 퇴원할 때까지 줄곧 병원에서 그의 곁을 지켰다.그 시간을 보내며 부석빈은 비로소 분명히 깨달았다.심영지에게는 더 이상 자신을 향한 사랑이 남아 있지 않다는 걸.남은 건 오직 고마움뿐이었다.심영지는 부석빈을 위해 모든 걸 빈틈없이 챙겼다.해야 할 일은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지만 하준호 앞에서는 달랐다.편안하게 기대기도 했고,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실수하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었다.부석빈이 퇴원하는 날.심영지와 하준호가 함께 그를 데리러 왔다.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하준호를

  • 버린 여자에게 다시 반했습니다   제24화

    설마 진미령이 여기까지 쫓아와 자신을 해치려 들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심영지는 이를 악문 채 차갑게 쏘아붙였다.“진미령, 지금 제정신이야?”심영지는 진미령에게 잘해 준 적은 없었지만, 먼저 시비를 건 적도 없었다.늘 먼저 시비를 걸어온 건 진미령이었다.문밖에서 진미령의 오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 남자를 빼앗았는데 내가 가만있을 줄 알았어?”“G시에서는 부석빈하고 하준호가 널 지켜줬겠지만 여긴 달라.”“여기서도 누가 널 지켜줄 수 있을까?”부석빈이 XP그룹에 강하게 경고한 뒤에, 진미령은 한동안 집에 갇혀 지내야 했다.외출조차 허락받지 못한 채 지낸 그녀가 그 분을 삭일 리 없었다.부석빈에게는 덤빌 수는 없어도 심영지쯤은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애초에 심영지만 아니었다면 XP그룹이 그런 수모를 겪을 일도 없었다.그래서 진미령은 심영지를 뼛속까지 증오했다.그동안은 부석빈과 하준호가 번갈아 그녀를 지키고 있어서 손을 쓸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심영지가 G시를 떠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진미령은 오랫동안 노려 온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진미령이 경호원들에게 소리쳤다.“빨리 문 부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경호원이 침실 문을 거세게 걷어찼다.침실 문은 현관문보다 훨씬 약했다.심영지는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쾅-곧 침실 문이 부서졌다.문 앞에는 건장한 경호원 여러 명이 버티고 서 있었고, 그 뒤에서 진미령이 차가운 눈빛으로 심영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진미령은 심영지 손에 들린 핸드폰을 향해 눈짓을 보내자, 경호원이 곧바로 핸드폰을 빼앗아 바닥에 내던졌다.핸드폰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심영지가 몸부림쳤지만 두 명의 경호원이 양팔을 붙잡아 꼼짝도 못 하게 만들었다.곧이어 한 경호원이 심영지의 무릎 뒤를 걷어찼다.“윽!”고통을 견디지 못한 심영지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진미령은 천천히 다가와 그녀를 내려다봤다.“심영지.”“부석빈도 붙잡고 하준호한테도 들러붙더니

  • 버린 여자에게 다시 반했습니다   제23화

    F시에 도착한 심영지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누군가 계속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주변을 둘러봤지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평범한 여행객처럼 보였다.누가 봐도 수상한 사람은 없었기에 왠지 더 찜찜했다.모두가 의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괜한 예민함을 보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걸음을 재촉한 심영지는 공항을 빠져나온 뒤 F시 지사 직원들과 합류했다.사람들과 함께 움직이자, 아까부터 느껴지던 시선도 어느 정도 사라진 듯했다.심영지도 더는 신경 쓰지 않고 호텔에 들르지도 않은 채 곧바로 지사로 향했다.업무를 정리한 뒤 지사 직원들과 함께 거래처를 찾아가 미팅까지 마쳤다.하루 종일 정신없이 일한 끝에 심영지는 저녁이 되어서야 호텔로 돌아왔다.짐을 대충 정리하고 막 숨을 돌리려던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에 뜬 이름을 본 심영지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하준호였다.전화를 받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원래 이번 계약은 하준호가 직접 맡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중요한 일정이 생기는 바람에, 심영지가 먼저 와서 계약을 마무리하게 된 것이었다.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철컥-문밖에서 카드키를 찍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심영지는 객실에 들어오자마자 문을 잠그고 안전고리까지 걸어 둔 상태였다.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초인종이 울렸다.심영지는 하준호와의 대화를 멈추고 현관으로 걸어갔다.초인종이 계속 울리더니 문밖에서 정중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죄송하지만 고객님 정보 확인 과정에서 문제가 확인됐습니다. 다시 한번 확인을 부탁드리려고 왔습니다.”심영지는 별다른 의심 없이 핸드폰을 든 채 문 앞으로 다가갔다.막 문을 열려는 순간이었다.전화기 너머에서 하준호가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고객 정보에 문제가 생겼다고? 그 호텔은 우리 지사에서 계속 이용하는 곳이라 갑자기 그럴 리가 없는데...]그 말을 듣는 순간, 심영

  • 버린 여자에게 다시 반했습니다   제22화

    심영지는 부석빈에게도 이렇게 막무가내인 구석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다음 날 아침 출근하려고 문을 열자, 부석빈이 이미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손에는 BH그룹에 다닐 때 자주 먹던 아침 메뉴가 들려 있었다.부석빈이 그녀에게 봉투를 내밀었다.“예전에 네가 제일 좋아하던 거잖아.”심영지는 무표정하게 한 번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자주 먹었던 거지, 좋아했던 건 아니에요.”“부석빈 씨가 좋아해서 같이 먹었던 거예요. 전 그 집 음식 별로 안 좋아해요.”부석빈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그때 옆의 현관문이 열리며 하준호가 아침 식사 두 개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심영지는 자연스럽게 하나를 받아들고 하준호와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멍하니 서 있던 부석빈도 잠시 뒤 정신을 차리고 뒤를 따라붙었다.“그럼 뭘 좋아하는데? 내일부터는 네가 좋아하는 걸 사 올게.”심영지가 걸음을 멈추지도 않은 채 그를 힐끗 바라봤다.“부석빈 씨는 예전처럼 자신만만하게 구는 게 더 잘 어울려요.”“...”옆에서 듣고 있던 하준호가 웃음을 터뜨렸다.부석빈은 처음 보는 심영지의 모습에 말문이 막혔다. 얄밉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낯설고 신기했다.그제야 심영지가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당신은 저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잖아요.’맞는 말이었다.부석빈은 심영지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도 몰랐다. 그리고 왜 그녀가 그렇게 지쳐 버렸는지도 이제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심영지는 항상 부석빈의 취향에 맞춰서 자신을 조금씩 바꿔 왔다. 그러다 결국 심영지라는 사람은 점점 사라져 버렸다.하지만 결국 자신의 삶까지 버릴 수는 없었다.상처투성이가 되도록 버티고 또 버텼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자신이 아니라 부석빈을 버리기로 했다.그래도 부석빈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절당할수록 더 집요해졌다.다음 날부터는 매일 다른 집 아침 식사를 사 왔다.혹시라도 심영지가 좋아하는 메뉴가 하나쯤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회사에 출근하면 어김없이 꽃

  • 버린 여자에게 다시 반했습니다   제21화

    부석빈은 뭔가를 깨달은 듯 본능적으로 심영지의 말을 막으려고 했다.‘말하지 마.’그 한마디만 하면 됐지만, 떨리는 입술은 끝내 떨어지지 않았다.곧 심영지의 입에서 나올 말이 자신을 무너뜨릴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끝까지 듣고 싶었다.‘도대체 왜 날 떠난 거야?’심영지의 잔잔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지만, 그 부드러운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처럼 부석빈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당신을 사랑하게 되는 건 정말 쉬웠어요. 능력도 뛰어나고, 누구보다 눈부신 사람이었으니까요.”“사업 감각도 남달랐고, 무심코 던진 조언 한마디에도 나는 늘 많은 걸 배웠어요.”잠시 말을 멈춘 심영지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하지만 당신을 사랑하는 건 정말 힘들었어요.”“7년 동안 나는 늘 당신 뒤만 쫓아다녔어요.”“당신과 나란히 서고 싶어서 당신이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나는 밤잠까지 줄여 가며 그 거리를 좁히려고 애썼어요.”“내 세상은 온통 당신뿐이었어요.”“나는 심영지가 아니라 부석빈 비서로만 살았어요. 내 취향도 내 삶도 내 모습도 모두 잃어버렸어요.”“당신 앞에서는 한 번도 진짜 내 모습으로 살아본 적이 없었어요.”심영지는 씁쓸하게 웃었다.“조금씩 지쳐 가던 순간들이 있었어요.”“당신이 자기 마음도 모른 채 나를 밀어냈다 다가왔다 하던 그때도 그랬고.”“친구들 앞에서 나를 사랑할 일은 없다고 말하던 그 순간도 그랬어요.”“그리고...”잠시 숨을 고른 심영지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당신이 날 버리던 그날.”“잘못은 진미령에게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약혼자라는 이유만으로 끝까지 내 편이 되어주지 않았죠.”“그리고 진미령과 약혼했고, 나는 수술실에서 우리 아이를 잃었죠.”심영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그때 이미 다 끝났어요.”“너무 지쳤고... 더는 당신을 사랑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심영지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스쳤다.“지금은 정말 나를 사랑한다고 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부석빈 씨는 늘

  • 버린 여자에게 다시 반했습니다   제20화

    부석빈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인 채 심영지만 바라봤다.심영지는 놀란 듯 그를 올려다봤다.부석빈 같은 사람이 먼저 돌아와 달라고 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심영지는 망설이지도 않은 채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싫어요.”부석빈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급히 말을 이었다.“예전처럼 그런 관계가 아니라 이번엔 정식으로 만나고 싶어.”심영지의 눈이 살짝 커지더니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부석빈은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그녀를 바라봤다.평생 누구에게도 숙여 본 적 없는 사람이었지만 지금만큼은 간절했다.“안 될까?”심영지는 잠시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짧은 침묵이 흐른 뒤, 이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이미 늦었어요.”부석빈의 눈빛이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변명하듯 말을 쏟아냈다.“영지야, 넌 오랫동안 내 곁에 있었잖아. 얼마나 날 사랑했는지 나도 알고 있어.”“날 좋아하는 사람은 많았어.”“내가 가진 돈이나 지위 때문인 사람도 있었고, 얼굴만 보고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지.”“인정해. 그땐 네 마음을 너무 당연하게 여겼어.”“그런데 그걸 깨달았을 땐... 이미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널 사랑하고 있었어.”“내가 필요할 때마다 가장 먼저 내 곁에 있었고, 고개만 돌리면 언제나 네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위안이었는지도 이제야 깨달았어.”“함께한 시간이 익숙해진 것도, 우리가 너무 잘 맞았다는 것도...”잠시 말을 멈춘 부석빈이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난 이미 오래전부터 널 사랑하고 있었어.”“그걸 조금 늦게 깨달았다는 이유만으로... 정말 한 번의 기회도 줄 수 없는 거야?”부석빈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났고 눈빛에는 혼란과 답답함까지 어려 있었다.분명 심영지는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했다.BH그룹에서 함께한 지난 7년 동안, 심영지는 어떻게든 그의 곁에 서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부석빈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누구보다 애썼고, 두 사람은 함께 수많은 위기를 넘겼다.경쟁사에서 부석빈을 노리고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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