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처형에 서명한 공작과 계약 결혼했다: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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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저도 믿지 마세요

“옆집 약재상이 상자 몇 개 맡기긴 했습니다.”“어디에 두셨습니까?”“천 창고에요.”“직접 열었습니까?”“아니요.”세레나는 질문 방향을 바꿨다.“상자가 찢어지거나 젖은 적은요?”그제야 남자의 얼굴이 달라졌다.“하나가 바닥에 떨어졌습니다.”“언제입니까?”“이틀 전.”“내용물이 나왔습니까?”“가루가 좀 쏟아져서 빗자루로 쓸었습니다.”세레나는 손을 봤다.“장갑을 꼈습니까?”남자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웃었다.“가루 치우는데 무슨 장갑을 씁니까?”세레나는 웃지 않았다.“그때 입었던 옷은 어떻게 했습니까?”“집에서 빨았겠죠.”“누가요?”“아내가…….”남자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세레나는 즉시 배우자를 환자로 데려오라고 하지 않았다.“아내분에게 연락할 수 있습니까?”“네.”“증상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세요. 괜찮다면 이곳으로 억지로 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당시 옷은 더 이상 세탁하지 말고 따로 보관해 달라고 하세요.”다음 환자는 시장에서 국수를 파는 노인이었다.패치를 쓰지도 않았고 상자를 만지지도 않았다고 했다.그러나 그녀는 이틀 전 성전 무료 진료 천막을 청소해 준 적이 있었다.“바닥에 하얀 가루가 많았습니다.”“어떻게 치우셨습니까?”“물을 뿌리고 걸레로 닦았지요.”“그 걸레는요?”“빨아서 다시 썼습니다.”세레나는 기록지에 새로운 노출 방식을 추가했다.오염된 청소 도구.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옮은 사례는 아직 아니었다.제품과 포장, 분진을 통해 노출된 경로가 생각보다 넓었을 뿐이었다.세레나는 현지 치료사에게 말했다.“여기서는 환자를 서로 떼어 놓는 것보다 사용 물품 분리가 더 중요합니다. 다만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만큼 기본적인 손 씻기와 천 분리는 계속해야 합니다.”“은빛 혈관이 나타난 사람은 따로 두지 않습니까?”“상태가 중하면 관찰하기 좋은 곳에 모으세요. 전염병이라는 이유로 격리하지는 마세요.”“가족들이 무서워합니다.”세레나는 작업장 맞은편을 봤다.손목의 은빛 선을 숨기려고 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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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배고픈 사람에게 진실을 묻지 않는다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바라봤고, 몇몇은 여전히 은빛 혈관이 있는 환자에게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하지만 아무도 그녀를 밖으로 내보내자고 하지 않았다.세레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염색 공방 뒤쪽의 작은 약제실에서 나디아가 새로운 시료를 기다리고 있었다.“시장 패치가 왔어요.”세레나는 장갑을 새것으로 갈아 끼웠다.나디아는 검은 실 위치별로 패치를 세 종류로 나누어 놓았다.오른쪽 위 한 줄.왼쪽 아래 한 줄.아래쪽 두 땀.“결과가 다릅니까?”“너무 달라요.”나디아는 숫자를 적은 종이를 밀었다.오른쪽 위 한 줄 제품은 가장 높은 불순물 반응.왼쪽 아래 한 줄은 그보다 낮았고, 아래쪽 두 땀 제품은 정상 제품과 큰 차이가 없었다.세레나의 눈빛이 가라앉았다.“같은 포장인데 내용물이 단계별로 다르군요.”“그렇게 보여요.”“증상은요?”“동쪽 시장에서 심한 사람 대부분이 오른쪽 위 한 줄 제품을 썼습니다.”세레나는 패치들을 한동안 바라봤다.무작위 혼입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었다.같은 구호 사업.같은 겉포장.그러나 안에 들어가는 불량 백휘석의 양은 다르고, 그 차이를 만드는 비공식 표시가 존재했다.“검은 실을 누가 넣는지 찾으면 됩니다.”나디아가 말했다.“포장 작업장을 찾아야겠네요.”세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실 위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도요.”그때 밖에서 황실 보조관이 들어왔다.“세리스 치료사.”“무슨 일입니까?”“운하 부두에서 사람을 찾았습니다.”“환자입니까?”“아닙니다. 포장 일을 했던 일용직 노동자입니다.”세레나가 돌아섰다.“어디 있습니까?”“황실 조사관이 데려오는 중입니다.”“강제로 데려왔습니까?”아벨이 고개를 저었다.“본인이 보호를 요청했습니다.”그 말은 달랐다.세레나는 다시 장갑 단추를 확인했다.“오면 먼저 물과 식사를 주세요. 진술부터 시키지 말고요.”나디아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사람이 늘어날수록 먹이는 것부터 챙기네요.”“배고픈 사람한테 정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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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지금부터 기록하고 치료합니다

“색입니까?”“검은색이요.”“위치는요?”청년이 손가락으로 허공에 패치 모양을 그렸다.“오른쪽 위에 한 줄 박는 것, 왼쪽 아래 한 줄, 밑에 두 번 박는 것.”나디아의 손이 무릎 위에서 굳었다.세레나는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구분했습니까?”“저희는 몰랐습니다.”“모른다고 기록하겠습니다.”청년이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대신 이름은 있었습니다.”“무슨 이름입니까?”“가장 독한…… 아니.”그가 스스로 말을 고쳤다.“저희끼리 그렇게 불렀습니다. 작업반장이 부른 이름은 따로 있었습니다.”“말씀할 수 있습니까?”“오른쪽 위 한 줄은 반응 일호.”세레나는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왼쪽 아래는요?”“반응 이호.”“두 땀은?”“기준품.”약제실 안이 조용해졌다.세레나는 청년의 말에 해석을 덧붙이지 않았다.“상자마다 배포 장소도 따로 정해져 있었습니까?”“예.”“누가 정했습니까?”“종이가 내려왔습니다.”“어디에서요?”“루멘 성전.”“작성자는 보셨습니까?”“모릅니다.”“서명은요?”청년이 입술을 깨물었다.“마티아스 대신관 이름이 있었습니다.”나디아의 시선이 세레나에게 향했다.세레나는 청년에게 계속 물었다.“그 종이를 가지고 있습니까?”“아뇨.”“본 사람이 또 있습니까?”“작업자 스무 명 정도.”“지금 어디 있습니까?”청년의 얼굴이 굳었다.“어제부터 안 나옵니다.”“전부요?”“예.”“연락은요?”“숙소도 비었습니다.”세레나는 처음으로 아벨을 바라봤다.황실 조사관 역시 표정이 굳었다.“실종 신고를 넣겠습니다.”세레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우선 각자 원래 거주지와 마지막으로 본 사람을 확인하세요. 성전이 데려갔다고 단정하지 말고요.”청년이 손을 움켜쥐었다.“데려갔습니다.”세레나가 그를 봤다.“보셨습니까?”“작업반장이 말했습니다.”“무엇이라고요?”“포장이 끝나면 우리도 치료받으러 본당에 들어간다고.”“왜 치료를 받습니까?”청년이 자신의 검지를 들어 보였다.바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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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입증해야 처벌할 수 있습니다

“반응이라는 말을 포장 단계에서 이미 썼다는 겁니까?”“작업자의 진술은 그렇습니다.”세레나가 말했다.“다만 무엇에 대한 반응인지는 모릅니다.”군 의료관이 말했다.“이제는 인체 실험으로 봐야 하지 않습니까?”세레나는 바로 동의하지 않았다.“의심할 근거는 강해졌습니다.”“이 정도인데도요?”“입증해야 처벌할 수 있습니다.”테오도르가 세레나를 바라봤다.그는 그녀가 성전을 감싸고 있다고 오해하지 않았다.“포장 지시서를 찾으면 되겠군요.”“네.”“작업장 수색은?”황실 조사관이 답했다.“영장을 준비 중입니다.”테오도르가 말했다.“군은 바깥만 맡겠습니다.”조사관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성전 관계 사건인데도 직접 들어가지 않으십니까?”“북부군도 오염 물품을 받은 피해자입니다.”테오도르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지 않은 채 말했다.“증거 확보는 황실이 하는 편이 낫습니다.”세레나의 시선이 그의 손으로 내려갔다.오랜 시간 앉아 있었는지 오른손이 옆구리 근처에 머물러 있었다.“공작님.”테오도르가 고개를 들었다.“오늘 의원에게 확인받으셨습니까?”회의실의 시선 몇 개가 동시에 움직였다.세레나는 그걸 신경 쓰지 않았다.“아침에 받았습니다.”“그 뒤에는요?”“없습니다.”“왜요?”“회의가 계속됐습니다.”세레나는 테오도르 칼베른이라는 이름과 작위를 정확히 붙이지 않았다.아직 화가 난 정도는 아니었다.대신 테이블 위의 시간을 확인했다.“공작님께서 쓰러지시면 북부군 통신망이 더 빨라집니까?”로이스가 시선을 내렸다.테오도르는 변명하지 않았다.“아닙니다.”“그럼 의원을 부르세요.”“지금요?”“네.”“아직 보고가”세레나의 눈이 그에게 닿았다.테오도르가 입을 다물었다.그리고 로이스를 봤다.“군 의원을 불러.”“예, 각하.”세레나는 다시 자신의 기록으로 돌아갔다.황실 조사관이 입술 안쪽을 깨무는 모습이 보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테오도르가 낮게 말했다.“세리스 치료사.”“네.”“한 가지 물어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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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발병 예정자 명단

“나디아.”옆에서 시료 보고서를 읽던 나디아가 다가왔다.“왜요?”세레나는 날짜를 가리켰다.공식 1차 무료 패치 배포가 시작되기 닷새 전이었다.첫 백휘열 의심 환자가 확인되기보다도 전이었다.“이게 왜 그 부대 문서함에 있죠?”황실 조사관이 지침을 읽었다.내용은 더 이상했다.고열과 환각.은빛 혈관.배뇨 감소.다발성 장기 이상.지금 세레나가 환자들을 보며 만든 백휘열 임시 분류 기준과놀랄 만큼 비슷한 증상이 이미 적혀 있었다.그 아래에는 처리 절차가 있었다.‘해당 증상 발생 시 일반 치료소에 장기 체류시키지 말 것.’‘사용 약제 및 착용 의복을 환자와 함께 회수할 것.’‘가족에게 약제 관련 설명을 하지 말 것.’‘환자는 루멘 성전 동부 회복원으로 우선 이송할 것.’테오도르의 표정이 굳었다.“동부 회복원?”황실 조사관이 말했다.“처음 듣습니다.”성기사단 감사관도 고개를 저었다.“성전 공식 병동 목록에는 없습니다.”세레나는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동부 회복원 예상 수용 인원.삼백 명.병상 배치도까지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나디아가 낮게 말했다.“병이 생기기도 전에 삼백 명짜리 병상을 준비했다고요?”세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지도와 문서 날짜를 다시 대조했다.무료 패치 공식 배포 시작 닷새 전.백휘열 의심 환자 확인 엿새 전.그런데 증상과 이송 절차, 수용 병상 숫자가 이미 적혀 있었다.“서명은?”테오도르가 물었다.황실 조사관이 마지막 장을 펼쳤다.마티아스 로벤.그 아래에는 두 번째 결재선이 있었다.성기사단 의료국.세 번째에는 황실 기관의 표식이 찍혀 있었지만 이름이 지워져 있었다.누군가 칼로 긁어낸 흔적이었다.세레나는 종이를 들지 않았다.“사본부터 만드세요.”“지금 바로요?”“네. 이 방에 있는 기관마다 한 부씩.”황실 조사관이 고개를 끄덕였다.세레나는 동부 회복원 주소를 찾았다.위치는 제도 동쪽 성벽 밖.현재 지도에는 빈 건물로 표시된 오래된 순례자 숙소였다.테오도르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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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아직 아프지 않은 사람들

“발병 예정이라고 부르지 않겠습니다.”세레나가 말했다.황실 의료감찰원 긴급회의실 한가운데에는 동부 회복원에서 보내온 백 명의 명단이 펼쳐져 있었다. 밤을 넘긴 등잔 심지는 여러 번 잘라 낸 탓에 짧아져 있었고, 창밖의 하늘은 아직 검푸른 빛을 벗지 못했다.명단에는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 직업이 적혀 있었다.그 옆에는 날짜.내일.모레.사흘 뒤.그리고 병상 번호.마치 사람이 언제 아플지 알고 있는 것처럼 정교하게 준비된 기록이었다.황실 조사관이 물었다.“그럼 뭐라고 분류합니까?”세레나는 명단 첫 줄부터 다시 확인했다.“노출 예정 명단.”“노출된다는 증거가 있습니까?”“아직 없습니다.”“그런데도 이름을 바꿉니까?”“아직 아프지 않은 사람에게 환자라는 이름부터 붙일 수는 없으니까요.”세레나는 ‘예정 환자’라고 적힌 조사관의 임시 기록 위에 선을 하나 그었다.종이를 찢지는 않았다.원래 표현도 남겨야 했다.누가 어떤 의도로 이 사람들을 환자라고 불렀는지 역시 증거였기 때문이다.“원본에는 성전이 사용한 표현을 그대로 남기세요. 황실 조사 문서에서만 ‘사전 명단’으로 구분하겠습니다.”나디아가 밤새 식어 버린 차를 한 모금 마시려다 그대로 내려놓았다.“백 명 모두 찾아가야겠네요.”“한꺼번에 치료원으로 부르면 안 됩니다.”세레나는 주소 열을 확인했다.제도 동부와 남부에 집중되어 있었고, 일부는 서부 노동자 숙소와 북쪽 수도원 부근에 흩어져 있었다.직업도 달랐다.봉제공.마차 수리공.학교 조리사.세탁부.부두 노동자.성당 잡역부.다만 공통된 항목 하나가 있었다.주소 옆 아주 작은 칸.검진 번호.“이 표시를 본 적 있습니까?”세레나가 물었다.황실 조사관은 고개를 저었다.나디아가 종이를 가까이 당겼다.“약제 번호는 아니에요.”세레나는 첫 번째 사람과 열 번째 사람의 번호를 비교했다.A-17.A-23.B-04.B-19.단순한 일련번호처럼 보였지만 날짜별로 분류하면 규칙이 있었다.내일로 표시된 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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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보호라는 이유로 문을 열 수 없다

로이스가 회의실을 나갔다.세레나는 다시 백 명의 명단으로 시선을 내렸다.테오도르가 병력을 움직였지만, 사람을 잡아오라는 지시는 없었다.문서를 빼앗아 오지도 않았다.그저 조사관이 필요한 곳에 빨리 갈 수 있게 길을 만들었다.세레나는 그런 도움을 이제 이전처럼 불편하게만 받아들이지 않았다.필요한 범위를 자신이 정했고, 테오도르는 그 선을 지켰다.그 사실까지 부정할 이유는 없었다.나디아가 주소표를 나누며 물었다.“직접 찾아갈 사람은 몇 명으로 할까요?”“백 명 전부 찾아가면 소문부터 납니다.”“그럼요?”“먼저 열 명만 확인하겠습니다.”“어떤 기준으로요?”세레나는 날짜별로 명단을 나눴다.“내일로 표시된 A군 다섯 명, 모레 B군 세 명, 사흘 뒤 C군 두 명.”“무작위로요?”“직업과 주소가 겹치지 않게 고릅니다.”황실 조사관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들이 무엇을 공통으로 받았는지 확인하려는 거군요.”“네.”세레나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덧붙였다.“찾아가서 ‘당신이 아플 예정입니다’라고 말하지 마세요.”아벨의 펜이 멈췄다.“그럼 어떻게 설명합니까?”“루멘 성전 구호 사업의 약제 안전 확인이라고 하세요. 본인이 참여를 원할 때만 물건을 보여 달라고 하고요.”“거부하면요?”“돌아옵니다.”회의실 한쪽에서 군 의료관이 한숨을 쉬었다.“이 상황에서까지 동의를 받습니까?”세레나가 그를 바라봤다.“아직 아프지도 않은 사람의 집에 들어가는 일이니까요.”군 의료관은 더 말하지 않았다.테오도르의 손이 자신의 무릎 위에서 아주 조금 움직였다.세레나는 그 손을 오래 보지 않았다.그 역시 듣고 있었다.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의 문을 열 수 없다는 말을.첫 번째 명단의 주인은 스물여섯 살의 봉제공 에밀리였다.제도 동부의 오래된 공동주택 삼 층에 살고 있었고, 아침부터 창가에 앉아 군복 단추를 달고 있었다. 황실 조사관과 세레나가 찾아가자 그녀는 처음에는 문을 반만 열었다.“성전에서 오셨어요?”“아닙니다.”세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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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마티아스 대신관 전격 체포령

“내일 가져가야 할 물건을 받은 게 있습니까?”“아.”에밀리가 침대 아래 작은 상자를 꺼냈다.“오늘 아침에 왔어요.”세레나는 몸을 낮추지 않았다.“열어 보셨습니까?”“아니요. 검진소에 가져오라고 해서요.”상자 위에는 루멘 성전 봉인이 찍혀 있었다.수신인 에밀리 로렌.A-17.세레나는 물었다.“열지 않은 상태로 황실 감찰원에 맡길 의향이 있으십니까?”에밀리가 상자를 끌어안았다.“그럼 내일 검진은요?”“가고 싶으시면 가실 수 있습니다.”“이게 위험한 건가요?”세레나는 즉답하지 않았다.“현재 일부 구호용 백휘석 제품에서 오염 가능성이 확인됐습니다. 이 상자가 같은 물품인지 아직 모릅니다.”에밀리의 표정이 굳었다.“그럼 안 가는 게 낫다는 거죠?”“그 결정은 제가 하지 않습니다.”“치료사 아니에요?”“수습 치료사입니다.”세레나는 카드와 상자를 번갈아 봤다.“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내일 검진을 미루더라도 지금 당장 치료를 중단하는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현재 아픈 곳이 없으시다면 선택할 시간이 있습니다.”에밀리는 한동안 상자를 바라봤다.그리고 황실 조사관에게 내밀었다.“이건 가져가세요.”“검진은요?”“안 갈래요.”세레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원하시면 다른 공공 진료소에서 상태만 확인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 드리겠습니다.”“그건 받을게요.”황실 조사관이 동의 내용을 적었다.세레나는 상자에 손을 대지 않았다.입회자가 봉인 상태를 기록한 뒤에야 현관 밖으로 나왔다.계단을 내려가던 아벨이 낮게 말했다.“첫 번째부터 맞았습니다.”“하나입니다.”세레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열 명은 확인해야 합니다.”두 번째 사람도 같은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B-04.첫 검진 때는 약한 패치를 사용했고, 모레 두 번째 검진을 받으라는 안내를 받았다.세 번째 사람에게서는 상자가 아직 오지 않았다.대신 성전 배달원이 오늘 오후에 가져올 예정이라는 쪽지가 있었다.네 번째 사람은 첫 검진 뒤 사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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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제가 공작님의 생활을 관리하지는 않습니다

“군인이 집집마다 가면 겁부터 먹을 겁니다.”“그럼 행정청을 통해 연락합니까?”“지원금을 신청할 때 적은 연락 방법이 있을 겁니다.”황실 조사관이 말했다.“대부분 동네 행정소나 구호소를 연락처로 사용했습니다.”세레나는 지도를 확인했다.“그럼 각 행정소에 통지합니다. 두 번째 건강 검진은 황실 검토가 끝날 때까지 연기되었다고요.”군 의료관이 물었다.“성전이 예정대로 검진소를 열면요?”“가고 싶다는 사람을 물리적으로 막지 않습니다.”나디아가 세레나를 봤다.“이 상황에서도요?”“대신 확인된 위험과 다른 선택지를 먼저 알려야 합니다.”세레나는 공고문을 작성하기 시작했다.“무료 검진 대상자는 검진을 미룰 수 있고, 이미 받은 상자를 열지 않은 채 현지 공공 진료소나 황실 감찰원에 맡길 수 있다고 적으세요.”“성전이 검진 강행을 하면?”황실 조사관이 물었다.세레나는 테오도르를 바라보지 않고 답했다.“그때는 검진 장소의 약제 사용을 중지시킬 근거를 확보하면 됩니다.”테오도르가 입을 열었다.“검진소 주변 군 배치는 원하지 않으시겠군요.”“네.”“알겠습니다.”그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세레나는 잠시 펜을 멈췄다.“다만 한 가지는 부탁드리겠습니다.”테오도르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말씀하십시오.”“성전이 사람들을 강제로 이송하려 하면 막아 주세요.”“어디까지 막으면 됩니까?”질문이 바로 돌아왔다.세레나는 종이 위에 조건을 적으며 말했다.“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데 마차에 태우거나, 건강 상태를 이유로 통행을 제한하는 경우에만요. 치료를 받으러 스스로 가는 사람은 막지 마세요.”“그 범위로 군에 알리겠습니다.”“공작님.”“네.”세레나는 그제야 그를 봤다.“이번에는 제 이름으로 요청하겠습니다.”황실 조사관이 펜을 멈췄다.테오도르도 아무 말 없이 기다렸다.세레나는 별도 요청서를 꺼냈다.‘세리스 베인, 외부 수습 치료사.’그 이름 아래에 직접 적었다.‘백휘열 의심군 조사 중 확인된 사전 이송 대상자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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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병상보다 약을 먼저 보다

“세리스 치료사.”세레나가 멈췄다.“한 가지 확인해도 됩니까?”“말씀하세요.”“제가 없을 때 추가 군 권한이 필요해지면 로이스에게 바로 요청하십시오.”“공작님께 먼저 묻지 않고요?”“미리 범위를 승인해 두겠습니다.”세레나의 눈썹이 조금 움직였다.“범위는 누가 정합니까?”테오도르는 아주 잠깐 말이 없었다.예전의 그라면 자신의 판단으로 넓게 정했을 것이다.“세리스 치료사께서 정해 주십시오.”세레나는 검은 장갑의 검지를 종이 위에 내려놓았다.“강제 이송 방지만.”“알겠습니다.”“추적이나 신원 확인은 포함하지 않습니다.”“포함하지 않겠습니다.”“그리고 제가 어디에 있는지 보고받을 필요도 없습니다.”테오도르의 손이 의자 팔걸이 위에서 멈췄다.“그렇게 하겠습니다.”세레나는 그제야 회의실을 나갔다.동부 회복원은 낮에 보니 더 이상한 장소였다.제도 동쪽 성벽 밖, 오래된 순례자 숙소를 개조한 건물이었다. 외벽은 오래됐지만 창문은 전부 새것이었고, 정문에는 루멘 성전 문장이 걸려 있었다.문을 열어 준 관리 사제는 황실 조사관의 방문을 예상하지 못한 얼굴이었다.“아직 정식 개원 전입니다.”황실 조사관이 말했다.“그런데 백 명의 이송 허가를 요청하셨습니다.”“예방적 관찰을 위한 준비입니다.”“누가 입원을 결정했습니까?”“본당에서 내려온 지침입니다.”세레나는 정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현재 환자가 있습니까?”사제가 망설였다.“없습니다.”“그럼 병동을 봐도 됩니까?”“의료 시설은 성전 내부 규정상—”황실 조사관이 영장을 펼쳤다.“제2정제실 사건 및 백휘석 구호품 조사와 관련된 시설 확인입니다.”사제는 더 막지 못했다.세레나는 가장 먼저 병실로 가지 않았다.약제 보관실부터 요청했다.“병상보다 약을 먼저 봅니까?”조사관이 물었다.“아직 환자가 없다면 무엇을 쓰려고 준비했는지부터 봐야 합니다.”약제실 문이 열리자 나디아가 걸음을 멈췄다.선반이 벽 전체를 채우고 있었다.백휘석 패치.성력 안정제.진통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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