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처형에 서명한 공작과 계약 결혼했다: Chapter 171 - Chapter 180

319 Chapters

171. 건물은 병을 만들지 않았다

침대는 삼백 개.빈 침구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각 침상 머리맡에는 환자 번호를 넣을 수 있는 작은 홈이 있었다.그러나 백 명에게 배정된 병상 번호에는 이미 이름표가 끼워져 있었다.에밀리 로렌.A-17.내일 입원 예정.세레나는 이름표를 빼지 않았다.사진이나 증거를 남기는 대신 황실 기록관이 위치와 상태를 그대로 적었다.복도 끝에는 검사실이 있었다.혈액과 소변을 보관하는 작은 유리관이 수백 개 준비되어 있었다.나디아가 하나를 집어 들지 않고 라벨만 읽었다.“반응 전.”옆 칸.“반응 후.”세레나는 관리 사제를 바라봤다.“치료 기록이 아니라 비교 기록을 준비했군요.”“본당 연구 규정은 제가”“연구라는 말을 방금 처음 하셨습니다.”사제의 입이 닫혔다.황실 조사관의 펜이 종이를 긁었다.세레나는 그를 몰아붙이지 않았다.이미 말실수가 기록되었다.더 많은 말을 유도하다 진술 전체를 흔들 필요가 없었다.“시설은 현 상태로 봉인해 주세요.”황실 조사관이 물었다.“폐쇄합니까?”“약제 사용만 중지하면 됩니다.”“입원도요?”세레나는 빈 병상들을 봤다.“건강한 사람을 본인 의사 없이 이곳에 들이는 건 막아야 합니다. 다만 이미 아픈 사람이 이 시설 치료를 원한다면 황실 감독 아래 일반 치료 시설로 사용할 수는 있습니다.”나디아가 눈을 크게 떴다.“여기를 그냥 버리지 않는다고요?”“병상이 삼백 개입니다.”세레나는 창가의 깨끗한 수통과 침구 창고를 확인했다.“백휘열 환자가 늘면 병상이 필요합니다.”“성전 시설인데도요?”“건물은 병을 만들지 않았습니다.”세레나는 약제실 방향을 봤다.“문제 되는 약제를 치우고 관리권을 분리하면 치료 시설로 쓸 수 있습니다.”황실 조사관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황실 의료감찰원 임시 공동 관리로 전환을 요청하겠습니다.”관리 사제가 당황했다.“성전 소유 시설입니다.”“그러니 소유권을 가져가겠다는 게 아닙니다.”세레나가 말했다.“지금 사용 권한을 제한하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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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동의한다고 의학적 판단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에르빈 사제가 입을 다물었다.세레나는 마차에서 내린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각각 했다.일곱 명 중 다섯 명은 돌아가겠다고 했다.두 명은 불안하니 검진을 받고 싶다고 했다.세레나는 그 둘을 돌려보내지 않았다.“여기서 검진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문제 된 패치는 사용하지 않고 일반 검사만 진행합니다.”한 남자가 물었다.“성전 치료사는요?”“원하시면 성전 치료사에게 보실 수도 있습니다.”세레나는 황실 조사관을 가리켰다.“황실 입회 아래에서요.”그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각자 다른 선택이었다.세레나는 그것을 하나의 결정으로 만들지 않았다.성 루치아 구호원으로 돌아온 것은 해가 저문 뒤였다.세레나는 동부 회복원에서 바로 황실 감찰원으로 가지 않았다.오전부터 비워 둔 수습 진료 시간이 있었고, 루카스의 어깨 상태도 다시 확인해야 했다.그러나 구호원 앞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오웬이 먼저 달려왔다.“세리스.”“환자 늘었습니까?”“일곱 명 더 왔습니다. 급한 건 둘입니다.”세레나는 약제함을 내려놓지 않았다.“어디 있습니까?”“두 번째 병동.”“루카스 경은요?”오웬이 잠깐 멈췄다.“열은 내려갔습니다.”세레나의 어깨에서 아주 미세하게 힘이 빠졌다.“그럼 나중에 보겠습니다.”먼저 새 환자를 봤다.한 사람은 남부 작업장에서 온 재봉사였고, 다른 한 사람은 동쪽 시장에서 상자를 나르던 소년이었다. 둘 다 소변량이 줄었지만 호흡은 아직 유지되고 있었다.세레나는 강한 성력 없이 수분 상태와 순환, 약제 노출량부터 확인했다.환자가 안정되고 나서야 루카스의 병실로 갔다.그는 이번에는 목발을 손에 들고 있지 않았다.침상에 누운 채 황실 조사관이 가져온 자신의 부대 문서 사본을 읽고 있었다.세레나가 문에 서자 종이를 덮었다.“숨길 문서입니까?”“아닙니다.”“그럼 왜 덮으셨습니까?”“치료사께서 들어오셨으니 진료할 줄 알았습니다.”“환자가 배우는 속도는 빠르군요.”루카스의 입가가 움직였다.세레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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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204번 병상, 세리스 베인

“공작님은 오늘 동부 회복원에 오지 않았습니다.”왜 굳이 그 말을 정정했는지는 자신도 설명하지 않았다.루카스는 잠시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것뿐이었다.세레나는 병실을 나왔다.그날 밤 마지막 보고는 황실 감찰원에서 왔다.세레나는 구호원 약제실에서 나디아와 함께 동부 회복원의 패치 시료를 정리하고 있었다.A군.B군.C군.반응 일호.반응 이호.기준품.그때 아벨이 봉인된 문서 가방을 들고 들어왔다.“동부 회복원에서 추가 문서가 발견됐습니다.”세레나는 장갑을 벗지 않았다.“어디에서요?”“행정실 벽장 안쪽입니다.”“황실 조사관 입회는요?”“두 명이 함께 발견했습니다.”그제야 문서 가방을 열었다.안에는 얇은 장부 하나가 있었다.표지는 평범했다.‘겨울 구호 사업 사후 관리 대상자.’첫 장에는 이미 확인한 백 명이 있었다.두 번째 장에는 A, B, C 분류 기준이 적혀 있었다.1차 패치 뒤 고열이 없는 사람.짧은 발열 후 회복한 사람.무반응자.세 번째 장부터는 내용이 달랐다.2차 노출 뒤 예상되는 증상을 기록할 칸.발열 시각.은빛 혈관 출현 시각.환각 여부.배뇨 감소.장기 이상.세레나의 검은 장갑이 종이 가장자리에서 멈췄다.“예상 기록지가 아니라 빈 관찰표네요.”나디아가 말했다.“그래도 병이 생길 걸 알고 있었다는 건 같아요.”“네.”세레나는 다음 장을 넘겼다.그리고 거기에서 다른 명단을 발견했다.백 명이 아니었다.열두 명.이름 옆에는 ‘특별 관찰’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나디아가 첫 번째 이름을 읽었다.“루카스 아르덴.”세레나의 시선이 굳었다.두 번째.제2전투대 에반.세 번째와 네 번째도 같은 부대원.성기사단 사람들이었다.다섯 번째부터는 민간인.그리고 마지막 이름은 아직 비어 있었다.대신 조건만 적혀 있었다.‘제2정제실 기록을 외부로 반출한 수습 치료사.’나디아의 얼굴이 굳었다.“이거…….”세레나는 바로 자신의 이름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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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내 이름으로 쓴 동의서

동부 회복원에서 사라진 것은 204번 침상만이 아니었다.아벨이 가져온 현장 기록을 끝까지 읽은 세레나는 약제실 탁자 위에 장부를 펼쳐 둔 채 마지막 페이지부터 다시 확인했다. 봉인 시각, 황실 조사관의 서명, 출입자 명단, 지하 창고 개방 시각까지 순서대로 맞춰 보자 빈틈은 한 곳뿐이었다.황실이 건물 정문과 약제실을 봉인한 뒤, 지하 물품 출입구는 한 시간 가까이 아무도 지키지 않았다.공식 도면에는 존재하지 않는 문이었다.“회복원 사람들이 숨긴 출입구였대요.”아벨이 말했다.“건물을 순례자 숙소로 사용하던 시절에는 세탁물을 나르는 문이었다고 합니다. 개조하면서 막았다고 보고했는데 실제로는 안쪽 벽만 덧댄 상태였습니다.”나디아가 204번 병상 기록을 내려다봤다.“침대를 거기로 빼냈다는 거예요?”“바닥에 끌린 흔적이 있습니다.”“왜 침대까지 가져가죠?”세레나는 그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환자를 노린다면 사람만 데려가면 된다.병상을 함께 옮기는 행위는 다른 목적에 가까웠다.병상 번호.입원 기록.약제 투여표.‘환자가 실제로 그 병상에 있었다’는 흔적을 만들려는 것.세레나는 장부 옆에 놓인 빈 기록지를 가져왔다.“204번 병상에 붙어 있던 기록판도 없어졌습니까?”아벨이 현장 목록을 확인했다.“네.”“침구는요?”“전부 사라졌습니다.”“수액대와 물통은?”“그것도요.”나디아가 낮게 말했다.“병실 하나를 통째로 옮겼네요.”“네.”세레나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환자를 데려갈 준비가 아니라, 다른 장소에 ‘이미 입원해 있던 환자’를 만들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약제실에 있던 사람들이 조용해졌다.아벨이 물었다.“세리스 치료사를 말입니까?”“제 이름이 204번에 들어가 있으니 가능성은 있습니다.”나디아가 곧바로 말했다.“그러면 여기 계시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세레나의 검은 장갑이 장부 가장자리에서 멈췄다.전생이라면 그런 말이 나오기도 전에 테오도르가 사람을 보냈을 것이다.공작저로 오라거나, 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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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가 손에 든 것은 흰 봉투였다.루멘 성전의 봉인이 찍혀 있었다.수신인은 세리스 베인.그리고 봉투 한가운데에는 예상하지 못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동부 회복원 자진 입원 승인서.’승인서는 세레나가 서명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황실 의료감찰원 회의실에서 문서가 펼쳐지자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세레나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마지막 줄부터 확인했다.세리스 베인.필체는 닮아 있었다.너무 닮아 있어서 오히려 이상했다.성전 시험 지원서에 썼던 글씨보다 획이 더 단정했고, ‘베인’의 마지막 획도 자신이 요즘 쓰는 방식과 비슷했다.하지만 세레나는 종이에 손을 대지 않았다.“원본입니까?”황실 기록관이 문서를 비추어 보았다.“성전 측에서는 원본이라고 주장합니다.”“제출 시각은요?”“어젯밤 열한 시 사십 분.”나디아가 즉시 고개를 들었다.“그때 세리스는 구호원에 있었어요.”아벨도 기록철을 펼쳤다.“맞습니다. 열 시 오십 분부터 새벽 한 시까지 성 루치아 구호원 약제실에서 저와 나디아 약제사, 오웬 신부가 함께 있었습니다.”세레나는 제출 시각보다 작성 날짜를 봤다.오늘 날짜.“제가 성전 본당에 마지막으로 들어간 게 언제입니까?”아벨이 기록을 확인했다.“제2정제실 사건 당일입니다.”“그 이후 자진 입원서를 작성한 적은 없습니다.”황실 조사관이 말했다.“그럼 위조로 봐도 되겠군요.”“아직은요.”세레나가 문서의 내용을 위에서부터 읽었다.‘세리스 베인 본인은 최근 발생한 성맥 이상 및 백휘석 노출 관련 증상에 대해 루멘 성전의 보호 치료를 자발적으로 요청함.’‘동부 회복원 204번 병상 배정에 동의함.’‘상태 악화 시 이동과 치료에 관한 결정을 의료 책임자에게 위임함.’세레나의 시선이 마지막 문장에 멈췄다.“치료 위임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황실 조사관이 말했다.“그것도 위조 정황이 됩니까?”“제 서명 습관을 알고 있다면 내용까지 그럴듯하게 만들었겠지만, 저는 이런 문서에 서명하지 않습니다.”“왜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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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하지 않겠습니다

“서명 모양은 그중 하나에서 베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테오도르가 물었다.“지금 가장 위험한 건 무엇입니까?”세레나는 그 질문에 잠시 멈췄다.자신이 아니라 사건 전체를 묻는 것인지 확인하듯 그를 봤다.테오도르는 이어 말했다.“서명 위조와 사라진 이송 마차 가운데 먼저 막아야 할 것을 묻는 겁니다.”“마차입니다.”“이유는요?”“문서는 남지만 마차는 움직이니까요.”테오도르는 고개를 끄덕였다.“필요한 권한을 말씀하십시오.”세레나는 지도를 펼쳤다.204번 침상과 함께 사라진 마차는 동부 회복원의 지하 출입구를 통해 빠져나갔다. 성전 본당으로 향했다면 정문 기록에 남아야 했다. 남쪽이나 서쪽으로 이동했다면 검문 지점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그런데 병상을 통째로 실었다면 일반 수레보다 크고 느리다.숨기기 쉬운 물건이 아니다.“공작님.”“네.”“제도 전체를 뒤지지 말아 주세요.”테오도르가 아무 말 없이 기다렸다.“회복원에서 나가는 세 길 중 병상 크기의 마차가 지나갈 수 있는 곳만 확인해 주세요. 그리고 성전 문장이 있는 마차라고 해서 통과시키지 않도록요.”“사람은?”“붙잡지 마세요.”“마차 안에 당신의 이름을 쓴 기록이 있어도요?”세레나는 그의 눈을 바라봤다.“물품과 문서만 보존하고, 사람이 도망가면 황실 조사관이 판단합니다.”테오도르의 턱이 조금 굳었다.그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더 넓은 권한을 쓰고 싶은 듯했다.그러나 잠시 뒤 대답은 달랐다.“알겠습니다.”세레나는 한 가지를 더 말했다.“그리고 오늘 저를 공작저로 데려가겠다고 하지 말아 주세요.”회의실이 조용해졌다.테오도르의 시선이 움직였다.“그럴 생각이 있었습니다.”그는 거짓말하지 않았다.세레나는 검은 장갑 끝을 탁자에 내려놓았다.“알고 있습니다.”“지금도 있고요.”“그것도요.”“하지만 원하지 않으십니까?”“네.”테오도르는 눈을 내렸다가 다시 들었다.“그럼 하지 않겠습니다.”너무 쉽게 나오는 대답이라 오히려 세레나가 잠깐 아무 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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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희미한 갈색 기름 자국

“최근 서명을 참고했습니다.”세레나가 말했다.“그렇다면 위조한 사람은 시험 지원서만 본 게 아니에요.”나디아의 얼굴이 굳었다.“황실 문서도 봤다는 거네요.”“적어도 사본을요.”사건은 성전 안에서만 움직이지 않았다.세레나는 의자를 당겨 최근 일주일 동안 자신의 서명이 들어간 공문 목록을 작성했다.문서마다 전달 기관을 적었다.황실 의료감찰원.루멘 성전.군 의료 감독부.성 루치아 구호원.드레이크 후작가 법무 대리인에게 전달된 신원 심리 통지서.그중 가장 최근 글씨가 반영된 것은 동부 회복원 조사 뒤 작성한 자진 이송 거부 기록과 비슷했다.“승인서 작성자는 오늘 제 글씨를 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아벨이 말했다.“그렇다면 범위가 더 줄어듭니다.”“네.”세레나는 위조 승인서의 잉크를 확인했다.잉크 자체는 성전에서 흔히 쓰는 청흑색이었다.나디아가 종이를 빛에 비추다 작은 얼룩을 발견했다.“여기요.”서명 아래 아주 희미한 갈색 자국.세레나는 냄새를 맡지 않았다.나디아가 별도 종이에 조금 묻혀 반응을 살폈다.“약초 기름 같은데…….”그녀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아.”“아십니까?”“동부 회복원에서 쓰던 기록 보존 기름이에요.”“확실합니까?”“제가 시료 하나 가져왔습니다.”나디아가 가방 안에서 작은 병을 꺼냈다.두 반응은 같았다.위조 승인서는 동부 회복원 안에서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그리고 그곳은 이미 황실이 봉인한 뒤였다.아벨이 말했다.“그럼 내부 관리 사제 가운데 누군가가 봉인 뒤에 문서를 만든 겁니다.”세레나의 시선이 달라졌다.“204번 병상을 옮긴 사람과 같을 수도 있습니다.”“지금 동부 회복원에 남아 있는 사람을 다시 조사하겠습니다.”세레나는 고개를 저었다.“한 명씩 잡아 세우지 마세요.”아벨이 의아한 얼굴로 바라봤다.“왜요?”“병상을 옮긴 사람이 이미 빠져나갔다면 남은 사람을 압박해도 소용없습니다.”“그럼요?”“없어진 사람부터 찾으세요.”동부 회복원 봉인 당시 근무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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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두 시의 약속

“사람도 없는데 왜 이렇게 해 놨죠?”“입원 흔적을 만든 겁니다.”침상 발치에는 환자 기록표가 걸려 있었다.세레나는 가까이 가지 않고 읽었다.환자명.세리스 베인.입원 시각.새벽 한 시 이십 분.주증상.고열, 환각, 성맥 불안정.초기 처치.고농도 안정 패치 사용.환자 저항으로 보호 이송 시행.나디아의 얼굴이 굳었다.“저항?”세레나의 검은 장갑 손끝이 천천히 접혔다.“다음 줄도 읽어 주세요.”황실 기록관이 기록표를 확인했다.“의식 혼란으로 본인 동의 확인 불가. 사전 자진 입원 승인서에 따라 치료 진행.”모든 것이 연결됐다.위조한 동의서.사라진 병상.누군가 누운 것처럼 만든 침구.성전 외부의 버려진 검역소.그리고 ‘환자 저항’이라는 기록.세레나가 실제로 사라지면 그 뒤의 이야기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세리스 베인은 백휘열 증상 때문에 스스로 치료를 신청했다.상태가 악화되어 판단력을 잃었다.치료 중 저항했다.그래서 보호 이송했다.그다음 어디로 데려가도 합법적인 치료처럼 꾸밀 수 있었다.황실 조사관이 이를 악물었다.“이건 납치 준비입니다.”세레나는 즉시 동의하지 않았다.“강제 이송을 정당화할 기록을 만들었다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세리스 치료사 본인이 대상인데도 그렇게 말합니까?”“그래서 더 정확해야 합니다.”세레나는 기록표 맨 아래를 봤다.치료 책임자 서명은 없었다.대신 환자 이송 예정 시각이 적혀 있었다.오늘 밤 두 시.목적지는 공란.“아직 끝난 기록이 아닙니다.”나디아가 물었다.“무슨 뜻이에요?”“오늘 밤 누군가 이곳에 다시 올 예정이었을 수도 있습니다.”황실 조사관이 곧바로 말했다.“매복하겠습니다.”세레나는 그를 봤다.“병력을 숨겨 두면 상대가 눈치챌 수 있습니다.”“그래도 잡아야 합니다.”“잡는 게 먼저인지 확인해야 해요.”“무엇을요?”세레나는 침상 옆 물통을 봤다.반쯤 줄어든 물.아무도 없는 방에 굳이 물까지 사용한 이유.기록을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해서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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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204번 병상에 누웠던 사람

한 줄을 띄우고 다른 문장이 있었다.‘204번 병상에 관한 보고를 받았습니다.’세레나의 시선이 다음으로 내려갔다.‘공작저로 오라고 요청하지 않겠습니다.’그녀의 손가락이 아주 잠깐 멈췄다.그리고 마지막.‘다만 지금 무엇이 필요하신지는 묻고 싶습니다.’테오도르 칼베른.세레나는 창밖을 봤다.어둑해진 도로 위로 등불이 하나씩 지나갔다.전생에는 이 질문이 없었다.필요한 것을 테오도르가 정했다.세레나가 지쳤으면 쉬라고 했고, 위험하면 따라오라고 했고, 아프면 치료받으라고 했다.다 맞는 말이었다.그런데도 세레나의 답은 필요하지 않았다.이번에는 그가 물었다.세레나는 빈 답신지를 요청했다.아벨이 물었다.“공식 회신으로 기록할까요?”잠깐 생각한 뒤 세레나는 고개를 저었다.“이번에는 개인 답신으로 보내겠습니다.”아벨이 시선을 들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세레나는 종이를 무릎 위에 놓았다.첫 줄을 적었다가 지웠다.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공작님.’그다음 문장을 쓰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오늘 밤 저를 찾으러 오지 말아 주세요.’손이 멈췄다.전생의 자신이라면 그 문장만 썼을 것이다.밀어내고, 혼자 견뎠을 것이다.세레나는 한 줄을 더 적었다.‘대신 새벽까지 군 통신망을 열어 두실 수 있습니까? 사람 하나를 찾아야 합니다.’마지막에 이름을 썼다.세리스 베인.접으려다 생각을 바꿨다.그리고 아주 짧은 문장을 추가했다.‘필요하면 제가 먼저 연락드리겠습니다.’세레나는 종이를 접어 로이스에게 건넸다.로이스는 내용은 보지 않고 봉투만 받았다.“전하겠습니다.”마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세레나는 창문을 닫았다.자신이 먼저 연락하겠다는 말을 남겼다.그 약속이 생각보다 무겁게 느껴졌다.그러나 빚처럼 무겁지는 않았다.자신이 고른 문장이었기 때문이다.204번 침상에 누워 있었던 사람은 자정이 가까워져서야 찾아냈다.성 루치아 구호원에 들어온 새 환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처음에는 아무도 연결하지 못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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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환자가 되지 않겠다는 사람

“환자 이송 명령서입니다.”성 루치아 구호원의 보조원이 내민 문서는 아직 접힌 자국도 없었다.세레나는 손을 뻗지 않았다.정문 바깥에는 루멘 성전의 흰 마차 한 대와 사제 셋이 서 있었다. 마차 옆에는 들것이 준비되어 있었고, 성전 문장이 새겨진 천까지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누군가를 실어 가기 위한 준비가 지나칠 만큼 완벽했다.그 대상이 문서 첫 줄에 적혀 있었다.세리스 베인.동부 회복원 204번 병상 무단 이탈.세레나는 문서가 아니라 마차부터 살폈다.안쪽에 사람이 타고 있지는 않았다.들것에는 가죽 고정띠가 달려 있었고, 작은 약제 상자 하나가 발치에 놓여 있었다.“저 상자 안에는 무엇이 있습니까?”가장 앞에 선 사제가 미간을 좁혔다.“지금 중요한 것은 이송 명령입니다.”세레나는 그의 가슴에 달린 이름표를 봤다.“알드렌 사제님.”화가 날수록 이름은 정확해졌다.“제 질문에 답하지 않으실 생각입니까?”사제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서 문서로 내려갔다.“진정용 약제와 일반적인 이송 물품입니다.”“진정용 약제 이름은요?”“그것까지 설명할 의무는 없습니다.”“환자에게 사용할 물건인데도요?”“현재 세리스 베인 수습 치료사는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잃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세레나의 장갑 낀 손가락이 천천히 펴졌다.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무엇을 근거로요?”알드렌은 명령서를 펼쳤다.“동부 회복원에서 치료 중 무단 이탈했고, 안정 치료를 거부하고 있습니다.”“제가 그 병상에 누워 있는 것을 보셨습니까?”“기록이 있습니다.”“누가 작성했습니까?”“회복원 의료진이”“이름을 말씀하세요.”사제의 입이 멈췄다.세레나는 문턱을 넘지 않았다.구호원 안에는 오웬 신부와 나디아, 황실 의료감찰원 보조관 아벨이 있었고, 야간 방문 기록판 역시 현관 벽에 걸려 있었다.“제가 동부 회복원 204번 병상에 입원했다는 시각이 새벽 한 시 이십 분이라고 되어 있지요?”알드렌의 표정이 굳었다.“맞습니다.”“그 시각에 저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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