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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내 이름으로 쓴 동의서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8 22:52:45

동부 회복원에서 사라진 것은 204번 침상만이 아니었다.

아벨이 가져온 현장 기록을 끝까지 읽은 세레나는 약제실 탁자 위에 장부를 펼쳐 둔 채

마지막 페이지부터 다시 확인했다. 봉인 시각, 황실 조사관의 서명,

출입자 명단, 지하 창고 개방 시각까지 순서대로 맞춰 보자 빈틈은 한 곳뿐이었다.

황실이 건물 정문과 약제실을 봉인한 뒤,

지하 물품 출입구는 한 시간 가까이 아무도 지키지 않았다.

공식 도면에는 존재하지 않는 문이었다.

“회복원 사람들이 숨긴 출입구였대요.”

아벨이 말했다.

“건물을 순례자 숙소로 사용하던 시절에는 세탁물을 나르는 문이었다고 합니다.

개조하면서 막았다고 보고했는데 실제로는 안쪽 벽만 덧댄 상태였습니다.”

나디아가 204번 병상 기록을 내려다봤다.

“침대를 거기로 빼냈다는 거예요?”

“바닥에 끌린 흔적이 있습니다.”

“왜 침대까지 가져가죠?”

세레나는 그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환자를 노린다면 사람만 데려가면 된다.

병상을 함께 옮기는 행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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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 활동명 세리스 베인.’펜을 내려놓은 뒤 계약서를 테오도르 쪽으로 밀었다.“이제 하세요.”테오도르는 바로 서명하지 않았다.세레나가 눈을 들었다.“또 확인하실 게 있습니까?”“마지막으로 하나만 묻겠습니다.”“말씀하세요.”“제 법무관이 이 계약을 보고 어떤 조항이 제게 불리하다고 말하더라도 수정하지 않겠습니다.그래도 법적 의미 자체는 확인해도 됩니까?”세레나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네. 계약을 제대로 이해하고 서명하라고 제가 말씀드렸습니다.&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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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디아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세레나는 진료실로 들어갔다.가장 상태가 나빴던 남부 하역 노동자는 조금 더 안정되어 있었다. 열은 아직 있었지만 어제보다 눈빛이 선명했고, 배뇨량도 아주 조금씩 늘고 있었다.세레나는 환자에게 상태를 설명한 뒤 오웬과 치료 계획을 다시 조정했다.고농도 성력은 여전히 사용하지 않는다.필요한 만큼의 보조만. 출혈과 신장 기능을 관찰한다.작은 개선을 과장하지 않는다.그 방식은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바뀌지 않는다.한 시간쯤 지나 진료실에서 나오자 나디아가 북부 전신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제7광산촌에서 새 보고가 왔어요.”세레나는 곧바로 받았다.열아홉 명 가운데 네 명의 열이 내려가기 시작했다.신장 기능 저하가 심했던 세 명 중 한 명은 소변량이 조금 회복됐다.그러나 새로운 환자가 다섯 명 늘었다.세레나의 표정이 굳었다.“같은 패치를 사용했습니까?”나디아가 고개를 저었다.“그게 문제예요.”새 환자 다섯 명 중 세 명은 루멘 성전 무료 패치를 사용하지 않았다.한 명은 상자를 운반했다.한 명은 진료소 바닥 청소를 했다.그리고 나머지 세 명은 같은 작업조에 속한 광부였다.“광부들은 안정제와 접촉한 기록이 없습니까?”“현재까지는 없어요.”세레나는 상세 기록을 펼쳤다.세 명 모두 제7광산촌 하부 갱도에서 일했다.최근 사흘 동안 새 배수로를 정비하고 있었다.작업 중 물이 탁해졌다는 기록.회색빛 침전.광부 한 명은 작업 후 장갑 안쪽에 흰 가루가 붙었다고 말했다.세레나의 손이 멈췄다.“그 갱도는 운영 광산입니까?”나디아가 다음 장을 확인했다.“정식 채굴 갱도는 아니래요. 오래전에 막았다가 최근 배수 문제 때문에 다시 연 연결 통로라고 합니다.”“어디로 연결됩니까?”나디아가 지도를 펼쳤다.칼베른 서부 제7광산촌.하부 배수 갱도.북서쪽 오래된 폐통로.공식 지도에는 끝이 막힌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그런데 최근 복구 작업 도면에는 바깥으로 이어지는 길이 하나 더 있었다.세레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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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오도르가 펜을 든 채 계약서 마지막 장을 바라보며 물었다.“서명은 어디에 하면 됩니까?”황실 공증실 안에는 잉크 냄새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 창밖으로 오후 햇빛이 기울고 있었지만 세레나는 시계를 확인하지 않았다. 북부에서 환자가 발생했고, 성 루치아에도 아직 안정되지 않은 환자가 남아 있었다.빨리 끝내야 할 이유는 충분했지만 그렇다고 지금 눈앞의 문서를 서둘러 끝낼 생각은 없었다.세레나는 테오도르의 손에 들린 펜보다 계약서 하단의 비어 있는 두 칸을 먼저 바라봤다.“아직은 아닙니다.”테오도르가 펜을 내려놓았다.“제가 놓친 부분이 있습니까?”“공작님이 아니라 제가 확인할 게 남았습니다.”세레나는 계약서를 다시 자신 쪽으로 당겼다. 조금 전까지 테오도르가 두 번 읽었던 문서를 처음부터 한 장씩 넘기면서, 자신이 쓴 문장이 실제로 자신이 원하는 뜻을 그대로 담고 있는지 다시 확인했다. 공증관과 로디언은 기다렸고, 테오도르도 재촉하지 않았다.제1조.어느 일방도 상대의 신체와 거주, 직업, 재산, 이름에 대한 우선 결정권을 얻지 않는다.제4조.어느 쪽이든 계약 종료를 요구할 수 있으며, 상대는 종료 이유의 설명이나 숙려 기간, 재협상을 강제할 수 없다.제7조.의식이 명료한 상대가 분명히 거부한 일을 보호라는 이유로 강제하지 않는다.독립된 거주지.독립 재산.세리스 베인이라는 활동명.치료원 독립 회계.동일 침실과 신체 접촉은 혼인 의무가 아님.이전의 동의는 다음의 동의를 대신하지 않음.자동 연장 없음.사랑과 충성, 용서의 약속 없음.계약 이전의 잘못을 면책하지 않음.세레나는 마지막 문장까지 읽은 뒤 펜을 들었다.테오도르가 그녀의 손을 보고 있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공증관님.”“말씀하십시오.”“제가 지금 이 문서에 서명하면 혼인 신고가 즉시 완료됩니까?”“아닙니다.”황실 공증관은 계약서와 별도의 혼인등록 신청서를 구분해 앞에 놓았다.“지금 서명하시는 것은 혼인 조건에 대한 양측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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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처형에 서명한 공작과 계약 결혼했다   315. 전체를 받거나, 전체를 거부하라

    “그 질문에는 답하지 않기로 했습니다.”세레나의 입가도 잠깐 움직였다.“잘 기억하셨네요.”“대신 하나만 확인하겠습니다.”“말씀하세요.”“세레나 영애께서 단독 종료권을 강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공작 각하에게도 별도의 종료권을 둘 생각이 없으십니까?”세레나는 잠시 생각했다.테오도르가 원하지 않는 계약에 갇히게 할 생각은 없다.자신의 자유를 지키겠다고 상대의 자유를 빼앗으면 모양만 다를 뿐 같은 일이 된다.세레나는 제4조 아래에 문장을 추가했다.‘테오도르 칼베른 역시 계약 종료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세레나의 의료기관, 재산, 환자, 거처에 대한 정리를 조건으로 종료를 지연시킬 수 없으며, 종료로 인해 상대에게 위약금이나 신분상 불이익을 요구하지 않는다.’그리고 별도의 문장.‘양측 모두 상대가 종료를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신 또는 계약상 도덕적 과실을 주장할 수 없다.’세레나는 펜을 내려놓았다.이제 됐다.적어도 오늘 자신이 쓸 수 있는 것은 모두 썼다.“공증본 준비해 주세요.”“몇 부입니까?”“원본 하나, 인증 사본 세 부.”“상대방에게는 언제 보여 주실 겁니까?”세레나는 창밖의 해가 기울어 가는 것을 봤다.“오늘.”테오도르와의 만남은 칼베른 공작저가 아니라 황실 공증원에서 이루어졌다.세레나가 장소를 정했다.공작가 법무관은 건물 안에 와 있었지만 방 밖에서 기다렸고, 세레나 쪽에는 로디언과 황실 공증관이 있었다. 테오도르 역시 그 조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그가 들어왔을 때 세레나는 이미 문서를 봉인에서 꺼내 놓고 있었다.아침부터 법전과 치료 기록을 보느라 눈이 조금 피곤했지만, 손은 떨리지 않았다.테오도르가 맞은편 의자에 앉기 전 물었다.“오늘 완성하셨습니까?”“네.”“제가 지금 읽으면 됩니까?”“먼저 규칙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테오도르가 앉았다.세레나는 계약서 위에 손을 올리지 않았다.“전부 읽으세요.”“그럴 생각입니다.”“모르는 법률 용어가 있으면 질문하셔도 되고, 공작님 법

  • 내 처형에 서명한 공작과 계약 결혼했다   314. 용서가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는 이유

    선물.세레나는 그 부분도 넣었다.고가의 보석이나 부동산을 받으면 언젠가 대가처럼 느낄 가능성이 컸다.‘개인 선물은 상대가 자유롭게 거절할 수 있으며, 거절은 관계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 계약 수행을 위해 필요한 물품은 선물이 아니라 비용으로 기록한다.’테오도르라면 이런 조항까지 읽고 어떤 얼굴을 할까.세레나는 잠깐 생각했지만 펜을 멈추지는 않았다.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 남아 있었다.종료.제4조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계약을 끝냈다고 말한 뒤에도 테오도르가 문밖에서 기다리거나, 설득하거나, 위험하다는 이유로 사람을 붙일 수 있다.그 가능성까지 막아야 했다.세레나는 새 장을 펼쳤다.‘계약 종료가 통보되면 세레나는 즉시 별거할 수 있으며, 칼베른 공작가는 재산, 의료 기록, 개인 문서, 이동 수단을 이유로 퇴거를 지연시킬 수 없다.’한 줄 더.‘세레나가 요청하지 않는 한 테오도르 칼베른은 계약 종료 후 세레나의 거처를 추적하거나 복귀를 요구하기 위한 방문·호위·감시를 할 수 없다. 법적 정산이나 공동 환자·재산에 관한 필수 연락은 황실 공증기관 또는 지정 대리인을 통해서만 한다.’로디언이 읽다가 물었다.“공작 각하가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겁니까?”세레나는 펜 끝을 종이에 댄 채 생각했다.완전히 막고 싶은가.지금은 모르겠다.그가 다시 물을 기회를 원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렇다고 계약을 끝낸 뒤에도 자신이 답해야 할 의무를 만들 수는 없다.“제가 먼저 연락하기 전까지는요.”세레나는 문장을 고쳤다.‘계약 종료 이후의 사적 연락은 세레나가 먼저 재개하기 전까지 요구할 수 없다.’로디언이 고개를 끄덕였다.“가능합니다.”그다음 줄은 더 짧았다.‘이 계약은 사랑, 충성, 용서 또는 미래의 실제 혼인을 약속하지 않는다.’세레나는 그 문장을 오래 보았다.아직 테오도르를 사랑하지 않는다.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생각한다.그런데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혹시 나중에 사랑하게 되더라도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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