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 8시 17분.“한서윤 총괄.”서윤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익숙한 목소리였다.뒤돌아보자 검은 정장을 입은 차도현이 서 있었다.“좋은 아침입니다, 의장님.”도현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봤다.베이지색 슬랙스에 흰 블라우스, 단정하게 묶은 머리.“오늘 중요한 회의 있습니까?”“네. 유럽 지사 실적 보고요.”“준비는?”“완벽합니다.”도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기대하겠습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서윤이 먼저 들어가자 도현이 뒤따랐다.문이 닫히자 서윤은 슬쩍 그의 손등을 건드렸다.“도현 씨.”“회사입니다, 한 총괄.”“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표정에 다 쓰여 있습니다.”서윤은 웃음을 참았다.“오늘따라 더 멋있으시네요, 의장님.”도현이 그녀를 내려다봤다.“아침부터 아부입니까?”“진심인데요.”그가 한 걸음 다가왔다.“그런 말은 퇴근하고 해.”낮고 단호한 목소리.서윤은 순간 입술을 깨물었다.“……네, 의장님.”엘리베이터가 멈추자 도현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먼저 내렸다.서윤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진짜 얄미워.”오전 10시 32분.회의실에는 유럽 사업부 관계자들이 모여 있었다.서윤은 화면에 매출 자료를 띄웠다.“이번 분기에는 신규 거래처 확대보다 기존 거래처의 재계약률을 높이는 데 집중했습니다.”도현은 상석에서 자료를 넘겼다.“수익성은?”“전 분기 대비 8.4% 개선됐습니다.”“환율 변동을 제외하면?”서윤은 곧바로 다음 화면을 띄웠다.“실질 개선 폭은 5.1%입니다.”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근거 자료는요?”“부록 3페이지에 정리했습니다.”서윤은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도현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좋습니다. 다만 다음 분기에는 계약 유지 비용도 별도로 분석하세요.”“네, 반영하겠습니다.”회의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서윤도 노트북을 챙겼다.그때 도현이 불렀다.“한 총괄.”“네, 의장님.”“잠깐 남
Last Updated : 2026-10-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