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Chapter 541 - Chapter 550

817 Chapters

540화.열세 번째 명령은 없다

토요일 오후 8시 17분.“차도현 씨.”“네.”“아까 그 말, 진심이예요?”서윤은 숙소 침대 끝에 앉아 도현을 올려다봤다.그는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었다.“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말이요?”“응.”도현은 대답 대신 테이블 위의 쇼핑백을 집어 들었다.분홍색 네온사인이 비치던 성인용품점.그곳에서 함께 고른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서윤.”“응?”“아까부터 일부러 저를 시험하고 있죠?”서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들켰네.”“처음부터 알았습니다.”“그럼 왜 모르는 척했어?”도현은 그녀 앞에 섰다.“어디까지 장난칠 생각인지 궁금해서요.”서윤은 그의 셔츠 소매를 잡아당겼다.“그래서?”그가 몸을 낮춰 눈을 맞췄다.“이제 제 차례입니다.”서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오랜만에 듣는 말이네.”“그렇습니까?”“응. 예전 생각나.”도현의 시선이 잠시 그녀의 오른손 약지에 머물렀다.결혼반지가 은은하게 빛났다.“그때와 지금은 다릅니다.”“알아.”서윤은 그의 손을 잡았다.“그때는 명령이 있었고, 지금은 내가 선택하는 거잖아.”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서윤은 일부러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그런데 내가 오늘은 도현 씨가 주도했으면 좋겠다고 하면?”도현의 입가에기다렸다는 말이라는듯 느린 미소가 번졌다.“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도현은 쇼핑백에서 검은색 실크 안대를 꺼냈다.서윤이 눈썹을 올렸다.“그것도 샀어?”“아까 서윤이 오래 보고 있던 제품입니다.”“그걸 봤어?”“서윤이 뭘 좋아하는지 모를 만큼 무심한 남편은 아닙니다.”그녀가 웃었다.“역시 우리주인님 .”도현은 안대를 손바닥 위에 펼쳤다.“이건 오늘 사용할지 말지 서윤이 정하세요.”서윤은 손끝으로 부드러운 천을 만졌다.“좋아.”“기억하는 약속은요?”“싫으면 바로 말하기.”“그리고?”“멈추라고 하면 바로 멈추기.”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서윤은 장난스럽게 덧붙였다.“그런데 도현 씨.”“네.”“이렇게까지 확인하니까 옛날 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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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1화.내 여자한테는 약해지는 남자

토요일 오후 11시 18분.“사랑해요.”서윤이 도현의 턱을 손끝으로 들어 올렸다.도현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한서윤.”“네?”“방금 뭐라고 했습니까?”서윤이 장난스럽게 웃었다.“못 들었어요?”“다시 듣고 싶은데.”“싫은데요?”도현의 눈썹이 올라갔다.“지금 저한테 장난치는 겁니까?”“네.”서윤이 이번엔 당당하게 대답했다.“우리 주인님이 얼마나 참을성이 좋은지 보려고요.”도현은 낮게 웃었다.그리고 그녀의 허리를 감싸 자신에게 끌어당겼다.“그럼 잘못 골랐습니다.”“뭘요?”“오늘은 참을 생각이 별로 없거든.”서윤의 눈이 커졌다.평소의 정중한 말투가 사라진 순간이었다.“어머.”도현은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왜. 놀랐어?”“아니요.”“그런데 얼굴이 빨개졌는데.”“주인님이 갑자기 반말하니까 그렇죠.”도현이 미소 지었다.“싫어?”서윤은 고개를 저었다.“좋아요.”“그럼 똑바로 봐.”서윤이 고개를 들었다.도현은 그녀의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나도 사랑해. 한서윤.”장난스럽던 서윤의 표정이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치사해.”“뭐가?”“이럴 때만 그렇게 멋있게 말하는 거.”도현은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너한테만 그러는 건데.”오후 11시 31분.서윤은 침대에 걸터앉아 도현을 바라봤다.그는 소매를 걷어 올리고 테이블 위를 정리하고 있었다.“주인님.”“왜.”“이리 와봐요.”도현은 움직이지 않았다.“서윤.”“네?”“아까 누가 주도하기로 했지?”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주인님이요.”“그런데 왜 자꾸 나를 불러?”“보고 싶으니까.”도현은 정리하던 손을 멈췄다.그 짧은 대답에 표정이 풀렸다.“……정말.”그는 성큼성큼 다가왔다.서윤이 웃었다.“왜요?”“너는 꼭 그렇게 말해서 사람을 약하게 만들어.”“우리 주인님이요?”“그래.”도현은 그녀 앞에 서서 허리를 숙였다.“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안 그러는데.”서윤은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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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화. 주도권을 빼앗는 방법

일요일 오전 11시 26분.“차도현 씨.”“왜.”“아까 한 말 후회하지 마세요.”서윤은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도현은 시동을 걸다 말고 그녀를 돌아봤다.“무슨 말?”“오늘은 내가 주도해도 된다고 했잖아요.”“그랬지.”“정말 자신 있어요?”도현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한서윤.”“네?”“나 도발하려면 조금 더 노력해야겠는데.”서윤이 웃음을 터뜨렸다.“와, 진짜 얄미워.”도현은 그녀의 안전벨트를 한 번 확인하고 운전대를 잡았다.“출발한다.”“네, 주인님.”그가 짧게 웃었다.“운전할 때 그렇게 부르지 마.”“왜요?”“자꾸 너한테 눈이 가니까.”서윤은 만족스럽게 창밖을 바라봤다.“벌써 1점.”“뭐가?”“내가 이겼다고요.”“시작도 안 했어.”오후 12시 48분.두 사람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서윤은 간식을 고르다가 도현에게 호두과자 봉지를 내밀었다.“하나 먹어요.”“나중에.”“지금.”도현이 그녀를 내려다봤다.“명령하는 거야?”서윤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오늘은 제 차례니까요.”도현은 웃으며 호두과자 하나를 받아먹었다.“만족해?”“아주요.”“이게 네가 준비한 주도권이야?”“아직 시작도 안 했거든요?”서윤은 그의 팔짱을 꼈다.“집에 가면 알게 될 거예요.”도현은 걸음을 멈췄다.“서윤.”“네?”“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자.”그가 몸을 낮춰 그녀의 눈을 마주 봤다.“네가 먼저 이끌겠다고 해서 내가 무조건 얌전히 따라갈 거라고 생각하지 마.”서윤의 눈빛이 반짝였다.“그게 더 재미있는데요?”도현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말은 잘해.”오후 5시 37분.집에 도착하자 서윤은 신발부터 벗어 던졌다.“아, 드디어 집!”도현은 여행 가방 2개를 현관 안으로 옮겼다.“신발 정리하고 들어가.”서윤이 뒤돌아봤다.“지금도 명령해요?”“현관에서 넘어지지 말라는 거야.”“주인님은 정말 한결같으시네요.”도현은 웃으며 그녀의 신발을 가지런히 놓았다.“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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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화.주인님의 방식

일요일 오후 9시 17분.“다음에는 네가 먼저 항복할 때까지 내가 이끌어줄게.”도현의 말에 서윤은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그 다음이 언제인데요?”“왜. 벌써 궁금해?”“네.”도현은 소파에 앉은 그녀를 내려다봤다.“한서윤.”“네, 주인님.”“오늘 하루 종일 나한테 도전했지?”서윤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랬죠.”“재미있었어?”“엄청요.”도현이 느리게 웃었다.“좋아. 그럼 이번에는 내 방식으로 해보자.”서윤의 눈빛이 반짝였다.“지금요?”“그래.”그는 테이블 위에 흩어진 카드들을 한쪽으로 밀었다.“단, 하나만 기억해.”“뭔데요?”“네가 싫다고 하면 바로 끝이야. 그 외에는 내가 이끌 거고.”서윤은 그의 손을 잡았다.“알아요. 우리끼리 정한 약속이잖아요.”“그럼 시작하지.”도현은 서윤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먼저 휴대폰 내려놔.”“왜요?”“오늘은 나한테 집중하고 싶다며.”서윤은 웃으며 휴대폰을 테이블에 올렸다.“다음은요?”“이리 와.”그녀가 한 걸음 다가가자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더.”서윤은 그의 바로 앞에 섰다.“이 정도요?”“그래.”도현은 그녀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아까 네가 했던 말 기억해?”“무슨 말이요?”“내가 제대로 주도해 줬으면 좋겠다고.”“네.”“그런데 네가 원하는 건 무조건 강하게 구는 남자가 아니잖아.”서윤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맞아요.”“널 잘 알고,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리는 남자.”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리고 필요할 때는 망설이지 않는 남자.”서윤은 미소 지었다.“그게 주인님이잖아요.”도현은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그래 , 잘 알고 있네.”오후 9시 34분.서윤은 《사이》의 커다란 거울 앞에 서 있었다.도현은 그녀의 뒤에 서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거울 봐.”서윤은 거울 속 그를 바라봤다.“왜요?”“오늘 네가 얼마나 자주 웃었는지 알아?”“많이 웃었죠.”“내가 가장 좋아하는 얼굴이야.”서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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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화.의장님의 사적인 경고

월요일 오전 8시 17분.“한서윤 총괄.”서윤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익숙한 목소리였다.뒤돌아보자 검은 정장을 입은 차도현이 서 있었다.“좋은 아침입니다, 의장님.”도현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봤다.베이지색 슬랙스에 흰 블라우스, 단정하게 묶은 머리.“오늘 중요한 회의 있습니까?”“네. 유럽 지사 실적 보고요.”“준비는?”“완벽합니다.”도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기대하겠습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서윤이 먼저 들어가자 도현이 뒤따랐다.문이 닫히자 서윤은 슬쩍 그의 손등을 건드렸다.“도현 씨.”“회사입니다, 한 총괄.”“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표정에 다 쓰여 있습니다.”서윤은 웃음을 참았다.“오늘따라 더 멋있으시네요, 의장님.”도현이 그녀를 내려다봤다.“아침부터 아부입니까?”“진심인데요.”그가 한 걸음 다가왔다.“그런 말은 퇴근하고 해.”낮고 단호한 목소리.서윤은 순간 입술을 깨물었다.“……네, 의장님.”엘리베이터가 멈추자 도현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먼저 내렸다.서윤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진짜 얄미워.”오전 10시 32분.회의실에는 유럽 사업부 관계자들이 모여 있었다.서윤은 화면에 매출 자료를 띄웠다.“이번 분기에는 신규 거래처 확대보다 기존 거래처의 재계약률을 높이는 데 집중했습니다.”도현은 상석에서 자료를 넘겼다.“수익성은?”“전 분기 대비 8.4% 개선됐습니다.”“환율 변동을 제외하면?”서윤은 곧바로 다음 화면을 띄웠다.“실질 개선 폭은 5.1%입니다.”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근거 자료는요?”“부록 3페이지에 정리했습니다.”서윤은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도현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좋습니다. 다만 다음 분기에는 계약 유지 비용도 별도로 분석하세요.”“네, 반영하겠습니다.”회의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서윤도 노트북을 챙겼다.그때 도현이 불렀다.“한 총괄.”“네, 의장님.”“잠깐 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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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5화.의장님은 퇴근했습니다

월요일 오후 9시 47분.“그래서 내가 너한테 이렇게 자신 있는 거야.”도현의 말에 서윤은 그의 셔츠 깃을 놓지 않았다.“주인님.”“왜.”“그 자신감, 오늘 끝까지 유지하실 수 있어요?”도현은 대답 대신 그녀의 손을 잡았다.“한서윤.”“네.”“지금 나 도발하는 거지?”“조금요.”“조금?”“많이요.”도현이 낮게 웃었다.“솔직해서 좋네.”그는 서윤의 허리를 감싸 일으켰다.“그럼 일어나.”“어디 가요?”“거울 앞으로.”서윤의 눈빛이 반짝였다.“왜요?”“가보면 알아.”“또 비밀이에요?”도현은 그녀의 손을 잡고 걸었다.“오늘은 질문이 많네.”“궁금하니까요.”그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그럼 하나만 대답해 줄게.”“뭔데요?”“오늘 네가 얼마나 예쁜지 제대로 보여주려고.”서윤은 웃음을 터뜨렸다.“그건 거울 안 봐도 아는데요?”“역시 내 아내답네.”커다란 거울 앞.도현은 서윤의 뒤에 섰다.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고 거울 속 눈을 마주 봤다.“오늘 회의에서 네가 발표할 때.”“네.”“내가 무슨 생각했는지 알아?”서윤은 고개를 저었다.“무슨 생각했는데요?”“저 여자가 내 아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서윤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정말요?”“응.”도현은 그녀의 어깨에 입을 맞췄다.“그런데 한 가지는 아쉬웠어.”“뭐가요?”“회의 끝나고 잘했다고 안아주고 싶었는데 못 했거든.”서윤은 거울 속 그를 바라봤다.“지금 하면 되잖아요.”“그래서 하고 있잖아.”그가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았다.서윤은 웃으며 그의 팔 위에 손을 얹었다.“우리 의장님, 회사에서는 그렇게 무서우면서.”“집에서는?”“나밖에 모르는 남편.”도현이 웃었다.“정확해.”오후 10시 2분.서윤은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그런데 주인님.”“왜.”“오늘은 조금 더 엄격하게 하신다면서요?”도현은 그녀를 내려다봤다.“그랬지.”“그런데 계속 칭찬만 하시는데?”“칭찬받기 싫어?”“아니요 칭찬받는거좋은데 아직어색해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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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화: 단추 하나의 거리

“도현 씨.” 서윤이 침실 문에 기대어 남편을 불렀다. “오늘은 내가 먼저 고를래.” 차도현은 손목시계를 풀다가 고개를 들었다. “뭘 말입니까?” “당신 옷.” 그의 시선이 서윤의 손에 들린 셔츠로 향했다. 검은색 실크 셔츠였다. “그거 제 옷장에 있던 겁니까?” “응. 제일 안쪽에.” “왜 그걸 골랐습니까?” 서윤이 셔츠를 펼쳐 보이며 웃었다. “평소에는 의장님처럼 입잖아. 오늘은 그냥 내 남편처럼 입어 봐.” “검은 셔츠가 그렇게 큰 차이를 만듭니까?” “입어 보면 알아.” 도현은 대답 대신 입고 있던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서윤은 자신 있게 서 있다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왜 피합니까?” “안 피했거든?” “방금 창문을 보셨는데.” “날씨 확인한 거야.” “밤 10시에?” “밤에도 날씨는 중요하지.” 도현이 낮게 웃었다. 잠시 후 검은 셔츠를 입은 그가 거울 앞으로 걸어왔다. 서윤은 팔짱을 끼고 그를 살폈다. “맨 위 단추 풀어.” 도현이 하나를 풀었다. “하나 더.” 그가 두 번째 단추에 손을 올리자 서윤이 급히 덧붙였다. “아니, 거기까지만.” “방금 하나 더 풀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생각이 바뀌었어.” “이유는?” “너무 잘 어울려서.” 도현은 거울 속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건 풀어야 하는 이유 아닙니까?” “당신은 꼭 이런 데서 말이 많더라.” “아내가 시킨 대로 하고 있을 뿐인데요.” 서윤이 다가가 그의 옷깃을 정리했다. 손끝이 목덜미에 닿자 도현의 웃음이 조금 느려졌다. “서윤.” “왜?” “그렇게 만지면 제가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서윤은 일부러 태연한 얼굴을 했다. “옷 정리하는 중이잖아.” “그럼 계속하십시오.” 도현이 한 걸음 가까워졌다. 서윤의 등이 옷장 문에 가볍게 닿았다. “왜 가까이 와?” “거울을 보려고요.” “거울은 저쪽에도 있어.” “저는 이쪽이 좋습니다.” 서윤은 웃음을 참다가 결국 그의 가슴을 밀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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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7화: 남편이 숨긴 목적지

“오늘은 출근하지 않습니다.”도현의 말에 서윤은 옷장 앞에서 눈을 깜빡였다.“잠깐. 오늘 화요일이잖아.”“알고 있습니다.”“그런데 출근을 안 한다고?”“오전에 연차를 냈습니다.”“의장님도 연차를 내?”“한 총괄도 내는데 제가 못 낼 이유는 없죠.”서윤은 어이가 없어 웃었다.“그럼 나는? 나한테는 아무 말도 안 했잖아.”“오전 일정은 어제 확인했습니다. 급한 업무는 없더군요. 다만 휴가는 직접 결정하셔야 하니까, 지금 묻겠습니다.”“내 일정까지 확인했어?”“같이 가고 싶어서요.”서윤은 침대 위에 놓인 옷을 내려다봤다.크림색 니트 원피스와 얇은 베이지색 카디건.그 옆에는 굽이 낮은 구두까지 준비돼 있었다.“이거 내가 좋아하는 옷인데.”“압니다.”“그럼 어디 가는지만 알려줘.”“도착하면요.”“나한테 배웠네, 비밀로 하기.”도현이 웃었다.“아내가 훌륭한 선생님이었습니다.”서윤은 휴대전화를 들어 오전 반차를 신청했다.그리고 도현에게 화면을 보여 주었다.“승인 요청했어. 대신 재미없으면 당신 책임이야.”“책임지겠습니다.”“얼마나?”도현은 그녀에게 다가와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오늘 하루 종일요.”차는 도심을 벗어나 강변 도로로 접어들었다.서윤은 창밖을 보다가 도현을 흘끗거렸다.“호텔?”“아닙니다.”“레스토랑?”“아닙니다.”“혹시 또 사진 찍으러 가?”“오늘은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았습니다.”서윤은 입술을 삐죽였다.“힌트 하나.”“조용한 곳입니다.”“그건 너무 넓잖아.”“당신이 예전에 가 보고 싶다고 했던 곳이고요.”서윤은 기억을 더듬었다.“내가 가고 싶다고 한 곳이 한두 군데야?”“그래서 제가 적어 두었습니다.”“뭐?”“당신이 무심코 말한 것들요.”서윤은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그런 건 또 언제 적었대.”“아내가 잊어버릴 때마다요.”차가 멈춘 곳은 강가에 자리한 작은 유리 공방이었다.간판 아래에는 오늘의 체험 수업을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 있었다.서윤은 차에서 내리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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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화: 문을 열자마자 벌어진 일

“도현 씨, 여기 맞아?”서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고개를 갸웃했다.분명 도현은 집을 보러 간다고 했다.그런데 차가 멈춘 곳은 주택가가 아니라 오래된 상가 건물 앞이었다.1층에는 작은 꽃집이 있었고, 2층 창문에는 커다란 글씨가 붙어 있었다.오늘의 주인공을 기다립니다.“설마 저거 나야?”도현은 안전벨트를 정리하며 태연하게 대답했다.“올라가 보면 알겠죠.”“집은?”“예약이 취소됐습니다.”“뭐?”“아까 전화가 왔습니다. 대신 다른 곳을 준비했습니다.”서윤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아니, 그럼 아까 집에 특별한 공간이 있다던 건?”“여기에도 특별한 공간이 있습니다.”“차도현, 당신 오늘 거짓말을 몇 번 하는 거야?”“정확히는 말을 조금 아꼈습니다.”“그게 그거거든?”도현은 서윤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올랐다.2층 문 앞에서 멈춘 그가 손잡이를 잡았다.“준비됐습니까?”“대체 뭐길래 그래?”문이 열렸다.그 순간.“어서 오세요!”서윤은 그대로 굳었다.안에는 커다란 테이블과 앞치마, 각종 재료가 준비돼 있었다.벽에는 손글씨로 적힌 문구가 걸려 있었다.부부 요리 대결 — 오늘의 특별 참가자“……요리?”도현이 웃었다.“오늘 저녁은 직접 만들어 먹으려고요.”서윤은 그를 천천히 돌아봤다.“잠깐. 나한테 요리 대결을 신청한 거야?”“그렇게 됐습니다.”“차도현.”“네.”“당신 요리 실력으로 나한테 도전하는 거야?”“이길 자신은 있습니다.”서윤이 웃음을 터뜨렸다.“좋아. 후회하지 마.”대결 종목은 수제 햄버거였다.각자 재료를 골라 제한 시간 40분 안에 완성하면 됐다.서윤은 앞치마를 두르자마자 도현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했다.“의장님, 패배할 준비 되셨습니까?”“한 총괄, 결과는 끝까지 봐야죠.”“내가 요리 좀 하는 거 알잖아.”“압니다.”“그런데 왜 도전해?”도현은 소매를 걷었다.“당신이 이기는 표정도 보고 싶어서요.”“그럼 져 주겠다는 거야?”“그건 아닙니다.”타이머가 시작됐다.서윤은 양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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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화: 상자 안의 불청객

“고양이라고?”서윤은 도현의 팔을 붙잡았다.“살아 있는 고양이가 상자 안에 있다고?”“관리사무소에서 그렇게 들었다고 합니다.”“그럼 빨리 가야지!”서윤은 계단 쪽으로 먼저 달려갔다.도현이 뒤따라오며 말했다.“서윤, 천천히. 계단입니다.”“고양이가 갇혀 있다잖아!”“제가 운전하겠습니다. 뛰지 않아도 됩니다.”집에 도착한 것은 30분 뒤였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복도 끝에 놓인 커다란 상자가 보였다.관리사무소 직원이 그 옆에 서 있었다.“입주민분 맞으시죠?”“네. 고양이는요?”서윤이 다급하게 물었다.직원은 상자를 가리켰다.“아까부터 울음소리가 나서요. 함부로 열어도 되는지 몰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상자는 생각보다 컸다.윗부분에는 작은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었고, 옆면에는 검은색 펜으로 글씨가 적혀 있었다.잠깐만 부탁드립니다.서윤의 표정이 굳었다.“누가 이런 식으로 고양이를 두고 가요?”도현은 상자 앞에 쪼그려 앉았다.“안에 있니?”잠시 조용했다.그러다.“야옹.”아주 작은 소리가 들렸다.서윤은 입술을 깨물었다.“도현 씨, 빨리 열어 봐.”도현은 테이프를 조심스럽게 떼어 냈다.뚜껑을 들어 올리자 안쪽에서 작은 그림자가 움직였다.회색과 흰색 털이 섞인 고양이였다.한쪽 귀 끝이 살짝 접혀 있었고, 동그란 눈은 겁에 질린 채 두 사람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어머…….”서윤이 숨을 삼켰다.“너 여기서 뭐 하고 있어?”고양이는 대답 대신 상자 구석으로 몸을 웅크렸다.도현이 상자 안을 살폈다.낡은 수건 한 장과 작은 물그릇이 있었다.“일단 따뜻한 곳으로 옮기죠.”직원이 말했다.“CCTV는 관리실에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누가 두고 갔는지 확인되면 연락드릴게요.”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부탁드립니다.”서윤은 현관 안쪽에 수건을 깔고 상자를 내려놓았다.고양이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무서운가 봐.”“낯선 곳이니까요.”도현은 휴대전화로 근처 동물병원의 진료 시간을 확인했다.“아직 문 연 곳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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